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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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든 기분은..가볍다..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권해줄 때도 처음에 했던 말이 가볍다..였다.

비유와 과장된 말을 뺀 실질적인 내용은 그저 그렇다. 요즘 미국에 대한 말말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용은 상식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적인 내용을 전함에 있어 작가는 기발한 매체를 이용한다. 바로 만화. 그것도 단 한명의 영웅이 아닌 여기저기 영웅들을 끌어 놓은 무적의 특공대. 작가 말대로 슈퍼하기 그지 없는 슈퍼 특공대. 그리고 그들과 합류한 자살 중이었던 한 인간.

하늘과 바닥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그 진리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바나나맨은 애처롭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긴 누가 알겠는가 우스꽝스러운 바나나맨 공식 지정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나인지 너인지, 아님 전부인지.

약간 신랄할 듯 하면서도, 역시나 가벼움으로 돌아가는 작가에게 나에게 한 가지 짐을 더 주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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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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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대부분의 경우 혼자만의 경험으로 남기 마련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몇몇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과 독서를 공유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색다른 경험을 오랫만에 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동화책을 읽어 주셨을 때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싶다. 어머니와 함께 책을 읽은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그린 풀?야생초가 어떤 것인지 알아 맞추기도 하고, 예전에 어머니가 그와 얽힌 이야기들도 많이 해 주셨다. 그 당시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이런 저런 것도 먹었다며, 예전에는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요즘에 누가 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먹겠는가. 아련한 기억에 잠기신 어머니를 보고, 나도 간간히 감상에 젖고 했다. 힘들기만 했던 시절, 더구나 작가는 감옥에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 속에서 하나 하나 소중한 것들을 찾아 나가는 것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아니었을까 한다.

조금만 주변을 돌아 보고, 나와 나의 가족을 살피고, 내 친구와 이웃을 보듬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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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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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문득 14세 누군가가 서울대에 도전장을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기사가 생각났다. 누가 이 어린 아이에게 천천히 살아가라야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이 14세 아이의 부모에게 애 좀 느긋하게 키우시죠라고 말하겠는가. 이게 우리가 사는 현 사회의 모습이다.

목표가 있다는 건 언제나 부러운 것이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해 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만 이젠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이 책을 통해 암묵적으로 일하기만을 강요해 온 사회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거렸다.

아마 내가 학생이라면, 절대로 공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학교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매일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 간다. 환승역에서의 나의 모습은 평상시 나의 모습이 아니다. 빨리 나가라고, 빨리 걸으라고 쿡쿡 찔러대는 사람들에게 짜증어린 표정을 짓고 같이 밀어대는 나라니. 그건 내가 아니다.

책을 읽고 꽉 막힌 가슴에 조금만 구멍이 나는 듯 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구 깔깔거리고 싶었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게 바닥의 삶이었고, 바닥이라고 절망했던게 오히려 행운이라는 걸 잠시만 눈을 돌리면 알게되는 사실을 왜 외면했을까.

이 책은 너무나 간단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너무 간단해서 마지막에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행복해요라고 웃는 그들.

최근 실업대란이다, 입시난이다 한다. 여기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 결국 술집으로 직행하여 길거리에서 밤을 지샌다. 삼수의 경험으로 소위 일류 대학에 들어 갔지만, 대학도 일년 더 다녔으며, 결국엔 조그만 중소 회사에 다닌다. 나도 삼천포인생이었나. 그럼 행복에, 삼미 팬클럽에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를 잡은 것일까.

지금 모두 컴퓨터 앞에서 잠시 눈을 떼고, 기지개를 크게 한번 펴자. 그리고 옆의 사람에게 한마디 건네 주자.

쉬엄쉬엄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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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문. 독해를 위한 일본어 문법 플러스
제이플러스 기획편집부 엮음, 박유자 감수 / 제이플러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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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자로서 서점에 가면, 한 순간 당황을 금치 못하게 된다. 수많은 책들이 서로 초급자용으로, 회화와 문법을 단 한권으로, 며칠안에 마스터 할 수 있다고 열심히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도 많은 데다가, 출판사대로 초급자를 위한 책들의 종류도 많기 때문에, 어떤 책을 사야 하는지 한동안 망설어 지던 것은 나만의 경험을 아닐 것이다.

제이플러스에서 나온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쉬운 문법 설명이다. 시중에 나온 책들을 보면, 초급자용으로 나온 것중 회화 위주의 내용이 태반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실제로 일본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소용이 없다고 본다. 일주일안에 방 한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될테니까.

처음에는 재미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그 뿐이라는 한숨만 나오고, 다른 책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어 문법 플러스'는 다르다. 우선 문법을 다루면서도, 쓸데 없는 내용은 과감히 줄이고, 어려운 문법 내용도, 우선 기본 문형을 익힌 뒤, 다시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책을 한번 보면, 아 일본어 문장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구나 라는 게 보이고, 두번 보면 문장의 뜻이 이해가 된다.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첫번째는 그냥 넘어가고, 두번째 볼때, 조금 자세히 보면, 책 한권 다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수많은 일본어 문법 회화 책을 대하면서도, 이 만큼 좋은 책을 본적이 없다. 물론 초급자용으로 말이다. 문법책을 고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우선 이 책 한권만 다 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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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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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소설이 미래에 관한 이야기일까. 너무나도 삭막한 길리어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이후에, 한 박사에 의해 그 시대상을 이야기해주던 한 여인. 여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기엔 소설이 주는 압박감으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미래의 사회를 보여주면서도, 실제로 과거의 이야기, 아니 현재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만 같았다. 이 소설은 단 며칠 동안, 그녀가 겪어야만 했던, 결코 스스로는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침착하다. 거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위로를 해주고 싶어도, 손을 거두어야 했다. 그녀가 짊어진 짐이 개인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고통 받는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신께 말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도와달라는 마지막 외침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나 역시 지금 그녀가 그랬듯이 그녀가 살아서 루크와 딸을 만나기를. 아니 닉을 만나 함께 미국을 탈출했기를 바란다. 실상 그녀는 처형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믿었듯, 그 모든게 다 사실 일수도 있다. 분명한건 이 중 하나는 사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침착한 태도와 함께, 항상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그녀는 현재에서 과거를 보았고, 과거 속에서는 미래를 보았다.주인공은 여자이기 때문에 괴로웠을까, 아니면 인간이기때문에 괴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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