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 - 복잡한 심리전에서 무조건 이기는 설득의 프레임
조슈아 와이스 지음, 김용준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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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상대를 바꾸려 할 때, 협상은 이미 실패하고 있다.”


요즘 나는 대화를 하면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회의에서, 가족과의 대화에서, 친구와의 의견 충돌 속에서도

결국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승리 뒤에는 항상 피로가 남았다.


‘하버드 로스쿨 협상수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책이 말하는 협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래의 기술이 아니다.

그건 관계 속에서 나를 새로 이해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라, 나와 상대가 함께 버티는 방법을 찾는 일.


조슈아 와이스는 협상을 대화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침묵을 선택할 줄 알고,

상대의 말 뒤에 숨은 진짜 욕구를 읽어내는 감각.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의 낡은 대화 습관이 드러났다.

듣는 척하며 기다리던 내 차례,

상대의 말 속에 끼어드는 내 불안,

결국은 내가 옳지? 라고 되묻는 내 마음.


“협상이란, 네가 옳다는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는 방법의 탐색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함께 길을 찾는 일이 더 어렵지만,

결국 그게 인간다운 대화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하버드라는 이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 안에는 감정의 결, 말의 온도, 관계의 틈 같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협상들이 숨어 있다.


나는 이제 조금은 다르게 말하려 한다.

조금은 덜 단정하게, 조금은 더 기다리며.

이 책이 가르쳐준 건, 말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마음으로 남는 법이다.


협상이란, 결국 타인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타인을 다시 듣는 일이라는 것.


📚 《하버드 로스쿨 협상수업》

by 조슈아 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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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 심리학 - 타고난 기질과 성격으로 해석하는 당신 마음의 심리적 DNA
조연주 지음 / 북스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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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언제나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엇나가고、 오해는 쌓이고, 어느새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나는 늘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그러다 조연주 작가의 ‘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심리학’을 읽게 됐다。제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기질은 우리의 반응과 감정을 결정짓는 마음의 기본 언어다.였다. 마치 오래된 오해의 실타래가 한 올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이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다. 작가는 오랜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속 자동반응。 즉 타고난 기질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지를 구체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도망치듯 회피한다. 그 차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반응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관계들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시선이 바뀌자, 감정의 결도 함께 달라졌다.


책 속 한 구절에서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강의 끝나면 어디로 가세요?라고 묻는다. 친구 만나러요, 운동하러 가요 같은 대답이 이어지면, 작가는 마지막으로 그럼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라고 되묻는다. 그때 깨닫는다. 우리는 언제나 어딘가로 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돌아갈 마음의 집을 잊고 살아간다는 걸. 이 구절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내 마음이 자주 흔들렸던 이유는, 내가 돌아갈 집。 즉 나 자신의 기질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멀어졌던 친구 한 명을 떠올렸다. 늘 냉정하고 무뚝뚝한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지만, 책에서 말하는 회피형 기질을 이해하고 나니, 그 친구의 침묵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불안을 피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왜 저래? 대신 그럴 수 있겠다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했다.


‘기질심리학’은 단지 사람을 분류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당신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위로한다. 우리는 누구나 타고난 심리적 리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곧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 후반부에서는 브레네 브라운과 존 볼비의 연구를 인용하며 취약성과 애착의 개념을 기질과 연결해 설명한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는 부분에서 나는 무심히 눌러왔던 내 감정들이 생각났다. 불안, 외로움, 두려움… 그것들은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당신이 돌아갈 집을 찾아서’를 덮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관계의 해답은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기질을 이해하는 데 있었다. 나를 이해하는 순간,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관계는 부드럽게 흐른다. ‘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심리학’은 거창한 변화 대신 이해라는 작지만 단단한 변화를 선물한다.


지금도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이 책의 문장을 떠올린다. 기질은 마음의 기본 언어다.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그 언어를 이해할 때, 비로소 관계는 덜 아프고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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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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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입맛은 산 사람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다리아 라벨, 끝맛(Aftertaste)


이 소설의 그는 죽은 사람의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지막 한 끼를, 그 사람이 느꼈던 감정까지 그대로 느낀다.

달콤함, 짠맛, 쓴맛。 그 모든 게 기억의 언어가 된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부엌의 장면이 그려졌다.

불 위에서 기름이 튀고 냄비 안에서 소금이 녹아드는 순간.

그건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다리아 라벨의 문장은 섬세하다.

냄새, 온도, 식감이 살아 있고,

그 사이사이에 슬픔이 조용히 스며 있다.

이 소설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람들의 죽음을 맛으로 경험하면서,

점점 그 맛이 자신 안에도 남는다는 걸 깨닫는다.

