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장 할머니 소원우리숲그림책 19
안효림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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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 할머니 - 안효림

물건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에서 죽은 아내가 사용하던 빨래 바구니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한 몸처럼 사용하던 물건은 남는다. 그 사이의 역학을 줄곳 떠올리며 물건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어떤 물건은 사용한 사람과 머문 시간 속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지닌다는 것을 어렴풋 깨달았다. 이 그림책 속 자개장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사랑이 담긴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은 덕분에 그들은 ‘망하지’ 않은 것이다.

할머니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 - 백희나>에서 할머니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선녀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할머니에게 요구룽을 건네던 아이의 얼굴이 명징하게 떠오른다. 할머니와 아이들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뭐든 다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님과는 분명히 다르다. 장롱 속 웅크린 아이에게 ‘빛나기만 하는’ 학과 나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것을 ‘어른’이라 표현하지만 여기서의 ‘어른’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성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험난하고 두려운 길을 함께 걸어 줄,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복숭아와 조개

장면 중 할머니가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침이 한가득 고였을 때 먹는 복숭아가 가장 달콤하다는 것이다. ‘바다 속에서 건져진 조개가 아름다운 자개장으로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에는 애틋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 책 뒷표지 이영옥 전통자개명장의 말 중에서’ 과즙 풍성한 복숭아처럼, 반짝이는 자개장이 될 조개처럼 우리는 오랜 ‘시간’ 속에서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정성,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난과 슬픔을 묵묵히 건너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마음 속에 있어야 할 존재

할머니는 207살이다. 주름이 자글자글한데도 체조 선수처럼 뛰어다니고, 헉헉대는 아이에게 “힘 안 들이고 거저 따면 복숭아에 씨가 없”다 이야기한다. 다리가 터질 것 같다는 아이에게 “걱정 마라, 터지만 할미가 고쳐 주마!”라 이야기하는 장면들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마음에도 자개장 할머니가 한 분 계시면 살아가는 동안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아무리 시간이 흘러 아무 소용 없다해도 누군가 터진 나의 다리를 고쳐 주고, 태권도장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 헐머니 같은 존재를 나는 무엇에서 찾아야 할까나.

#소원나무 #자개장할머니 #안효림 #책벗뜰 #독서모임 #양산독서모임 #그림책추천 #추억 #자개장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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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 103세 할머니 의사의 인생 수업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이주만 옮김 / 부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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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 #부키 @bookie_pub 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 글래디스 맥게리

근본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젊음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사람들이 흔히 믿는 바와는 달리 몸이 늙어갈수록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411

우선, 최근 읽은 건강주제 관련 에세이 중에 가장 좋았다! 올해 초 우연히 만난 책 <필사는 도끼다> 내용 중에서 ‘노년내과’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다. ‘노년’이라는 특정 집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새삼(무지하게도) 놀라웠다. 이후 저속, 고속 ‘노화’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했고, 최근 달리기를 하면서 보고 듣는 정보에서 노년에 필요한 운동과 마음가짐에 관한 내용들을 산발적으로 습득했다.

최근, 달리기에 심취한 후로 체중변화가 왔다. 조금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부러 2kg가량을 줄였고,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체지방이 줄어드니 외모에도 변화가 생긴것이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생기있어보인다, 밝아졌다등) ‘늙어보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얼굴이 헬쓱해 보인다는 것이다. 늙어보이는 것이 실제 나의 노화에 영향이 있을까? 늙어보이는 것이 왜 부정적인 반응인걸까? 반대로 ‘어려’보이는 것을 왜 트로피처럼 쳐들며 기뻐하는걸까? 따위의 질문들이 수시로 일었다.

100세가 넘은 할머니 의사가 전하는 ‘인생수업’은 행복한 인생에 필요한 건강한 생기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전인의학’이라 해서 최근 읽은 <완전 건강 상담소>를 통해 만난 용어를 한번 더 심화해서 읽은 느낌이다. 건강함의 척도와 자세를 이제는 단순한 질병의 증상이나 의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말만 ‘인생은 지금부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가 아니라 정말로 생년의 기준으로 더해가는 숫자, 즉 나이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 속에서 온전한 에너지로 만들어가는 생기, 타인과 나를 위한 온정과 사랑으로 진정한 ‘장수’를 누리자는 것이다. ‘늙어보이는’ 나는 생년 나이로 45세, 인바디 수치상 신체나이는 41세다. 모든 숫자를 다 지우고 지금 나의 건강을 어떤 척도로 나타낸다면 그래프 가장 위쪽에 점하나를 찍은 상태다.

