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 - 내가 사랑한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
김현경 외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

세 명의 옷장이야기, 어쩌면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물건이 하나쯤은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 옷을 그 순간으로 데려가주는 매개체로 여기는 것일 뿐. 가령, 내게는 닫힌 서랍 속의 덕질 흔적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문득 마주하면 아련하고 가슴까지 뛰지만 평소에 매일 들여다 보지 않는 과거의 우상. 그 당시의
열정이 지금 내게는 없어서 더 그리운 그 때가 떠오른다. 물건은 이것이라하면 옷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 옷장에는 특이하게도 외출복과 잠옷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 붙박이장 한 칸은 잠옷이고, 한칸은 외출복이며 한 칸은 외투를 담고 있다. 그리고 혼자 살고 있음에도 꽤 많은 침구가 한 칸 가득 채워져있다. 높은 비율의 잠옷, 그 중 즐겨입던 잠옷을 보면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외출복이 필요없었던 그 시기가 떠오른다. 진통제에 의존하며 잠옷만 겨우 걸치고 이불을 말고 침대에 누워지내던 그 시기라고나 할까.

요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잊은 것 같다. 금세 짜증을 내고 일상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더 많은 것을 탐하며 욕심을 내고,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던 마음 또한 흐릿해져 매일 사직서를 품고 산다. 모두에게 짐 같던 그 때가 왜 이토록 오래 붙어서 따라오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미화되기까지 한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또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하고싶은 것만 하던 때였다. 조금의 평온이 찾아오면 다양한 취미를 찾아서 했었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삶이 억지다. 이게 맞는건가 수백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아, 아무래도 잠옷을 사야겠다. 새로운 잠옷을 채워넣어야지. 지난 시간을 무사히 흘려보내도록.

웜그레이앤블루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