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의 눈으로 다시 배우는 티처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 - 생각이 영어가 되는 2단계 사고 학습법
조찬웅(티처조).Coleen Dwyer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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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영어가 되는 순간, 말이 막히던 나도 사라졌다.”


언어의 구조를 해석하는 일은 곧 세계를 다시 보는 일이라는 오래된 생각이 되살아났다.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사고의 프레임이며 세계관의 틀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이 책은 영어는 외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바꾸는 훈련으로 몸에 새겨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논리적 구조를 해부하듯 보여주고, 그 속에서 원어민이 실제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드러낸다. 문법은 단지 표면적인 규칙에 불과하고, 그 밑에는 감정과 의도, 사고의 습관이 흐르고 있다. Teacher Joe’s Tip에서는 이 감각의 차이를 예리하게 해체하고, Think in English에서는 독자가 그것을 스스로 재조립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make sure를 단순히 확실히 하다로 외우는 대신,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만든다는 행위의 감각으로 이해하는 순간, 영어는 완전히 다른 언어가 된다.

I’ll make sure you aren’t late.는 네가 늦지 않도록 내가 책임질게라는 적극적인 개입의 언어다. 그것은 책임과 의지의 뉘앙스, 즉 주체의 감정을 전제로 한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영어를 문법의 체계가 아니라 의미의 방향으로 읽어내는 방식을 가르친다.


나는 이 문장을 반복해 쓰며, 마치 드로잉 스케치를 하듯 언어의 리듬을 익혔다. You never know.를 적을 때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살아 있는 유연함을 느꼈다. stick to의 단단한 꾸준함, not surprisingly의 냉소적 여운. 이런 표현들은 단어의 뜻이 아니라 사유의 리듬을 담고 있다. 언어는 결국 리듬이고, 리듬은 사고의 습관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2-STEP 시스템이다.

1️⃣ 머릿속 언어 바꾸기 → 2️⃣ 입까지 연결하기.

이 단순한 구조 속에는, 사고의 체계를 언어적 반응으로 전환하는 깊은 철학이 숨어 있다. 머릿속에서 한국어식 번역을 거치지 않고, 생각이 곧 문장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처음으로 영어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된다. 그 순간, 영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또 하나의 나의 언어, 즉 또 다른 자아의 플랫폼으로 변모한다.


책은 회화 연습서를 넘어, 언어를 통한 자기 사고 구조의 재편을 다루는 일종의 인지 훈련서에 가깝다. 말하기의 기술보다는 사유의 방식을 전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어의 문장은 관계를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영어의 문장은 사건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문장의 구성뿐 아니라 생각의 순서가 달라진다.


나는 밤마다 조용히 노트를 펴고, 내가 직접 쓴 영어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었다. 문장을 따라 말하고, 말에 따라 사고가 움직인다. 어느새 영어 문장들이 내 사고의 리듬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어는 더 이상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나의 감각과 사고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결국 '티처 조의 영어식 사고 수업'은 언어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철학적 텍스트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비로소 이해했다.

생각이 바뀌면, 언어가 바뀌고, 언어가 바뀌면 세계가 달라진다.

그리고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세계관을 배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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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하루 - 공감의 뇌과학
에벨리너 크로너 지음, 곽지원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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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뇌의 하루’라는 제목이 좀 딱딱하게 느껴졌다.

과학책이라면 왠지 어려운 용어나 실험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달랐다.

에벨리너 크로너의 '뇌의 하루'는 과학책이면서도 따뜻했고, 실험보다 사람 냄새가 났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괜찮아, 뇌는 원래 그런 거야”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하루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뇌가 어떻게 일하고 쉬고 감정을 느끼는지를 보여준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뇌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화를 내거나,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실 때도 뇌는 수많은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걸 단순히 전기적 활동으로 설명하는 대신, 작가는 그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는다.

그래서 과학인데도 묘하게 시적인 기분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우리가 공감할 때, 뇌는 실제로 상대의 고통을 느낀다는 부분이었다.

이걸 읽는데 괜히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보고 괜히 마음이 아픈 이유가, 단순히 착해서가 아니라 정말 내 뇌가 그렇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니.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건 결국 생물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왠지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겨울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

햇빛이 부족하면 멜라토닌이 엉키고 피로가 쌓인다는 대목에서

작년 겨울 내내 무기력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땐 그냥 내 의지가 약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게 단순히 호르몬의 장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책 한 권이 이렇게까지 자기합리화를 도와줄 줄은 몰랐다.


음악과 예술에 관한 장도 정말 흥미로웠다.

음악을 들을 때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가 활성화된다는 부분.

그게 바로 생각이 자유롭게 떠돌게 하는 뇌의 회로라니!

나는 가끔 새벽에 이어폰으로 슈베르트를 듣는데,

그때마다 아무 이유 없이 옛날 일들이 떠오르곤 했다.

그게 그냥 감상적인 기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뇌가 자유롭게 산책하고 있던 거였다.

과학이 이런 감정의 순간을 이렇게 예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책의 끝에 가서는 좀 이상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뇌가 매일 수십억 개의 뉴런으로 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은 겸손해졌달까.

내가 나를 통제한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뇌가 나를 조용히 이끌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끔 멍하니 있다가도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뇌가 잠깐 쉬는 중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뇌는 매일 86억 개의 뉴런으로 합창을 벌인다는데,

내 뇌는 그중에서 자꾸 음정을 틀리는 테너 같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한 연주만이 음악은 아니니까.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조금 삐걱거리고 불협화음이 있어야 그게 사람의 리듬인 것 같다.

