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것은 가짜다 -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정민 지음 / 태학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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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명문장, 특히 연암 박지원의 글에 대한 해박하고 친절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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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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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의 눈부신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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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류신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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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한 편의 문화인류학 논문을 읽은 듯하다. 아니 논문이라기엔 뭣하다. 재기발랄한 실험적 문장에 웅숭깊은 얘기들을 담아내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읽는 동안 내내 작가에겐 타향인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어쩜 이토록 절절하고 애틋한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빨려들게 만든 연유를 몇 가지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우선 그의 논리 전개에 빨려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글을 왜 이런 방식으로, 또 이런 스타일의 문장으로 기술했는지를 장황하달 정도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 방법론을 따라가다 보면 지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얻을 수 있고 정서적으로 그의 생각의 결에 자연스레 공감하고 만다. 그의 논리는 모든 단계를 여과식으로 밟으며 한 지점으로 수렴되도록 몰고 가기 때문에 읽는 이들의 자발적 동의를 불러일으킨다 할까? 자신이 왜 벤야민의 방법론을 차용했는지를 밝힌 다음 이를 구현할 페르소나로 소설가 구보 씨를 설정한 연유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왜 비평과 소설의 융합 형식으로 글을 구성했는지 자신의 서술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있는 문화 비평, 소설이 된 평론인 서사 비평(epic-criticism)형식으로 이끌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순차적이고 치밀한 플로우 차트를 접하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여 그의 글은 한 편의 논문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특히 이론적 배경을 명료하게 구성하여 논리의 신뢰도를 높인 논문 말이다. 또 논문인 동시에 테마가 있는 에세이라 해도 되겠다. 경쾌한 호흡의 실험적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가 벤야민의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발터 벤야민이 시도했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파리를 걸으며 떠올린 사유 이미지를 2차 텍스트로 재현하고자 한 도시 전문 관상학자의 방법론이 서울을 잘 이해하는데 딱 안성맞춤이라고 여긴 것이다. 필자가 내세운 벤야민의 분신도 이채롭다. 내러티브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허구의 인물인 구보 씨를 설정하고 있다. 비평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어내기 위해 소설가 구보 씨를 패러디한 삼인칭 화자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구보 씨의 페르소나가 무척 마음에 끌렸다. 구보 씨는 어쩜 나의 분신이기도 한 듯했기에 말이다. 그래서 나도 기꺼이 구보 씨가 되어 아니 그의 동선을 따라 함께 걷기로 작정한다.

 

21세기 구보 씨는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입체적 인물이다. 그는 무기력한 지식인 룸펜이자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딜레탕트이면서 자기 개성과 취향을 고수하는 댄디다.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소시민이면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는다. 진보적 정치 이상을 품고 있지만 그 뜻을 실천하기에는 인성이 심약하고 기질이 우울하다. 지리멸렬한 삶에 덧없음을 느끼다가도 현실을 냉소하고, 소심하며 과대망상에 시달린다. 디지털 중독자이면서 디지털 반성자다. 문명 비평론자이면서 도회적 감수성을 향유하는 도시의 아이다.(14~15쪽)

 

다면적이고 유동적인 도시 복합체 서울을 이해하려면 이렇게 다면적인 인물이 적합할 것이다. 구보는 곳곳에서 벤야민 식 사유 이미지를 포착한다. 도서관으로 리모델링된 서울시청의 옛 청사 2층 자료실에서 구보는 상상한다. ‘서가와 서가 사이의 통로는 지식과 학문의 여신 아테나가 지나는 독서가를 유혹하는 아케이드다.(92쪽)’라거나 롯데백화점에서 ‘도서관이 지식의 소우주라면 백화점은 상품의 은하수였다.(106쪽)’며 사유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필자의 탁월한 문장력도 시선을 흡인한다. 읽다가 몇 번이나 무릎을 치곤했다. 이를테면 이른 대목에서다.

