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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전 - 자크 아탈리의 미래 읽기
자크 아탈리 지음, 정혜원.편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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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등에 대한 의문 내지 걱정은 의식 있는 이라면 한번쯤 해 보았음직한 화두일 것이다.
여기에 그러한 의문을 시원하게 해결하여 우리의 걱정을 가시게 해 줄 명쾌한 길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이 그것이다.

아탈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로 사전적 용어 해설의 방법을 통해서이다.
신세대들에게는 많은 전제를 묵묵히 검토한 끝에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부인할 수 없는 '참'인 명제를 구성해내는 연역적 사고 과정은 감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전체를 내적인 논리 일관성에 따라 통독, 검토하는 방식의 글보다는 순발력 있게 전혀 관련 없는 것들마저 경쾌한 호흡으로 아우르는 방식의 글쓰기가 되어야 그들에게 읽혀지고 의식에 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Web상에서의 Multi media surfing 처럼 말이다.

가볍게 즐거이 이곳 저곳 둘러보는 가운데 어느덧 미래 사회의 양상이 선명하게 그려지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자크 아탈리.
그러면서도 엄밀한 내적 논리 일관성으로 치밀하지 못한 우리의 지적인 역량을 자각하게 하며, 심정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감하게끔 그리하여 감정이입으로 읽게끔 몰고 가서 그의 정신 세계에 흠뻑 빠지도록 만드는 자크 아탈리.
진정 시대의 스승으로 사숙하고픈 먼저 깨우친 자 자크 아탈리.

그리하여 좋은 책은 우리의 지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정서와 의지적인 면도 단련시킴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해 준 그의 명저 <21세기 사전>의 일독을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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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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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감어수 감어인'이라 했던가. 홍세화라는 거울에 비춰본 나와 우리 사회의 모습은 한마디로 일그러진 괴형이었다. 그런데 이런 한심한 모습을 왜 진작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홍세화와 같은 맑고 고결한 영혼을 접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적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토양에서 그동안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하여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며 까닭없이 남을 증오하고 생각도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살아온 삶이었기에 그러할까. 이러한 의문이 들게끔 아직도 때묻지 않은 신선한 정신세계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그의 글에 흠뻑 취해 모처럼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편이라 할 수 있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는 다소 격정적으로 그의 시련의 나날들을 그려 공감을 불러일으키더니 이번 글에서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는지 시대와 사회에 대해 차분하게 격조있는 논평을 하고있다.

특히 프랑스와 비교되는 조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비판한 부분이 많았는데 내부자인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대한 사안들을 예의 그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엄밀하게 짚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일이기에 더 따갑게 그리고 애정이 듬뿍담긴 따뜻한 충고를 하고있다.

특히 교직자인 나로서는 프랑스의 교육정책이나 관행과 대비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지적한 부분에서 너무나 참담함을 느꼈다. 또 세대간 연대의 차원에서 정년 단축을 주장한 노조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에 와닿는 뜨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전편에 이은 예의 똘레랑스 이야기도 의미심장하였다. 자크 아탈리가 지은 <21세기 사전>에 의하면 21세기는 유목의 시대로 박애가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라 하였다. 박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똘레랑스가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자신과는 다른 타인의 삶의 방식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똘레랑스를 베풀어야만 하리라. 따라서 프랑스인 뿐만 아니고 온 인류가 똘레랑스를 의식하고 내면화하여야 유목의 세기인 미래 사회에서 마찰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똘레랑스의 방향에 대해서도 잘 지적하였다. 똘레랑스는 하향식이어야 할 것이다. 나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의 부족한 면을 너희가 참고 견디라고 강요해 왔던것 같은데 사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합당한 것이다. 나는 많은 조건을 구비한 여유있는 상태이기에 말이다.

홍세화의 이런 간곡한 생각들, 자유와 인권을 사랑하는 모든 세계인들이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고결한 정신 세계 아니 인간 본연의 숭고한 의식이 이제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북에서 남으로 한반도까지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하며 이런 기대감을 갖도록 해준 좋은 글, 즐거운 책읽기을 선사한 홍세화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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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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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에게 헌법에 나오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부분을 가르치다가 문득 '국민'이라는 용어보다는 '시민'이라는 말로 바꾸어서 주제를 이야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개칭된 연유까지 곁들여 국가주의적 논리에 옭죄어 기를 펴지 못하고 수동적인 사고와 행동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어 보자는 뜻에서였다. 자연 이야기는 국민으로서보다 한 사람의 깨어있는 인간으로 홀로 서 있었던 소로우의 생활과 그의 일화로 이어졌다.

최근 경실련이나 총선시민연대 같은 시민운동 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4.13 총선 관련 낙천,낙선 운동의 전개 과정에 있어 이들 단체들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경실련에서는 이 법에 대해 시민 불복종 운동 차원에서 법을 어기면서까지도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이의 실현을 위하여 실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서 또 나는 소로우를 읽을 수 있었다. 1세기전의 선각자가 지녔던 사고방식과 이에 근거한 의로운 결단이 이제 한국의 시민운동 단체의 행동 지침이 된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순응만 한다면 악법의 개폐는 물론이고 사회의 진보도 불가능할 것이다. 악법이라고 판명된 실정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하나의 전형으로 소로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로우에게서 나는 또 수세기전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고독한 결단끝에 죽음의 길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토마스 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헨리 8세의 철권통치하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그의 재혼에 대해 끝내 반대했던 모어는 자신의 의사를 격렬하지 않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표명을 하였다.

선의의 반대자였던 것이다. 상대방을 파멸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닌 타인과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를 위한 의분으로서 결연하게 그러나 겸손하면서 정중하게 자신의 지향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이런 모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소로우에게서 되살아난 것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골몰하고 권력에 아첨하며 주어진 구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있어 소로우는 악법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자신의 신념은 어떤 행동방식으로 표출해야 하는지,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전형을 잘 보여준 선각이요 대스승으로서 우리의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사숙해 보고 싶은 의욕이 넘치게 하는 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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