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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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까치 서포터즈3기 5월 지원도서

야만의 해변에서 – 캐럴라인 도즈 패넉

관망하는 역사, 그 속에서 경험하는 혹은 직시하는 역사. 같은 시대를 이야기 하지만 시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만들었다 싶은 문구가 있다. 바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가변적인 해석과 진실의 잠복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끊임없이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를 이 책 <야만의 해변에서>을 통해 어렴풋하게 배울 수 있었다.

작년 화제 작품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을 여러 번 읽었다. 독서모임에서 나눈 대화 중 인상적인 내용은 수녀원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크리스 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지역의 수녀원에 감금된 소녀들의 존재를 알게 된 주인공이 갈등과 타협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중 수녀원은 실제 그 시절 정부에서 운영한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적 소스를 가미했다. 소설이지만 소설이기만 한 작품이 아니기에 나눌 이야기가 넘쳐났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지상주의,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실제 그것들의 우월성은 허상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작년 어렵사리 읽어 낸 <총균쇠>의 내용과 합쳐 세계와 인종을 조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때는 맞았’던 일들을 비틀어 볼 수 있게 되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이제와 생각해 보길, 우리가 아는 건 단순하게 거기까지였다는 사실이다. 발견과 침략, 이 단순한 공식을 그때는 왜 이어 붙여 생각하질 못했나. 작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도 같은 맥락이다. 발견한 후부터는 발견한 자들에 의해 기록된다. 그 기록이 ‘역사’가 되고 기록한 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편집되어 후대로 전해진다. 인디저너스라는 표현으로 당대 무수한 원주민들의 삶을 ‘지금은 틀리다’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금세 빠져들었다.

미개하다 했던가? 언어가 관습, 전통과 신앙이 없다고 했던가? ‘식민지에서 강제적 세례는 기독교가 자행한 가장 문제적인 행위였다. 73’ 문명화와 기독교도화라는 명분으로 인디저너스의 정체성과 단일성, 나아가 온건성까지 몰살시켰던 유럽인들의 만행은 여러 파트로 나뉘어 상세하게 이야기된다. 세계사로 분류되고, 각국의 단어들이 앞다투어 나열된 책은 읽기에 어려울 것 같았지만 막상 여러 편의 소설처럼 읽을 수 있었던 건 실제 인물들의 경험과 사건을 밀도감있게 소개해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유럽의 관점에 매몰되어 백인이 신격화 되고, 인디저너스들이 누려온 복잡다단한 사료들이 하루 아침에 몰수되고 경시되는 상황들에 마음이 불편했다. 혹, 지금 이 순간도 나도 모르게 승자에 의해 쓰인 여러 학설을 의심 없이 맹신하고 있는건 아닌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kach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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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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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한강

오전 8시와 오후 5시의 빛을 좋아한다. 빛이 주는 그 특유의 따스함은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는 특별한 온기와 색채를 띤다. 조명 기구나 전구 따위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닌 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이 바로 그 시각이다.

한때, 오전과 오후 그 빛을 쫓아 춤을 추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티브이 뒤편 창문처럼 드리워진 도화지 크기의 햇살을 카메라에 담았고, 커튼이 쳐진 창살 아래 물결처럼 구불거리는 햇살 경계선에 발가락 끝을 갖다 대며 미소 짓기도 했다.





마음이 적적한 때, 빛과 노니는 시간은 그 즈음 내게 허락된 유일하고도 유한한 평온이었다. 어떤 시기에 만나는 빛과 햇살은 생의 장면을 환히 밝혀주기도 한다. 4평 남짓한 마당에 심은 그녀의 식물과 그 식물을 향해 빛살을 전달하는 거울을 떠올리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책은 그녀가 가꾸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 사이사이에도 그녀는 작은 거울을 세워두었다. 시각에 따라, 시선에 따라 그 이야기들은 다른 색채와 온도로 다가온다.

오늘은 작은 거울 속에 노오란 아침햇살을 그득 모았다. 펜션 앞마당, 능선 너머의 햇살이, 아침 7시의 햇살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직선으로 비쳐들었다. 그 날렵한 햇살이 작은 거울에 도달하니 뭉근한 주황 물감처럼 은은하게 책 주위를 감싼다.

‘소신 발언’이란 문구 뒤를 이어 ‘실망스럽다’는 소감을 밝힌 누군가의 서평을 보았다. 서평이란 말이 무색하긴 하지만 단 한 줄의 문구로 이 책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하나의 어엿한 서평이 될 수 있다. 실망스럽다는 말이 ‘소신’을 가져야 할 수 있는 말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기대가 있었기에 실망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 ‘실망’이라는 말 앞에도 작은 거울을 하나 세워주고 싶었다.

