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비판 극복을 위한 마음챙김 수업 -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당신을 위한 행복 워크북
숀 코스텔로 훌리.홀리 예이츠 지음, 성세희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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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비판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배우는 시간



“나는 왜 나에게 이렇게 가혹할까?”

이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면 이 책은 정말 필요한 쉼표가 될 것이다.


책 제목은 조금 심리학 교재처럼 들리지만 막상 읽어보면 전혀 딱딱하지 않다.

‘자기비판 극복을 위한 마음챙김 수업’은 심리 이론보다 실제 연습과 성찰의 경험에 더 초점을 둔 워크북이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책에서 다루는 언어 사용 방식 부분은 인상적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언어의 틀(RFT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내가 나를 어떤 말로 대하고 있는가를 직면하게 한다.


이 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지 않고 인식하고 다르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너는 충분하지 않아.”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됐잖아.”


이 소리를 무시하는 대신,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관찰하도록 이끈다.


책 속의 워크시트에는 개인적 기준, 위험 시스템과 감정, 중대한 사건 되돌아보기 등 다양한 실습 항목이 있다.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면, 나 자신을 향한 지나친 기대와 통제의 언어가 서서히 풀려간다.



나는 가족을 위해 매일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문장을 보고 이렇게 적어본다。


“나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나는 가족을 위해 정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이 단순한 문장 전환이 주는 감정의 차이는 놀랍다.

의무와 완벽주의의 긴장이 풀리고,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확신이 자리 잡는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치밀하다.

각 장의 끝마다‘연습하기 섹션이 있고

직접 손으로 적어보는 과정 속에서 사유가 내면화된다.


위험 시스템과 감정을 돌아보는 페이지에서는

최근의 괴로웠던 사건을 기록하게 한다.

그때 들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분석하면서

내가 실제로는 안전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위협 속에 밀어 넣는 습관을 깨닫게 된다.



디자인적으로도 인상적이다.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여백이 넉넉해서

필사하듯 생각을 적어내리기에도 좋다.


읽는 책이라기보다 함께 작업하는 책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짧은 마음챙김 명상 세션을 마친 기분이 든다.


추천하는사람。

늘 자신에게 엄격하거나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

사소한 실수에도 자책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내면의 목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명상, ACT(수용전념치료), 마음챙김 기반의 심리훈련에 관심 있는 사람



‘자기비판 극복을 위한 마음챙김 수업’은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완벽한 사람으로 되려는 노력 대신,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안아주는 연습을 통해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도 유연해진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자기비판을 멈춘다는 건, 나의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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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귀여우니까 -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메리버스스튜디오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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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자꾸 느려진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사람들 앞에선 괜찮은 척 웃는데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공기가 무겁다.

괜히 내가 부족한 사람 같고,

조금만 실수해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하며 자책하던 요즘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나는 꽤 귀여우니까'.

솔직히 처음엔 그냥 귀여운 그림책이겠지 싶었는데

읽다 보니 그 단순한 귀여움 속에 꽤 깊은 위로가 숨어 있었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

내 안에서 조용히, 분명히 자라는 순간이 있으니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내 안에서는 뭔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말.

그게 얼마나 다정한 문장인지,

요즘처럼 마음이 무너질 때 읽으면 진짜 가슴이 뜨거워진다.


책 속 고양이들은 느리고 서툴다.

어떤 날은 괜히 예민해서 친구에게 미안해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못 해서 속상해한다.

그런데 마지막엔 꼭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해봤잖아, 오늘의 나를 기록해.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잘한 날보다, 그냥 버틴 날을 인정해주는 문장.

나를 혼내지 않고 쓰다듬어주는 느낌.


나는 요즘 이 책을 자기 전에 한두 장씩 읽는다.

딱히 줄거리도 없고 짧은 문장과 귀여운 그림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아무 일 없는 하루라도 괜찮고 조금 흔들렸던 하루라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친구 같아서.


💜 조금 덜 흔들렸다면, 그만큼 자란 거야.

그 한 문장이 오늘의 나를 버티게 했다.

서툴러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다고

이 책은 정말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말해준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그냥 이렇게 기록해두려 한다.

나, 꽤 귀엽고, 꽤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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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거지가 국회의원
원광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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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솔직히 제목이 너무 세서 웃었다.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이라니, 이건 영화 아니야?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웃음이 점점 조용해졌다.

이건 성공 신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맨손으로 버틴 인생의 증언집이었다.


원광호는 고아 아닌 고아로,

배고픔을 친구 삼아 살던 시절의 냄새까지 솔직하게 쓴다.

그가 말하는 절규는 문학적인 장식이 아니라

정말로 배에서 울리던 절규다.

