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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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 정보라



내가 인간이라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인간이 아닌 다른 것에 이해가 필요한 지점들을 반대로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 나라는 인간은 어떤 이해를 필요로 하는가. 참나무 입장에서 인간은, 그러니까 전현옥이랑 이윤경은 그냥 ’여자 사람‘이지 않을까? 전현옥이랑 이윤경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공들여 할 이유가 있을까? 매일 같이 나무를 보면서도 기껏해야 이파리의 모양 정도의 상이를 발견할 뿐 나무는 그냥, 나무였던 지난 시간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나무는, 내가 자기를 다른 나무와 별반 다를 게 없이 본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런 나무는 어떤 기분일까?

우주 밖으로 내쫓긴 인간은 인류를 재건할 수 있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인간은, 재건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겠다)을 가진 또 하나의 인간은 생각이 다르다. 그들의 다른 생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누군가는 인류를 걱정하며 다음을 그려보는데 누군가는 그저 남은 저 인간을 먹을 궁리만 하는. 그럼 그 두 인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간을 어떤 ’부류‘로 나눈다면 전현옥은 어느 부류고, 이윤경은 어느 부류지? (소환된 이윤경 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인간이 어째서 기계가 아니냐는 물음은 기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기보다 기계가 아니어서 안타깝다는 의미로 읽힌다. 출생과 노화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기계가 말한다. 그건 인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거대한 세계와 우주 속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끝 간 데 없이 득의 양양한 인간이 실상 여기 이곳에 어떻게 존재하고,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미개한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이닥쳤다. 그래서 우리 인간이 그렇게까지 별 볼일이 없다고 말하는 소설인가? 아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앞서 읽은 소설들이 주르르 미끄러져 들이닥친다. 그래서 자꾸만 ’끝‘을 이야기했구나 저자는. 그래서 끝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구의 끝에서, 변방의 끝에서, 삶의 끝에서, 마지막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걸 말하려고 한 거였구나.

아이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대뜸 묻는다. ”엄마, 유토피아가 무슨 뜻이야?“ ’좋은 사회‘라는 말을 던지고는 뭔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사전을 찾았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나에게 묻는다. 그런 사회는 어떤 사회냐고. ’모두, 다 같이, 싸우는 사회‘라고 대답해 본다. 유가족에게 부끄럽지 않다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지금 내가 마주한 디스토피아를 조금 더 진하게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모두, 여전히, 다 같이, 싸우고 있다. 368p

인간은 그렇게까지 별 볼일 없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싸우고 있다. 그 싸움의 끝에 유토피아가 있다면 우린 얼마든지, 언제든지 그들과 함께 싸울 수 있다. 거창한 마무리에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읽은 문장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고 중간중간 빵빵 터지기도 했다. 단편은 이래야 한다는 어떤 정석을 맛본 느낌이고, 그녀가 지어나가는 SF 소설은 닥치고 봐야겠다는 결심이 선 작품이다. 독서모임으로도 안성맞춤인 소설들, 단편이라 아름다웠고, 정보라라 설득력 있었다. 무조건 강력 추천! 심심하면 정보라를 읽으세요!

@rabbithole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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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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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 F. 스콧 피츠제럴드

연작 단편집이라는 색다른 구성이 돋보인 작품집이다. 첫 작품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소설들을 읽어내려면 ’재즈 시대‘라는 1920년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볼 필요가 있다. 고전을 자주 접한 적이 없는 난 오래된 작품 속 배경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무지한 채로 읽다 보면 두꺼운 책 같은 경우는 금세 지치지만 어느 정도 배경조사를 하고 시작하면 완전하진 않지만 중심을 잡고 읽어낼 수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청소년 버전처럼 느껴진 <바질 이야기>는 ’광란의 20년대‘라 표현되는 1920년 전후, 재즈를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적 번성과 경제적 호황기 속에서 십 대 아이들 삶의 면면을 솔직하고도 강렬하게 꺼내놓았다.

인상적인 건 어른과의 세계에서 금을 그어놓고 마치 그들을 유린하는 것처럼, 따돌리는 것처럼 세계 속에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십 대 초중반의 남녀 아이들임에도 그들의 나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성과 참이 밀려난 관계와 위치에서 어른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일 뿐, 그런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청소년‘의 모습은 아닌듯했다.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화려한 반면 거칠고 막가는 느낌 또한 일정한 비율로 존재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반항심이나 치기들을 포인트로 잡고 읽으니 꽤 흥미로웠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거친 아이들, 욕망과 당장의 욕구만 있어 보였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삶을 대입해 보니 어느 정도 납득되기도 했다. 출세욕과 중산층의 화려한 삶을 동경했다는 저자의 솔직한 면면들이 여러 아이들의 모습에서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 또한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 작품을 만나면 훨씬 더 깊이 있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빛소굴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지원받은 책이다. 표지가 돋보여 책을 펼쳐 놓은 많은 찰나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읽어내기가 조금 버거웠던 책이긴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글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앞세워지고 있는 이유가 분명한 소설들이었다. 역시, 고전은 ’시대‘를 자기만의 식으로 담아내야만 하는 것인가. 덕분에 ’광란의 20년대‘까지 함께 알아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 이야기>이다. 기대된다.

