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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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꿈들은 그냥 빛이 바래고 사라지기 마련인가보다. (109쪽)


가재가 노래하는 곳, 저 먼- 어딘가, 야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노년의 생태학자가 처음 써 낸 이 소설은 로맨스물, 서스펜스물, 법정물까지 장르적 재미를 오가면서도 순문학이 추구하는 섬세한 문장과 시적인 서정성까지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늪지에서 자란 소녀의 이미지가 한동안 마음 속을 가득 채웠다. 


소설은 1969년에 일어난 체이스 앤드루스 사망 현장을 잠시 보여준 후, 1951년으로 돌아간다. 체이스 사망사건의 조사와 '카야'라는 소녀의 1951년부터 1969년에 이를 때까지의 삶의 궤적을 교차편집하는 방식이다. 

 

카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소녀는 고작 6살에 혼자 살아남는 법을 익힌다. 그녀는 백인이지만 "습지 쓰레기"이며, 195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흑인에게 동정받는 처지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하나둘 떠난 형제자매들과 엄마, 마침내 아버지까지 떠나버린 습지의 다 무너져가는 판잣집에 홀로 남은 소녀. 이 설정은 그 자체로 공포스럽다. 세상에, 이 소녀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까? 

카야는 오빠 조디에게 배운 지식과 카야를 학교에 보내려고 자꾸 찾아오는 공무원들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누군가의 추적을 따돌리는 데 능숙해진다. 생필품이 필요해 거래를 위해 흑인 점핑의 가게에서 점핑과 그의 부인 메이블로부터 뜻하지 않은 도움과 친절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불안불안 하지만 삶에 적응해나가는 카야. 그러나 사람이 이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13살 무렵의 카야 앞에 나타난 어릴 적 친구 테이트, 테이트가 떠난 후 나타난 체이스. 체이스는 예상 이상으로 나쁜 놈이었고, 테이트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누워서 엄마는 말했다. 다들 엄마 말 잘 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며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거야. 아무리 진흙탕이라도 함께 꼭 붙어있어야 하는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 거야.  (122쪽)



이렇게 멋진 말을 해 놓고, 카야의 인생에 여자친구 하나 만들어 주지 않은 작가가 원망스럽지만, 만일 여자친구가 뿅하고 나타났다면 개연성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인 1950-1960년, 이 작은 마을의 술집에는 남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가 보트를 타고 습지를 탐험한다고? 그건 "습지 쓰레기"에게나 가능했을 것이다. 혼자 보트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테이트. 그리고 카야를 욕망한 체이스 등, 카야를 찾아올 수 있었던 건 남자들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카야의 외로움은 더 깊어졌을 테고, 체이스 같은 놈을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카야는 체이스를 생각해서 웃어주었다.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인데도 곁에 누군가를 두기 위해 자신의 한 조각을 포기했다. (221쪽)



체이스는 결국 카야와 성관계 하는 데 성공하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뒤로는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 카야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만나주지 않던 어느 날(1969년), 체이스는 몰래 카야를 기다렸다가 강간을 시도한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체이스는 망루 아래 떨어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보안관들이 샅샅이 수색해보아도 지문도, 발자국도, 아무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작은 단서들을 모으던 보안관들은 카야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계속 도망치던 카야는 결국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이 법정드라마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결말 부분에서 카야가 숨겨 놓은 시와 조개목걸이가 발견되는데, 그렇다면 체이스를 살해한 범인은 카야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카야는 재판 내내 별다른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창밖을 바라보고, 어서 습지로 돌아가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줄 날을 기다릴 뿐이다. 재판 결과, 배심원들은 카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카야가 사건 당일 다른 도시에서 머물렀다는 알리바이가 있는 반면, 이를 뒤집을 증거는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체이스는 죽어 마땅할 놈이었지만, 살인은 살인. 이 사건과 카야의 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곤충 암컷은 짝짓기 상대인 수컷을 잡아먹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포유류 어미는 새끼를 버리며, 많은 수컷이 경쟁자보다 더 잘 파정하기 위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방법들을 고안해낸다. 생명의 시계가 똑딱똑딱 돌아가는 한, 천박하건 무례하건 아무 상관 없다. 카야는 이것이 자연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그저 모든 위험요소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인간이라면 물론 그보다는 훌륭하게 행동해야겠지만 말이다.  (229쪽)