몸의 통증이나 만성적인 질환을 염두해 약과 치료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그것과의 공존을 위해 실제적인 몸과 마음을 두루 살핀다. 타인의 삶과 시간을 기웃거리며 공유할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이웃과 설탕 한컵을 주고 받는’ 삶을 지향하며 교류하고 소통한다. 늙어가는 지금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기꺼이 시간을 나누며 하고 싶은 일을 ‘늙어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는 과정과 시간이었다고 받아들이며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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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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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 #다산 @dasanbooks 으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의 어린 어둠 - 조승리

저자가 잃어간 건 빛이었고, 빛을 걷어낸 자리엔 어둠이 남는다. 세상이 빛과 어둠 뿐이라면 하나를 완전히 잃은 그녀에게 남은 하나는,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우리들에겐 결코 넘나들 수 없는 완강한 세계이다.

그녀의 ‘어둠’은 비단 닫힌 눈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그녀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히스토리를 가리고, 소설 자체로 만나는 그녀의 글은 지난 나의 어둠, 그것도 저 아래 깊숙히 가라 앉았던 더 짙은 어둠을 보여주었다. 어둠으로 더 짙은 어둠을 ‘보여준’ 그녀의 글이 지금 나에게는 유난히 애닯게 읽혔다.

나의 어린 어둠을 이야기 하고 싶다가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경계가 모호하고, 그녀의 어린 어둠을 여러 꼭지로 나눠 읽으면서 자꾸만 마음이 시큰거렸다. 감정으로 드러내는 단어가 단정하게 쓰여진 문장에서 자꾸만 콧날을 두드린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눈물을 참을 때면 으레 손가락이 콧날위로 올라가는 나의 습관이다.

어떤 세계가 열리고 닫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지난 과거를 시간순으로, 사건순으로 읊조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령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해도 세계의 경계를 이런 솔직하고도 단정한 문체로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의 쓸모는 다하지 않았을까.

어떤 목소리와, 어떤 손가락, 또 어떤 머릿결이 생각나는 작가 조승리의 글은 보이지 않는 성분의 공기처럼, 내 안에 농밀하게 쌓인 짙고도 푸른 어둠이 작은 손짓과 입김에 날리듯 고요히 그 자리에서 존재를 알려준다.

추천한다.
(청소년 소설로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 소설 맛집이네요 ^^)

#조승리 #나의어린어둠 #연작소설 #도서지원 #책벗뜰 #책사애2586 #다산책방 #짧은소설 #책추천 #양산독서회 #책소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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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 - 소란한 세상에서 나만의 리듬이 필요할 때
신미경 지음 / 서사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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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 - 신미경

내 주변 혹은 내가 아는 ‘미경’이들은 참 부지런하다. 최측근 윤경이도, ‘미래의 경’, 미경으로 상정하면 모든 ‘경’들은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경’이라는 한 글자를 사전 검색해 보면 ‘정신적 시간적인 여유나 형편’이라는 뜻의 명사가 있다. 내가 아는 ‘경’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미지가 정리되는 듯하다.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일에는 마음 여유, 그리고 건강한 몸의 형편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바로 ‘부지런’이다. 단순하게 몸을 쓰고, 일상 속 행동을 바삐 놀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아, 부지런하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인정! 나에게 부지런함은 계획한 일을 차질 없이 치러내는 것을 뜻하고, 치러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헛되이 쓰지 않는 사람을 부지런한 사람이라 칭한다) 제목에서 풍겨난 ‘느림의 미학’이 ‘매일’이라는 단어 혹은 ‘심신단련’과 나란히 하니 뭔가 특별함이 있어 보였다. 부지런한 사람은 바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디톡스, 명상, 운동, 글쓰기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현존하는 것이 바로 몸과 마음, 즉 심신을 단련하는 일이다. 미래를 걱정해 현실을 무참히 써버리지 않고, 과거를 후회해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느라 애먼 힘을 들이지 않는다. 현존하기 위해 디지털을 멀리하고, 이른 아침 일어나 창밖을 보며 숨을 한번 몰아쉬고, 마음으로 향하는 맑음과 개운함을 위해 시작한 운동으로 현재를 살아내는 몸에 응원을 보낸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현재의 나, 나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관을 수시로 점검하며 무겁지 않은 가벼움, 그 명랑함으로 생의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무기력과 불안을 밀어낸다.

