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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1년 9월
평점 :
가끔 TV에서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궁금한 것들이 있었다. 왜 부대찌개를 존슨탕이라고 할까? 디포리 국물을 우려낸다는 디포리는 무엇일까? 감자탕에는 돼지 뼈가 대부분인데 왜 감자탕이라고 할까? 삼계탕은 언제부터 복날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을까? 이런 사소한 물음들은 이 책을 보면서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음식문화박물지]는 그런 사소한 물음에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궁금해 했던 존슨탕은 1966년에 미국 존슨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햄소시지 찌개라고 불렸던 부대찌개에 존슨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디포리는 밴댕이를 이야기하고, 감자탕은 감자 뼈다귀탕에서 줄여서 감자탕이라고 하였다고 하고, 삼계탕은 그 동안 개를 보신용으로 먹다가 이승만대통령 시절에 위생상의 이유로 개탕을 팔지 못하게 해서 대체용으로 나온 것이 삼계탕이라고 한다. 이렇게 음식의 유래를 알면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알 수 있고,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음식뿐 아니라 음식 재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것들이 많았다. 꿩, 소금, 고구마, 고추, 감자 등 음식으로 쓰이는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우리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하는 고구마나 감자가 1800년에 들어와서 일제 강점기에 대체식량으로 사용되었다는 것, 고추도 임진왜란에 들어와서 실제로는 우리 나라에 오래 자생한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과연 한국음식은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또한 음식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소개시켜 놓았다. 숟가락, 젓가락, 부엌, 밥그릇, 프로판 가스 등 모든 것이 한국 음식 문화에 포함되므로 그 유래에 간단하게 소개해 놓았다. 그런 음식, 음식문화에 대한 테마가 100가지로 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우리가 당연히 생각해보았던 한국 음식, 한국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는 것 같다.
읽으면서 한국 음식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 전에 먹었던 음식들도 있지만 최근에 새로 만든 음식들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도 있고, 외국에서 직접 가지고 온 음식도 있다. 한국음식을 정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또한 비빔밥을 세계화시키려는 정부의 노력들을 보면서, 외국에서 어떤 음식이 가장 반응이 좋을까, 어떤 것이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음식일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작가는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고, 한국에서 나는 것이 제일 맛있는 식재료가 한국음식을 한국음식일 수 있게 하는 정체성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책 p.284 참조)우리나라 식재료에 대해 고민하고, 더 맛있는 조리법에 대해 연구하면 더 많은 음식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우리 음식을 자랑스러운 음식이라 생각하고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킬 수 있다면, 어느 샌가 우리나라 음식도 피자나 파스타처럼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음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