Drive 드라이브 -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다니엘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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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는 새로운 시대다. 다양한 분야에서 그렇겠는데 산업현장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전제하고 있는 것이 이것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CEO의 전략도 달라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은 선택사항이 아닐 것이다. 신기하기만 했던 인터넷을 이젠 못쓰면 무능력한 직원이 될 것이고 파워포인트, 엑셀 등을 다루지 못한다면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다. 문명의 이기가 처음 나왔을 때나 독특해 보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편적인 것은 물론 살아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될 뿐이다. 그래서 변화는 무서운 것이고, 그에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
  책 ‘Drive’가 제안한 세상의 변화는 매우 적절한 상황이다. 아직 일반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은 과거에 집착하면서 내일을 살려는 고집스런 편견일 수도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제안이나 가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기업이나 산업이 많으며, 기존의 방식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다양한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또한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즉 인간이 달라지고 있다. 좀 거칠게 말하면 예전과 다른 사람들로 변화하고 있다. 진화인지 아닌지 퇴화인지 모르지만 만족시키는 방법이 과거에 머무른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기에서의 사람들의 근로의욕은 계속 정체될 것이고 비용은 과거보다 더욱 비싸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과거 방식이라 할 보상과 체벌 방식이 아직도 유효한 듯도 보인다. 특히 실업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럴지 모른다. 다만 경제위기는 새로운 경제발전에 이은 변화일 수 있고, 그것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온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파워포인트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파워포인트를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직장과 사업 분위기는 앞으로 모든 이들이 맞춰야 할 대상이다. 그러기에 현재의 경제적 상황에 맞춘다는 것은 어쩌면 위험하며 새로운 방향에 적절히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힘이다.
  보상과 체벌이란 동기 2.0 방식으로 인류는 엄청난 산업과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그 방식의 한계가 점차 노정되고 있다. 표준화된 작업과 양적 생산에 우선을 뒀던 시기에 적합했지만 점차 창의성을 위주로 하는 산업으로 변화되고 이 시점에서 동기 2.0의 마력이 소진되고 있는 시점이다. 어쩌면 산업사회의 고도화가 미진한 지역에서 동기 2.0이 위력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고도화된 지역에선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기존의 생산방식과 보상체계에 의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동적인 작업만을 요구하는 현재의 생산방식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에선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창조력에 의존하는 산업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서열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 부상되는 이 시점에서 동기 2.0과는 뭔가 다른 보상체계를 제공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서인지 인간은 뭔가 다른 것을 모색하나 보다. 여기에 인간의 창의력을 이끌어내야 할 산업들의 등장이 가세하면서 단순한 기계부품이 아닌 보다 고차원적인 그 무엇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인간의 존엄성이라고까지 할 것들을 배려하는 기업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부분들이고, 무척 인상 깊은 내용들이다. 그것을 이 책은 ‘목적, 의미 있는 삶’으로 표현하고 있다. 심리학을 통해 얻은 많은 지적 결과물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문제까지 파악하며 얻어서 낸 결론을 담은 이 책에서 인간이 수익 극대화가 아닌 ‘목적 극대화’를 추구하며, 기부 등의 형태로 새로운 보상을 얻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조명인 것이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을 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롭다는 것은 역으로 검증 받았던 시간이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입증되고 있으며, 보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세상이 전개된다면 분명 기존의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새로운 방법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 동기부여는 분명 새롭고 색다르며,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이 행복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다. 우린 스트레스를 받으며, 억지로 직장 다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보다 인간을 위한 방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이 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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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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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현재 전쟁터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서울은 현재 남한 인구의 4500만 중 일천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거대 도시이며,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고, 주변 지역들 역시 서울에 기대어 사는 형편이다. 어쩌면 서울로부터 가장 먼 부산 역시 서울과 불가분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이런 서울이 계층, 계급, 그리고 세대 간의 각축의 장소가 됐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란 사실은 한국인들의 삶의 질과 연결해 봤을 때 매우 위험하다. 그런 위험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부동산이며 재개발이다.
