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맛 사탕 - 자꾸만 신경 쓰이는 맛 사탕의 맛
이네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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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우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누군가가 자꾸 신경 쓰인다는 이 문장 하나에

가슴이 콩콩 설레이는 경험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부터 누군가가 신경 쓰이는 것보단 거슬리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내 머릿속이 온통 '자꾸 신경 쓰이는 그 누군가'로 꽉 차버리는 기이한 일.

누군가에게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순간,

바로 첫사랑이 시작되는 그 지점...

먼 옛날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았더랬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연두맛 사탕>을 읽으며

오랜만에 그 기억들을 꺼내볼 수 있어서 참 기뻤다.

내가 가장 순수했을 때의 모습을 다시 추억할 수 있어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표지 속에 보이는 뒷모습의 여자아이는 '현수'다.

현수의 남자 짝꿍은 '지우'인데, 둘은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런데 현수는 언제부턴가 자꾸 지우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좋은 감정으로...

지우 역시 현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듯 보이는데

예기치 않은 오해로 둘의 관계가 어긋난다.


현수와 지우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이별은

그간 봐왔던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공식과 너무 비슷해서 새롭진 않다.

그러나 중학생 현수의 풋풋한 첫사랑을 엿보며

이미 어른이 된 우리지만 현수와 같은 나이, 그 시절로 잠시 타임 리프할 수 있다는 거.

그거야말로 <연두맛 사탕>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어른이 된 현수와 지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얘들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용기내어 고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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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맛 사탕>을 함께 본 열 살 딸아이는

"어, 정말 재밌네?!" 딱 한마디 해줬다.

아이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한데, 얘길 잘 안해준다. 대신 "오글거리지 않아서 좋았다."고 한마디 더 해줬다. 인심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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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현덕 지음, 김환영 그림, 원종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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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속 멱살을 잡고 있는 아이는 바우, 소작농의 아들입니다.

바우에게 멱살을 잡힌 아이는 마름의 아들 경환이고요.

비록 경환의 멱살을 잡고 있기는 하나 경환보다 아래 쪽에 위치한 바우의 모습에서

마름과 소작농이라는 계층의 높고 낮음이 느껴진달까요?


주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바우와 경환이는 같은 소학교를 졸업했으나

경환이는 서울 상급 학교로 진학한 반면 바우는 집안 농사를 거들어야 했습니다.

바우는 자신의 하루하루가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경환의 하루와는 다름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틈나는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시간이 흘러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환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보다 얼굴이 하얘지고 옷차림새에 잔뜩 멋이 들어갔다는 차이만 있을 뿐 경환의 자랑질과 거들먹거리는 성품은 그대로입니다. 서울까지 가서 좋은 학교, 훌륭한 선생 밑에서 배웠으면 뭔가 달라질 법도 한데 말입니다. 경환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유행가를 부르며 어린애들을 몰고 나비를 잡는 것뿐. 소학교 내내 바우에게 성적으로 밀리던 경환이 분풀이 하듯 뻐기는 모습이 바우 눈에는 무척 거슬립니다.




한가롭게 소 먹이를 주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바우 곁으로 경환이 무리가 올라옵니다.

마침 바우 손에 있는 호랑나비를 보고 자신에게 달라는 경환과 그런 경환이 매우 못마땅한 바우.

경환이 동물 표본 숙제를 한다고 앰한 나비를 못살게 구는 탓에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나비 구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

네가 동물 표본을 만들기에 나비가 필요하다면

난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나비야.

너만 위해서 생긴 나비는 아니지.

"

바우가 뭐라고 말하건 간에 계속해서 빈정대는 경환과

경환의 그런 모습에 비위가 상한 바우. 바우는 잡고 있던 나비를 경환에게 주는 척하다가 그냥 날려 버립니다.

이로 인해 머리 끝까지 심술이 난 경환은 바우 집 식구들의 식량이 달려 있는 참외밭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바우가 아니기에 둘은 한바탕 싸움을 하게 됩니다.

마름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경환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때린 바우네 아버지를 압박하고,

아버지는 바우를 혼냅니다. 그뿐 아니라 바우의 그림 그리는 책까지 조각내어 버리지요.

애초부터 참외밭이 그리 된 것은 바우의 잘못이 아닌데

경환에게 가서 빌라는 아버지.

자신의 소중한 그림책까지 찢긴터라 바우의 마음은 억울함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화는 전혀 가라앉을 기색이 안보입니다.

