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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현덕 지음, 김환영 그림, 원종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속 멱살을 잡고 있는 아이는 바우, 소작농의 아들입니다.
바우에게 멱살을 잡힌 아이는 마름의 아들 경환이고요.
비록 경환의 멱살을 잡고 있기는 하나 경환보다 아래 쪽에 위치한 바우의 모습에서
마름과 소작농이라는 계층의 높고 낮음이 느껴진달까요?
주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바우와 경환이는 같은 소학교를 졸업했으나
경환이는 서울 상급 학교로 진학한 반면 바우는 집안 농사를 거들어야 했습니다.
바우는 자신의 하루하루가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경환의 하루와는 다름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틈나는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시간이 흘러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환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보다 얼굴이 하얘지고 옷차림새에 잔뜩 멋이 들어갔다는 차이만 있을 뿐 경환의 자랑질과 거들먹거리는 성품은 그대로입니다. 서울까지 가서 좋은 학교, 훌륭한 선생 밑에서 배웠으면 뭔가 달라질 법도 한데 말입니다. 경환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유행가를 부르며 어린애들을 몰고 나비를 잡는 것뿐. 소학교 내내 바우에게 성적으로 밀리던 경환이 분풀이 하듯 뻐기는 모습이 바우 눈에는 무척 거슬립니다.

한가롭게 소 먹이를 주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바우 곁으로 경환이 무리가 올라옵니다.
마침 바우 손에 있는 호랑나비를 보고 자신에게 달라는 경환과 그런 경환이 매우 못마땅한 바우.
경환이 동물 표본 숙제를 한다고 앰한 나비를 못살게 구는 탓에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나비 구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
네가 동물 표본을 만들기에 나비가 필요하다면
난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나비야.
너만 위해서 생긴 나비는 아니지.
"
바우가 뭐라고 말하건 간에 계속해서 빈정대는 경환과
경환의 그런 모습에 비위가 상한 바우. 바우는 잡고 있던 나비를 경환에게 주는 척하다가 그냥 날려 버립니다.
이로 인해 머리 끝까지 심술이 난 경환은 바우 집 식구들의 식량이 달려 있는 참외밭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바우가 아니기에 둘은 한바탕 싸움을 하게 됩니다.
마름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경환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때린 바우네 아버지를 압박하고,
아버지는 바우를 혼냅니다. 그뿐 아니라 바우의 그림 그리는 책까지 조각내어 버리지요.
애초부터 참외밭이 그리 된 것은 바우의 잘못이 아닌데
경환에게 가서 빌라는 아버지.
자신의 소중한 그림책까지 찢긴터라 바우의 마음은 억울함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화는 전혀 가라앉을 기색이 안보입니다.
나비를 잡아 경환이에게 가지 않으려거든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어제와 같은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바우는 경환이에게 머리 숙이는 일이 무엇보다 싫었습니다. 자신에게도 체면과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다,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왜 경환이에게 나비를 잡아주고 머리를 숙여야 하나... 그 생각뿐이었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우연하게 바라본 메밀밭.
누군가가 나비를 잡고 있습니다.
바우는 그 누군가가 경환이 집 머슴일꺼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바우가 그토록 야속하다 생각했던 사람,
바로 바우의 아버지였습니다.
"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기어 있던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메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
메밀밭에서 아들을 대신해 나비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바우의 독백이
가슴 속 깊이 뜨겁게 다가옵니다.
나비가 알에서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로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 것처럼
바우 역시 한 단계를 어렵게 거치고 성장했음을 바로 이 독백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요.
지금 당장 바우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고생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은 보다 더 단단하게 뿌리내릴 거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노랑 나비처럼 자유롭게 꿈을 향해 날아오를 바우를 상상해봅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