카야가 보인 태도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갑자기 잡혀 끌려온 야생동물과 비슷하다. 그녀는 평생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손가락질 당하고 버림받으며 버텨낸 야생의 존재다. 그녀에게는 인간의 법칙보다 자연의 법칙이 자연스럽다. 체이스가 그녀의 영역을 침범하고 신체를 훼손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었는데 - 야생의 생명체라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위협을 제거하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마을은 카야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인간의 법정으로 끌고 와 심판하는 것이 합당한가? 카야는 자신에게 가해진 위협에 도움을 호소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카야가 살인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 결과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작가 델리언 오언스는 이 책이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두 남자를 곁에 두었다가 상처 입었지만, 카야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그 상처를 치료하고 스스로 일어난다. 어릴 적 나무에서 뛰어내리다가 발바닥에 못이 박힌 상처를, 바닷물에 소독해가며 끝내 이겨냈던 것처럼. 그 과정은 감동적이지만, 인간적인 방식은 아니다. 야생동물은 다치면 적을 피해 다 나을 때까지 숨지만,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마련. 다시 받아들인 테이트에게조차 끝까지 자신의 약점을 숨긴 카야는, 소외된 자의 외로움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습지 생태학 전문가로 훌륭한 업적을 이루지만, 끝끝내 습지를 떠나지 않은 채 극히 제한된 사람들과만 교류한다. 카야의 삶은 인상적이지만, 누구도 그녀처럼 살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임: 카야... 엄마를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이 비슷한 나이 딸을 둔 이 아줌마의 마음을 찢었다 ㅠㅠ (망할)체이스와의 사건을 겪으며 카야는 엄마가 떠나야만 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만, 차라리 끝끝내 모르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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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8-08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영상이었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군요.

독서괭 2023-08-08 17:15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은 영화로 보셨군요^^ 존재에 대한 이야기, 도 맞는 것 같아요. 영화도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넷플릭스에 찾아는 놨는데 제 안의 이미지가 깨질까봐 나중에 보려고요^^

페크pek0501 2023-08-09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리뷰가 멋집니다. 소설 내용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이 리뷰에서 느껴지는 산뜻함은 뭐죠?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을 들어서 저도 언젠가 읽어야지, 했어요.
영화를 먼저 봐야 할지,-그러면 소설 몰입이 엄청 잘 되겠지요.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그러면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겠지요. 일장일단. 고민 들어가 볼게요. ㅋㅋ(아, 읽고 싶은 책은 왜 이리 많은 겁니까?)

독서괭 2023-08-10 13: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 리뷰가 산뜻한가요? ㅎㅎ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습지에 동화되어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카야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그려졌어요.
스포일러가 있는데 그건 안 읽으신 거겠죠?^^; 모바일에서는 경고문구가 안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보통 책을 먼저 봅니다. 영화 먼저 보면 이미지가 너무 고정되어 버리더라고요;
읽고 싶은 책 많아서 늘 힘든 우리 알라디너 인생 ㅠㅠ ㅋㅋ

페크pek0501 2023-08-13 12:55   좋아요 1 | URL
저, 이 책을 구매하면서 독서괭 님에게 땡스투, 했답니다. 1프로 적립되실 거예요.ㅋㅋ
그런데 이 책을 언제 읽을지 몰라요. 읽고 있는 책이 많아서 말이죠. 그래서 딸에게 먼저 읽으라고 줬어요.
제가 읽고 나면 책에 밑줄 치고 코멘트 달고 해서 저는 식구들 중 맨나중에 읽기를 좋아합니다. 맨나중에 읽고 제가 갖는 거죠. 하하~~

독서괭 2023-08-14 13:00   좋아요 1 | URL
앗 페크님, 땡투 감사합니다^^
따님도 재미있게 읽으시면 좋겠어요. 맨 나중에 마음껏 줄 치며 읽고 가진다, 그거 너무 좋네요 ㅎㅎ 저도 딸 크면 같이 책 주고 받으며 읽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3-08-09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8월에 분발할 필요가 없겠어요.
리뷰 넘 아름다워요.
저는 이 소설 읽으며 그냥 열불이 터져서~~
카야를 도와주는 사람도 결국은 인종차별 받는 흑인부부잖아요.
뒤에 밝혀지는 반전이 넘 맘에 들었어요.
어떤 리뷰 읽으면 그래도 살인은 안되고 살인을 미화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이 맞지만 저는 정당방위라고 생각했어요
끝내 안 밝혀지는것도 통쾌했고요^^