나비를 잡아 경환이에게 가지 않으려거든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어제와 같은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바우는 경환이에게 머리 숙이는 일이 무엇보다 싫었습니다. 자신에게도 체면과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다,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왜 경환이에게 나비를 잡아주고 머리를 숙여야 하나... 그 생각뿐이었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우연하게 바라본 메밀밭.

누군가가 나비를 잡고 있습니다.

바우는 그 누군가가 경환이 집 머슴일꺼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바우가 그토록 야속하다 생각했던 사람,

바로 바우의 아버지였습니다.

"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기어 있던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메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

메밀밭에서 아들을 대신해 나비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바우의 독백이

가슴 속 깊이 뜨겁게 다가옵니다.

나비가 알에서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로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 것처럼

바우 역시 한 단계를 어렵게 거치고 성장했음을 바로 이 독백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요.

지금 당장 바우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고생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은 보다 더 단단하게 뿌리내릴 거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노랑 나비처럼 자유롭게 꿈을 향해 날아오를 바우를 상상해봅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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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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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 작가의 <어떤 날, 수목원>은 여러 편의 일기를 그림과 함께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계절의 나무들과 풍경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당시 수목원을 걸으며 떠올린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글보다는 그림에 눈이 더 가는 그림책이다.


색연필 드로잉이라 책을 받아보기 전 기대했던 쨍한 초록색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그러나 며칠을 두고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나간 기억 속 풍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색연필의 흐릿함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이랄까.

비록 내게는 글과 그림이 겉돌아 기대했던만큼의 만족감은 얻을 수 없었지만 책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읽을 때마다 그 맛과 느낌이 달라지는 것. 그래서 이 책은 곁에 두고 오래 볼 요량으로 며칠 째 침대 옆 협탁에서 멋진 표지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고 잠시 책 속 초록이들을 감상하며 힐링하는데 이 책이 요즘 제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어떤 날, 수목원>에서 특별히 마음가는 문장이 있어서 적어본다.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쪼그라는 자신을 챙길 여유와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작가는 어떤 점에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여유도 되찾고 뭔가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암튼 나무는 나에게 새로운 호흡을 내뱉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나무.


길고 긴 겨울, 플랜테리어를 위해 초록식물 대신(나는 식물킬러 ㅜㅠ) 초록이 묻어나는 그림책들을 모으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햇살을 모으는 프레드릭처럼 말이다. 그 책들 속에는<어떤 날, 수목원>을 꼭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초록이 점점 그리워질 계절, 겨울을 함께 할 그림책이 혹시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_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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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작은 새 웅진 세계그림책 126
유모토 가즈미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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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었다.

늘 곰 옆에 있었던 작은 새. 작은 새가 없다는 것은 곰에게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은 영원히 함께 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어제 아침보다, 내일 아침보다, 오늘 아침"이 가장 좋다던 작은 새.

곰은 작은 새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늘 매일 찾아오는 '오늘 아침'에 함께 있어서 좋았는데...

곰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만약 어제 아침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라고.




단짝 친구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곰은

작은 상자에 새를 넣어 늘 함께 다닌다.

이를 본 다른 동물들은 안쓰러운 마음에 한마디씩 말을 건네지만

곰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곰아, 이제 작은 새는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겠지만 잊어야지."



곰이 그걸 몰라 저럴까.

이제 다시 작은 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곰을 가장 슬프게 하는 건데.

잊으라 말하면 쉽게 잊혀지던가.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져갈 뿐 온전히 잊혀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지 않나.



슬픔에 빠진 이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맞는 건지, 여전히 어렵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슬픔을 100퍼센트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

상대방의 슬픔,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조금씩 옅어질테니 그때까지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최정례 시인의 「칼과 칸나꽃」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째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최정례 , 『레바논 감정』, 문학과지성사, 2006




곰 또한 시 속 화자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깜깜한 방에 들어간 곰은 꼼짝도 안하고 앉아 있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는 동안 곰의 슬픔도 조금은 무뎌졌을까.

오랜만에 창문을 열고 바라본 바깥 풍경이 곰의 눈에 들어온다.

화창한 햇살과 풀내음 가득한 바람,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

곰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찾아온 새로운 그날, 운명처럼 곰은 들고양이를 만난다.

둘은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 한다.

곰이 들고 있는 상자 속 작은 새를 본 들고양이는 놀랍게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넌 이 작은 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

<곰과 작은 새> 중에서



그리고는 자신의 상자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곰과 작은 새를 위해 연주를 한다.




들고양이의 연주곡을 들으며 작은 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곰.

