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블론드 데드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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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카니발]에 이어 국내에서 출간된 율리아 뒤랑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데 실은 안드레아스 프란츠를 널리 알린 뒤랑 시리즈물 첫 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스토리는 제목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하겠는데, 금발머리의 젊은, 아니 어린 소녀가 연쇄 살인범의 표적이 되고 이를 뒤랑 형사가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서 관내에서 9월 한 달 만에 여섯 건의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데 범인은 한결 같이 열 여섯 정도의 어여쁜 금발 소녀를 타겟으로 삼아 제의를 치르듯 살인을 저질렀는데 증거물을 거의 남기지 않아 추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스토리는 범인의 과거를 넘나들고 형사들의 가정사를 모자이크로 짜넣어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다.

그런데 특기할만 한 것은 [신데렐라 카니발]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범인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학대와 고립에 따른 심리적 억압이 반사회적 성격을 고착시켜 태연하게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냉혹한 캐릭터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뒤랑 시리즈의 한 전형이 아닐까 싶은데 곧 출간될 다른 작품을 보면 이게 스테레오 타입인지 명료해질 것이다. 비뚤어진 인성이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는 연쇄가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여러 모로 의미심장해 보인다.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성장기, 곧 성격 형성기에 범인이 처했던 환경과 상황이 결국은 범죄를 낳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범인도 결국은 피해자요 희생양이라는 견해를 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말하고 있는 셉테드 개념과 맥을 같이 한다 하겠다.

프란츠 작품의 또 하나의 경향은 그렇게 복잡한 추리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 친절한 추리작가라 하겠다. 범죄자와 이를 쫓는 경찰관들의 심리를 강조하며 자연스레 하나의 촛점을 향해 스토리를 몰고 가기 때문에 지능적인 범죄와 작가의 기묘한 플롯에 주눅이 들어 독자들이 자신의 두뇌를 탓하며 무기력해지곤 하는 일반 추리소설의 전형과는 사뭇 다르다. 끄덕이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범인이 누군지 절로 공감하게 되고 마지막엔 그에게 애틋한 연민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살짝 우려되는 것은 뒤랑 시리즈가 소재만 바꿔 계속 이런 식의 스토리 전개와 메시지로 일관된다면 식상해지지 않을까 하는 감이 없지 않다. 이도 곧 출간될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읽으려는 이들을 위해 팁을 하나 주자면 9월에 벌어진 여섯 건의 연쇄 살인사건 중 범인이 실제 저지른 것은 다섯 건인데, 다른 하나는 누가 어떤 의도로 저질렀는지 분별해가며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영 블론드들을 저주하며 제의의 희생물로 바쳤는지, 또 누가 모방 범죄로 짝퉁 사건을 일으켰는지 기대하며 열독하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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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again! 중학교 교과서로 다시 시작하는 영어회화 (기본서 + 워크북) - 혁신개정판 Try again! 중학교 교과서로 다시 시작하는 시리즈
이근철 지음 / 길벗이지톡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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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시험을 봐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부를 아주 쬐끔~은 한 것 같은데 그게 다 문법과 독해와 단어 위주의 기형적인, 실생활에 사용할 확률이 매우 낮은 공부를 위한 공부였다. 그러니 맛을 알 리 없고, 그래서 졸업한 후에는 잊고 살았고, 그렇게 손을 놓고 있다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이건 뭐~ 완전 까막눈 수준으로 퇴화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집 아이 중학교 수준 공부도 도와줄 수 없는 처지이니...

 

직장에 입사한 후에 미국과 캐나다 여행 기회가 생겼는데 그래도 영어를 배웠답시고 터무니 없는 자신감에 빠져 나가면 정말 써먹어보겠다고 단단히 별렀는데 웬걸, 미국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그만 막혀버려 버벅거리다 간신히 빠져나오는 개망신을 당했으니...여행 내내 조용히 눈으로, 고개로만 의사를 나누었다. 회화는 정말 젬병이란 걸 절감하면서.

 

그렇게 회피하고만 살았는데 불쑥불쑥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영어회화를 익히긴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엄두가 나지 않고 교재도 마땅한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던 이근철 선생의 [Try again]을 알게 되었다. 중학교 교과서로 다시 시작한다는 문구부터 솔깃했다. 내용을 살피다 이건 딱 나를 위해 준비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각 꼭지 앞부분에 팁으로 나와 있는 '그땐 그랬지'는 딱 나의 학창시절 얘기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배웠더라면'코너를 통해 질문 패턴, 대답 패턴, 필수 구문을 기초 원리에서부터 미국인들의 발음까지 정말 중학생들에게 설명하듯 정리해주고 있었다. 그때 이렇게 배웠더라면 아마 영어가 즐거웠을 것이고 회화에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고 오늘 이런 처참한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뭉클뭉클 솟구쳤다. 책 내용 중에 그나마 쉽게 눈에 들어왔던 게 동사 베스트 50이었다. 우리 때는 주로 이런 것 위주로 공부를 했으니 말이다.