  한국의 재개발은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그 지역을 살찌우려는 행태다. 특히 개발독재 시대에 저소득층을 패배자로 규정, 그들을 내쫓는 과정을 심화시켰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런 재개발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서울만한 곳도 없다. 재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보도 윤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서울시, 심지어 구청까지 앞장서서 자기 지역 주민들을 내몰고, 잘 사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면서 재정 수입 확대만을 추구하는 행패는 용산참사라는 상징적 사건을 만들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이런 사태는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켰고 삶의 질을 하락시킴은 물론, 가진 자들의 임대수입이나 보장하는 위험천만한 국가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저자 김경민 교수는 이런 현실에 분노한다. 공공기관, 시공업자, 조합장 등의 계발 세력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큰 것들을 놓치는 현실은 사회의 안전을 헤치고 위험한 사회로만 변하게 함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어려운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그는 분양위주의 사업의 허실을 폭로하면서 임대사업을 위주로 하는 재개발을 적극 주장하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주민과 정부와 하위단위들인 시정부, 그리고 시공업자 등의 중간에서 혹은 주도적인 입장에서 도시개발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민간 혹은 공공 디벨로퍼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대충 건물을 다 짓고 분양을 통해 모두 정리한 다음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하는 재개발 주체들의 허실을 ‘가든파이브’이나 서울 뉴타운 개발 등을 통해 규명하는 부분들은 매우 인상 깊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한강르네상스 개발에 대한 성실한 분석은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했던 목표가 무엇이고, 그것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힌 좋은 내용들이다.
  중국의 ‘상하이 신천지,’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같은 성공사례와 한국의 실패한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공공성 회복의 강조였다. 이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같은 궤도를 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하고 세대와 계급을 통합하면서 안정된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것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고 전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며 재개발 역시 이런 목적에 부합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재개발은 특정세력의 이익에만 부합, 시정부의 이익 증대와 건설업자들의 탐욕만을 만족시키는 사업으로만 추진됐으며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며 사회적 긴장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하면서 각각의 이익세력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면서 개발의 이익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이끄는 디벨로퍼의 가치는 분명 새롭게 매우 의미 있는 대안일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위험하다. 특히 재개발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고 주역주민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기에 반목은 심화될 뿐이고 더욱이 과도한 개발로 인해 오피스는 넘쳐서 빈 곳이 허다하고, 모두가 결국 패배자가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공공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디벨로퍼가 한국에 꼭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방법이 무엇이든 모두가 공존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가치관을 위해 공공성이 회복되어야 하는 것을 중요하며,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 역시 이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서울이 낙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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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속지 마라, 블립>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블립 Bleep - 일상의 현실을 바꾸는 무한한 가능성의 발견
윌리암 안츠 외 지음, 박인재 옮김 / 지혜의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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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 잘 모른다. 뉴튼의 만유인력은 물론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사실 알기 힘든 상황에서 양자역학은 감히 넘어 설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다. 개인적으로 아인쉬타인이 양자역학을 만들었거나, 최소한 비슷한 생각을 주장했다고까지 잘못 알았었다. 나의 이런 무지함이 있었기에 이 책은 그런 약점을 어느 정도 고쳐주는데 큰 도움을 줬다. 알고 싶었던 가려움을 제거해주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런 지식의 충족만을 담은 책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읽고 보면 그런 지식 쌓기에만 사용되는 도구는 아니었다. 이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패러다임이란 타성을 깨고 새로운 인식의 수단으로 가도록 이끌려는 의지를 담은 책이다. 그것도 혁명적으로 말이다.
  ‘블립,’ 제목부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제목으로 본다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그리고 내용 도입부는 난수표만 같기도 했다. 책 표지 뒷장에 블립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그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저자의 의지가 드러나면서 내가 보는 세상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책 한 권에 내가 배웠던 지식과 지혜가 송두리째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바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였고, 저자들은 물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인식의 기반이 이 양자역학이었다.