비록 곁에 있진 않아도 곰의 추억 속에선 언제나 친구로 남아 있을 작은 새를 이젠 보내주기로 결심한다.


"나 이제 울지 않을래. 작은 새는 앞으로도 계속 내 친구니까."


작은 새와 함께 해바라기를 하던 곳에 작은 새를 묻고

곰은 들고양이와 함께 떠나기로 작정한다.

그때 곰의 눈에 들어온 작은 탬버린 하나.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한 그 탬버린의 주인이 궁금해진다.

'들고양이에게도 이제껏 함께 지내던 친구가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곰은 묻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 연습할 거야.

춤추면서,

탬버린을 칠 수 있도록 말이야."



"연습할 거야."라는 곰의 말이

"(네 슬픔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로 읽히는 건 왜일까.

나의 슬픔을 네가 알아주었듯 나도 네 슬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별로 인해 빈 자리를 비록 부족하지만 내가 채워주고 싶다는 말로도 들린다.


책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도 들고양이는 곰과 비슷한 일을 겪은 듯하다. 그래서 곰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경험하고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그저 공감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말없이 그 사람을 지켜봐주는 것뿐이다.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들이 슬픔의 당사자에겐 또다른 생채기를 남기고 상처를 후비는 일이 된다면

그냥 침묵을 택하기로 하자. 대신 그 사람을 향해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본 도서는 제이그림책포럼 서평 이벤트를 통해 웅진주니어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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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피트 오즈월드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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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없는 그림책, <하이킹>

글자가 없으니 그림을 보며 스토리를 파악해야죠.

중간중간 내맘대로, 내멋대로 상상도 해보고요.

글자 있는 그림책은 후루룩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면(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글자 없는 그림책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잡곡밥 같아요.

그림 하나하나 자세히 보게 되서 다음 페이지로 쉽게 넘어가질 못하거든요.

특히 <하이킹>은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을 너무나도 멋지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감탄하며 보느라 더더욱 그랬어요.

이른 아침, 모닝 커피를 든 아빠는 아들을 깨웁니다.

좀 더 자고 싶어서 짜증낼만도 한데(보통 그렇게 예상들을 하죠?!!)

의외로 아이는 신나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는 방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쌍안경, 나침반, 등산화, 모종삽, 어린나무 등등)을

하나하나 잘 챙겨서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오늘 아이가 가야할 곳을 보여주는 그림인데요.

저기 위에 별표시가 된 곳이 바로 도착지.

집에서 도착지까지의 경로를 간단하게 보여주는데

구불구불 길목마다 산과 나무가 많네요.






동그란 점이 표시된 지점부터는 산을 타야 해요.

중간에 폭포도 만나고, 아래로 떨어질까 겁이 나는 통나무 다리도 건너고요.







절벽도 기어오르고 중간중간 간식도 먹으며,

드디어 아이는 별이 표시된 목적지에 도착해요.

그리고는 집에서부터 가져온 어린나무를 꺼내 심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아빠와 아들이 하루 짬을 내어 등산도 하고 나무도 심고 온 이야기로군.'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 가면...

저절로 감탄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

집에 돌아온 아버지와 아들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가족앨범을 보는데요.


와우!!!

앨범 속에는 이런 사진들이...



알고보니 숲에 나무를 심는 일이 대를 이어 전해내려오는 거였어요.

사진 속의 어린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별표시가 된 숲에 어린나무를 심는 일.

이렇게나 멋지고 아름다운 대물림이라니!!!

그렇다면 앞서 보았던 그림 속 어린나무를 심었던 근처 나무들은

소년의 아빠가 어렸을 때 심었고,

아빠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 심었던 그 나무들이겠네요.



어쩐지 등산 초입 부근에 꽂힌 팻말부터 예사롭지 않더라니...

이 표지판 역시 조상님 중 한 분이 세운게 아닐까요?





.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끝까지 다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것도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요.

나무를 심는 일은 계속해서 대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요즘은 결혼도 잘 안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숲에 나무를 심는 건 참 좋은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책 속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앞에서 잠시 봤던 이 그림에서 말이죠.



외나무 다리 앞에서 건너가기를 주저하고 있는 소년이

결국에는 아빠가 내민 손에 용기를 얻어 건너는 이 장면.

살다보면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나무를 심는 일이 끊길수도 있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결국엔 계속해서 이어지리라는 것.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상상이지만요.

(근데 이거이거 은근 재밌군요. 글자 없는 그림책, 이 매력에 자꾸 빠져듭니다.)



이 그림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보물창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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