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인 이야기 2 - 최씨 왕조·上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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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승한님의 역사서인 고려무인 이야기 1편이 지난 2001년에 나온 이후에 2, 3권이 나오도록 애타게 기다렸다. 거의 매주 알라딘에 들어와서 책찾기를 했으니까 얼마나 안타깝게 기다렸는지 알 것이다. 1권의 내용이 그만큼 흥미 있고 유익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역사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역사서가 줄이어 나와 역사에 흥미를 갖고 있는 독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이덕일 님의 사화로 본 조선 역사와 당쟁으로 보는 독자 역사는 다소 전문적이지만 흥미있게 읽을 수 있고, 오국사기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는 역사소설 못지 않은 재미를 우리에게 준다. 이승한님의 고려무인 이야기는 역사에 흥미를 갖는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며, 이덕일님의 역사서와 또다른 재미를 준다.

고려 무인 이야기 2권은 1권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있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작가의 고려 역사에 대한 통찰력에도 놀랐고, 독자를 책 속에 가두는 상상력에도 매료되었다. 800년전의 역사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였다. 고려 역사는 최근 들어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KBS의 태조 왕건과 광종, 그리고 무인 정권 시대를 다루는 대하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이들 사극은 찬사와 함께 역사를 보는 치우친 사관 때문에 비판을 받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승한님의 고려무인 이야기는 무인정권을 마냥 칭찬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헌의 정권을 예로 들면 이전 무인 정권과 다른 점과 같은 점,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 권력을 넘겨주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최충헌이 정권을 잡았지만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를 나름대로 균형잡힌 시각으로 조명하며, 최충헌 정권의 부패상도 빼놓지 않고 밝힌다. 부패한 정권이면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최충헌의 공과를 냉정하게 알 수 있다.

최충헌이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지배계층인 귀족들의 이해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흥미 있었다. 교과서에서 역사를 피상적으로 배운 사람들은 무인 정권이 문인들과 긴장관계를 갖고 핍박만 한 줄 아는데 최충헌과 최이는 무인들을 우대하고 정권 유지에 이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한 당시의 종교 운동과 최씨 정권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장면이다.

최이 정권에 대한 작가의 해석도 매우 흥미 있다. 최이가 아버지 최충헌에게서 정권을 물려받은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아버지와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잘 설명하고 있다. 집권자로서 최이의 용인술도 흥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최이 정권에 대해서는 3권에 이어지기 때문에 나는 흥미를 갖고 읽고 있다. 역사에 흥미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있는 읽을거리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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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마지막 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34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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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작가가 쓴 추리 소설과 미국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을 비교하여 읽는다면 우리는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영국 작가인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애거더 크리스티의 뽀와로, 미스 마플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경찰이나 직업 탐정이 아니라 전문가적인 아마추어가 사건을 해결한다. 전문가적 아마추어는 내가 임시로 붙인 이름으로 직업 탐정이나 형사 등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전문가 못지 않은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직업 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나 경찰이 활약하는 소설이 많은 미국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점이다.

또 다른 점은 전문 추리 소설 작가가 아닌 사람이 추리 소설을 쓴다는 점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벤틀리도 그렇고, 밀른도 가끔 여가로 추리 소설을 썼다. 제프리 아처는 정치가이면서 추리 소설을 써서 성공한 경우다. 전문 추리 소설 작가가 아닌 사람의 작품은 다소 아마추어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과 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우수한 작품이 많다.

영국 작가가 창조한 탐정들은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면서 여가에 탐정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의 수사이면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애거더 크리스티의 뽀와로는 벨기에의 전직 경찰로서 영국에 건너와 여유자적하면서 놀라운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미스 마플은 시골 동네의 할머니인데 수십년동안 마을에 일어난 사건을 관찰하고 추리하여 해결한다.

벤틀리가 쓴 트렌트 마지막 사건은 전문가를 뺨치는 아마추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수작이다. 이 작품은 워낙 널리 알려진 소설로써 매니아라면 어떤 작품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화가이면서 기자인 젊은 트렌트가 신문사의 의뢰로 미국의 부호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 추리소설은 영국인과 영국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넉넉한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은 살인 사건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지적 유희라고 할 수 있다. 탐정은 우연이나 개인적인 감정 등은 배제하고 순수한 추리로써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작가들은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우수한 추리소설을 많이 창작했다. 그런데 탐정인 트렌트는 사건과 연루된 사람을 사랑하게 됨으로써 사건 해결에 방해를 받는다. 이 점은 이든 필포츠가 쓴 빨강머리 레드메인즈와 기본 설정이 같다.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는 형사는 사건 해결에 실패하고 사립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비해서 이 작품은 트렌트가 끝까지 사건을 해결하는 점이 다르다. 또 다른 점은 빨강머리 레드메인즈가 사건 수사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비교적 잘 제시하여 우수한 독자라면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비해서 이 작품은 그런 정보가 적어서 트렌트가 두 번째 수사에 착수할 무렵이 되어서야 범인을 짐작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탐정 트렌트가 사랑에 빠진 나머지 수사를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사나 사립탐정들은 사건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조사하고 끈질기게 심문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트렌트 탐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범인과 공범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몇 가지 사실만 가지고 사건을 엉뚱하게 설명하고 사건에 손을 떼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관계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조사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게 된다. 트렌트가 사건 해결의 천재라고는 하지만 미진한 수사로 사건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짜증을 내기보다는 미소를 짓게 된다.