  양자역학, 매우 놀라웠다. 책 속에서 소개된 뉴튼의 절대시간, 절대공간이란 개념이 무너진 양자역학의 세상은 초미립자인 아원자의 세계다.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이 세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들이 모두 거짓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분법적인 구성을 통해 이해된 뉴튼의 물질세계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관계를 이루는 예측 가능한 물질의 세계지만 그 물질을 이루는 원자 세계로 깊숙이 들어간다면 고체는 사라지고 파동과 같은 것들이 움직이는 세계이며,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양자도약이 벌어지는 기묘한 불확실의 세계이며, 멀리 떨어진 전자들끼리도 서로 연결이 되는 알다가도 모를 희한한 세계인 것이다. 특히 객관적일 것만 같은 연구자 혹은 관찰자의 상태에 따라 관찰대상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과연 객관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까지 하게 된다. 즉 오늘의 현대인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본가정들이 흔들리는 영역이고, 그런 영역의 기반 하에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라웠다.
  이런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신비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한다. 이 아원자자적 세계를 기반으로 기존의 이론들의 한계를 지적한 다음, 그들의 세계관을 피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물질은 사실 에너지 덩어리이고 인간의 의지를 통해서라면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좀 과대망상에 가까운 생각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과대망상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정말이란 생각이 들었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선 조금 생각이 다르게 된다. 조금은 나도 신비주의에 발을 담근 느낌이다.
  이 책을 다루는 신비주의자들이 그렇다고 비현실적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수준 높은 인생을 살기를 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려 했던 그 많은 철학자들의 고민과 성취를 공유하려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이들은 철저히 과학에 기반을 두면서 일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근대의 인식을 만든 뉴튼의 철학과 현대를 개창한 아인쉬타인의 관점으로는 도대체 설명이 가능하지 않은 양자역학에서의 발견을 통해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설명력이 높은 관점이나 패러다임을 통해 보다 멋진 인생을 만들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과학의 힘을 빌어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근대가 가장 자주 다뤘던 내용이고 그것이 오늘을 만든 것이라면 이들의 시도 역시 매우 현대적이고,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내용과 신념체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해서 모든 것이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신비주의자들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론들은 모두 지독하리만큼 힘든 인내와 고통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오점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돈오돈수란 개념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적인 능력으로 육체는 물론 물질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이루는 근간은 바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노력을 통해 이 책의 신비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이뤄질지, 아니면 정말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생활을 바꿔야 할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있다. 현재의 방법으로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물론 지금의 고통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한 성공을 할 수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룰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 책, 그리고 이 책 속의 신비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방법도 가치는 있을 것이다. 꼭 도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고통을 갖고 있는 일반인도 이런 지혜를 통해 그들의 고통을 덜 수 있고, 노력만 하면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장, 경청할 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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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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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선 자체의 위기의 대안을 핀란드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핀란드는 간간히 소개되고 있을 뿐,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 사회적 관계, 사회적 가치관 등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핀란드에 대한 지식은 사실 한계가 있으며, 종종 한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이상향의 이미지만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억지로 그들의 실체를 알 필요는 없지만 너무 막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할 만큼 한국은 너무 모르는 핀란드에 대한 과도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앞뒤가 바뀐 형국이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예찬이 있었던 어느 시점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했고 미국의 미래 교육상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선 그 교육이 한국의 미래를 저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있고, 부모들이 자신들의 2세를 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망국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내에서의 교육이 비판이 어쩌면 핀란드에서도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아마도 각자 자체 조직의 비판을 위해 다른 지역의 강점만을 부각시키는 오류를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핀란드의 강점을 이야기하기 보단 그들의 솔직한 내면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볼 수고를 결코 아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이란 하나의 관점으로 보기는 하지만 핀란드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또한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가꾸고 있는지를 저자 안애경은 어떤 곳에서 시적으로, 또한 어떤 부분에선 비문학적 글쓰기로 책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통해 보여준다.