 

하여간 좋은 책 만났으니 문제는 꾸준한 실천일 터, 이번엔 조급하게 굴지 말고 느긋하게 들릴 때까지 반복해보고자 한다. 워크북을 통해 핵심패턴을 정리하고 트래이닝을 따라하다 보면 언젠간 뚤릴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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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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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로서의 동철, 그러나...

 

한계에 직면한 서구 문명, 그 정신적 연원인 서양철학을 대체할 사상적 대안으로 자연스레 동철의 부상을 다들 얘기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 전지구를 지배해 온 서양철학은 분석을 위주로 하는 합리론에 기반하고 있는데 탈근대성을 보이는 요즘 이런 사고틀로는 접근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허다해지자 동철의 화해와 관계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것입니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근대성에 대한 반성이자 인류의 지향을 재설정하기 위한 성찰의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철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로는 동철의 심오한 진리를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대적 당위로서의 동철의 대두와 그에 대한 학습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대중 저변에 뿌리내리기 가 여간 녹록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학자들만 울림 없는 공리공론에 매달려 있기 십상이라 하겠습니다.

 

톡톡 튀는 얘기 속에 슬몃 녹여낸 동철

 

우리 뇌리엔 이처럼 동철에 대한 무의식적 거리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철 연구자들은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오려 할 것이라 지레짐작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 책 [인문학 명강]을 살펴보다 내가 짧아도 너무 짧았구나 하는 것을 아프게 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예단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으니까요. "논어"에서부터 "열하일기"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생동감 있게 톡톡 튀며 젊은이의 감수성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의미 따로 재미 따로 겉도는 게 아니라 적절히 어우러져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흡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고도 재미 있게 동철의 세계, 그 무궁무진한 파노라마를 펼쳐보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림을 곁들여 그리스 로마 신화와 동양의 그것을 비교한 "산해경" 편은 압권이라 하겠습니다. 동철이 이렇게 우리와 가깝고 흥미진진할 수 있구나, 학자들도 결코 노쇠한 이들처럼 활기 없이 고담준론만 늘어놓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철 강의 프로그램을 주관한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처음 기획할 때 부터 염두에 두고 추진한 컨셉이었습니다.

 

동양고전을 커피의 맛에 빗대다니...

 

얼마나 쉽고 재미 있게 얘기를 이끌고 있는가는 "논어"편에서 필자가 낸 퀴즈를 보면 실감이 날겁니다. 슬쩍 각색해서 문제 한번 내 볼게요. 정답은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기를... (보기 나갑니다. 에스프레소, 아이리스 커피, 카페라떼, 카페 모카, 아이스 커피, 캐러맬 마키아토, 카푸치노, 이상입니다.) 문제 1번. 사서삼경 중에서 인간의 성공과 실패, 가혹한 운명 처럼 쓰고 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이 "역경"인데 이를 커피 맛에 비유하자면 어떤 맛일까요?? 정답은 예, 모든 커피의 원조가 되는 쓴맛 강한 에스프레소입니다. 필자는 사서삼경의 다른 책들을 각각 어떤 커피 맛에 비유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9쪽에 나오는 퀴즈도 재미있습니다. 순자와 주희 장지동,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정답은...학문을 권하는 권학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입니다.

 

동철을 읽으면...

 

필자들은 동철이 옛 성현과 그들의 고사를 회고하고 단순히 인문 교양을 함양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기능도 수행한다고 한결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가속 없이 축 처져있는 인생의 무료함을 덜고 감속 없이 무한정 내달리는 인생의 위험함을 해소하여 균형잡힌 의식을 지니게 하는 관념적인 측면의 순기능은 물론이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필요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 라인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스토리 텔링과 글쓰기가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 동철에 기반을 둔 지적, 감성적 배경을 지닌다면 여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문학 명강]은 이런 값진 깨달음을 얻게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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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 - 로마에게 해악은 분열이 아니라, 번영이었다.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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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위시하여 로마제국 흥망의 원인을 분석한 책들은 그동안 꽤 있어 왔다. 그런데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이런 모든 근대 저작물의 전범이자 모태가 되는 기념비적 저작이라 하겠다. 연도가 앞선 것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접근 방법의 독창성이 이후에 발간된 책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관련 저작 대부분이 그의 책에 기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18세기에 씌어졌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밀한 논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게 다가온 미덕 몇 가지를 꼽아보고자 한다.

 

우선 로마 몰락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기존의 상투적인 논리를 훌쩍 뛰어넘고 있어 무척 신선하다. 로마 몰락의 원인이 전쟁 패배에 따른 제국 자체의 쇠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번영과 팽창에서 비롯되었다는 독특한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대제국을 건설한 것이 오히려 몰락의 빌미가 되었다는 분석에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발상도 그런 역발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차근차근 몽테스키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감하게 되었다 할까? 작은 도시국가 규모의 공동체일 때는 오순도순 공화정을 펼쳐나가며 수준 있는 삶을 영위하던 로마인들이 인접 국가를 정복해가며 판도가 넓어지게 되자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권위주의 지배 스타일을 채택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그들이 누렸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레 민중의 활력이 저하되었다고 분석한 대목에선 무릎을 치고 말았다. 또 정복 과정에서 획득한 부의 증가에 따라 빈부격차가 커지는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지배 스타일의 차이에 따른 당파주의도 횡행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자연스레 공동체의식의 실종으로 이어져 제국 소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논리를 펴고 있다.

