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입니다..ㅋㅋ

하지만 오랫동안 충동구매를 참아온 독서괭을 무너뜨린 굿즈가 있어, 자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제 일하다가 문득, 종이를 눌러 놓을 문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게 세상 급한 일인 것처럼 허겁지겁 알라딘에 들어가 책과 문진을 담았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했는지 오랜만의 땡투 기회도 깜박 ㅠㅠㅠ 

주문한 날 밤에 땡투를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읽지 않은 책장을 바라보며 충동구매를 후회했더랍니다.

하지만 어제! 포장을 뜯고 문진을 확인한 순간 후회는 날아가고!! 

이거다! 역시 알라딘은 굿즈 천재다!! 하며 내면의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바로 이거! 




앨리스 문진! 

다른 분들 서재에서 몇번 봤지만 예쁘다 생각하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마음에 쏙 듭니다. 

애들이 볼까봐 얼른 숨겨서 ㅋㅋㅋ 회사로 챙겨옴. 아아 오늘은 더욱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문진을 사기 위해 산 책들은 요거. ㅋㅋ



  













<한자의 풍경>은 좀 생뚱맞지만, 얼마전 신간 소개에 혹하여 담아두었던 책. 두껍습니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잠자냥님 강추로 얼떨결에 담아뒀던 책인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샀네요 ㅋㅋ 

하지만 땡투 깜박... 적립금 플렉스 잠자냥님은 쿨하시지만 제가 억울 ㅠㅠ 

<우다다 꽁냥파크>는 어제 첫쨰가 바로 붙잡고 다 읽었는데, 아주 재밌어했습니다. 2권 나오면 살 예정. 

문진 외에도 흄세 시즌4, 우다다 꽁냥파크 엘홀더도 받음..


어쩌다 보니 4월에 책을 4권이나 사버렸다??(얼마전 2권 삼) 

다시 한번 새해 계획을 되새기며 5월부터는 자린고비 독서괭으로 돌아가겠다 결심해 봅니다. 


참, 오늘 아침 <제2의 성> 밑줄을 옮기느라 한참 걸렸는데, 밑줄이 워낙 많지만 그래도 아이폰 새 기능 덕에 무난히 완료! 

일전에 미미님이 알려주셨던가요? 카메라 자체에 텍스트 복사 기능이 생겼다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니 그 기능이 생겨서 이용중인데 아주 편합니다. 특히 카메라 찰칵 소리가 나지 않으니 공공장소에서 더 유용할 듯요.


저는 이제 앨리스 문진와 함께 신나는 업무시간을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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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26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텍스트 복사 은오 님이 페이퍼 작성하셨던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문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저는 파우치 받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0:36   좋아요 0 | URL
앗 그러게 은오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 기억력!
문진 욕심은 없으시군요?(의외) ㅋㅋㅋ 파우치도 좋아보이더라고요..하지만 집에 많아서..문진은 한개도 없거든요 ㅋㅋㅋ

다락방 2023-04-26 11:15   좋아요 2 | URL
저는 펀치라든가 주변 도구를 문진 대신 이용하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3: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만.. 갑자기 필수품 처럼 느껴지지 뭡니까?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6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진에 여러 분께서 유혹을 당하신듯요^^ 앨리스 문진 이쁘네요ㅎㅎㅎ <한자의 풍경>은 저도 샀습니다! 4월이니 4권, 5월엔 5권 어떨까요?^^*

독서괭 2023-04-26 10:37   좋아요 2 | URL
제 기대보다 더 예뻐서 대만족입니다^^
오 화가님 <한자의 풍경> 사셨군요! 저보다 빨리 읽으실 듯요 ㅋㅋ
5월엔 5권이라니 새파랑님 같은 말씀을 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6 10:39   좋아요 1 | URL
ㅋㅋ 새파랑님을 소환해보았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등판하실 것 같지만!ㅋㅋㅋ 저는 윤동주 문진으로 골랐어요ㅎㅎㅎ

독서괭 2023-04-26 13:1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윤동주 문진 구경하고 왔습니다!

