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아우또노미아총서 8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신지영 외 옮김 / 갈무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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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16쪽) 

주제1. 마녀사냥과 당대의 토지 인클로저 및 토지 사유화의 관계

주제2.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상산 역능에 대한 국가 통제가 확대되는 것을 통해 여성 신체의 인클로저가 심화된 것과 마녀사냥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 


* 인클로저: 공동으로 사용하던 토지에 울타리 등을 둘러쳐서 사유지로 삼은 일. (네이버 지식백과)


마녀 사냥은 16, 17세기-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는 안 펴도 사람은 잡아먹던 시절에 일어났던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마녀 사냥이 재출현"(18쪽)하고 있다니? 에이 설마..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서 '마녀 사냥'이라 일컫는 몰아가기 식의 비난.혐오 여론, 그런 걸 말하는 건가? -했는데 웬일, 탄자니아에서만 한 해에 5천 명이 넘는 여성이 마녀라는 이유로 마체테 칼에 죽임당하거나 산 채로 묻히고 불태워진다(19쪽)고??? 헐... 

마녀 사냥은 오래전에 일어났다가 사라진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마녀사냥은 근대 자본주의 세계가 부상하는 길을 열어젖힌 다양한 사회적 과정의 교차점에서 일어난 일이다.(35쪽)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는 실비아 페데리치가 <캘리번과 마녀>라는 책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과거의 마녀사냥과 현대의 마녀사냥 사이의 공통점을 밝히고 향후 페미니스트 운동의 방향을 제시한다. 

<캘리번과 마녀>는 가지고만 있기를 n년째인데, 8,9월 <백래쉬> 읽고 난 뒤 읽을 예정..

페데리치는 15세에 이르러 스스로 "어느 정도는 혁명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176쪽) - 나 15세에 뭐했지? 한창 순정만화 읽고 있을 땐데..언니 너무 멋지신 거 아닌가요. 



내가 이해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유럽에서 농업 자본주의가 부상하면서, 토지에 대한 인클로저가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인클로저- 토지의 사유화 및 자본주의 부상으로 인해 가장 빈곤해진 것은 여성, 특히 나이 든 여성들이었다. 모든 것을 경제 가치-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재생산 능력이 없는 여성의 몸을 평가절하했고, 자본을 생산하지 못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폄하했다. 이렇게 빈곤하고 소외된 나이 든 여성들은(그중에는 기존에는 풍부한 약초 지식, 산파 역할 등으로 마을에서 상당한 존중을 받던 사람도 있었는데) 분노하고 반항하면서 그 감정을 주변에 표현하고 선동했다. 자본주의자들은 농경사회의 전통적 공동체주의, 마술적 사고를 타파하고 인간을 기계화 하여 최대의 노동력을 뽑아내야만 했으므로, 기존 질서를 대표하고 자신들을 방해하는 그들(나이 든 여성들)을 제거해야 했다. 또한 급격한 자본주의 부상으로 위기에 처한 젊은이들 역시 그들을 방해꾼으로 여겼다. 공동체주의가 무너지면서 그 분열과 대립을 촉진했다. 그렇게 끔찍한 마녀사냥이 자행되면서, 자본주의/자본가들은 저항을 막고 새로운 여성성의 모델을 확립했다. 



[인용문]


마녀에 대한 공격으로 당국은 사유재산에 대한 공격, 사회적 불복종과 반항, 마법의 보급 전파를 동시에 처벌했다. 이 모든 것이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마녀에 대한 공격은 성행위와 출산을 국가의 지배하에 두는 성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처벌하는 것이었다. (50쪽) 

'마녀들'과 함께, 자본주의가 도래하기 이전의 유럽 농촌 사회를 특징지었던 사회적.문화적 관행, 그리고 신념의 체계가 완전히 삭제되고 말살되었다. (52쪽) 

이제 국가와 교회로부터 독립적인 권력의 원천은 그것이 무엇이든 악마와 관련된 것으로, 그리고 지옥이라는 공포, 절대악이라는 공포를 지상에 퍼뜨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를 여성이 구현한다고 흔히 생각되었다는 점이 마녀사냥에 힘입어 탄생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여성이 처하게 될 상황과 조건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여성을 분열시켰다. (55쪽) 