독서괭 2023-08-10 13:40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과찬 감사합니다^^
열불 터지며 읽으셨군요 ㅋㅋㅋ 진짜 카야한테 너무들 하죠 다들.. 그 와중에 평소 따뜻하게 대해준 점핑이랑 메이블 부부, 상점 점원 등 나중에 법정에 카야 응원하러 온 선량한 사람들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저는 살인을 미화했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그런 말씀 하신 리뷰어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요. 그냥, 백인의 시선, 기득권의 시선, 남자의 시선, 그리고 이들이 만든 도덕률에 기초하여 이 사건을 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잠자냥 2023-08-31 14: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전에 다락방 님 리뷰 읽고는 열불 터질 거 같아서 일단 안 읽기로 했던 작품인데....
스포일러가 잊힐 때쯤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08-31 16:03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요.
똑같이 열불 터지는 소설인데
저는 목로주점 쪽이 더 제 취향이거든요 ㅎㅎ

독서괭 2023-08-31 18: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열불 터지는 책들의 목록 하나 만들어주셔요 ㅋㅋㅋㅋ
최근 잠자냥님 열불 터지는 소설 많이 읽으신 것 같던데.. 제 생각엔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닐 것 같고요.
목로주점 쪽이 더 취향이라는 페넬로페님 말씀 보니 <목로주점> 궁금해지네요!
 
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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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만큼 좋을까? 목차를 봐서는 그보다 더 흥미로울 듯하다! 예쁘게 나온 표지가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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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4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거 써야 하는데 안 읽고 쓰려니 그거참 ㅋㅋ

거리의화가 2023-08-04 17:26   좋아요 2 | URL
ㅋㅋ 저도요^^

독서괭 2023-08-04 17:57   좋아요 1 | URL
안 읽고 쓰려니 100자를 못 채우겠어요;;

페크pek0501 2023-08-07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백 쪽이 넘는 벽돌책이네요. 레 미제라블1도 5백 쪽이 넘는데 재밌으니 금방 읽더라고요.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독서괭 2023-08-08 17:16   좋아요 1 | URL
레미제라블 1권만 5백 쪽이 넘으면 전체 몇 쪽입니까...? 재밌으니 다행이예요. 페크님 화이팅입니다!!ㅎㅎ 여미쳐도 재밌으면 좋겠는데, 이틀만에 읽으신 분도 있더라고요^^

페크pek0501 2023-08-09 14:32   좋아요 0 | URL
전체 다섯 권이 2,556쪽입니당. 이거 다 읽고 나면 자랑스럽게 완독했다고 페이퍼로 올리겠습니다.
올해 안으로 완독하는 게 목표예요. 이 시리즈만 읽을 수 없고 다른 책들도 병행해서 읽어야 하니 시간을 넉넉히 잡았어요. 독서괭 님도 즐독하시어요...^^
 
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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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시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고, <증언들>을 사둔지 2년 정도 지났는데, 독서괭아,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니? 휴가에는 역시 장편소설이지, 하여 집어들었는데(책 선택에는 사실, 주제독서 '법률/재판/범죄심리'에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작용했다..'증언'이니까. 흐흐.),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거릿 언니, 이야기를 쫄깃하게 잘 쓰십니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와 배경이 동일하고, 등장인물이 일부 겹치며, 시녀 이야기의 뒷이야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시녀 이야기>를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증언들>에는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거기에 '증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화자들이 살았던 길리어드 시대 이후 한참이 지나서 역사학자에 의해 발견된 자료라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자는 길리어드의 리디아 아주머니. '아르두아 홀 홀로그래프'라는 제목으로 몰래 작성한 기록이다. 

두 번째 화자는 길리어드의 아그네스 제미마. 카일 사령관의 딸로서 길리어드에서 나고 자란 소녀다.

세 번째 화자는 캐나다의 데이지. 캐나다 소녀가 등장하는 이유는? (비밀)


세 화자의 기록- 리디아 아주머니의 자필 기록과 아그네스, 데이지의 녹취록이 번갈아 등장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세 명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시점이 어느 순간 오리라고 독자는 예측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상당히 쫄깃하게 진행해 나간다. 

스포일 하면 안 되는 이야기이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 '길리어드'라는 설정은 다시 봐도 섬뜩하다. 

미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길리어드'라는 나라가 세워지는데, 그 진행 과정을 보다 보면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오싹해진다.

<시녀 이야기>에서 이미 보았던, 여성에 대한 계좌 정지. 여성의 모든 재산은 가장 가까운 남성 친척에게 귀속된다는 법률 공포는 이 책에도 등장한다. 

여기 <증언들>의 주인공인 리디아 아주머니는 판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빈곤층에서 태어나 두뇌와 집념으로 이 자리까지 온 리디아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낸다. 리디아 아주머니의 엄청난 포쓰가 아주 매력적이었고, 이 인물 덕에 우리는 대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화자 중 한 명은 성경공부를 하게 되는데(길리어드에서는 여성이 글을 배울 수 없으므로- 간판도 다 그림으로 되어 있음..웩 - 성경공부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사기 19장~21장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에스테 아주머니가 우리한테 들려준 설명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첩이 살해당한 이유는 불복종을 저지른 게 미안해서, 사악한 베냐민 부족에게 주인이 능욕을 당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희생한 거라고 했죠. 에스테 아주머니는 그 첩이 용감하고 고결하다고 말했어요.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요. 

