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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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매체들에서 학창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어서일까. 꽃잎이 날리고, 싱그럽거나 풋풋하고, 순수한 이미지들이 나열되고 아련하고 소중한 느낌을 말한다. ‘그땐 그랬지, 참 좋았지. 다시 그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등의 문구들과 함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이 그렇게 추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래집단이 최우선인 그 시절에 또래집단 내에서의 오해와 다툼, 혹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상처... 가해자는 기억 못 해도 피해자는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그런 상처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만 봐도 어리다고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잔인한 행동들이 어린 영혼들을 병들고 다치게 한다.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은 학창 시절의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준다. 서로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만큼 가깝다면 가깝고 불필요할만큼 서로 훤히 알 수밖에 없는 한 시골 마을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의 한 사건으로 인해 원치 않는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의 잘못에서 비롯된 ‘금붕어 사건’은 반 아이들로 하여금 히토코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든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혼자가 된 히토코는 ‘히토리코’라는 별명을 얻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다. 여기에 히토코의 오랜 친구 아키히로, 한때 절친이었던 가호,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도시로 떠났다가 돌아온 후유키까지, 각각의 시선에서 히토코와 학교의 모습이 만화경처럼 어울어진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시골이라는 환경이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도 흐르고 학년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법도 하지만, 히토코는 ‘얽히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는 얽히지 않아’라며 외톨이를 자처한다. 이러한 히토코를 안타까워하는 아키히로, 이러한 아키히로를 못마땅해 하는 가호는 관심 없는 듯하지만 결국 히토코 주변을 맴돈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 후유키는 자신의 금붕어로 인해 ‘히토리코’가 된 히토코에게 손을 내민다.

학창 시절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같지만 <외톨이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이를 먹고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어디서든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요즘은 메신저나 SNS 등으로 더 많이 관계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있고, 더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정답은 없으나,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인 우리가 뭐가 낫고 뭐가 다를까 싶다. 청소년뿐만아니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는 누구나 꼭 한번은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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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메이커스 - K팝의 숨은 보석, 히든 프로듀서
민경원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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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TV로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에는 TV에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에 대한 다큐 형식 방송을 보여주었었다. 나도 잘 모르는 방탄소년단에 파란 눈 혹은 까만 피부의 외국인들이 울고 웃고 하는 모습들이 생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즐겨듣던 팝송에 대해 미국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 정작 그 친구는 잘 모르겠다고 했던 모습. 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그 나라 노래를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마치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었다.

K-Pop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세계 누구든지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그런 대상.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라든지, ‘한국을 대표하는’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은 겉모습이고 일부분일 뿐이기에 <K팝 메이커스>라는 책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단순히 히트할 한 곡을 뽑기보다는, 예술의 한 장르로써 결과물을 만드는 ‘K팝 히든 프로듀서’의 이야기. 김형석과 포스티노처럼 익히 알려진 프로듀스뿐만 아니라 B1A4 진영이나 권순일처럼 현역 활동을 하는 가수이면서 프로듀서로서도 각광 받는 이들까지, 얼핏 보면 다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은 K팝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K팝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협업하여 곡을 만드는 과정이나 에피소드, 영감을 얻는 방법 등은 프로듀서들을 한 명의 아티스트로 다시 보게 하였고, 잘 몰랐던 곡들을 찾아서 들어보게 하였다.

