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이 계속해서 대중의 비난과 경멸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공동주택이 어떤 식으로든 빈자들이 겪는 고통중 4분의 3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체코인 거주 지역에서 공동주택은 자긍심 강한 민족에게 미국 남부를 부끄럽게 만든 노예제를 강요하는 수단이다. 세입자를 착취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건물주는 집주인이자 고용주라는 이중 지위를 이용해 체코인 세입자를 실질적인 노예 상태로 내몬다. - P214

그러나 체코인이 무정부주의자이고 이단이라는 말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사람들 열에 아홉은 이런 말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모국에서 그러했듯이 이민 온 새로운—자유를 꿈꾸었던—땅에서도 모두가그들을 홀대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억압하려고만 존재하는 것 같은 이사회에 반항하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셈인데, 이보다 더 논리적인이유가 있는가? - P224

공동주택이라는 그림에 서린 명암을 합당하게 파악하려면 인종차별에 주목해야 한다. 집주인들은 굳이 변명하지 않고 독재자처럼 노골적으로 야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다. 러시아인의 토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르보다 흑인 세입자를 대하는 뉴욕의 집이이 더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 P229

새로운 환경에서 흑인이 보여주는 특징은 청결인데, 과거에 살던 곳에서도 청결은 그들의 미덕이었다. 흑인은 과거에 자신들보다 세입자 등급에서 상위로 분류됐던 백인 최하층, 이탈리아인과 폴란드계 유대인보다 훨씬 더 깨끗하다. 그런데도 흑인은 언제나 가장 형편없고 가장 빈약한 방에서조차 어느 인종보다도 높은 월세를 지불해왔다. 이 조직적인 약탈의 원인은 백인이 같은 집에서 흑인과 살려고 하지 않는 데 있다. 심지어 백인은 흑인이 최근까지 살았던 집도 피하고, 그 결과 집값이 떨어진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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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부랑죄로 즉결심판소로 보내지기 위해 275명의 부랑자가 유치장에 빽빽이 입감되었는데, 대부분 ‘섬‘에서의 6개월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적어도 징역형은 확실했다. 다만 경험 많은 접수계 경찰은 중요한 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아서 형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부랑자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이들의 표는 푼돈을 받고 팔리기 마련이다. - P124

선의를 왜곡할 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수년간 꾸준히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사견을 미리 밝히자면, 중국인을 진정한 기독교도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은 지금 세대에선 실패했다고 말하겠다. 굳이 말하자면, 다음 세대에는 지금보다도 더 희망이 없다. 오랜 기간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숭배로 인해 중국인은 신념의 온화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자질이 없을 뿐 아니라 종교적 가르침의 목적과 이타적 정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중국인 주변에는 그들 자신의 격정 외에 강렬한 것이라고는 없다. 단언컨대, 중국인이 좌우간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은 모종의 동기(정치인이라면 은폐된 동기라고 칭할), 요컨대 단기적인 이득을 기대하고 미국인의 옷을 입었을 때, 그러니까 세탁업이라든가 기독교인 아내라든가 하는 것들이 당장은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변발보다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인을 너무 악랄하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 중국인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 P151

나라면 중국인을 추방하기보다는 그들의 아내를 포함해 문호를 더욱 넓게 개방하겠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이 아내와 함께 이민을 와서 체류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도 최소한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고, 우리 주변에서 정처 없는 이방인처럼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도시에서 바라보는 실질적인 중국인 문제의 해법이다. 중국인의 아편과 그들의 비열한 욕망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 어차피 타락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타락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P164

나는 1번가 공동주택을 떠올릴 때마다 몸서리친다. 한밤중이었다. 길가 식당에서 갑자기 솟구친 불길이 탈출로를 막아버렸다. 사람들이 창문에서 몸을 던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소방관에 의해 실려 나왔다.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이는, 옷을 입다 만 차림의 13명이 석탄 사무소 옆 바닥에 누워 있었고, 그 사이로 구급차 요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바삐 움직였다. 앳된 소녀 하나가 갓난아기를 안고서 황망하고 휑한 시선으로 시체와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겁에 질린 낮은 목소리로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의사 한 명이 소녀를 한쪽으로 데려가 갓난아기의 뺨을 어루만졌다. 차가웠다. 아기는 이미 엄마와 아빠처럼 질식사한 뒤였다. 그러나 소녀 그러니까 아기의 언니는 알지 못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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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의 국적을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한 뉴욕 지도를 보면 얼룩말보다 줄무늬가 더 많고, 무지개보다도 더 형형색색이다. 이런 지도에서 뉴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초록색은 웨스트사이드 공동주택 지역에 퍼져 있는 아일랜드인, 파란색은 이스트사이드의 독일인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바탕색과 뒤섞여 있는 나머지 다양한 색 때문에 전체적으로 아주 정신 사나운 누비이불의 모습을 띤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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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이 찾아왔다. 이 상황은 ‘빈민주거환경개선협회‘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된다. "주거지로 개조된 붕괴 직전의 노후 건물, 지저분한 마당에 지은 과밀한 뒤채 공동주택, 어둡고 눅눅한 지하실, 물이 새는 다락방, 상점, 헛간, 마구간은 짐승이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풍요로운 기독교 도시에서 우리의 숱한 동료들이 이런 곳에 살고 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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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한다. 이는 명백한 공식 기록을 근거로 하는, 누구라도 오싹해질 만큼 암울한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머지 절반의 고통과 죄악 그리고 그들로부터 잉태한 악폐가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지극히 정당한 단죄로 드러난다면, 그 이유는 그것이 사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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