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만나보는 청량함을 느꼈다. 가볍고 스쳐가는 글이 아니라 곱씹어 보게 만드는 책 한권을 여행한 기분이다.
김용원 작가의 "미친 사회에 느리게 걷기"는 시로 읽는 성공 다이어트 에세이가 보여주고 있듯이 일반적인 에세이도 아니고 평범한 다이어트 후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집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한권의 책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저자인 김용원 작가는 법학을 전공하였지만 로스쿨 제도의 출범으로 법학자가 되지 못한 채 생활은 넉넉한 편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마음에 감동을 주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통해 여러권의 책을 출간하였고, 이번 책도 그 중에 하나이다. 책이 주는 효익은 정보 전달에만 있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느끼고 동참하며 읽는 내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주게 하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미친 사회에 느리게 걷기" 는 내게 탄산수와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조지 쉬언이 걷기는 인간의 자유를 회복하는 활동이라고 한 것처럼 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항상 귀에 이어폰을 꼽고 거리를 걷는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에 날씨를 보며 홍제천을 산책하지만 예전에는 1시간 동안 걷는 것만으로 마음속의 근심과 두려움, 걱정이 모두 사라지곤 했다.
이처럼 걷는다는 것, 그것도 바쁘고 미친 것과 같은 사회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들여 걷는다는 것은 돈 들이기 않고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단지 걷기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건강을 위한 음식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아래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1년의 다이어트 성공기를 작성할 만큼 기록에 열정적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걷는 것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 것일까? 특히 가족들과의 일상을 공유하지 않고 홀로 고행을 하는 것 처럼 걷는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것과 다 손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의 구불구불한 길을,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간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 속에서 나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영적인 교류와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때론 걷는 다는 행동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닌게 바쁜 세상 속에 휩쓸리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만 빠져드는데 이는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살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은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지 못하고 돌아보지 못하면 결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저자와 나의 공통분모는 기독교 신앙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 있기도 한데 이는 나에게 있어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법학을 전공한 나도 저자와 같은 고민을 그리고 직장생활과 일상에서 나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를 항상 갖고 있는데 여러모로 동질감을 느낀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 말한대로 걷는 사람은 세상의 구부정한 길을, 자기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간다 이 책을 계기로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기존 생각이 사치가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만의 만족과 욕심이 되지 않고 우리 가정을 이끌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수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 더욱 더 혼자만의 걷기를 실천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이 내면의 깊이가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다시한번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만들어준 청량함 속에서 거닐게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