 

이렇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몽테스키외는 국가의 힘이 정복의 규모나 지속적인 정복행위 수행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내부의 건강함에 좌우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가의 융성이 정복과정에서 노획한 부에 있지 않고 내부 구성원들의 도덕의식을 기반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공동체의식의 실종은 결국 집단의 건강한 생태계를 해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논리이다. 몽테스키외는 로마제국의 멸망이 특정세력의 한 번 침입 때문이 아니라 이런 모든 내적 모순들이 누적되고 그 위에 여러 번에 걸친 이민족의 침입, 이를테면 아라비아인, 투르크인, 십자군 등의 침입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렸다는 보고 있다.

 

두 번째로 짚고 싶은 것이 로마제국 몰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군데군데 드러나고 있는 몽테스키외의 정치철학이 무척 진보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면을 따져볼 때 몽테스키외는 근대 공화국을 지지한 공화주의자임이 명백하다. 계몽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루이 14세 같은 부르봉 왕조가 건재한 때에 왕정보다 공화정을 이상적 정치체제로 보았다는 점은 파격이라 하겠다. 그는 고대 로마의 미덕을 회복하자고 본 것이리라. 군주제의 불평등보다는 로마 초기 시행되었던 공화제의 평등을, 군주의 영광보다는 공화주의적 애국심을 찬탄하며 로마를 모델로 한 근대 공화국을 바람직한 정치체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들고 싶은 이 책의 미덕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한 근대적 연구 태도이다. 이 책에서 몽테스키외는 역사적 사건의 단순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건들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찾아 공통의 원인을 지적하는 등 탁월한 연구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소한 사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심장한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주류 역사학에서 소홀히 다뤄진 것들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광범위한 각주를 사용하여 정연한 논리를 펴는 등 과학적 사고에 입각한 엄정한 연구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힘 있는 문체에 실린 명료한 논리는 지금 읽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연구 보고서라 하겠다.

 

이렇게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로마 몰락의 원인을 제국의 팽창에서 찾는 독특한 접근에서부터, 깊이 있는 정치 철학적 토대에다 정밀한 근대적 연구방법의 도입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로 다른 책에서 보기 드문 미덕으로 빼곡하다. 더불어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삽화도 글의 이해를 돕고 있어 쉽고 편하게 읽혀진다. 하여 근래에 접한 인문 사회 저작 가운데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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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 Know 대한민국 경제사 청소년을 위한 Live 경제교실 3
석혜원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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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라이브 경제교실이라는 시리즈명에 딱 부합되는 책이다. 청소년용이니 눈높이를 많이 낮추어야 할 터인데 필자는 이를 잘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친근한 사례에서 비롯된 평이한 글쓰기를 통해 경제이론과 역사적 흐름을 잘 짚고 있는 것이다. 또 라이브 경제교실이라 하면 박제된 지식이 아닌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어야 제격인데 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하여 아이들에게 유용한 제대로 된 경제사 서적 하나가 나왔다 하겠다.

 

이름에 걸맞는 명실상부한 책이어서 많은 미덕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두드러지게 다가온 게 균형적인 관점에서 경제사를 기술,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신문이나 메이저 언론 경제면에서 퍼뜨리고 있는 보수 일색의 신자유주의 논의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진보적 관점에 서 있는 것 만도 아니다. 양편의 입장을 두루 소개하며 취사선택 여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를테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정책에 대해 정리한 대목에선 그의 공과 과를 고루 들고 있다.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나 전자정부, 시민 참여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열거한 다음 비정규직 양산, 실업, 지나치게 경도된 이미지 등을 아울러 들고 있다. 또 주류 경제학이 간과하고 있는 한국 경제개발 과정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전태일 열사나 세계화와 농산물 개방을 반대하며 자결한 이경해 씨 등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하여 신자유주의 경제사 구성에 익숙하여 시각이 한 쪽으로 고정된 이들에게 다른 시각도 존재함을, 그도 의미 있는 것임을 일깨워 균형적인 관점을 갖도록 넌지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미덕으로 꼽고 싶은 것은 실생활과 결부된 친근한 이야기로 어려운 경제이론 및 정책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매 장 앞부분에는 가상의, 더러는 실제 사례도 있음,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경제 정책의 변화를 쉽게 정리하고 여기에서 비롯된 고차원적 경제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별 부담감 없이 경제에 대해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다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있어 바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생생하게 이끄는 힘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경제 전반의 거시적 관점 뿐 아니라 서민생활과 밀착된 살아 있는 얘기들을 많이 들고 있어 경제가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님도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의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아니 오히려 일반 경제 서적보다 쉬우면서 더 많은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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