7년 동안 쓴 소설이 마무리되고, 글이 담긴 usb를 청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그녀의 글이 세상에 나와 누군가의 생에 햇살이 담긴 거울을 대어 주었다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한 줄 문구들에 조금 더 기대어보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이런, 오지랖)

마지막 ‘더 살아낸 뒤’를 읽은 후 잠시 눈을 감았다. 감은 눈두덩이 위로 접촉되는 노오란 햇살이 어둠 속에서도 명징하게 느껴졌다. 이 햇살이 있는 한, 나는 하루하루를, 그 천 일 천 일을 더 살아낼 수 있겠구나. 감사하다.

@moonj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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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말, 당당한 말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학교 고운 말 그림책
고정욱 지음, 김정은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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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말 당당한 말 - 고정욱



“엄마한테 착하게 말해야지!”
“말 예쁘게!”

나는 그런 말 한적 없다 하는 부모가 있을까? 반대로, 그런 말을 왜 하면 안 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만 대답하자면 ‘착하게’와 ‘예쁘게’ 때문이다.

말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그냥 ‘크다’는 부족해서 ‘엄청’크다는 뜻의 ‘거대’를 붙인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식의 공격이 되기도, 한 생명과 인생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말이라는 것이 가진 능력은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그래서 우린 어렸을 때부터 강조한다. 말하기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것을 알려주는 방법들은 서툴고 안일하다.

착하게 말하라는 의미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라는 말이 되겠고, 예쁘게 말하라는 의미는 상대를 배려해서 상처 주는 말은 삼가라는 뜻을 지닌다.(다른 의미로도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다) 흔히 어린아이들에게 곧잘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착하게’와 ‘예쁘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목소리를 줄이거나 끝을 올리고, 미소를 머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하는 게 착하고 예쁘게 말하는 것이라 오해하곤 한다.

모든 말에는 그 나름의 에너지가 있고, 색깔이 있고, 감정과 온도가 있다. 각각의 말에 적당한 에너지와 색깔, 온도를 입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제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아이가 누군가와 하는 대화의 모든 순간에 같이 할 수 없고, 제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막상 아이 앞에 닥친 상대와의 언쟁 중에 불쑥 튀어나와 교과서 문구처럼 정리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더 깊이 대화하고,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상황과 맥락을 읽는 힘을 키워야 한다.

착하게 말해야지 대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 해달라는 말로, 화살 같은 말이 날아와 아프니 당긴 활시위를 놓아달라는 말로, 지금 너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꼭 해야 할 말을 전해달라는 말로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예쁘게 말해야지 대신, 네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전달해 달라는 말로,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존중하니 잠시 시간을 갖고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말로, 그 말의 색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니 한 번 더 헹궈내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로 바꿔 말해야 한다.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모든 말을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려내는 것, 튀어나온 말이 본심과 다르게 나왔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재빠르게 사과하는 것, 내가 하는 말이 가진 힘을 인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각인시켰다.

“그냥 마음이 그래요.”
모든 말과, 모든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순 없다. 그럴 땐 그저 ‘그냥 그래요’라는 말 만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관계로 만들어 보기로 한다.

사람이 늘 좋을 수는 없어. 이따금, 이유 없이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때도 있어. 그럴 땐 잠시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 뭐든 다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 자꾸 물을 필요도 없어. 그냥, 그럴 때가 있구나 스스로에게 위로해 주면 돼. 자꾸만 ‘좋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는 엄만데 지금은 왜 이렇게 미운지 모르겠다고, 가족이라고 꼭 좋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운 친구와 다시 꼭 화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늘 맛있었던 슈팅스타가 오늘따라 먹기 싫어 손가락 사이로 줄줄 녹아내리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들고 있을 때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삶은 ‘그럴 때가 있는 거’라고 너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


@woorischool_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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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강두식 옮김 / 빛소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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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츠 카프카

제목만큼 명성도 신비로운 책 <성>이다. 카프카의 소설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의미가 크게 바뀐다고 한다. 특히나 그의 장편소설 <소송>과 더불어 이 책 <성>은 해석이 난해한 작품으로 사후 책의 발간을 도운 막스 브로트의 해설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는 하나 그 또한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라 실제 저자인 카프카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썼는지는 끝내 모호한 채로 세상에 선보인 소설이다.