나는 ‘경’자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꽤 부지런한 사람이다. 부지런함을 삶으로 가져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이고, 그 부지런함 속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미학과 몸을 무엇보다 애정한다. 제 할 일을 다 끝낸 선홍빛 철쭉꽃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하늘을 향해 온몸을 열어 햇살과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껏 사랑받은 꽃은 아래로 떨어지며 고개를 바닥으로 내린다. 이제는 흙 속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꽃을 보며 바닥에서까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지 않으리라고, 돌아갈 곳이 포슬포슬한 흙 속이라면 그것으로 가는 것에 아무런 미련도 남지기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장, 뭔가가 하고 싶다면 그냥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되든 안 되든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설령 작심 3일일지라도 3일의 경험과 기억은 그 삶에서는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그냥, 그냥 한번 경험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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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 - 원하는 것을 얻는 확실한 방법
일레인 린 헤링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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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 – 일레인 린 헤링

‘침묵’의 양가적 의미를 진취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거기다 여성이라는 (비주류) 정체성을 가진 저자의 직업은 소통 및 갈등을 관리하는 협상 전문가이다. 비주류인 그녀가 말하는 ‘침묵’은 양가적 의미로서의 침묵에서 어느 쪽에 해당할까?

침묵에서 떠올린 단상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권력이니 시스템이니 하는 제법 거창한 해석은 차치한다. 현재 상황과 주변을 잠시만 둘러봐도 곧바로 인지할 수 있다.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 해!” 그래, 왜 그녀는 말하지 못했나? 말하지 못한 이유나 해결 방안 제시는 둘째 치고 먼저 ‘왜’, 우리는 ‘왜’를 떠올려야 한다.

말하지 않음으로 안전하거나 혹은 안전할 거라 예상되거나. 말을 함으로써 피곤해 지거나 난처해지거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거나 그것을 권력으로 이용해 함구하게 만들었거나. 다급하게 나에게 달려온 질문은 두 가지였다.

‘말하고 싶으면 하겠지’, 와 ‘말하기 싫어하는데 내가 왜 물어봐’ 평소 이 두 가지 문구를 방패처럼 사용했다. 언뜻 배려를 가장한 꽤 예의 있는 문구 같지만 실상 상대의 침묵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라는 데에 반기를 들지 못하겠다. 상대의 말이 온전히 너만의 선택이나 권리인 것처럼 밀어붙였고, 자기 권리를 챙겨 먹지 못하는, 상대가 말하지 못하는 상태나 상황을 경시한 처사다. 최근 이것을 꽤 진지하게 느낀 후로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말을 하고 싶게 혹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하나 더, 침묵함으로 저항한 경우다. 장고와 신중을 내세워 끝까지 침묵하는 것으로 상대나 상황에 한걸음 물러섰다. 단순히 반려나 중립의 의미보다는 외면과 반기에 가까웠다. 책을 읽으며 그간 맞닥뜨린 무수한 상황 속에서의 내가 오도카니 보였다. 침묵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자기 보호의 기능을 가졌지만 반대로 권력의 횡포와 공격의 기능을 함께 가졌다는 것을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택시 운전사에게 창문을 열어달라는 말하는 것으로 침묵 깨트리기 연습을 선보인다. 누군가에겐 그게 연습까지 할 일이야? 싶겠지만 나는 그녀의 용기에 십분 공감했다. 최근 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와 함께 휴식 공간에 막 들어섰는데 젊은 남성이 갑자기 바닥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 2~30M 떨어진 위치였지만 남성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직감에 나도 모르게 그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그를 향해 서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구급차를 불러 드릴까요?”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가방에 있던 물티슈를 통째 건네며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했다. “속이 좀 안 좋아서요. 혹시 휴지를 좀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바닥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화장실로 달려가 휴지를 뭉텅이로 말아 나왔다. 남성이 바닥을 닦으며 나에게 그만 가 봐도 된다고 말했지만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원하다면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성은 멋쩍게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돌아서 오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쨌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나 또한 주변에서 힐긋 거리기만 했을 텐데 용기 내어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꼭 나를 위해서만 침묵을 깨야 하는 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위해서라도 ‘목소리 근육’을 꼭 키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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