그 시절, 한 줌의 밥과 한 사람의 격려가

어떻게 한 소년의 세계를 조금씩 바꿨는지를

참 단단하게 보여준다.


📖 특히 ‘필름 한 통’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580원짜리 필름을 사서

동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장면.

그건 그냥 취미나 호기심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그는 배고픔보다 더 큰 결핍,

즉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를 채워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결혼식, 주례가 둘이라는 챕터에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결국 그는 정치보다 사람에 더 마음이 가는 인간이었다.

그게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그 허술함 때문에 신뢰가 생긴다.


책을 덮고 나니 꿈이 있으면 아직 실패한 게 아니다라는 문장이

그냥 문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여주는 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지독하게 진심인 생존의 기술이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도 깡통이 있었다.

텅 비어 있었지만 그 덕분에 뭘 담을 수 있었던 시절.

그때 나는 그게 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

이제야 안다. 그 깡통이 나를 키웠다는 걸.


결국 성공이란,

깡통을 발로 차다가 그 소리에 놀라 멈춰서서

이게 내 리듬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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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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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같은 바다를 다른 방향으로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눈발이 흩날린다.

뉴욕의 겨울, 오래된 집.

세 자매가 그 안에 서 있다.

누군가는 손에 남은 먼지를 털고,

누군가는 부엌 불빛에 기대어 있다.

말은 적고, 공기만 가득하다.

집 안의 온도가 약간씩 달라지고,

그 차이만큼 각자의 마음이 어긋난다.


작년 겨울,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던 길,

거리의 공기가 너무 차가워

그냥 숨만 쉬며 걷던 그 시간.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고,

그냥 존재만 남아 있던 그 느낌.

그게 이 소설의 리듬이었다.

말없이 버티는 삶의 속도.


'블루 시스터스'는 거대한 사건이 없다.

그 대신, 흐름이 있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고

눈빛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그 스침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누군가 울기 직전의 얼굴,

손끝의 주름,

컵에 남은 물자국 같은 이미지들이

그들의 삶을 대신 말해준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세 자매가 남겨진 집을 정리하면서 시작된다.

그 집은 마치 시간의 잔해 같고

서로의 얼굴엔 각자의 실패가 묻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함께 식탁에 앉는다.

불편하고, 서먹하지만

결국 함께 밥을 먹는다.

그 장면이 유난히 따뜻했다.


읽으며 깨달았다.

삶은 거창한 화해나 깨달음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다시 공유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 한마디 없이도,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은 살아진다.


커튼을 걷었다.

늦은 오후의 빛이 벽에 부딪혀

부서지듯 번졌다.

잠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때 느꼈다.

이 책은 나를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지금 어떤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줬다.


좋았던 점.

문장이 투명하다.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저 빛처럼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내 생각들이 한결 느려졌다.

삶의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보게 됐다.


아쉬운 점.

조금 더 거칠었으면 했다.

삶은 늘 정리되지 않은 채 남는데,

마지막은 약간 너무 잘 닦여 있었다.

그 미세한 불균질함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을 덮고,

싱크대에 남은 컵을 씻으며 생각했다.

인생은 결국,

식지 않은 커피처럼

어중간한 온도를 유지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뜨겁지도, 완전히 식지도 않은 그 중간의 시간.

그 미묘한 온도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견디고,

또 견디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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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이야기 - 생물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상징까지 목에 대한 모든 것
켄트 던랩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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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목이 자주 뻣뻣하다.

몸은 컴퓨터 앞에서 고정돼 있고,

머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하루 종일 생각만 하고 사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이 나의 일부가 아니라

그저 생각을 운반하는 도구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켄트 던랩의 '목 이야기'를 읽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목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던랩은

이 짧은 부위를 통해 생명과 의식의 연결을 탐구한다.

목은 머리와 몸을 잇는 다리이자

생각과 감정, 숨과 목소리가 오가는 통로다.

우리가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것,

하늘을 올려다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울음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

모두 목 덕분이다.

읽는 내내, 자꾸 내 목을 만졌다.

긴장하면 단단히 조이고,

불안하면 미세하게 떨리고,

말을 삼키면 뜨겁게 응어리진다.

목은 연약하지만, 그 연약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하루의 피로가 왜 목으로 몰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단순히 자세의 문제만이 아니라

머리와 몸이 따로 사는 삶의 문제였다.

책을 덮고 나서,

잠깐 핸드폰을 내려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 생각이 몸에 닿는 느낌을 느꼈다.

'목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몸의 언어를 되살려준다.

몸은 늘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걸,

생각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걸.

요즘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 목은 어떤 상태인가?

그 질문 하나로도

하루의 리듬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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