@bitso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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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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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차가운 책을 택배 봉투에서 꺼내 들자마자 여러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무심히 펼친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는 ‘기적’이었다. 나는 ‘기적’이라는 단어에 왜 꽤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기적,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단순히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걷거나, 수 십억의 복권에 당첨된다 해서 기적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적은, 좀 더 이로워야 한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남편은 만난 일은 기적이 아니다. 남편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기적이다. 그 사랑이 딱히 특별할 건 없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애정의 표현이나 심신의 안정, 물질적 풍요나 안전한 미래에 대한 믿음 따위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자리에서도 나에게로 전해져오는 그 사람이 가진 애정이다. 그것은 어떤 말투나 눈빛, 행위가 아니다. 에너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전해온다.

이 책 <삶은 작은 것들로>를 읽는 내내 남편이 떠올랐다. 책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to. 종은’이라고 쓰고 메시를 보냈다. 그 페이지 속 문장 하나하나가 온전한 나의 마음이었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커다란 힘입니다’

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었고, 마땅한 생이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매 순간 찾아 헤매는 일이었다. 부모에게서도 받을 수 없었던 순수한 애정과 관심을 그 사람에게서 받았다. 부러 가져다 안겨 주는 것도 아니었고, 주고 있다 생색내지도 않았다. 그저 열린 문틈으로 보이지 않는 봄바람이 방안으로 들이차듯 살랑거리며 내 주위를 감싸는 애정이었다.

그런 애정을 받게 된 나는 이전의 모든 불행과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도 전연 두렵지 않은 무엇으로 바뀌었다. 아, 이거면 되는 거였구나. 정말 중요한 건 돈도, 직업도, 안정된 노후도, 편안한 의식주도 아닌 순수하고도 진실한 한 사람의 사랑이구나. 책을 통해 그것을 한 번 더, 제대로 확인하는 일은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삶들을 돌아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의미 있었던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은 행복이나, 기적, 감사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며 늘 보고 있다 생각하는 자연의 한 조각에서도 생과 사를 보다 더 애정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명징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추천한다.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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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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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분, 스스로를 흰종이 앞에 놓아두는 일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듯. 내면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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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우리 둘이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
변혜진.연재인 지음 / 도토리책공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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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변혜진(도토리책공방)

많은 말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책, 아이, 육아, 독서, 독모… 내 삶에서도 이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그 모두를 합쳐 놓은 <단둘이 북클럽> 같은 책을 만나면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진다.

지난날 속 아이와 나, 책과 이야기가 한데 뭉쳐져 눈덩이처럼 날아든다. 뭉칠 때는 몰랐는데, 녹아 없어질 그 얼음가루를 뜨거운 손으로 꼭꼭 주물러 뭉칠 땐 몰랐는데 어느새 단단해진 눈공들이 합쳐져 어엿한 눈사람이 되듯 아이와 나의 지난 독서와 책, 이야기와 소통이 어엿하고도 거대한 무언가가 된듯하다.

제목만으로도 예상이 되는 책이다. 딸아이와 함께 고전 읽기.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편지를 주고받으며 책을 이야기하고 책 속에서 함께 숨 쉰다. 고전이라 해서 무작정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읽은 적이 없는 무수한 고전을 이 기회에 아이와 새롭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역본이 아니면 어떻고, 그림책이면 또 어떤가. 하나의 허들을 글밥과 어휘의 수준으로만 나누지 않기를 바란다. 단, 읽어 내기 위한 자잘한 장치들에 정성과 성의를 갈아 넣기.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플랜 앞에 현재 아이와의 독서생활이 미비하거나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독자들에게 더 유의미하고도 감동적이게 읽힐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나 좋았던 건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편지로 소통하는 모녀의 책 이야기는 한편의 멋진 독후감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고받는 말속에서 서로를 향한 진한 애정과 믿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진하게 드러났다. 그거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어떻게 할래? 와 같이 납작한 질문을 툭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우리의 일인 것처럼 진지하고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지점들이 무척 따뜻하고 감동적이게 다가왔다.

이제 막 열 살이 된 나의 아이와의 책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는 책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인물과 역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작품 속 배경을 이야기하고, 저자의 국가나 시대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그것대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되는 셈이니 저자가 고전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언제고 나에게도 아이와의 책 생활을 이야기할 날이 온다면 그땐 나도 꼭 이야기하고 싶다. 그 모든 시간들이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책이라는 매개로 아이와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 끈이 결국 우리 사이를 더더욱 공고히 해주었다는 사실을. 열 살의 아이는 지금도 나의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축복이고 사랑임에 다시 한번 감사를!

@dotorybook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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