마녀사냥은 여성 전체를 상대로 한 테러 체제였다. 마녀사냥으로부터 새로운 여성성의 모델이 출현했다. 여성이 태동 중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수용되려면 새로운 모형의 여성성에 순응해야 했다. 그것은 무성적이고sexless, 복종적이며, 고분고분하고,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의 종속적 하위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70쪽)

마녀사냥은 유럽 여성이 새로 강제된 사회적 책무를 받아들이게 했다. 또한 유럽의 '하층계급'에 엄청난 패배감을 안겼다. 그들은 정부 통치에 반하는 어떠한 저항 행위도 정부의 권력이 개입되어 중지될 것임을 체득하게 되었다. (72,73쪽)



후반부에서는 현대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이 과거 유럽의 마녀사냥과 유사하다는 점을 밝히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을 촉구한다.


[인용문]


여성은 자급 농업을 포기하고 상품생산에서 남편의 보조자로서 일하도록 강요받았다. 마리아 미즈에 따르면 이 강제된 의존은 농촌 여성이 "개발 과정으로 통합되는" 구체적인 방식 중 하나이며, 이 때 개발 과정 자체도 폭력적으로 진행된다. (...) 특히 아프리카에서 희생자들은 약간의 토지에 의지해 홀로 사는 나이 든 여성이었다. 고발자는 공동체나 심지어 그들 가족 내 젊은 구성원으로, 대개는 실업자인 이 청년들은 자신들이 소유해야 마땅한 것을 나이 든 여성이 강탈했다고 여겼다. (100~102쪽) 

나의 분석을 통해서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이러한 끔찍한 침해들에 대항하며 결집할 때, 그것을 가능하게 한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조건들 만들어 온 기관들을 심판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기관들은 살인을 막지도 처벌하지도 않는 아프리카 정부들을 비롯하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이러한 기구들의 국제적 지원자인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이다. 이 국제기구들은 '외채 위기'와 '경제 회복'을 명목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잔혹한 긴축 체제를 강요하고, 아프리카 정부의 의사 결정 권한의 많은 부분을 박탈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파괴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재식민화하고 있다. (118,119쪽) 




'가십'에 관해 한 장을 할애했는데, 이 장은 전체 흐름에서 혼자 튀는 부분이긴 하지만 흥미롭다. '가십'이라는 말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변화한 과정을 담고 있어, <워드 슬럿>이 생각나기도 하고.


'잔소리꾼'을 벌하기 위해 '재갈'이라고도 불리는 '잔소리꾼 굴레'가 도입되었다. 철과 가죽으로 만들어진 이 가학적인 장치는 말하려고 하는 여성의 혀[의 살점]을 뜯어내기 위해 여성의 머리 위에 씌워졌다. (...) 1567년에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의 기록에 등장한 이 고문 기구는 '바가지 긁는', '잔소리하는', 난동을 부리는 하층계급 여성을 벌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 이것은 '가십 굴레'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가십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82,83쪽)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훑다 보니, <캘리번과 마녀>가 무척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백래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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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20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정말 대중서이고, <캘리번과 마녀>는 좀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저도 8-9월 <백래시> 같이 읽을래요 :)

독서괭 2023-07-20 19:41   좋아요 2 | URL
캘리번은 딱 봐도 좀 어려워보이더라고요^^;; 백래시 함께 읽기 약속~~^^

책읽는나무 2023-07-21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백래시 8월부터에요?
9월인 줄 알았어요.
하긴 벽돌책이라 백래시도 두 달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독서괭 2023-07-21 15:49   좋아요 2 | URL
8~9월입니다 책나무님 ㅋㅋ 글씨가 작고 자간이 빽뺵하여 두달은 잡아야 할 것 같아요 ㅜㅜ
8월부터 함께 으쌰으쌰 해요!^^

은오 2023-07-21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에게도 <백래시>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괭님과 함께라면 난 완독할 수 있지!! (제발..)

잠자냥 2023-07-21 13:50   좋아요 2 | URL
은오야 나랑 같이 읽을래?