그러나 이제 전체 이야기를 읽게 된 거예요. 나는 용기와 고결이 나오는 부분을, 선택이 나오는 부분을 찾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 여자는 그냥 문밖으로 내쳐져서 죽도록 강간을 당하고 살아 있을 때 자신을 시장에서 산 가축처럼 취급한 남자의 손에 의해 암소처럼 열두 조각으로 잘렸어요.   - 432,433쪽 


도망갔다가 잡혀온 첩을 데리고 여행을 갔다가 어느 집에 묵었는데, 베냐민 부족이 찾아와 남자를 내놓으라고 했더니, 남자가 대신에 첩을 내던졌고, 강간을 당하고 죽었으며, 남자는 그 시신을 열두 조각으로 잘라 평화의 뜻으로 부족들에게 보냈다는 이야기. 이거 전에 어디에서 보고 충격받았는데.. <가부장제의 창조>였나? 


이 대목 읽으며 의문이 들었던 것이, 길리어드는 왜- 소수의 선택된 '아주머니' 또는 예비 아주머니 격인 '탄원자', '진주소녀'들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 여성에게 그들이 그동안 가르쳐왔던 내용과 다른, 성경 원본을 읽도록 허락했을까? 이들은 여성을 취급하는 이런 끔찍한 내용에 대해 여성들이 아무 의문을 가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읽고 나서도 길리어드의 종교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절차였을까? 

위 성경 내용을 읽은 소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길리어드의 손에 무엇이 변화되고, 무엇이 덧붙여지고,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알았을 때는, 자칫 믿음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여러분은 믿음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실 거예요. 그건 마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어 가는 느낌이에요.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지는 느낌, 이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는 느낌이에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추방당한 느낌이에요.  - 433쪽


그렇다. 철저하게 교육받아 세뇌된 그동안의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존재를 뿌리 채 부정당하는 느낌일 것이므로, 버리고 반항할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또한 여기까지 와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이들은 원치 않는 결혼 등을 피해 구원을 받아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다가, 몇 년 동안 더욱 엄격하게 믿음을 갈고 닦아왔기에 더 그러할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특권을 보전하고 여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는 데 힘쓸 수도 있다. 길리어드는 여성을 결혼을 통해('아내') 또는 출산을 통해('시녀') 남성에게 종속시키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들은 고위계급의 집에 '하녀'로 보내어 종속시키거나, '아주머니'라는 특권계급에 속하게 한다. 이런 제도는 결국 여성들 사이에 연대를 불가능하게 하고 이들을 분열시킨다. 


그러나 이 모든 장벽을 뚫고 여성들은 연대할지니... 길리어드는 영원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힘냅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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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3 13: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캐나다 소녀가 등장하는 이유는............ 까먹음. =_=

건수하 2023-08-03 13:57   좋아요 2 | URL
미국에서 캐나다로 도망가는 서사는 흔하더라구요 :)

책읽는나무 2023-08-03 16:30   좋아요 2 | URL
수하 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도 캐나다로 도망친 거죠?
갑자기 생각났네요?
근데 상권만 읽고 아직 하권은 안 읽었어요.

건수하 2023-08-03 16: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도망노예가 캐나다로 많이 도망쳤다고 하더라구요.

독서괭 2023-08-03 19:14   좋아요 1 | URL
잠자냥/ 진짜 까먹으셨어요? 설마??
수하/ 오호, 톰아저씨 오두막에 그런 내용이!!
책읽는나무/ 나무님, 어서 하권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ㅋㅋ

잠자냥 2023-08-03 19:57   좋아요 2 | URL

은오 2023-08-03 22:47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까먹으신것도 단호하신것도 너무귀엽고멋있음..이게바로사랑일까..

잠자냥 2023-08-04 06:14   좋아요 2 | URL
아니오.

잠자냥 2023-08-03 13: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2020-08-20 00:29
˝시녀이야기 재밌게 봤는데 이 책도 꼭 봐야겠어요! ˝ 라고 썼던 괭 2023년 7월에 드디어 읽음.

