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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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산화 지음

안전가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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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에서 펴낸 오리지널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결정적으로 나를 설레게 한 그 단어 ’사이버펑크’

못 먹어도 고

🔥만듦새

다른 말 필요 없고 표지가 이쁘다.

일러스트 ‘산호’님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또 좋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 기분 좋다.

이쁜만큼 궁금했던 건 이 그림 속 여자는 할로할로일까? 벨라일까? 아니면 의체를 가진 다른 캐릭터일까 궁금했다.

🔥리뷰

음~ 야미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맛이라고 내가 상상했던 ‘사이버 펑크’, ‘sf 장편소설’ 그 자체. 만족스럽다.

이 작품은 2018년도에 출간되었다가 약간의 수정을 거쳐 재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재출간되어 내 눈에 띄어줘서 고맙다.

sf와 로맨스라는 두 기둥이 이 소설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초반부에는 주인공 도나우벨레와 할루할로의 알쏭달쏭한 사랑이 밑반찬 정도인 줄 알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진수성찬이었다. 레이디 핑거와 사타 안다기의 사랑 싸움도 무척 귀여우면서도 절묘하게 작품에 기여한다.

이산화 작가님에게 나는 도나우벨레와 할루할로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 그 둘은 내 눈앞에서 행복해야 한다.

*

이 작품은 사뭇 진지한 메세지도 담겨있는데 주인공이 살고 있는 블랙 포레스트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에서는 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돈을 모아서 더 높은 지위를 가지는 것과 오래전 사라진 요리의 레시피를 되살리는 것, 자신의 왼쪽 다리를 의체로 바꾸는 것 등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게 꿈이야..? 싶은 것도 꿈이라고 말하는 세상. 인간과 오토마톤이 사랑하고 인간이 오토마톤이 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수많은 편견이 없는 도시다. 주인공들은 이 모든 과정 끝내고도 블랙포레스트에서 산다. 이 편견 없는 도시가 좋아서는 아닐지 예상해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벨라와 할루할로의 성별이 궁금했다. 레이디 핑거와 사타 안다기, 의체 덕후 자허토르테 모두 성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표지의 캐릭터가 궁금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여성 같아 보이는 캐릭터는 벨라일까 할루할로일까? 나의 예상은 작가의 말을 보고 아…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극중 모든 인물은 한 성별이다.

블랙포레스트 성별과 인간과 오토마톤의 구별이 없는 도시였던 것. 이런 작은 반전 또한 즐거웠다.

#오류가발생하였습니다 #안전가옥 #이산화 #사이버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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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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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2월 도서 중 하나. 다른 책들 중 유난히 정직한 제목에 이끌렸다

만듦새

크기는 평범하지만 252쪽의 가벼움!

표지부터 주인공의 직업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전부이자 느낌을 잘 전달하는 표지

감상

모든 에세이는 경험담이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에세이는 흔치 않다. 읽는 내내 깔끔하게 정리된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어 몇번이나 눈물이 났다. 카페에서 우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제목 그대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응급구조사다. 119 구급대원과 비슷해보인다. 직업상 당연히 위급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쓴다.

작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반대로 그 일에 본인이 얼마나 큰 긴장감을 느끼고 공포를 느끼고 짜증을 느끼고 패닉에 빠지기도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순간의 감정과 그 감정의 이유를 참 잘 풀어놓았는데 이는 함께 올린 인용문으로 설명이 된다면 좋겠다.

°

또 이런 솔직함을 본인 자체에서도 드러낸다. 작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뻔뻔한 알콜중독자가 자신을 살려달라고 신고해놓고 병원으로 데려다주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하고 병원가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한다.

병원 아무도 자기 자신을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3번째 병원에 갔을 때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귀찮고 짜증이 돋을 상황에 그는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도 저렇게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에 그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그는 그 환자를 이해해버린다.

