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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ㅣ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인간은 웃음을 발명해야 했다" - 니체 아저씨, 대체 왜요?
요즘 내 일상은 딱 그랬다. 키보드 불빛 아래서 야근하고 다음 날 아침 해 뜨는 걸 보며 퇴근하는 누가 봐도 스트레스 만렙 상태. 🙄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에선 팝콘 튀듯 잡생각이 터지고 피로회복제 대신 필요한 건 강력한 멘탈 재건축이었다. 마침 책꽂이에서 이 핑크빛 표지의 깡패를 발견했다. 바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아니, 니체가 스트레스 관리라고? 처음엔 의아했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면 왠지 모르게 비장하고, 심각하고, 힘내! 더 고통스러워져!라고 외칠 것 같았다. 하지만 표지 색깔만큼이나 묘하게 끌려서 이 책과 함께 내 멘탈의 사무친 필사 여정을 시작했다.
✍️ 필사 노트 속, 니체의 '매운맛' 위로
이 책은 니체의 아포리즘(격언) 선집이라 부담 없이 툭툭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훅 들어와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나는 특히 마음에 와닿은 구절들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곱씹었다.
인간이 왜 혼자 웃는지는 아마 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너무 심히 괴로워하기에 웃음을 발명해야 했다.
이 문장 앞에서 왠지 모를 울컥함을 느꼈다. 웃음은 기쁨의 표현이라기보다, 괴로움에 대한 처절한 방어기제라는 니체의 통찰. 맞다. 사회에서 실컷 깨지고, 혼자 걸어오다 문득 이상한 유머가 떠올라 피식 웃어버리는 내 모습 같았다. 그 웃음은 슬픔을 덮기 위한 나만의 발명품이었던 거다.
또 다른 구절들은 나를 남의 시선이라는 늪에서 끌어냈다.
남의 평가에 늘 귀 기울이는 사람은 곤경에 처하기 마련이다.
실패하는 것과 맞서 싸우는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다.
매일 내가 이걸 잘하고 있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에 에너지를 낭비하던 나에게 니체는 야! 그럴 시간에 네 발로 서!라고 호통치는 것 같았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 대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통을 겪으라는 강력한 메시지. 핑크 표지 안에는 숨겨진 강철 멘탈 제조법이 들어있던 거다.
🧘♀️ 자유와 고독, 그리고 화산 위의 정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재산에 대한 니체의 시각이었다.
재산은 어느 정도까지만 사람을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만든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재산은 주인, 재산가는 노예가 된다.
새벽까지 일하며 돈... 더 많은 돈...을 외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더라. 독립을 위한 도구가 어느새 나를 묶는 족쇄가 된 건 아닌지. 니체는 내게 진정한 자유란 외부의 소유가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에서 온다는 걸 알려주었다.
결국 스트레스의 본질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 니체는 우리에게 화산의 토양 위에 작은 정원을 심으라고 조언한다. 세상의 비통함과 재앙 가까이에 있지만 그 고난의 토양 위에서 피어나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풍요로운 행복이라는 거다.
💖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니체는 절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같은 달콤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괴로움? 그건 네가 강해질 기회야!라고 외치며 채찍질한다. 이 책은 스트레스 해소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근육을 키워주는 철학적 헬스장 이용권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너무나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던 스트레스는 어쩌면 내 삶을 앞으로 밀어내는 엔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결론: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스트레스가 나를 찾아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니체 아저씨가 내 멘탈 트레이너로 뒤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에. 자네, 지금 이 정도 고통에 징징댈 텐가? 초인은 어디로 갔나!라고 외치는 것 같아... 다음 순간 바로 힘든 상황 앞에서 꼿꼿하게 허리를 펴게 된다. 하지만 사실 내 뒤에 있는 건 니체가 아니라 방금 마신 따뜻한 캐모마일 티의 여운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캐모마일 티 한 잔으로도 세상의 비통함을 견딜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자유롭다. 여러분의 화산 토양에도 곧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길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