우끼 2023-08-03 14:55   좋아요 3 | URL
자냥님 잠사모 회원관리…

잠자냥 2023-08-03 15:12   좋아요 3 | URL
전 관리하지 않습니다. 회원들이 스스로 관리당함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3 16:28   좋아요 5 | URL
아닌뎅...
회장님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ㅋㅋㅋ

독서괭 2023-08-03 19:15   좋아요 5 | URL
헐!! 회장 된 보람이 있는데요! ㅋㅋ 은오님 부러울 걸~~ 메롱메롱~
그나저나 2020. 8.에 그렇게 댓글 달았군요.. 산 건 2021. 7.경이더라고요. 거참 오래 걸렸네요 ㅋㅋ

은오 2023-08-03 22:45   좋아요 3 | URL
잠사모 회원들 마조히스트로 밝혀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3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휴가를 못가서 <증언들>을 읽지 못하는 것인가?😭😭
나도 <증언들>책 들고 있는뎅....
괭 님 리뷰 읽으니까 휴가 가고 싶어요!!!ㅋㅋ

잠자냥 2023-08-03 16:55   좋아요 3 | URL
오늘밤 만복이와 함께 그네로 휴가를.

독서괭 2023-08-03 19:16   좋아요 2 | URL
ㅋㅋㅋ 책나무님, 곧 휴가 비슷한 시간이 오잖아요! 애들 개학!! >ㅁ<
그때 증언들을 비롯한 재미난 소설들 많이 읽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당^^
만복이 그네 ㅋㅋㅋㅋ 행복해했다는 그 얘기 귀엽더라고요 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3 23:14   좋아요 1 | URL
오늘은 저녁에 학원 안 가는 날이라 밤에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맘 푹 놓고....저녁 먹구서 ‘악귀‘ 몰아보며 무섭다 그러곤 숙면!!🤤😴
이제 일어나...안타깝게 밤 그네를 타러 못나갔군요.ㅜㅜ
다시 자야 하는데 지금 멍~~~때리고 있어요.^^;;;;

다음 주 목요일부터 휴가!!!
그렇네요. 기쁨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ㅋㅋ

페넬로페 2023-08-03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녀이야기, 증언들
책 다 있는데 아직 입니다.
저는 2020년보다 훨씬 전에 읽어야지 했어요.
이젠 읽어야지, 보다
언젠가는 읽겠지가 더 맞는 듯 해요.

독서괭 2023-08-04 16:30   좋아요 1 | URL
오, 페넬로페님 다 가지고 있는데 안 읽으셨군요!!
우린 항상 읽을 책이 밀려있으니까요.. 그쳐 ㅠㅠ
재미난 장편소설 읽고 싶어질 때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시녀이야기> 다시 읽고 싶어서 주문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예전에 처분해버려서 ㅠㅠ

은오 2023-08-03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시녀이야기 지금 꼭 읽어야겠어요! 하고 3년보단 더 빨리 읽겠습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3-08-04 16:3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과연? 기억해두겠습니다. 자냥님처럼 나중에 짠 하고 댓글 달아야지..

단발머리 2023-08-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 권 다 읽었는데 모두 다 잊어버려서 ㅋㅋㅋㅋㅋ 다시 읽어야겠다! 굳게 다짐하다가 애트우드님 책 안 읽은 것도 많은데 그걸 먼저 읽어야하는 건 아닐까 갈팡질팡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써놓아야 관린 안 당함 ㅋㅋㅋㅋㅋㅋ

결론 : 읽긴 읽되 언제 읽을지 모르겠습니다. 독서괭님 리뷰는 읽은 책도 다시 읽고 싶게 만듭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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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짜입니다.

주말 아침, 신이 나서 배 위에 올라타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기 전에 휴대폰에 손을 먼저 뻗더라도요. 

키즈카페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앉아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더라도요. 

함께 외식하러 나가서, 아이는 태블릿PC를 보고 부모는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더라도요. 

아이와 놀아주다가도, 5분에 한번씩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 화면을 켜 보거나, 할 일도 없으면서 컴퓨터를 클릭하고 있더라도요. 


이 책은 그런 당신을(우리를) 혼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집중력을 훔쳐가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 대기업들의 전략에는, 평범한 개인 혼자의 힘으로 대항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초집중>을 쓴 니르 이얄의 방법들을 아무리 따라해도, 기업은 어떻게든 당신의 집중력을 빼앗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호,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하고 그냥 지금처럼 계속 살아볼까요? 

그 순간 이 책은 당신을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짜인 걸 믿지만, 그렇다면 뭔가 해야 한다고요. 