독서괭 2023-07-21 15:50   좋아요 3 | URL
이거봐, 잠자냥님 그때 충격받고 진심을 알게 된 거 맞다니까요?
은오님 함께 열심히 읽어보아요! 방학 끝나기 전에! ㅋㅋ

은오 2023-07-22 21:37   좋아요 3 | URL
아니 왜 같이 읽자는 말을 이렇게............... 하... 이 댓글 캡쳐해놓고 훗날 제가 잠자냥님과 결혼해서 집사2님이 저한테 분노하면 내밀겠습니다. 잠자냥님이 먼저 저 꼬셨어요!!!
잠자냥님 백래시 읽으시려고요?! 🙋‍♀️🙋‍♀️

괭님~! 말씀대로 개강 전에 다 읽으렵니다 ㅋㅋㅋㅋㅋㅋ 개강핑계로 중도하차 방지...... 8월에 종점에서 하차한다..!!

그레이스 2023-07-23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항상 개혁의 대상이었고, 개혁하려할 때마다 가장 큰 저항에 부딪치는듯요.
스파르타의 리쿠르고스의 토지제도로 돌아가려는 개혁정책 때문에 아기스와 클레오메네스는 미움을 샀죠.ㅠ

독서괭 2023-07-24 17:46   좋아요 1 | URL
오! 역시 그레이스님, 역사상 사례가 척 나오시는군요>ㅁ<
토지가 참으로 인간에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 토지 그냥 공유로 했으면 좋겠어요 ㅠㅠ 건물만 사인 소유 하고, 토지는 다 나라에서 빌려 쓰는 걸루다가.

단발머리 2023-07-27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독서괭님 정리력 짱!! 너무너무 멋져요!!
저는 <캘리번과 마녀> (읽었음요, 브이!)보다는 얇고 작은 이 책이 훨씬 더 쉽게 읽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는데 이 책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여성주의 모임에서도 이 책 읽기로 했다지요(몇 월이던가 ㅋㅋㅋㅋㅋ)

근데 <백래시> 가시는 겁니까? 우르르? 아, 멋진 분들!! 떼로 다니시는 멋진 분들!

독서괭 2023-08-02 12:27   좋아요 1 | URL
<캘리번과 마녀> 읽으신 단발님 부럽습니다...
여성주의 책읽기, 이 책 이번달 아닌가요? 캘리번 이미 읽으셨으니 가볍게 훑으실 수 있을 듯요^^
<백래시> 떼창, 아니 떼독합니다 ㅋㅋ 근데 제가 당장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ㅋ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아우또노미아총서 8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신지영 외 옮김 / 갈무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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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마녀사냥이 자본주의 경제 확대, 공유지의 사유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신기하고 놀랍다. 현대에도 아프리카 대륙 등지에서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도. 저자가 ‘소책자‘라고 표현한 만큼 가볍고 압축된 책으로, 마녀사냥의 과거과 현재를 잇는 좋은 입문서다.정성들인 역주도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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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7-19 18: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 만큼, <캘리번과 마녀>를 읽을 거라면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이 아닐까 싶어 별 네개를 주려 했는데, 옮긴이 후기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진심이 감동적이어서, 아 이분들의 노력에 재뿌리기 싫다는 생각에 별 다섯을 주었다. 후속 저작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잠자냥 2023-07-19 19: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00자평도 인상적.

독서괭 2023-07-20 15:1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은 존재가 인상적(은오님의 속마음 대필).

은오 2023-07-20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괭님이 인상적.

독서괭 2023-07-20 15:11   좋아요 2 | URL
은오님의 속마음은 저 위에 제가 썼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3-07-20 16:21   좋아요 3 | URL
너희 둘이 참 인상적으로 잘 노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20 18:13   좋아요 2 | URL
부러워요? 메롱메롱~

은오 2023-07-21 06:59   좋아요 2 | URL
메롱메롱~

잠자냥 2023-07-21 07:08   좋아요 3 | URL
헤롱헤롱~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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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다운 꼼꼼함과 호기심으로 집중력 문제를 파고들어간 책. 사회과학르포르타주에세이라고 해야할지. 자신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탐구의 과정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게 된다. 집중력 위기를 심화하는 거대한 구조 앞에서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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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15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알림 끄기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6 14:59   좋아요 1 | URL
알림끄는것만으로는 안될거같지않습니까? 저는 북플알림을 이미 오래전에껐지만.. 지금이러고있습니다 폰을 부숴야한다......