  핀란드인들이 과연 한국을 잘 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우리들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K-POP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하니 핀란드인에게도 조금은 알려졌을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선 그들의 음악보다 교육에 더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니 그나마 서로 도움이 됐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 내의 다양한 사회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핀란드의 사회체계에 관심을 갖고 있단 점이다. 이 책의 관심사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북유럽의 묘한 Fantasy를 자아내는 디자인을 보고 싶어서였다. 또한 개인적인 이상향 지역으로 북유럽을 삼고 있기에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며, 또한 현대의 인간들이 그곳에서 산다.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는 서울 인구의 반 정도의 인구면서 매우 척박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그런 곳에서의 삶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이런 호기심을 이 작은 책은 크게 만족시켰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그들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은 핀란드 지역의 얼음과의 묘한 조화를 통해 환상을 자아내고 있다. 다른 문화를 상대했을 때의 문화적 매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투명함, 그리고 단순하지만 원색과의 조응은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민주적 특성으로 인해 보이는 공동체 공유의 문화적 유산은 무척 부럽기만 했다. 저자 안애경의 직업인 디자인 세계를 통해 시적이면서도 즐거운 여행을 맞이한 기분으로 그런 것들을 만끽했다. 특히 모든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Public Art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핀란드 문화는 매우 부럽기만 했다.
  교회이면서도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며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암석 교회나 겨울의 얼음 조각 같은 웅대한 핀란디아 홀 등은 매우 인상적이다.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이 공간이야말로 핀란드가 지향하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상생하는 조화를 추구하는 디자인 역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을 상징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과도한 탐욕으로 인해 자연재해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핀란드의 인식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 여겨진다. 여기에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것을 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급격한 것보다 완만하면서도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들의 전통은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하면서도 완벽하고 모든 이들의 공감을 이끄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핀란드 디자인을 이야기하면서 저자 안애경이 중심축으로 삼았던 빛이 느껴진다. 어두울 것만 같은 핀란드에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했으며, 또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빛의 가치를 느낀다고 할까? 공사의 엄격한 구분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핀란드인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 행간에, 핀란드인의 생활은 개인적이고 고립되며, 독립된 생활을 영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도시적 생활의 일반적 특성이 고독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그런 인상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핀란드의 생활은 한 번은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자극을 멋지게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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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서 시작하라 - 가치 있는 아웃풋을 창출하는 프로 사고술
아타카 가즈토 지음, 곽지현 옮김 / 에이지21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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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 같기도 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이야깃거리들은 매우 흔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해결하는 방법론 역시 흔한 것이리라. 근대 이후 인간의 사고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차 자연의 확고한 지배자로 군림한 인간이라면 다양한 철학과 사상을 통해 문제제기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안했고, 매우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해결책이 부재해서가 아니라 그런 것을 익히고 습득하는 것은 개인 하나하나의 작업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기에 뛰어난 철학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진화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얻을 수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사고력은 가장 원시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을 통해 이 책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려는지 분명하다. 생활을 한다면 언제나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들은 고차원적인 철학에서부터 초등학교 산수 역시 다루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은 물론, 삶의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충족하려는 모든 사회인들을 위해 제공된 사고력 서비스다. 어떤 면에서 이미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방법론을 배웠겠지만 인간의 뇌는 기억을 그리 잘 하는 컴퓨터가 아니다. 어딘가에 저장이 됐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만큼 쉽게 끄집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보면 사회생활 초반기에 다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아무리 중고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 우수한 능력을 양성했다 해도 상황에 자신의 지식을 적응하는 유추능력이 잘 발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헛수고일 수 있다. 그래서 각성과 유추능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자만은 이 책을 통해 여지없이 깨졌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서 풍기는 다양한 경험이 이 책의 힘을 강화시킨 밑거름이다. 생물학이나 뇌신경과 같은 이과에서 마케팅 연구와 같은 경영학계로의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뛰어난 문제해결방법을 찾은 것 같다. 문제가 터졌을 경우 부각되는 이슈부터 파고들면서 순차적으로 쟁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해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보면서 속이 시원하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부분이 바로 분석에 대한 혜안이었는데 분석이 비교와 대조를 하기 위한 것이란 부분은 지금까지 공부했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 아마도 이것 하나만이라도 얻을 수 있던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무한하다.
  하지만 이 책은 이것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적용하면서 설득력을 얻어가는 과정은 사회과학책이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며, 이 책은 그런 덕목을 제대로 갖고 있다. 또한 현실감 있는 책의 구성은 물론 사회과학에서 제안하는 방법론의 강점들을 제대로 형상화하면서 이 책은 독자들의 자신감을 강화시킨다. 어쩌면 어떤 이들에겐 이 책이 교과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닥칠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단 점에서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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