자본주의 시장전략이 가져오는 집중력 손상의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의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 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집중력의 위기가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와 스냅챗을 오가느라 주의력을 박탈당한 시민으로 가득 한 세상은 위기가 연달아 발생해도 그중 무엇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 26쪽

 

이 책에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가기 위해 기업이 개발한 전략들 -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등 - 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분석하고 경고합니다. 특히 브라질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퍼진 가짜뉴스로 극우성향 대통령이 당선된 사례는 충격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나요?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뭔가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게이들이 처음으로 조직 화하기 시작한 1890년대에 동성애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수감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 주말을 얻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을 때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구타당했고 조합 지도자들은 총살되거나 교수형에 처해졌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여러 면에서 저들이 기어올라야 했던 절벽보다 훨씬 덜 가파르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보통 사회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순진하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은 정반대다. 우리 시민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권력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우리의 집중력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이야말로 순진하다. 힘을 합친 민주적 캠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데는 순진한 점이 전혀 없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Wargarct Mend가 말했듯, 오직 그렇게 믿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꿔왔다.
나는 우리가 이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집중력을 소중하게 여기는가?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중요한가? 우리 아이들이 집중력을 기르기를 바라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한 정치인의 말처럼,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 426쪽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자신의 집중력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 멀리 시골마을로 떠나, 완벽한 인터넷 차단 상태로 3개월을 보낸 경험담을 들려주며, 에세이와 사회과학, 저널리즘을 오가는 흥미로운 탐구 방식을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가 저자처럼 할 수도 없고, (저자 역시 그러했듯) 3개월 후 돌아오면 다시 전으로 돌아가 버리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이 책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의 방법들도 다양하게 담겨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1. 일찍 재운다. (21:30경 취침) 

2. 아침을 잘 챙겨 먹인다. (반드시 먹고, 대체로 밥을 먹음)

3. 디지털 기기를 멀리 한다. (정해진 시간에만 TV를 보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이용X)

4.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탐구하고 경험할 기회를 준다. -> 이 부분이 사실 제일 실행이 어려움. 세상에 범죄가 훨씬 줄어들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너무 많아 사고의 위험성은 더 커진 게 아닌지. 어쨌든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억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적절한 방법은 찾아야 할 듯. 

5. 책- 특히 소설 - 을 많이 읽는다. (책은 좋아함)  - 내가 소설을 좋아하므로, 책 읽기의 장점을 설파하는 내용을 보면 신이 남. 

6. 딴생각을 하게 둔다. (노력필요 - 멍 하고 있을 때 그냥 둘 것!) 

7. 충분히 위로받는 경험을 하기 (노력필요 - 그래야 스스로 자신을 달랠 수 있음!) 


그리고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양육자 스스로의 집중력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원래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하지 않기 때문에(오로지 북플만 함. 유튜브는 필요한 영상만 딱 찾아봄) SNS 관련 문제는 딱히 없어 보입니다만(북플은 집중력을 훔쳐가지 않는다고 주장함), 그래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어서, 뭘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애초에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애 낳은 후에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고(그 전에는 못 했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멀티태스킹은 착각이라더군요. 

일단 병렬독서를 좀 정리했습니다. 한두 권 정도만 유지할 생각입니다.

여러분, 북플 빼고는 다 정리합시다!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상업 자본주의에 대항합시다! (제가 보기에 알라딘 서재는 상업성이 무척 떨어짐..)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집중력의 세 가지 형태에 관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제임스는 몇 년간 집중력을 연구한 뒤 집중력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그 세 가지를 전부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함께 그것들을 살펴보면서 그때까지 알게 된 내용 중 많은 부분이 명료하게 이해되었다.
그는 집중력의 첫 번째 층이 스포트라이트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릴 거야˝ 같은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경을 찾고 싶은가? 냉장고 안을 보고 싶은가? 책의 이번 장을 끝까지 읽고 싶은가? 이때 필요한 집중력의 이름이 스포트라이트인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초점을 한 곳으로 좁히기 때문이다. 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거나 방해받으면 우리는 이런 단기적 행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집중력의 두 번째 층은 스타라이트, 즉 별빛이다. 스타라이트는 ˝장기적인 목표, 그러니까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우리는 책을 집필하고 싶다. 사업을 차리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 집중력의 이름이 스타라이트인 이유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이 스타라이트를 놓치면 ˝장기적 목표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잊기 시작한다.
집중력의 세 번째 층은 데이라이트, 즉 햇빛이다. 데이라이트는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 형태다. 자신이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아는가? 심사숙고하며 명료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이런 질문의 답을 알아낼 수 없다. 제임스가 이러한 집중력에 데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눈앞의 광경이 햇빛으로 가득할 때에만 주변 상황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산만해져서 이 햇빛의 감각을 잃으면 “여러 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데이라이트의 상실이 ˝가장 심각한 형태의 산만함˝이며 심지어 우리가 분열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신적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찮은 목표에 집착하거나, 리트윗 같은 바깥세상의 지극히 단순한 신호에 의존하게 된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방해 요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는다. 우리가 별빛과 햇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찰과 공상, 사색을 지속할 때뿐이다. 제임스는 집중력 위기가 우리에게서 이 세 가지 형태의 집중력을 전부 빼앗아가고 있다 고 믿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빛을 잃고 있다.   - 409,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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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24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고 멍때리기의 중요성을 알았는데 또 까먹고 있다가 괭님 리뷰 읽으니까 생각나네요. 전 오히려 멍 때리는 시간이 없거든요. 멍도 좀 때려야되는데 눈 떠 있는 시간엔 항상 뭘 하고있어요. 잠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뭘 보거나 뭘 하거나..... 오히려 멍을 때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 ㅋㅋㅋㅋ 괭님 애기들은 멍을 자주 때리나봐요. 저도 어릴땐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크니까 멍 때릴 시간에 멍하니 휴대폰 보고 있네..
그리고 괭님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진짜입니다.