잠자냥 2023-07-16 15:01   좋아요 1 | URL
난 알림따위 설정한 적이 없음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6 16:38   좋아요 1 | URL
저도 알림은 오래전에 껐지만 접속빈도가 줄어든 것 같지 않다는 게 함정…

책먹는고란 2023-07-15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위터관두기에이어북플관두기
.. ... .
. ...

공쟝쟝 2023-07-16 09:00   좋아요 2 | URL
그거 전데요...

책먹는고란 2023-07-16 14:12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 저도 곧 뒤를 따르겠습니다...

은오 2023-07-16 15:01   좋아요 1 | URL
오시자마자 무슨 뒤를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님처럼 알라딘 몇년은 하시고 알라딘이사랑하는 알라디너 되신후에 뒤따르세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6 15:02   좋아요 2 | URL
오는 고라니 안 막고 가는 고라니 안 막는다.

은오 2023-07-16 15:07   좋아요 2 | URL
오는 은오는 왜 막으시죠

잠자냥 2023-07-16 15:54   좋아요 1 | URL
막지 않았어요. 그저 환대를 안 할뿐…?!

독서괭 2023-07-16 16:38   좋아요 1 | URL
트위터는 관두고 북플에 올인하시죠 ㅎㅎ

책먹는고란 2023-07-16 17:48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훗... 오타쿠 경력 11년 근데 아직도 탈덕을 못해서 게임 공지를 그쪽으로 받고 있습니다ㅋㅋ;

공쟝쟝 2023-07-16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시까지 나 잡는다고 썼으면서 😒

잠자냥 2023-07-16 20:02   좋아요 1 | URL
간 사람도 안 잡는다.

독서괭 2023-07-17 13:37   좋아요 0 | URL
그 시 감동적이었죠 그쵸 ㅎㅎ
 
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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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표지가) 귀엽고(그림이) 재밌거나 감동적인(내용이) 책. 아이들용 아님. 책을 사랑하는 어른을 위한 책. 짤막하고 기발한 그 책, 길고 가슴아픈 그 책, 인생책, 한사람을위한책, 이책, 저책, 그냥 책…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같은 이야기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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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16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독서괭님과는 안어울리는 책같아 보이지만 ㅋ

요시타케 신스케 책은 평타 이상은 하는거 같아요 ~! 줄거리가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독서괭 2023-07-17 13:38   좋아요 1 | URL
저 그림책 많이 읽는다니깐요? ㅋㅋㅋ
요시타케 신스케 평타 이상= 맞는 듯 합니다! 딱히 줄거리랄 건 없고요, ‘그 책은~‘이라고 시작하는 상상들입니다. 새파랑님 왠지 좋아하실 듯요^^

책읽는나무 2023-07-16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괭 님도 요스타케 신스케 책을 읽으시는군요?^^

독서괭 2023-07-17 13:38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그림책도 몇권 있고, 이 책은 얼결에.. 가격 맞추려고? 샀는데 ㅋㅋ 기대보다 더 좋았어요^^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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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외로운 여자가 있다.

'사람'이 아니라 굳이 '여자'라고 칭한 것은 외로움의 크기에 성별이 기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혼'이라 쓸까 하다가 그만둔 이유는 외로움은 정신의 문제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육체의 문제라 보는 편이 맞겠다. 주디스 헌, 그녀는 뼛속까지 외롭다. 


왜 그녀는 이토록 외로운가?

첫째, 이러쿵저러쿵 해도 여차할 때 손내밀 수 있는 혈족이 없다. 부모 없는 그녀를 돌보아주던 이모가 오랜 투병 끝에 사망하자, 그야말로 이 세상에 혈혈단신으로 남겨진 것. 다행히도 미성년은 아니었지만, 불행히도 젊지도 않은 주디스는 홀로 생을 무겁게 짊어진다. 

둘째, 살을 부비며 친밀감을 느낄 존재가 없다. 아이는 물론이요, 애인도 없고, 반려동물도 없다. 

셋째,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 주디스가 일요일마다 찾아가는 오닐 교수, 그녀는 그를 친구라고 믿고 있지만 그는 주디스가 올 시간이 되면 서재로 도망가기 바쁘고, 그 부인만이 마찬가지로 내빼려는 아이들을 단속해가며 주디스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지만, 이 둘을 친구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학창시절 유일한 친구는 요양원에 가 있고... 