죽은 이의 기억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건 기이하고 동시에 아름답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

그 안에도 어쩌면 누군가의 흔적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맛 하나에도, 잊었던 감정이 숨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결국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느끼는 맛은 지금 이 순간의 것이야,

아니면 누군가의 부재가 남긴 끝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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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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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생식기’라니. 솔직히 조금 웃겼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

이건 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자체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사이 료는 생식이라는 단어가 지닌 가장 본질적인 의미(존재의 연속성, 그 무심한 생명의 힘)을 통해, 오히려 생의 피로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쇼세이는 평범하다.

출근하고, 일하고, 밥 먹고, 퇴근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속은 이미 텅 비어 있다.

그는 점점 세상에서 멀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 말의 건조함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요즘 나도 그랬으니까.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이유를 모르겠는 피로가 쌓인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오히려 무너져 가는 느낌.

매일 해야 하는 일로 하루가 빽빽하게 채워지지만 정작 살아 있는 나는 그 틈새 어디쯤에서 희미해진다.


아사이 료는 그런 감정을 아주 담담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그린다.

감정 과잉도 없고, 위로나 희망도 없다.

그냥 인간이란 존재를 그대로 바라본다.

살아 있음이란 게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가.

책장을 넘길수록 그 문장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문장은 무표정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깊은 절망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읽으면서 나는 여러 번 내 일상을 떠올렸다.

늘 해야 할 일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정작 살아 있는 나를 느낄 틈이 없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잠시 멈춰서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존재하는 것도 삶이야.

그 한 줄이 마음을 오래 흔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살아 있음 자체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숨 쉬는 순간에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좋았던 점은 솔직함이다.

이 책은 꾸미지 않는다.

무기력, 공허, 무의미 같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요즘처럼 모두가 성장을 말하는 시대에,

그냥 버티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 담백한 시선이 오히려 위로가 됐다.

자극적인 스토리나 극적인 전환 없이 그저 인간의 피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태도 자체가 정직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작가의 시선이 너무 냉정하다.

인물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거리를 두게 된다.

조금만 더 인간적인 균열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차가움이야말로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의 우리는 다들 그렇게 냉정하게 살아남고 있으니까.

감정이 마모된 시대에 아사이 료의 인물들은 감정이 없는 척함으로써 오히려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햇빛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걸 멍하니 봤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살아 있구나.

그 단순한 사실 하나가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책이 끝나고 난 뒤에도, 문장들이 내 안에서 천천히 울렸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평범한 시간 속에서 삶의 온도를 다시 느꼈다.


‘생식기’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정직하고 조용히 파고든다.

무언가를 이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살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다.

요즘처럼 지쳐 있는 시대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게 고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말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리고 그 단순한 문장이, 어느새 삶을 다시 붙잡게 만든다.


🌿

삶은 해내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도 버틴다.

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채로.

그리고 언젠가, 이 느린 견딤이 또 다른 생을 낳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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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일기장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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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이미 쓰여 있었다. 다만 나는 그걸 오늘에서야 읽었다.”


고혜원 작가의 ‘미래가 보이는 일기장’(빅피시).

미래가 보인다는 설정은 어쩌면 낡은 판타지 장치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그 장치를 감정의 투명한 거울로 만든다.

시간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자기 마음의 결을 알아보는 이야기로.


주인공은 우연히 미래가 기록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일기장은 하루 뒤의 자신에게 닿는 편지처럼,

곧 일어날 일들을 정확하게 예고한다.

처음엔 그것이 구원의 실마리처럼 느껴지지만,

곧 예측 가능한 삶이 살아 있음의 의미를 갉아먹는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진짜로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덜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 단순한 전제를 통해

청춘의 불안과 성장의 윤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 눈길 하나, 하루의 공기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작은 감정의 파문 속에서,

인물들은 변화가 아니라 이해를 배운다.

그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깊은 울림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와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던 일.

지금 돌아간다면, 다른 말을 했을까?

그 질문이 책 속 인물의 고민과 겹쳐졌다.

아마 나도, 그 친구도

그 시절의 불안과 어색함 속에서

제각각의 일기장을 써내려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일기장은 미래가 아니라

그저 그날의 마음을 간신히 붙잡아두려는 기록이었을 테니까.


‘미래가 보이는 일기장’의 매력은,

결국 시간을 다루면서도 시간보다 마음을 더 신뢰한다는 데 있다.

미래를 바꾸는 건 큰 결심이나 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다정해지려는 작고 꾸준한 노력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청소년소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읽는 내내 오히려 어른으로서의 내가 자주 흔들린다.

나는 내일을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가?

아니, 나는 지금을 얼마나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책을 덮고 나면, 예언도, 교훈도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이 남는다.

미래를 안다는 건 결국 현재를 깊이 느끼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살기로 했다.


“우리가 바꾸려 애쓰는 건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 자신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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