팝의 측면에서는 K팝 속의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인터뷰처럼 ‘근본 없이 장르가 뒤섞’인 것이 의도적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게 K팝만의 특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한국어로 불러서가 아니라, 각기 다른 특색들이 모였을지라도 K팝만의 어울림으로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하나의 장르로써 K팝이 오래오래 이어져 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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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 고서점에서 만난 동화들
곽한영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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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뒷이야기'를 다룬 메이킹 필름이 함께 주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 자체도 즐기지만, 이야기에 대한 애정만큼 제작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라든지 메인 이야기와는 별개인 소소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어찌보면 '뒷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이지만, 무엇인가에 애정이 생기면 그 주변의 것까지 함께 후광 효과를 받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들이 있다. <피터 팬>,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어릴 때 거의 다 읽어보았을 것이고, 꼭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얼마든지 접할 기회가 많았을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고전 명작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뒷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작가가 누구인지도 아마 헷갈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동화들의 초판본 또는 그에 준하는 고서적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캐나다의 고서점에서, 혹은 인터넷 초판본 경매를 통해서, 때로는 수소문 끝에 알아낸 책 소유자와의 밀당(!)을 통해서 일반 서점에는 없지만 한때는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했을 그런 때묻은 동화책을 하나 둘씩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동화책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에피소드, 작가의 우여곡절이 가득한 삶,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그 밖의 후일담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들이 모아져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이라는 꽤나 흥미로운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유쾌한 이야기 뒷편에는 항상 즐거운 면이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불행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사후에 아동성애자로 의심 받았으며,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도 안 좋았고 무엇보다도 씀씀이가 무척이나 헤펐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은 별로 '동화적'이지도 않고 몰라도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동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고전 동화들의 뒷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다시금 해묵은 동화책을 꺼내 읽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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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떼기 권정생 문학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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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는 당연히 자식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하지만, 각각의 다른 사연과 숨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빼떼기>는 순진이네 닭장 속 '아픈 손가락'이었던 수탉 '빼떼기'의 이야기다. 닭은 순진이네 가족이 처음 기른 가축이었다. 온 가족이 닭들이 알을 낳고, 또 병아리로 부화하는 모든 순간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노란 암탉 턱주가리와 검은 암탉 깜둥이의 알에서 나온 서른 마리의 병아리들의 모두 가족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어느 겨울 날, 검은 병아리 빼떼기는 따뜻한 온기를 따라 아궁이 근처에 갔다가 크게 다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만신창이가 된 빼떼기는 더 이상 가축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가축의 역할이란, 다소 잔인하게 들려도, 건강하게 자라나 식구의 식사가 되어 주거나,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어야 한다. 털이 타 버리고 부리마저 다친 빼떼기는 더 자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러나 순진이네 가족은 그런 빼떼기를 오히려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 어미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변해버린 빼떼기는 더 이상 다른 병아리들처럼 마당을 뛰어다닐 수도, 먹이를 마음껏 주워 먹지도 못했다. 오직 순진이네 엄마의 손길과 보살핌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천천히 성장해간다.


어찌보면, 아니 누가 봐도, 한낱 '병아리' 혹은 '가축'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이미 순진이네에는 스무 마리가 넘는 병아리가 있고, 암탉이 또 알을 낳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순진이네 가족 중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순진이네 엄마는 자식을 키우듯이 그렇게 빼떼기를 키웠다. 깃털이 다 타 버린 빼떼기를 위해 추울 땐 옷을 지어주고, 잘 때는 바가지에 천을 깔고 그 안에 재웠다. 다른 집이 아니라 순진이네에서 태어난 빼떼기는 그야말로 행운아였다. 그런 가족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빼떼기는 느리더라도 성장해 간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안녕을 고하기 전까지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도 흔해져 버린 지금, <빼떼기>는 오히려 낯선 신선함과 따뜻함을 준다. 닭을 가축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식구와 같이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지켜본다. 느리고 더디고, 걸음걸이마저 우스꽝스러운 빼떼기는 잠깐의 관심을 끄는 신기한 존재가 아니라, 조금은 부족해도 가족과 같은 사랑과 보살핌의 대상이 된다. 작은 생명이지만 소중함은 전혀 다르지 않고, 아프고 다쳤어도 생명이 있기에 동일하게 귀한 것이다.


6·25 전쟁즈음을 배경으로 한 <빼떼기>는 다소 거칠지만 선명한 붓터치의 삽화와 함께 전개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시골의 모습, 투박할지라도 따뜻한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소 글밥이 많아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찬찬이 읽어준다면 다른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진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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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지 말걸 그랬어 스콜라 창작 그림책 96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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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 보자마자 완전 반했었죠~ 소장은 물론이고 벌써 두 권이나 선물해줬어요! 다들 정말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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