'뇌의 하루'는 그런 나의 엉뚱한 리듬마저도 따뜻하게 이해해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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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론 - Feat. 하늘의 바람
도사강현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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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도, 사람도, 나 자신조차도…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데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

이 책은 철학서이자 인생 리셋 매뉴얼 같다.

유쾌한 말투로 삶의 근본을 해체하면서,

결국 나에게 너 자신에게만 거짓말하지 마라고 다그친다.

읽다 보면, 인생이란 결국 거대한 교통사고 같은 거라는 말이 이상하게 위로된다.

부서지고, 다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비로소

“아, 이게 사랑이었구나” “이게 나였구나” 하게 되는.

나는 한참 전에 그런 사고를 한 번 겪었다.

모든 게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내 인생 최고의 전조였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본질만 남기고, 나머진 다 부숴라.’

이 문장은 나에게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구원한 주문처럼 느껴졌다.

책장을 덮고 한동안 바다 사진을 바라봤다.

어둠과 빛이 섞인 수평선 위로

조용히 비치는 햇살이 마치 내 안의 본질 같았다.

이 책은 요란한 깨달음이 아니라

잠잠히 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그런 책이다.

🌊 “진실은 밖에 있지 않다. 당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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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3 - 사바나의 여왕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3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김현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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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뉴스보다 동화가 더 현실적일 때가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매번 싸우는 세상 속에서, 문득 인간 말고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3: 사바나의 여왕'. 처음엔 귀여운 표지와 알록달록한 색감 때문에 아이들 책이겠지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이 책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 릴리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바나로 떠나는 이야기다. 그곳에는 위기에 빠진 야생동물들이 있고 릴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단순히 착한 아이의 모험담이 아니다. 작가는 사냥과 생태 파괴, 인간의 이기심 같은 주제를 어린이의 시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덕분에 읽는 동안, 현실의 뉴스보다 더 깊이 찔러오는 장면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릴리가 동물들의 말을 통역하는 방식이었다. 동물들의 언어는 사실 인간의 언어보다 훨씬 단순하고 진심이다. 슬픔은 슬픔이고, 기쁨은 기쁨이다. 릴리는 그 단순함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거짓말을 비춰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진짜 소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하지만, 과연 진심으로 듣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읽는 동안 마음이 여러 번 먹먹했다. 릴리가 만나는 사자, 기린, 코끼리, 그리고 상처 입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은유처럼 다가왔다. 그들의 고통은 어쩌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의 축소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릴리의 눈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단지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작가가 교훈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조용히 풍경과 대화를 통해, 인간의 자리와 책임을 묻는다. 릴리의 여정은 결국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넘어 타자와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이보다 오히려 어른이 더 곱씹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나니, 이상하게도 내 방의 공기가 달라졌다. 도시의 먼지 냄새 속에서도 사바나의 흙냄새가 섞여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화분 속에 시들어가던 고무나무 잎 하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나를 흘끗 쳐다본 걸까.


아마도 릴리가 그랬을 것이다. 당신도 들리죠? 세상의 모든 생명은 말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물을 조금 더 줬다. 혹시 모르잖나. 내 고무나무가 내일 아침 나를 사바나의 왕이라고 부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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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림자의 환영 3 : 조각난 하늘 전사들 6부 그림자의 환영 3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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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그려진 두 마리 고양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야 비로소 첫 장을 펼쳤다. 그들의 눈빛은 이상할 만큼 슬프고 단단했다. 세상의 무게를 다 알고 있는 존재처럼, 그러나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가려는 생명처럼.


이 책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숲속 부족 고양이들의 생존기이자 신념의 대립이다. 하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것은 명백히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다. 서로 다른 진영과 사상, 상처와 오해가 얽혀 있는 세계 속에서, 고양이들은 그 나름의 윤리와 충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충성의 방향이 엇갈릴 때, 그들은 싸우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이 믿었던 별빛마저 의심하게 된다.


별족(StarClan)의 존재는 흥미롭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자들의 기억과 믿음이기도 하다. 별족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신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와 기억이 무너지는 일이다. 이 점에서 에린 헌터는 의외로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고양이들이 별빛을 올려다보며 조언을 구하는 장면은, 인간이 신이나 양심 혹은 과거의 기억에 말을 거는 장면과 닮았다.


울더하트의 내적 혼란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인간적이다. 그는 충성과 사랑, 의무와 자아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린다. 이 고양이는 단순히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 조각난 하늘 아래 서 있는 모든 존재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 안의 균열과 마주하게 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한때 잃었던 별족. 즉, 믿음과 소속의 감각을 떠올렸다.


어릴 적 길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던 기억이 유독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때 나는 보호자도, 구원자도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그 생명에게 따뜻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되었다. '조각난 하늘' 속의 고양이들은 바로 그 순간의 신뢰 위에 공동체를 세운다.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어진 무리. 그리고 그 믿음이 흔들릴 때, 그들은 다시 별빛을 향해 묻는다. “나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가?”


이 책이 진정으로 빛나는 지점은, 싸움의 장면이 아니라 지켜내는 마음에 있다. 고양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오해하고, 떠나지만, 그 모든 과정 끝에서도 여전히 서로를 품는다. 에린 헌터는 이 단단한 유대감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피비린내 나는 생존 속에서 간신히 지켜낸 인간(혹은 고양이)의 품격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별자리처럼 오래 남는다. 불완전하고, 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존재들로.



'조각난 하늘'은 쉽게 잊히지 않는 책이다. 별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은 존재들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언젠가 우리도 그 고양이들처럼, 자신을 용서하고 새로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별빛이 아니라도 괜찮다. 그저 누군가의 발 밑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마음이면 충분하니까.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빛을 잊을 뿐.”

'전사들: 그림자의 환영 3 _ 조각난 하늘'을 읽고, 나의 밤에 새겨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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