이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돈벌이를 위한 전업작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벤틀리의 인생에 대한 여유 있는 태도의 반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은 영국인과 영국 문화의 우수성을 만끽할 수 있는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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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압 10분 - 꾹 누르면 통증이 사라지는 10분 건강 시리즈 2
구숙혜 지음, 신금순 옮김 / 넥서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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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평은 아무래도 내 개인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을 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심한 구내염으로 고생하는 집사람이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묻기에 이 책의 차례를 보았더니 마침 구내염 항목이 있었다. 구내염에 도움이 되는 구내점과 지압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집사람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열심히 지압을 하는 눈치였다. 다음 날 퇴근했더니 집사람이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신기해하였다. 지압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집사람은 구내염의 고통에서 거의 벗어난 듯하다.

구내염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약이 어찌나 독한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는 것도 고통이다. 구내염을 앓는 동안 식욕이 없어지고, 짜증이 늘어 식구들은 집사람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내염이 완치가 안 되고 조금만 피곤하거나 신경을 써도 쉽게 발병한다. 집사람은 아주 심해서 일년의 절반 정도는 구내염을 앓는 듯하다. 책을 살 때만 해도 이런 구내염의 고통을 완화시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워낙 효과가 있어서 나 자신도 신기할 따름이다.

나도 몇 년 전 잠자다 심한 위통 때문에 깨어나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다. 위염 때문이었다. 약을 먹으면 그 때뿐이고 이런 통증은 가끔 찾아와서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우연히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중간에 자리한 합곡을 세게 누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다 통증이 밀려오면 합곡을 꼭 누르면 통증이 사라져서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위염을 완전하게 치료하기까지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것이 나와 지압이 만나는 처음 장면이다. 그 후에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지압을 배워두고는 했는데 이번에 신문 서평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사서 가까이 두고 있으면 도움이 될 듯했다.

지압이 만병통치약은 분명히 아니며, 전문적으로 지압을 배우지 않으면 큰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압이 어떤 질병에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에 든 집사람의 구내염과 나의 위염은 좋은 보기가 될 것이다. 가정 상비약 또는 구급약이라는 것이 있다. 책에도 가정 상비책이라는 것이 있다면 성경, 불경 등 종교서적과 함께 구숙혜님의 <꾹 누르면 통증이 사라지는 지압 10분>이라는 책을 들고 싶다. 우리가 고통을 겪지만 병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필요한 항목을 꺼내 그대로 해 보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걷다가 무릎이 아프면 보통 파스를 붙이는데 무릎 밑에 있는 내슬안과 외슬안을 양손으로 눌러보면 신기하게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침이나 천식에는 천돌이나 상렴천을 누르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이는 내가 직접 해보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권하는 바이다. 내슬안, 외슬안이나 천돌, 상렴천은 몰라도 된다. 그림만 보면 어디를 지압할지 바로 알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겪는 통증을 신기할 정도로 빨리 사라지게 하는 데에 있다. 친근감이 가는 시원한 편집, 잘 그려진 그림과 문외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친절한 설명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준다고 권하고 싶다. 어떤 전문적인 책은 너무 어렵게 써서 독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림만 보고도 따라 할 정도로 쉽게 쓴 책이므로 부담없이 사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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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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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가운데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장르가 있다. 살인 현장을 쫓아다니거나 범인을 추적하는 대신에 마치 조각그림을 맞추듯이 두뇌를 사용하여 살인사건의 범인과 진상을 밝히는 미스터리물인데 수수께끼 풀이라는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과 가장 잘 부합하고 있다.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두 가지 점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는 연역적, 또는 귀납적으로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설명하는 탐정에게 개성을 주기 위하여 괴짜이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아니면 신체적인 결함을 부여하고 있다.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안락의자 탐정은 후천적으로 장님인 캐러더스를 들 수 있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탐정인 네로 울프는 뚱보이고 괴짜이면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두 번째는 탐정 자신은 직접 현장을 쫓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친근감 있는 조수를 두는 점이다. 아무리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점을 모르고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는 어렵다. 세부적인 점을 모르고서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가 십상이리라.

그래서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때로는 탐정을 대신해서 진실을 추구하는 조수가 필요한 것이다. 조수가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면 탐정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것이므로 대체로 조수는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거나, 기록하는 위치에 있는 상식적인 인물로 설정된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에서는 아치 굿드윈이라는 매력적인 젊은이가 조수로 등장한다.