자목련 2023-04-26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문진, 보며 볼수록 예쁩니다. 문진이 필요하냐고 계속 묻고 아니라고 답하고...
대리만족으로 참아볼까 합니다. ㅎ

독서괭 2023-04-26 10:37   좋아요 1 | URL
제말이 그말입니다 자목련님, 문진이 필요하냐..진짜 필요하냐? ㅋㅋㅋ 근데 갑자기 필요한 것 같은, 필수품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ㅋㅋㅋ 급히 샀답니다. 홀린 거지요..하지만 후회하지 않겠어요!

건수하 2023-04-26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앨리스도 예쁘고, 지구에서 달까지 도 예쁘지만…. 유혹을 이겨냈습니다.

의지의 독서괭님이 무너지셨다는데 왜 반갑죠 ㅎㅎ :)

독서괭 2023-04-26 10:38   좋아요 4 | URL
ㅎㅎ 수하님 지구에서 달까지 고민한다고 하셨던 댓글 봤어요. 참아내셨군요!! 지구에서 달까지는 다 나갔는지 선택지에 없었던 듯??한데 저는 앨리스가 더 맘에 들더라고요.
반갑다고 하셔도 자주 무너지지는 않겠습니다.. 진짜요.. ㅠㅠ

잠자냥 2023-04-26 12:03   좋아요 4 | URL
헉 지구에서 달까지 그새 품절이에요? 아아.........
다행이다.. 이번달엔 그만할게요.
근데 그거 갖고 싶네.. 지구에서 달까지............ㅠㅠ

독서괭 2023-04-26 13:19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도 앨리스 문진 사셨었죠?

책먼지 2023-04-27 10:39   좋아요 1 | URL
유일하게 지구에서 달까지만 갖고 싶었는데!! 책 좀 그만 사라고 온 우주가 다그치네요

독서괭 2023-04-27 13:19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오 딱 품절된 그것! 제일 인기가 많았나 봅니다. 다시 나오지 않을까요? ㅋㅋ

건수하 2023-04-27 13:44   좋아요 1 | URL
제가 친구한테 문진을 보여줬더니 두세달 안에 알라딘 오프매장에 풀릴 거라고 예언하더군요. 과연…?;;

햇살과함께 2023-04-26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진도 독서대도 잘 안쓰는 저는 굿즈 땜에 책 사는 경지는 아직은 멀었네요 ㅋㅋㅋ
이쁘지만 갖고 싶진 않고 플친님들 산 거 구경하는 건 좋네요~
저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책상에서도 책을 한손으로 들고 읽는게 버릇이라^^

독서괭 2023-04-26 13:20   좋아요 1 | URL
햇살님 굿즈 땜에 책 사는 경지가 멀었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한창 굿즈 땜에 책을 사던 시기를 지나 작년부터 매우 절제하고 있습니다만.. 오랜만에 굿즈 욕심에 책을 샀네요 ㅎㅎ
그래도.. <제2의 성> 같은 건 한손으로 들고 못 읽지 않으셨나요?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4-26 17:16   좋아요 2 | URL
그건 두 손이 필요 ㅋㅋㅋ

공쟝쟝 2023-04-26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찰 칵 소리가 나지 않으니 회사에서 몰래 페이퍼 쓰기가 매우 편하다는 뜻으로 읽고 제2의 성을 기다리겠나이다 🙏

독서괭 2023-04-26 13: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회사에서 몰래 하기 좋은데 오늘 아침 일찍 해버렸네요 ㅋㅋ 제2의 성 발췌한 게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뜨아..