한국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캐나다로 왔더니 제대로된 일을 구하지도 못했고 닥치는대로 돈되는 것을 처분하다가 차를 처분하면 어디서 울어야 하는지 몰라 다시 차에서 우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작가는 비협조적인 자살시도 환자, 알콜중독환자를 이해해버린다.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본 사람이 무너진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적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접하기 쉽지 않은 직업에 대한 책이 아니다. 트라우마를 안겨준 일을 사랑하는 이야기와 누군가를 이해해버리는 강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눈물이 좀 필요한 날이라면 추천할 책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본 첫 사망자부터 다섯 번째 사망자까지는 그들의 이름은 물론 사망 당시 얼굴의 색깔, 자세, 심지어 냄새까지선명하게 기억했다.

그것은 내 머리가 기억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예리한 조각칼하나가 맘대로 들어와 스윽스윽 하나씩 파내며 새긴 것들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새겨진 모습들의 사망한 환자와 전혀 관계없는 때와 장소에서 아무렇게나 재생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심정지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아이가 최초 발견자인 경우 아이를 위해서라도
모든 방법을 다해 그것이 우연이 되었건 기적이 되었건,
환자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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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 홍종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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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로서 처음으로 선택한 도서이다.

돌봄이 뭐길래 당장 코앞에 재난이라고는 하는데 어떤 상태인데? 싶어서 골라본 책이다.

- 만듦새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관념과 질문에 비해 겉모습은 두껍지도 않고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뛰어들고 아차싶었지만 하차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 감상

스무 살 때 쓰러진 아버지를 10여 년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 『새파란 돌봄』 등을 쓴 ‘영 케어러’ 조기현, 국내 최초의 방문진료 전문병원 ‘건강의집 의원’ 원장이자 『처방전 없음』의 저자 홍종원, 그리고 편집자님의 대담을 인터뷰식으로 담은 책이다.

읽다보면 돌봄에 대한 문제를 어쩜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몰랐을까 싶어서 신기한 마음까지 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평이하게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 낯선 것이 많았다.

특히나 ‘영 케어러’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나도 몰랐던 내 편견 속에서 간병은 중년 여성이 남편 또는 가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시작하자마자 청년 또는 청소년 간병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를 늦게 낳고, 가족의 수가 적어졌으니 당연히 간병을 해야할 사람들도 적어지고 어려진다.

또 이 책에서 계속 지적하고 있는 가족 돌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돈이 많은 가족이 치료비를 대고 가장 어리거나 벌이가 안 좋은 사람이 간병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간병은 그렇게 청년층과 청소년에게 내려온다.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문제라는 인식도 없이 간호인을 갉아먹는다.

이들은 당연히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돈을 벌기도 어렵고 사회적으로 바라는 정상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 ‘정상의 궤도’라는 차별도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당장 영 케어러의 인생에서 정상의 궤도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가 운 좋게 피해간 ‘돌봄’은 누군가를 재난처럼 휩쓸게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돌봄의 가치’였다. 내가 막연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돌봄은 아직도 환상에 쌓여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같은 사람이 문제였다. 돌봄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헌신하게 되면 삶이 기울어지는 노동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가족으로 커버할 수 없을 만큼 늘 것이다. 하지만 간병인 또는 간호사,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가지고 싶은 직업이라기 보다는 보람으로 채워지는 일로 보인다.

대부분의 간호를 집에서 가장 어리거나 돈벌이가 시원찮은 사람들이 무료로 가족 내에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의 가치는 은연 중 낮아진다. 간병인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돌봄이 전문화되고 번듯한 직업이 되어야 나와 같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깊숙히 동감했다.

*

항상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반성하고 공부하지만 이 책이 특별했던 건 내 코앞에 일인데 몰랐기 때문이다. 분명 나도 돌봐야 할 사람이 생길 것이고 나이를 안 먹을 수 없으니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린다는 보장도 없고, 내가 아프고 죽을 때까지 그들이 내 옆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내 코앞에 문제는 나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체화하게 되는 책은 흔치않다.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관계를돌봄이라부를때 #조기현작가 #홍종현작가 #돌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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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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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자전적 SF 연작소설집이라길래 갸웃거렸던 것 같다.