첫째도 큰 불행이긴 하지만, 둘째와 셋째는 더 참담한데, 이게 결국 외모와 돈 문제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묘사되듯이 주디스 헌의 외모는 '볼품없다'. 얼굴이고 몸매고 어디 한 군데 예쁘지가 않다. 아, 그나마 머리칼이 괜찮다고 나왔던가... 이모의 투병으로 재산도 날아가고, 연간 얼마 정도 연금이 나오긴 한다는데 턱없이 부족하여, 주디스는 최대한 적게 먹으며 돈을 아낄 궁리를 하기 바쁘다. 

미모의 여성이 혈혈단신에 빈털털이라 해보자. 그녀에게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더해질 것이고, 많은 남자들이 보호를 자청할 것이다. 

부유한 여성이 혈혈단신에 못생겼다고 해보자. 그녀에게는 황금의 후광이 씌워질 것이고, 많은 남자들이 셔터맨을 자청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디스 헌에게는? 

진짜 아무것도 없다. 작가가 어떻게 주인공을 이렇게까지 만드냐 싶을 정도로 암것도 없다. 

성격도 매력없고 지루해서 아이들까지 도망가는데, 수녀학교 같은 데서 살다가 이모 간병하며 20대를 보낸 여자가 매력이 있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모와 관련 없이 존재하는 매력은 어느 정도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본다. 주디스처럼 아무것도 없는 여자에게 자신감 내지 자아존중감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녀는 타인에게 철저히 자신을 맡긴다. 다른 이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머리 속으로 화젯거리를 모으려 애쓰며 노심초사. 


자,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주디스 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녀가 기대기 위해 찾은 대상은 세가지다. 

망상, 종교(카톨릭), 술.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나는 주디스 헌이 용감했다고 생각한다. 세가지를 끝까지 밀어부쳤다는 점에서. 정말로, 그녀는 끝까지 간다. 끝장을 본다. 


어제 은오님의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리뷰를 읽었는데, 이 책의 주디스 헌을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태어난 삶을 중단하는 사안은 애초에 삶을 시작하지 않는 사안보다 훨씬 선택하기 어려우므로, 주디스는 삶을 놓지 않는다. 대신에 그녀는 묻는다. 나는 대체 왜 살아야 하는가. 주디스 헌과 같이 삶이 주는 쾌락보다 고통이 훨씬 크고, 대체로 부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확한 이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 책을 주디스 헌이 그 답을 찾아 온몸을 부딪히는 이야기로 읽었다. 못생긴 40대 '아줌마'가 온갖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으나, 삶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태도는 비웃음거리가 될 수 없다. 

마지막에 이르러, 주디스 헌은 나름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서 벗어나, 자기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 앞으로의 주디스의 삶에도 여전히 고통이 계속되겠지만, 바닥을 친 자의 단단함으로 보다 성숙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 것.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생...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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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04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대배경이 어딘지 궁금한데
읽기도 전에 벌써 힘이 빠지고 외로움을 절절이 느낄 수 있네요.
인생 정말 뭘까요?

독서괭 2023-07-04 18:1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ㅎㅎ 제가 정보를 너무 생략했죠 ㅋㅋ 1950년대이고,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라는 마을이 배경입니다.
리뷰 쓰면서 진짜 작가 너무했다.. 싶더라고요.=ㅁ=;;
인생 뭘까요? ㅜㅜ 주디스 헌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분명 있을텐데..

새파랑 2023-07-04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다는건

그런게 아니겠니? 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알수없는 내일이 두렵기는 해도 설렌다는? ㅎㅎ