독서괭 2023-08-02 11:35   좋아요 1 | URL
ㅎㅎ 은오님 바쁘게 뭔가 계속 하는 분이군요. 저도 어릴 때에 비하면 멍 때리기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자기 전에 누워서 잠깐? 운전할 때도 생각이 막 흘러갈 때가 많은데 그때도 영어방송이나 오디오북을 계속 듣고 있으니.. 운동할 때도 뭘 듣고요. 쩝.
아니 은오님, 진짜 아닌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로 인정해 드립니다. ㅋㅋ

잠자냥 2023-07-25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북플은 집중력을 훔쳐가지 않는다고 주장함.“ ”여러분 북플 빼고 다 정리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여행와서도 북플 접속 중 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제 책 한자도 못 읽았네!

책읽는나무 2023-07-25 11:02   좋아요 2 | URL
집인 것 같단 생각이 또 드는군요!!!!!🤔🤫

독서괭 2023-08-02 11:3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자냥님,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도 휴가 중에 계속 북플에 접속은 했지만 제대로 보지는 못 했네요. 그래도 북플은 알고리즘 이런 거 없잖아요. 그냥 친구들 글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 북플이 발전하길 원했지만 이 책 보니 그냥 그대로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ㅋㅋㅋ

잠자냥 2023-07-25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이 리뷰 좋네요. 구체적 실천방안까지!

독서괭 2023-08-02 11:37   좋아요 1 | URL
감샵니다. 실천이 중요하죠!!

책읽는나무 2023-07-25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들이 멍 때리거나 뭔가에 꽂혀 뭔가를 하고 있을 땐 그냥 내버려두란 말을 어떤 육아서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의 집중력 발현의 시간인데 자꾸 아이를 불러 세워 뭐하니? 숙제 해야지...이런 식으로 딴지를 걸면 그 아이는 곧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성인으로 큰다더군요.
근데 울 집 애들은 핸드폰 볼 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던데...책 읽을 땐 10분만 지나면....ㅜㅜ
저도 북플할 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책 읽을 땐???
누굴 탓하겠어요.ㅋㅋㅋ
근데 진짜 북플은 집중력을 훔쳐가지 않을까요?? 정말?????🤔

독서괭 2023-08-02 12:1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책나무님! 저도 애들 멍 하고 있으면, 무슨 생각하나 궁금해서 자꾸 뭐 하니? 하며 건드리게 되더라고요. 의식적으로 그냥 두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핸드폰 고도의 집중력 ㅋㅋㅋㅋ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스터리... ㅠㅠ 근데 핸드폰은 그 안에서 하나에 집중을 못하게 되어 있으니 집중한다고 보기도 어렵겠어요(게임은 예외?)
북플은.. ˝비교적˝ 집중력을 훔쳐가진 않는 편이라고 주장합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7-2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렇게 오래오래 ㅋㅋㅋㅋㅋㅋ 알라디너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궁금해서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독서괭님 실천방안 무척 좋네요. 아이에게 몇 살까지 핸드폰을 혹은 아이패드를 주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 저는 고민하는 시기가 지났지만(너무 많이 함) 다시 고민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끊어야 하는데 저는 북플 밖에 하지 않는데 왜 집중력이 이모양인지.... 알게 되시면 연락 좀 ㅋㅋㅋㅋㅋ

이 리뷰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두 번 읽고 킵!!!