 

서울은 비정한 사실주의와 불온한 초현실주의가 길항하는 난해한 텍스트였다. 광활해서 방위를 가늠할 수 없이 막연했고 조밀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몽롱했다.(9쪽)

 

구보는 그제야 트리니티 가든, 즉 삼위일체 정원에 놓인 거대한 초콜릿 봉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간파했다. 이곳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숭고한 삼위일체가 역사하는 성소가 아니었다. 물신과 상품(물신의 아들)과 욕망(물신과 상품의 영혼)이라는 ‘소비 자본주의 삼위일체’가 역사하는 ‘신성한 심장’이었다.(113쪽)

 

문장도 아름답지만 담고 있는 텍스트의 깊이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 공감하면서 빨려들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런 미덕들을 지니고 있으니 어찌 그의 글에 매료되지 않겠는가?

 

하여 류신의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지적 목마름에 답하면서 감성의 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빼어난 작품이라 하겠다. 소논문의 품격을 지닌 지성의 결집체이자 애틋한 감성을 뭉클뭉클 솟구치게 만드는 중수필(에세이)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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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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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만 뒤에 남기고 긴 기다림만 여기 남기고… (4집 [회귀]의 한 대목)

 

너무 강한 빛을 뿜은 탓일까? 그래서 내뿜은 빛의 열기에 자신도 그만 녹아버린 것은 아닐까? 짧은 기간 그토록 집약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어버려 더 이상 버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그랬다면 어쩜 그의 죽음은 요절한 천재의 전형 같다고나 할까? 김광석, 그는 세상이 맡긴 모든 소임을 그때 이미 다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노래하는 가객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삶의 비밀스런 자락을, 노래의 절정을 스스로 맛보고 우리들에게 알려주었으니.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오롯이 다 쏟아 부었으니 미련 없이 그의 별로 돌아간 것이리라.

 

그의 노래는 시대를 넘어, 세대를 초월하여 듣고 불리어지고 있다. 심지어 비오는 날 장보러 나왔던 할머니까지도 [사랑했지만]을 듣고 아연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요즘 너무 범람하는 게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창력을 뽐내는 이들은 으레 선곡 레퍼토리로 그의 노래를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노래는 생명력이 징하달 정도로 길다 하겠다.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김광석, 그런데 그의 노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의 삶의 행적이나 의식의 괘적은 덜 알려진 편이다. 하여 어림짐작으로 짚어보기만 했는데 이번에 그 고민을 덜게 되었다. 그의 행적과 생각의 결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유고 문집 [미처 다하지 못한]을 통해서다. 노래가 아닌 글로써 그의 지난한 삶과 들끓던 내면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처음엔 진지함 반 호기심 반으로 집어 들었는데 내용을 훑다 보니 그렇고 그런 류의 식상한 책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가수의 신변잡기 정도로 녹록하게 보았다간 소중한 많은 것들을 놓쳐버릴 것 같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도드라졌던 것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과 성찰의 깊이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어떤 아픔이나 삶의 무게 그런 부분들을 나름대로의 크기로 가지고 삽니다. 대개 팔자려니, 이러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지내지요. 헌데 그 친구는 지나간 시간인데도 악착같이 견디려고 하더군요. 한쪽으론 참 바보스럽다 느껴지고 한쪽으론 상당히 부럽더군요. 그래서 친구에 대한 제 바람은 그랬습니다. 만나라. 만나서 잘되면 더더욱 좋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상황이 있고, 주변이 있고, 시간이 있어서 지나보면 사람들은 늘 변한다. 만약 머릿속에 키웠던 그 애 모습과 지금 그 애의 모습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아, 이게 아닌데 하고 뒤돌아서는 경우, 그 사람을 자기 머릿속에서 혼자 키워왔기 때문에 안 맞아떨어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건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아무리 그 차이가 심해도 서로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 결과가 어떠하든 지레 걱정하지 말고 지금 네 마음이 그렇다면 만나라.(96-97쪽)

 