독서괭 2023-07-04 18:17   좋아요 1 | URL
원하는대로만 살수는 없지만~ ㅋㅋㅋ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새파랑님!
주디슨헌도 망상에 의해 잠시 설레기도 했고 술에 의해 즐겁게 노래도 불렀습니다만.. 쿨럭
두려워도 설렐 수 있는 건 어떤 안정감, 보호대, 울타리 같은 게 있는 사람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다락방 2023-07-04 19: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리뷰의 신이 오늘 독서괭 님의 육체를 빌린 것 같습니다. 오늘 리뷰는 특히 더 명문들의 향연이네요. 이 책을 읽어서인지 더 훅 치고 들어오는게 뭐랄까, 다락방 맞춤형 리뷰 랄까요?
언젠가 정희진 쌤이 강의에서 ‘외로움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리뷰 읽고나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자에게 외로움은 너무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괭 2023-07-04 20:49   좋아요 1 | URL
다락방 맞춤형 리뷰라니!!! 영광입니다 캬~~ 애가 아파서 퇴근 후 정신 없었는데 기분 좋네용^^
다락방님의 절절한 리뷰를 먼저 읽었었는데 이 책 읽어보니 공감이 되더라고요… ㅠㅠ

은오 2023-07-05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혼”이라 쓸까 하다가 - 이 부분 너무 좋네요. 뼛속까지 외롭대 하아 ㅠㅠㅠㅠㅠ 책 읽고 리뷰 읽으려고 했는데 끝까지 다 읽어버렸네....... 나도 빨리 읽어야지 ㅠㅠ

독서괭 2023-07-05 21:09   좋아요 1 | URL
은오님이 이 책 읽고 쓰실 리뷰도 무척 기대됩니다!! 어서 읽어주세요^^

잠자냥 2023-07-05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디스 헌의 뼈에 알콜을 부어줬어야 하거늘...
주디스 헌에게 알라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주디스 헌이 친구신청하면 안 받아줄 거 같아요;;;
아니다 받았다가 조용히 끊을 거 같음;;;;

미안하다 주디스.......

다락방 2023-07-05 10:55   좋아요 3 | URL
나도 받았다가 끊을 거 같아요 ;;

독서괭 2023-07-05 21:09   좋아요 1 | URL
주디스 헌의 친구신청이라 ㅋㅋㅋㅋㅋ 그거참 어려운 문제네요 ㅋㅋㅋ 저도 일단 받기는 하되… 하는 거 봐서 조용히… ㅠㅠㅠㅠ

은오 2023-07-05 21:16   좋아요 2 | URL
다들 냉정해..... 그럼 헤프고 착한 제가 주디스헌이랑 놀아줄게요 ㅠㅠ (아니 근데 부담스럽다고 저도 언젠가 조용히 끊기는거아니에요? 😫) ㅋㅋㅋㅋ

잠자냥 2023-07-05 23:12   좋아요 2 | URL
은오 얘 내가 끊은 거 아직 모르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06 01:15   좋아요 2 | URL
[망상모드 on]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은오의 결혼신청에 지친 잠자냥님은 어느 순간부터 은오의 댓글에 댓글도 안 달아주는 지경에 이르렀고.... 은오는 친구목록에 있던 잠자냥님이 팔로잉 목록에 있는 걸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예전에 한 결심 “잠자냥님을 끊느니 밥을 끊으리!”를 떠올리면서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다. 결국 은오는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갔고 그 소식을 들은 잠자냥님은 은오의 진심과 애정에 감동하며 결혼신청을 받아주기로 결심하는데.......... 투비컨티뉴드

잠자냥 2023-07-06 08:45   좋아요 2 | URL
인류애와 운리가 넘치는 자냥은 그렇게 은오를 살려놓고 알라딘을 탈퇴했다고 한다.

은오 2023-07-06 09:43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님 제망상인데 끼어드시면 어떡해요?! 공동집필 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06 10:09   좋아요 2 | URL
아니 이게 또 직업 본능이 도져가지고.........편집자 주제에 작가님 글을 너무 고쳤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06 16:34   좋아요 1 | URL
아니 이분들 여기서 사랑싸움을 하고 있어…

은오 2023-07-25 15:57   좋아요 1 | URL
주디스 헌 만나고 왔습니다. 저도 끊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7-25 20:49   좋아요 2 | URL
세상에, 은오 님도!! 😱

독서괭 2023-07-25 21:56   좋아요 1 | URL
은오님의 넓은 품에도 안길 수 없는 주디스헌…

다락방 2023-07-25 21:57   좋아요 2 | URL
넘나 외로운 주디스 헌…

은오 2023-07-26 09: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주디스헌 미안 🤧
근데 같은 소설 읽고 이렇게 얘기하는거 새삼 넘 재밌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