잠자냥 2023-04-26 1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왈 : ˝문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멋지다 문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6 13:21   좋아요 1 | URL
우리 문지니~~♥ 쓰담쓰담

잠자냥 2023-04-26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진은 지금 보니 제가 제일 갖고 싶던 것과 제일 안 갖고 싶던 거 딱 2종류만 남았네요.....
내 취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구에서 달까지 가도록 갖고 싶다......미치도록.. ㅠㅠ)

독서괭 2023-04-26 13:22   좋아요 2 | URL
오호 잠자냥님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이 앨리스인가요? 달까지는 품절이 맞나 보네요. 미치도록 갖고 싶으시다니 안타깝 ㅠㅠㅠ 알라딘아 다시 내줘라!!

잠자냥 2023-04-26 13:2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네, 앨리스로 받아두고....
정작 그거 머리맡에 두고 고양이한테 자랑용.... 그리고 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7 13:19   좋아요 1 | URL
고양이 코웃음 치고 바닥에 털만 묻힐 것 같은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3-04-26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보니 문진 넘 예뻐요
책 사는데만 지출하는 터라 웬만하면 굿즈는 안사는데,,, 이건 탐나네요^^

독서괭 2023-04-27 13:2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저도 최근 굿즈 별로 안 샀는데.. 홀랑 넘어갔습니다. 많이 쓸 일 없을 거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만족이요 ㅋㅋ

새파랑 2023-04-26 14: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진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하나 더 받을까 고민중입니다 ㅋ
5월에 0권 6월에 1권 구매하시면 됩니다~!!

독서괭 2023-04-27 13:2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문진 뭘로 받으셨나요?^^
5월에 0권 6월에 1권이라니 새파랑님 답지 않은 말씀이시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3-04-27 18:18   좋아요 0 | URL
전 별헤는 밤 받았습니다 ㅋ

단발머리 2023-04-26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들이 볼까봐 얼른 숨겨서 ㅋㅋㅋ 회사로 챙겨옴. 아아 오늘은 더욱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역시 독서괭님 ㅋㅋㅋㅋ 저도 좋은 건 일단 제가 합니다. 특히, 요건 양보 못 하죠.
저는 앨리스 구매했고요. 저도 곧 책사진 올리고 싶으나 언제가 될지.... 곧 돌아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7 13: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모처럼의 나를 위한 구매인데 절대 양보 못하죠!! 애들이 막 굴릴까봐 걱정되어 상자에 다시 담아서 잘 들고 왔습니다.
단발님도 앨리스!! 빨리 올려주세요^^
 


살아있다는 건 아름다운 거야. 우리 물기 빠진 나무는 되지 말자.

 - <토지> 14권 제2편 9장, 길여옥이 명희에게 



<토지> 13,14권에서 임명희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조용하의 정신병적인 집요함에 대하여, 명희는 결혼생활 내내 무심한 태도를 견지하며 버텼다. 그러나 명희가 친구 여옥과 기차역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진 후, 기차에서 내린 조찬하와 우연히 만나 함께 집으로 오게 되자, 그걸 빌미로 조용하는 (실제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둘이 불륜을 저질렀으므로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그동안 참아왔던 조찬하도, 명희도 한계에 이른다. 명희는 집을 나간다. 

그러나 부인이 집 나간 사실을 견딜 수 없는 조용하는 명희를 붙잡아 차에 태우고 별장으로 간다. 

이후 명희는 심신이 탈탈 털린 상태로 길여옥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자살시도에 이어, 시골 교사로 취직. 새로운 삶을 꿈꾸며 희망을 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명희를 찾아 시골로 내려간 유인실과 오가타, 조찬하가 만난 것은 "물기 빠진 나무"같은 모습 뿐이다. 친구 여옥이 명희에게 한 말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다. 이미 명희는 물기가 빠질대로 빠진 후이기 때문이다. 


역관의 사랑받는 막내딸로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임명희. 동경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 임명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임명빈이 옥고를 치른 후 동생 명희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할 때, 신여성론을 들먹이며 말할 때 그녀는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한다. 자신 없는 태도. 무기력한 수동성. 적극적으로 주장할 건 없고 다만 반대할 뿐인 입장. 그건 무엇 때문일까? 


