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난 샹마이웨이
3cm 지음, 이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빠듯한지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침대에 몸을 눕힐 때까지, 마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내가 오늘 뭘 했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나, 괜찮은 걸까? 하고 물을 틈도 없이 다시 바쁜 흐름에 휩쓸리기 일쑤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거창한 목표나 성공담이 아닌, 지극히 사소하고 현실적인 위로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 바로 '오늘도 난 샹 마이웨이'다.
이 책의 표지를 펼치는 순간, 마음은 이미 훅 풀려버렸다. 김밥 한 줄, 그리고 무 캐릭터와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 캐릭터가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은 마치 괜찮아, 잠시 쉬어도 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 귀여움과 소박함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바쁜 현대인의 마음에 먼저 닿아 긴장을 풀어주는 묘한 힘이 있다.
거창함 대신 소소함이 주는 뭉클함
책 속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에세이에서 기대하는 깊은 성찰이나 극적인 사건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거미 한 마리, 플랭크를 하면서 중심을 잡는 무, 오래된 밥솥을 닦는 행위 등 일상의 가장 사소한 장면들이 캐릭터들의 시선과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다가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냈구나 하고 일상의 재발견을 경험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주변의 작은 것들이, 실은 우리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힘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작가는 이 평범한 순간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독자들에게 당신의 일상도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반복되는 일상 속 나만의 세계, '거미' 이야기
책 속에서 유독 마음에 깊이 남은 장면은 바로 출퇴근길의 거미 이야기였다. 매일 같은 자리에 집을 짓고 또 짓는 거미를 보면서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자리에 머물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구나.
이 구절은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는 흔히 반복을 지루함, 정체, 쳇바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반복이야말로 나를 지켜주는 견고한 울타리일 수도 있으며, 그 익숙한 테두리 안에서 나만의 미시적인 세계를 조용히 확장하고 있다는 따뜻한 위안을 전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풍경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그 안에서 오늘 내가 느끼고 쌓아 올린 감정의 층위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물건에 감정을 이입하며 얻는 따뜻한 연대, '밥솥' 이야기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밥솥 씻는 이야기였다. 그저 밥을 짓고 밥통을 닦는 지극히 평범하고 노동적인 일이 왜 그렇게 뭉클하게 다가왔을까? 힘들고 지친 날, 반짝거리는 맨쌀을 꺼내며 건네는 대사, 너네도 고생 많았지는 마치 밥을 지어준 밥솥과 쌀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바쁜 하루를 보낸 내 자신에게 건네는 다독임처럼 느껴졌다.
사소한 물건에도 따뜻한 연대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한없이 따뜻했다. 우리는 삶의 무게에 지쳐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 심지어는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을까? 이 책은 무생물과의 교감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당신의 주변 모든 것이 당신의 노력에 공감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위로를 전달한다.
오래된 수건처럼, 필요한 위로를 건네다
'오늘도 난 샹 마이웨이'를 다 읽고 나니, 정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기교나 거창한 교훈은 없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 이 책은 마치 낡아 빠졌지만 늘 손이 가는 수건 같다. 거칠고 바쁜 하루를 보낸 후, 지친 몸을 닦아주는 그 촉감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혹은 푹 꺼져버렸는데 그 위에 몸을 던지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는 오래된 이불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바쁘고 거친 하루의 끝에 잠시 기댈 수 있는 진짜 필요한 위로를 건넨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때로는 엄청난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출퇴근길 거미 한 마리, 밥솥을 닦는 행위와 같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편안하게 웃고 뭉클해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의 마이웨이도 괜찮다고, 이 책이 조용히 응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