친구의 고민에 답하는 현실적인 내용의 글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듯 들려주는 구어체 문장에 담긴 성찰의 무게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내면의 크기가 느껴진 대목이었다. 이렇게 곡진한 얘기를 들었다면 친구는 분명 김광석의 자장 안으로 빨려들었을 것이다. 충고대로 행동했을 게 뻔하고. (그 후일담도 본문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길...) 그런데 김광석이 이렇게 울림 깊은 얘기를 풀어나가는 중간 중간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몇 마디가 몹시도 마음에 걸렸다. 안쓰럽게도 그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하는 듯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이 새벽과 아침 사이에 잠시 암울과 침묵의 세계를 만들고 늦은 아침 햇살로 사라져버리는 안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우연과 우연 속에 벌어지는 필연들은 마치 한 밤의 꿈처럼 허망한 것일지도 모른다. (중략) 버릴 수 있는 자만이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따지기 이전에 몇몇 내 마음속에 각인되어진 아픔들을 생각한다. (중략) 내가 의도함으로 뚫려버린 가슴속의 구멍은 그대로 두련다. 혹 그 누가 찾아온다 하여도 메워지지 않을 구멍이니까.(49쪽)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가 오버랩 되었다. 뚫려버린 가슴을 안고 허망한 세상을 등져버린 그들이...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그의 노래에 담겨 있는 절절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외사랑 등에 얽힌 얘기와 이를 부를 때 그가 나타내고자 한 감성의 결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특별히 인간 김광석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채 노래로만 그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여 감성을 살리고 여운을 남기며 부르려면 그의 삶과 노래에 얽힌 곡절을 알아야 겠기에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김광석은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감하듯, 그로 말미암아 상심할 우리를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결단과 위로의 말을 함께 건넨다.

 

헤어짐과 만남이 세상의 일이라 더 큰 만남 위해

슬픔과 눈물을 여기에 모아 눈부신 헤어짐에 (244쪽)

 

노랫말처럼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들려주고 싶다. 김광석, 그대 때문에 한 시절, 아니 온 생애에 걸쳐 위로받고 일어날 수 있었다고, 당신의 에너지를 나 혼자만 흠뻑 받은 것 같다고, 그러고도 당신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고 사과와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그가 뿜은 광휘가 너무 눈부셔 한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긴 기다림에 지쳐 나 또한 생의 끈을 놓을 뻔 한 적도 있었다고 슬며시 고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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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래프 디자인
스티븐 M. 코슬린 지음, 정혜경.이승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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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래프 디자인]이라는 제목에 딱 부합되는 내용이다. 그래픽의 이론적 배경이나 역사적 변천 등 학술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 혹은 그래프 소비자의 시각과 지각에 호소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파워포인트 작업으로 업무 성과를 부각시키려 하는 사무원이나 소비자의 소구력을 높이기 위해 인상적인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관련 업계에 요긴한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의 포인트는 5쪽에 나와 있는 다음 구절에 함축되어 있다.

 

"좋은 그래픽은 당신을 독자와 연결하고, 그들의 관심을 시각표현으로 유도하고, 이해와 기억을 증진시켜 주어야 한다."

 

독자, 혹은 소비자의 관심과 이해를 특정 메시지에 집중하여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래픽이 이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특히 유의해야 할 점으로 필자는 다음 사항을 지적한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당신의 시각 표현은 한 눈에 이해되고 노력 없이 기억되어야 한다. 지각과 인지에 대한 주요 사실들을 잘 활용하면 한 눈에 이해되고 노력 없이 기억될 수 있다.(17쪽)

 

착시하기 일쑤고 지각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대상인 독자와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선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래프를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여러 사례에 걸쳐 나쁜 예와 좋은 예를 대비시키고 있다. 특히 162쪽과 163쪽의 사례는 개체를 묘사하거나 그에 적합한 라벨을 붙여 초보자라도 한 눈에 그래픽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사례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처럼 이 책은 구체적인 항목별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소비자들을 흡인하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언급하고 있는 팁들은 다 활용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실무 작업을 할 때 꺼내서 두고두고 활용할 만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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