정보라 작가는 공포로 익숙했던 작가이고 그 작가가 SF 연작소설집을 발표한 것도 의외였는데 자전적 SF라길래 자전..어떻게 SF가 자전적일수가 있지? 하고 바로 받아서 읽기 시작!

- 만듦새

겉보기에 신비롭고 참 이쁘다.

이 책의 첫 단편인 문어가 표지에 메인으로 등장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꿈결같은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 감상

정보라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사실 이 책의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이 책은 유머러스한 게 가장 큰 무기면서도 환경, 노동권, 동물권에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판타지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했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니 SF소설이 맞았다. 더 놀라운 건 정보라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꽤 많이 들어간 자전적 소설도 맞았다.

그러니까 기린이랑 유니콘, 오리너구리, 랫서팬더가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서 자기들끼리 살림을 꾸린 느낌. 근데 나보다 더 관리비 잘 내는….

*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 겸손해진다.

첫 번째는 “아 지구 혼자 쓰나?!” 하고 인상을 팍 쓰는 비인간의 존재가 계속 등장해서이고, 두 번째는 “사람은 사람끼리도 못살게구네” 를 절절히 잘 표현하고 있어서다.

*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편은 열 받으면 참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화를 내는 곳이 많다.

자기들도 시간 강사라서 살기 팍팍한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편한 사람이 없고 이 꼬라지로 돌아가는 노동계도 마음에 안 들고, 티비만 틀면 전쟁으로 몇 명이 죽었다고 시끌시끌하는 것도 싫고, 그 와중에 바다며 땅이며 족족 더럽히는 것도 눈뜨고 못 본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 운동을 한다. 싸워서 뭐가 되나? 이렇게 오래 싸워서 농성이나 하느라 몸도 쑤시고 나아지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라고 자조하는 이 캐릭터들이 너무 좋았다.

열 받아서 참질 못하는 성질머리가 정말 부러웠다. 나도 주휴수당을 못받고, 휴가를 보장해주지 않아서 내 연차로 휴가를 가는 회사를 다녀보았으니까, 왜 뉴스만 틀면 몇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하는지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주로 한숨으로 참았으니까.

그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계속 싸우면서도 지치기보다는 웃어넘긴다.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이 벽돌 한 조각을 쌓는 일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주인공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협찬도서 #래빗홀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정보라작가 #SF소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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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서 돈을 벌어야 친구들 앞에서 안 울 수 있나? 가족들 앞에서 다 죽은 표정을 하지 않을 수 있나? 싶어서 워크넷에 들어갔다.

ㄱ~ㅎ까지 무작정 직업들을 살펴보는데 화면해설작가가 눈에 띄었다. ㅎ까지 가서 간신히 발견한 직업을 검색했는데 관심이 갔다. 당장 교육을 들을 수도 없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책으로는 언제든 살펴볼 수 있지. 바로 구매


만듦새

평범하고 따뜻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다.

낯선 직업을 다루는 책의 표지기 때문에 편안하게 손이 갈만한 표지로 만들었을까?
만듦새보다는 내용으로 승부보는 책.


감상

다섯 명의 화면해설작가들이 쓴 직업 에세이다.

화면해설작가들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유독 가독성이 좋다.

낯선 세상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훔쳐보는 재미가 낭낭한 책이었다. 나는 이 화면해설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서 꺼낸 책이었지만 화면해설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그저 관심이 갔던 화면해설작가라는 일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연히 책에는 이 일의 고된 점도 과감없이 나오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가 보는 화면을 글로 나누는 일은 꼭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되었다.

화면해설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면 내가 고등학교 때 극작을 전공해서 단편영화를 찍고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도, 순간을 포착해보겠다고 시를 쓴 시간도 모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 같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도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도 교육 일정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꼭 교육 일정을 잡아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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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1-09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