독서괭 2023-08-02 12:22   좋아요 1 | URL
단발님이 집중하지 못하시는 이유는 지금 너무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ㅠㅠ
책 읽어보시죠. 별로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좋았어요. 특히 글을 재밌게 잘 끌고 나가더라고요. 본인 경험담 포함해서^^
저도 아이들이 아직 미취학이라 진지하게 고민은 안 해봤는데- 핸드폰은 물론 안 되고 패드는 집에 없어요 - 생각은 중학생 될 때까지 안 사주고 싶지만 막상 닥치면 어찌될지.. 요즘 초등학생들 많이 가지고 다니니 사달라 조를 것 같아요 ㅠㅠ
킵하시다니 감사합니다~^^

han22598 2023-07-28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홀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자본주의 힘.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유투브 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면서...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조차 하고 있는 않는 요즘인데,
독서괭님 리뷰보고 정신 차리고 싶어지네요 ㅎㅎㅎ

독서괭 2023-08-02 12:23   좋아요 0 | URL
han님, 감사합니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여러 각도로 짚어주는 점이 좋았어요^^
책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아직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3-08-0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2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자의 풍경 - 문자의 탄생과 변주에 담긴 예술과 상상력
이승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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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고색창연한 ‘갑골문‘을 다룬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흥미로워 보여서 사긴 했지만 기대보다 더 흥미로워 놀람. 갑골문-금문-현대 한자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과정과 더불어 고대 중국사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어릴적 잠깐 서예학원 다녔었는데 꾸준히 해볼걸 그랬나 괜히 아쉬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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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21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완독하셨군요^^ 진짜 재밌죠! 이렇게 재밌어도 될일인가 싶을 정도로 재밌는 놀라운 책!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서예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해요!^^

독서괭 2023-07-21 13:25   좋아요 2 | URL
화가님, 완독한 지는 좀 됐는데 리뷰 쓰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100자평으로 갈음하려고요 ㅋㅋ 화가님처럼 원래 중국사에 관심 깊은 분이 아닌 저같은 사람에게도 재밌게 읽힌다는 게 놀랍습니다. 한자 서체들 보니까 괜히 저도 써보고 싶어지긴 하더라고요. 하지만..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이요^^

잠자냥 2023-07-21 13: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예는 은오를 시켜야.....

독서괭 2023-07-21 13:39   좋아요 5 | URL
어휴 하루종일 은오 생각…

잠자냥 2023-07-21 13:50   좋아요 4 | URL
푸하하하하하 지금 카페에서 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21 13:52   좋아요 3 | URL
아니 부장님 투비 한번 보라니까요. ㅋㅋㅋㅋㅋ 화가 님이 먼저 은오에게 서예 제안하심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21 14:09   좋아요 2 | URL
https://tobe.aladin.co.kr/n/83210?commentId=28750&start=allimcenter

독서괭 2023-07-21 15:54   좋아요 3 | URL
헐 투비에서 이렇게 재밌게 놀고 계셨다니... (부럽다)
은오님 글씨체 홍삼캔디냄새난다니 ㅋㅋㅋㅋㅋ
전 잠자냥님 글씨가 놀랍군요.
참고로 저는 수하님 글씨체랑 비슷합니다(인증샷 없음)

은오 2023-07-22 21:25   좋아요 1 | URL
😳

책읽는나무 2023-07-21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까 투비에서 괭 님 손글씨 보고 여기 다시 들어왔네요^^
손글씨만 봤는데 왜 얼굴을 본 것 같은 친밀감이 드는지?^^
정말....
다들 한 글씨체 하셔서 갑골문 저리가라 입니다.ㅋㅋㅋ
괭 님도 넘 귀여워요!!!

잠자냥 2023-07-21 18:12   좋아요 2 | URL
갑골문 저리가라! 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무 님 제 얼굴이 그렇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21 22:55   좋아요 3 | URL
INTJ 고양이 뒷모습이 자꾸 떠올라 잠자냥 님 얼굴은 당최 떠오르지 않네요????ㅋㅋㅋ

근데 울 만복이도 조금만 신경 안 쓰면 글씨가 엉망이던데 그것도 어째 닮은 것 같아요.ㅋㅋㅋ
잠자냥 님은 또 다른 INTJ 제 딸 같군요. 그동안은 은오 님이 귀여워서 나름 숨겨 놓은 딸 같단 생각을 혼자 했었는데 은오 님 곁에 잠자냥 님이 만복이 언니! 진짜 딸이었어요.ㅋㅋㅋ
만자냥ㅋㅋㅋ

독서괭 2023-07-24 17:47   좋아요 1 | URL
갑골문 저리가라 라니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상형문자 적입니까? ㅋㅋㅋㅋㅋ
책나무님 글씨도 보기 좋던데요^^
잠자냥님 글씨는.. 음.. 인간적입니다. ㅋㅋㅋ 사람이 너무 다 가지면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