<변신>이라는 작품을 통해 카프카의 작품에 문외한은 아니라 빼꼼 손을 대기는 했지만 부담감이 컸다. 소화는 언감생심, 그저 글자라도 다 읽어보자 호기롭게 책을 펼쳤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는 말이 어떻게보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줄거리만 좇아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어떤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책은 완결한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 부분이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중간 중간 줄을 그은 지점은 대부분 해석하기에 뭔가 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장면들이었는데 지금에 와 그것들을 다시금 톺아보니 불현듯 작중 k라는 인물이 어쩌면… 귀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말인가 싶지만서도… 용감하게 내지르자면 그가 도무지 ‘정상성’을 지닌 인간으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바르나바스의 팔장을 붙들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부터 나의 의심이 시작되었던 듯 하다. 시각 장애인도 아닌데 (직업이 측량사) 왜? 못 걸어? 앞이 안보여?

책의 해설(옮긴이 강두식)을 보면서 든 생각이 k가 들어가려 했던, 찾아가려 했던 ‘성’을 하나의 관념으로 받아들이면 끝내 들어가지 못했고,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갈 이유도 찾지 못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디론가 나아가고, 찾아가는 과정 전부를 정신없어 보이는 k를 통해 카프카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는 마을 외곽에서 머무르면서 권위층의 중심부까지 뚫고 들어가려도 애를 쓰지만 허사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성에서 해고도 당하지 않은 채 늙어간다. 이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며 그 외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다. 467p

인간 존재 속에서의 포박 상태,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구속력 같기도 하고, 이름 붙일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권력자의 손에 의해 희롱당하는 인간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467

당도할 곳이 없는데도 묵묵히, 끝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시지프의 형벌과 다를바 없는 것 같다.

@bitso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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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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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 고정욱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음악영상을 찾았다. 가수 유회승이 부르는 ‘Don’t Cry‘를 듣게 되었다. 한 때 푹 빠져서 들었던, 시대를 대표하는 락발라드 곡이다. 유회승이 열창을 하고 이어진 무대에서 실제 그 곡을 부른 원곡가수가 등장했다. 사실, 보컬 가수가 사고를 겪고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은 오래 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몸을 전혀 쓸 수 없고, 말을 할 때도 성대에 연결된 기계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본 슈가맨 무대에서는 전성기때만큼 손색없는 기량으로 노랠 해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많은 관중들 포함 M.C, 패널들이 두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눈물이 났다. 어쩌다 장애인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아니다. 신체적 장애를 얻은 그가 그것의 불편함과 불가능성을 이겨내고 가수라는 본분에서 객석의 청자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거리낌 없이 발휘하는 모습, 그 자체가 아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수 헤이즈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뭘 저렇게 까지 우나? 하는 뾰루퉁한 마음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순수한 눈물조차 동정으로만 해석되어진다는 사실이 조금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감동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조승리 작가님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시각 장애를 가진 그녀가 책을 냈다는 것이 대단하고 감동 스럽다기 보다 장애나 비장애를 떠나 그녀 자체가 가진 삶의 재료들이 눈부시고 아름다워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장애는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폭이 굉장이 넓어진다. 이 책의 저자 고정욱님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걷지 못하는 그가 대학교 입학식에서 목발을 짚고 겨우 서서 버티는데 총장이 갑자기 다리가 아프니 다들 바닥에 앉으라고 말해서 전교생이 앉았지만, 본인은 앉지 못해 저 홀로 서 있었다는 문장에서 그것을, 그 다름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구나 깨달았다. 어떻게 해도 같을 수 없다는 하나의 진리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삶과 함께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과제였다. 그래서 중요해진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것에 따라 삶의 이 끝과 저끝이 나뉘게 된다.

국문학 박사 출신 동화 작가, 소설로 신춘문예에 등단하고도 동화작가로 명성을 펼치고 이제는 작가라는 직함보다 강사(강연, 강의)로서 더 많은 일을 하고 계신 저자는 장애라는 하나의 키과 어린이를 상대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두 가지 주제를 굉장히 따뜻하게 잘 그려냈다. 스스로를 ’꼬장‘이라 부를 만큼 성격이 칼같은 면이 있지만 결국 가족과 주변인의 애정과 관심으로 늦게나마 진정 삶의 목표와 가치를 깨달았고, 함께 성장하는 사이가 ’친구‘라는 그의 말에 노란색 싸인펜으로 줄을 그었다.

걷지 못하는 그가 견문이 넓고 해박한 건 매일같이 만화책을 빌려다 준 동생과 자신을 업고 박물관을 견학 다니고, 여행을 다닌 가족들 덕분이다. 장애는 하나의 불편함일 뿐 자신을 설명하는 전체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에세이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쉽고도 친절한 문구들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나 하나만 행복하고 안전한 삶보다 모두가 조금만 행복해도 다 같이 안전한 세상을 꿈꾼다.
나 하나의 완전한 동그라미가 아닌 조금은 찌그러지고 또 부서져 나갔더라도 굴러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가 깨진 동그라미들이 서로를 밀고 당겨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따뜻했다.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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