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박영률출판사 편집부 엮음 / 박영률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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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대해 구구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고 조문만 고스란히 보여주며 대신 이 시대의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는 사진을 조문 옆에 배치하여 헌법 정신이 구현될 이 나라의 실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보고자 하는 기획 의도가 내용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일견 참신하다 할 만하다. 더구나 헌법 읽기에 거의 무관심한 신세대들에게도 읽혀지는 헌법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가 상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뿐이다. 더 이상의 미덕을 발견할 수 없는 책이다. 아쉬운 점은 기획 의도가 아무리 그러하더라도 약간의 고려가 있었더라면 읽혀지면서도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헌법 조문을 열거하면서 이와 관련된 최신의 사례를 만화나 유머를 곁들여 신세대의 감각에 맞게 쿨하게 담아내어 머리에 쏙 들어오게 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은 한마디로 헌법에 대한 이해보다는 오늘의 한국의 실상을 여러 단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잘 된 사진첩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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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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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부터 보아 온 신영복 선생님은 좁은 가슴과 짧은 머리로는 담고 헤아릴 수 없는 구름 위의 스승이었다. 그런 선생님의 심원한 사려가 담겨있는 많은 저작 가운데 나는 단연 <나무야 나무야>를 최고의 절편(絶篇)으로 꼽는다. 이 책에는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지혜가 온축되어 있는 수많은 경구들이 글 속에 녹아들어 자연스레 어울리는 가운데 신영복 선생님 정신세계의 진수가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그 경구들과 이를 버무린 문장들을 혹여 다른 사람이 사용했더라면 겉멋을 부렸다던가 지적 과시에 지나지 않다던가 너무 진부하다던가 하여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터인데 선생님의 그것이기에 고스란히 의미가 살아나고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와 우리를 그의 영적인 자장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열락(悅樂)은 그 기쁨을 타버린 재로 남기고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준다.'(35쪽)
'사람은 부모를 닮기보다 그 시대를 더 많이 닮는다고 하였지만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14쪽)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78쪽)

하나같이 국토를 기행하는 가운데 떠올린 인간에 대한 애정, 사회 구조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 시대의 정서와 이념을 끌어안고 안쓰러워 하는 심정 등 간절한 마음이 아니고는 찾아내고 그려낼 수 없는 빼어난 문장들이다. 그 가운데는 물론 생태와 인간, 자연과 인위, 이윤과 정의, 개인과 시대 및 지식인의 사명 등 우리가 들 수 있을 만한 당대의 화두란 화두는 모두 녹아있다. 거대 담론의 소재들을 총람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우리의 지(知), 정(情), 의(意)의 전 분야를 두루 도야할 수 있는 가마불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여성성이 배어있는 경어투의 문체, 단아하고 짧되 놀라운 지혜가 스며있는 문장 등 잘 읽혀지면서도 의미가 실려있는 글이기에 형식과 실질 양면으로 탁월한 글이란 어떤 것인지를 전범으로 보여주고 있는 최고의 명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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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거꾸로 읽는 책 3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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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이미지와 상당 부분 중첩되어 읽혀진다.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한 스코프와 시컨스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 거의 유사한 기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의 맥락은 전혀 다른 줄기를 보이고 있다. 관점이 다른 것이다. 유시민은 부자들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는 경제학의 조류와 빈민들을 배려하고 있는 경제학의 풍토를 더불어 균형 있게 검토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나 실질적인 측면의 분석에 있어 빈민들의 그것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러기에 차가운 머리로 하는 경제학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포용하는 경제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경제학자의 동일한 이론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도 부크홀츠의 접근방법이나 현상해석 및 현실적용과는 판이한 인식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멜서스에 대한 부분에 있어 이러한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토드 부크홀츠는 기존 경제학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위대한 선각자로 멜서스를 그리고 있는데 반하여, 유시민은 빈곤 대중의 자연 도태를 주장한 멜서스를 자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냉혹한 수학적 천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관점에 입각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근본적인 인식이나 처방이 엇갈릴 수 있기에 학문적 편식은 현상의 진면목을 파악하여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는 데 심각한 해악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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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 촘스키의 신자유주의 비판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모색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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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에서 비롯되어 WTO와 IMF에 의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본 자유화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어 이 시대를 휩쓸고 사조가 신자유주의이다. 그러나 겉으로 내걸고 있는 숭고한 이념의 이면을 조금만 들추어보면 신자유주의는 인류의 공존공영도 자본 부족 국가에 대한 제한 없는 지원도 아닌 시장 전체주의적 질서임이 곧 드러난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인류의 공존공영, 국민의 복지 증진, 민족의 통합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 오로지 자기들의 이윤 추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어떤 사람이건 어떤 체제건 어떤 나라이건 가리지 않는다. 오직 영리추구에만 몰두할 뿐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이 내걸고 있는 그럴듯한 구호에 휘둘려서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촘스키의 이 저작은 긴요한 각성제가 될 것이다.

예의 적확한 논리로 신자유주의자들의 진면목을 또렷하게 보여주며 대응 방안을 심각하게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몽매한 인식의 안개가 걷히듯 또렷하게 시대의 실상을 드러내 보이고 미래의 징후를 일깨우며 우리의 지향을 가리켜주는 시대의 스승 촘스키를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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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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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조차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가 동양철학 쪽이다. 원전의 독해 불능은 물론이고 텍스트의 내용이나 맥락이 유의미하게 읽혀지지 않기에 시대 착오적인 것으로, 현시대에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되어 더욱 소원하게 여겨지는 것이 동철(東哲)이다. 동양철학 에세이는 이러한 동철의 맹점을 의식하여서 잘 읽혀지고 의미가 새록새록 오늘날에 적용될 수 있게끔 서술하고 있다. 제자백가의 여러 사조들을 개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들의 오늘날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하고 있다.

특히 압권은 공자의 중심 사상인 충(忠)과 서(恕)에 대한 부분이다. 충을 마음(心)의 중심(中)을 잡는 것으로 푼다든지 서(恕)를 마음(心)을 같이하라(如)로 풀면서 부모(祖)의 심정은 자식(孫)이 자기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를 헤아려 그 마음과 같이하라든지 자식(孫)의 심정은 부모(祖)가 자기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이하라고 해석하는 등 머리에 쏙 들어오게 일깨우고 있다. 또 그것의 의미가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하여도 그리 낯설지 않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난해한 동철에 대한 개괄적인 서핑과 그것의 작금의 현실과의 관련성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명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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