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결말이었다. 이전에 어디에선가 본 듯한 스토리였기 때문이며, 가족드라마와 같은 감동 역시 과거 어느 순간에 본 것이고 그때도 감동했을 것이다. 확실히 새로운 결말은 없었고, 또한 역겨운 결말로 최근 각광받는 영화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까? 그러나 이런 결말만이라면 영화에 대한 인상은 그리 깊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결말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영화엔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의외의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화면 가득히 존재했다.
수많은 차들이 부딪치는 강력한 장면들은 아니었지만 영화 내내, 긴박한 긴장감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미가 숨어있었다. 이 영화는 심장 이식에 통해 확인하게 되는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배경으로 빠른 전개와 긴장감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그런 전개와 긴장감, 스릴, 그리고 서스펜스 등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왜 그렇게 조화를 이룰까? 그것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경쟁구도를 갖고 있는 것이며, 제로섬 게임과도 같은 이기기 위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영화 속의 두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보호하고 살리고자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사랑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엄밀히 따진다면 논리적 모순이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어느 순간 상대의 것을 뺏어야지만 자신의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제로섬 게임을 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진 생존경쟁이 어느 노인의 심장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이 되고 만 것이다. 관객 누구나 그들의 행동을 다 이해할 것이고, 그들을 동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동정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어느 아들과 어느 엄마의 치열한 싸움은 영화 곳곳을 수놓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격렬한 투쟁은 뛰어난 두 남녀 배우의 힘입어 점입가경이 되어 가고 있다.
동네 양아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휘도(박해일)’의 인간적인 변화는 이 영화가 왜 거칠어져 가는지의 이유를 들려준다. 모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이 어머니의 사랑과 고통을 목도하면서 변하게 되고, 한 때 가장 학대했던 아들이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을 보면서 소통부재에 의해 고민했던 어느 모자의 슬픈 이야기를 보게 된다. 언제나 상대에 대해 무지한 채, 자신만이 생각한 틀 속에서 상대를 가혹하게만 다루는 오늘의 우리들이 보인다고 할까?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의 참회와 눈물을, 휘도를 통해 본다면 과한 억측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듯한 영어학원 선생 ‘연희(김윤진)’은 자식의 생명을 위해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의 가르침조차 지켜내지 못한다. 믿고는 있지만 결코 따르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누구나 공감하듯 모성으로서의 거친 본능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나 보다. 종교보다 앞선 본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하지만 서글픈 한 인간의 몸부림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모습에 울었고, 또한 스스로를 자학하고 파멸하면서 울었다. 그러나 울었지만 또한 검투사처럼 싸웠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일이 진척될 때, 그녀는 어쩌면 포장된 이면의 본능을 꺼내면서 그 어떤 방해물과도 싸울 용기를 내면서 자신의 본능을 거침없이 발휘했다. 슬픔 앞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동시에 그녀는 싸움닭이 되고 만 것이다.
이 둘은 충돌하게 되며, 영화는 그 충돌을 결코 우아하지 않게 형상화한다. 아니 매우 거칠게 묘사한다. 누군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하든, 누군 우아한 귀족처럼 종교인으로 생활하든, 핏줄에 대한 쟁점에선 둘 다 맹렬하게 사투한다. 그들 앞에 의학적 합리성이든, 인간적 도덕이든, 혹은 법적 논리든 그 무엇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말이다. 마지막 순간, 한 인간의 고통이 끝난 이후, 베푸는 것과 감사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병원에서 몽둥이를 들었던 손을 풀었을 때, 영화는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종결된다.
공감했다. 이전의 영화처럼 어느 희생을 아름답게 포장하면서 사랑과 화해를 이끄는 것보다 영화 속에서 보인 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줄달음치는 모습이 정말 솔직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인간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거친 싸움의 과정에서 도리어 난 가슴이 뛰었고, 가족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 것 같았다. 그건 솔직함이야말로 인간의 정서를 울리는 가장 큰 힘이 여서일 것이다. 여간 해선 흠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지 못하는(?) 배우인 김윤진과 박해일의 연기력이 앞서의 느낌을 얻도록 했는지 모르겠다. 계속 해서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흠을 찾도록 하겠다. 억지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뛰어난 각본, 신인이기에 함부로 도전하는 윤재근 감독의 색다른 도전 역시 즐거웠다. 새해부터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