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늙지 않는 뇌의 비밀 - 마음 챙김 명상법
김말환 지음 / 민족사 / 2025년 8월
평점 :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의 비밀
누구나 나이 들고 늙어간다는 사실을 알지만 막상 그 현실을 마주하면 마음이 불안해지곤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울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곤 했다. 왠지 모르게 축 처진 눈가와 입가, 잔주름 하나하나가 세월의 흔적처럼 느껴져서 괜히 슬퍼지더. 젊음이 영원할 것 같던 시절은 마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한 것 같았다. 괜히 친구들과 만나도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길어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예전만큼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나도 이제 늙었구나 하는 서글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나이 드는 것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던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겉표지에는 핑크색 뇌가 환하게 웃고 있고 제목은 '늙지 않는 뇌의 비밀'. 처음엔 무슨 뇌가 늙지 않아, 말도 안 돼! 하면서 웃었지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하자 마음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마음의 불안과 번잡함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이야기한다. 특히, 느리게 경험하기와 몸 스캔 같은 구체적인 명상법을 소개하는데 이게 참 신기했다. 단순히 눈을 감고 나는 평온하다를 외치는 주문 같은 명상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느리게 경험하기와 몸 스캔이라는 명상법이었다. 예를 들어,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 공기가 폐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결, 앉거나 일어나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거다.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던 내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의식하며 느껴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몸에 무심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깨의 뻐근함, 다리의 피로감, 심지어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그제야 알아차리게 된 거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이 신비롭게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내 몸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책을 읽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5분씩이라도 명상을 해봤다. 처음에는 엉뚱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뭐로 할까?, 아까 그 사람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같은 잡념들이 끝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책에서 시키는 대로 그런 생각들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그저 생각이 올라왔구나 하고 알아차린 뒤 다시 호흡에 집중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요즘은 별일이 없어도 마음이 꽉 찬 느낌이에요."라는 책 속의 문장이 내 이야기가 되어가는 걸 느꼈다. 예전 같으면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하고 걱정하던 내가 훨씬 평온해진 거다. 거울을 봐도 전처럼 슬프지 않았다.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거다. 잔주름도, 처진 눈가도, 그저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해 온 나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완벽하게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늙는다는 건 단순히 신체의 노화가 아니라 마음의 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학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고 돌보느냐에 따라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평온함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도 나는 거울을 보며 외친다. "내가 늙는다고? 에이, 뇌가 안 늙는데 뭐가 문제야! 뇌는 오히려 매일매일 더 유연해지고 현명해지고 있다고!"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말 속에는 이제 더 이상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당당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나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다. 불안했던 마음 대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운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늙어가는 과정조차도 삶의 아름다운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고 더 행복한 오늘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