이 미스터리의 매력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살인 사건을 심각한 범죄라기보다는 풀어야 할 퍼즐 정도로 보고 있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미스터리가 수수께끼 풀이를 본령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살인 사건은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이지 심각한 범죄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드윈의 성격 묘사나 갈등에 대한 묘사도 심각한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해서 미소를 금할 수 없다.

아치의 끊임없는 투정도 심각한 것이라기보다는 투정 정도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조수 아치는 매력적인 여성 콘스칸서 벨린이 호감을 갖고 있음에도 부인과 자녀가 있다는 거짓말로 관계를 단절시킨다. 왜 그런가하는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야 알 수 있을까?

인물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흥미 있다. 울프는 결과적으로 소시스 미뉴이 조리법을 얻기 위해 범인으로 몰린 헬로메 벨린의 혐의를 벗겨주는 것이 된다. 탐정이 무고한 사람의 혐의를 밝혀주는 이유치고는 엉뚱한 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먹는 것에 대해 집착을 보인다. 엄청난 배불뚝이인데도 먹는 것을 사양하지 않는 것은 요즈음의 상식으로는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하기는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살찐 남자를 풍채가 좋은 사람으로 부러워하는 분위기였기는 하지만.

탐정이 세계적 명요리장 앞에서 요리에 대한 연설을 한다는 착상도 재미있다. 아마추어라도 해당 분야에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으면 전문가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는가보다. 독자를 압도하는 요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설명에는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요리(주로 프랑스 요리지만)에 대한 작가의 식견은 매우 해박하고 전문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 권의 미스터리를 쓰기 위해서 작가가 기울인 노력에 아무리 경의를 표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미스터리는 몇 가지 결함을 갖고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탐정 울프는 자신이 범인이 쏜 총에 의해 부상을 입기 전에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 협력하기를 거부한다. 단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탐정의 개성을 더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미 무고한 사람의 혐의를 벗겨주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에 상당히 접근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구성이다. 몇 가지 결함을 갖고 있음에도 이 미스터리는 수수께끼 풀이에 충실한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되어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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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레드메인즈 동서 미스터리 북스 32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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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스터리매니아라고 자처한다면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를 절반쯤 읽고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해보라. 엘리리 퀸의 소설을 흉내내서. 아마도 범인을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신의 짐작이 매우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는 참으로 구성이 탁월한 작품이다. 범인이 누구라고 짐작을 할 수 있는 뛰어난 독자라도 탐정 피터 건즈가 밝히는 진상에는 허를 찔릴 수밖에 없는 플롯은 여간 재미있고 뛰어난 게 아니다.

추리 소설은 수수께끼 풀이를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지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살인자)와 피해자(피살자)가 있고 사건을 파헤치고 마지막으로 해결하고 설명하는 탐정이 있다. 그런데 살인 사건과 사건의 해결이라는 스토리를 독자에게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살인 사건과 해결 과정을 지금까지와 다르게 하지 않으면 독자로부터 2류 작품이라는 취급을 받게 된다. 학문적 업적이나 추리 소설의 플롯이나 최초의 것만이 대접을 받고, 두 번째는 아류로 잊혀진다는 점에서 같다. 작가는 영원히 남을 작품을 위해서 늘 새로운 플롯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든 필포츠의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는 나중에 등장하는 엘러리 퀸의 작품과 비교해서 플롯이 다소 떨어지는 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작품을 절반쯤 읽다보면 살인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엘러리 퀸의 작품은 아무리 뛰어난 독자라도 책을 절반쯤 읽고 범인을 찾아내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빨강 머리 레드메인즈의 플롯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대단히 변덕스럽다. 마지막 순간에 탐정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때까지 범인을 짐작조차 못하면 작가가 독자를 놀린다고 투정한다. 그러나 쉽게 범인을 짐작하면 작가와의 대결에서 범인을 알아냈으므로 좋아하기는커녕 구성이 형편없다고 투덜대기 십상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소설의 범인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탐정이 마지막에 밝힌 진상에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넘어선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며 뛰어난 독자라도 이를 미리 알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작가는 독자에게 범인을 추리해냈다는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작가는 의외의 결과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킨다. 참으로 유쾌한 타협이다.

이 소설이 다소 아쉬운 점은 인물의 성격 묘사가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범인의 성격적 결함을 애써 설명하는 데 독자는 그러려니 하지만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다. 이는 인물의 성격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뛰어난 형사가 애정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설정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너무 진부하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럴지 모르지만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보통의 독자도 짐작하는 범인을 뛰어난 형사가 놓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그리고 번역상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형사 브렌던을 자꾸 탐정이라고 하는데 현직 형사를 탐정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억지가 아닐까 한다. 그냥 형사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약간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는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플롯 설정 때문에 영원히 기억될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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