그녀들은 세계에 군림하여 날마다 세계를 정복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에서 분리되어 내재와 반복에 바쳐져 있다. 그녀들은 자신이 실추 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녀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일반성 속에 삼켜져 버렸다는 것, 즉 아내나 어머니나 주부나 수백만의 다른 여자들 가운데 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이와 반대로 각자 자기가 처한 조건을 독자적으로 살았다. 그녀는 자기의 인생 수업과 친구들의 그것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모르고 있었다.
 - <제2의 성>, 861쪽



임명희는 보부아르가 지적한,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닐까? 그녀는 그 시대 신여성이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웠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여학교 선생이 되었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한다. 배운 여성으로서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을 택했을 뿐.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녀에게 반해버린 조용하에 의해 결혼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명희는 조용하에 의해 별장에 끌려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선택에 대해 돌이켜 본다.



쾌적한 곳에서 풍파 없이 자신을 달래가며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상황은 꽃과 관계가 없고 저 푸른 하늘과도 관계가 없고 음악회, 그 분위기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고급 레스토랑의 하얗게 풀먹인 식탁보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아, 하며 명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 때문에 비로소 입술을 깨문다.  

 - <토지> 13권 제2편 2장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와 그대로 결혼했다면


임명희의 결혼생활을 보며 <제인 에어>를 생각한 것은, 제인 에어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의 존재를 모른 채 그대로 로체스터와 결혼했더라면, 임명희처럼 되지 않았을까 여겨져서였다. 로체스터는 제인에어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부터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치장하려 든다. 제인 에어는 임명희처럼 귀족 가문에 편입되어 귀부인 행세를 해야했을 것이다. 로체스터는 다행히도(?) 불운을 겪고 추락하면서 변화하지만, 조용하는 임명희를 잃고 나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다. 슬픈 것은, 그 추락의 과정에 임명희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져 명희까지 동반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진짜 써글놈이다. 


보부아르가 말하는 실존주의 철학의 언어를 빌리자면, 명희는 철저하게 내재에 갇혀있다. 반면, 제인 에어는 초월을 향해 나아간다. 그녀는 로체스터가 보장해 줄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존이 제시하는 전도사의 길에 마음이 흔들린 것도 초월에의 욕망 떄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신을 도구로서 이용하려는 존의 제안을 결국 거부하고, 불운에 처한 로체스터에게 돌아가 서로가 대등하게 관계 맺는 이상적인 부부가 된다(고 보인다). 그러나, <제인 에어>의 해제를 보면 과연 제인 에어가 초월에 성공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제인에게 공감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 온 독자로서는 제인의 행복을 믿어 주고 싶다. 그러나 제인의 ‘완전한 화합'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인이 ‘자유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지녔고 여성 전체가 ‘엄격한 속박과 너무 심한 정체‘에 시달리는 것을 개탄했던 것을 생각하면, 펀딘이라는 -로체스터가 버사를 가두기조차 꺼려했던 - 폐쇄적인 세계가 그녀가 바라던 더 넓은 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더욱이 제인과 로체스터의 관계는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의존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녀가 펀딘에서 얻은 권위는 이상화된 아내이자 어머니의 권위와 통하는 것이며, 그녀는 남성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도자‘라는 당대 여성에게 부과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 <제인에어>, 해설 712쪽



브론테의 작품은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면모를 많이 보인다. 반면에 <토지>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브론테는 당대 여성의 현실을 초월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판타지라 하더라도, 여성이 지금처럼만 살 필요는 없다며 다른 길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인에어가 세속의 기준에서 어느 모로 보나 우월한 로체스터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신나는 일이다. 현실적인 <토지>를 읽는 일은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의 통찰과 필력은 확실히 경외를 느끼게 한다. 

  


<토지>의 제인 에어, 유인실


한편, 제인 에어는 임명희보다 성격이 적극적이고 분명한 편이라, 부자 로체스터와 결혼했더라도 임명희와는 달랐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제인 에어는 명희보다는 유인실과 닮은 것 같다. 독립운동에 관여하여 수감되었다 풀려나, 동경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야간학교 선생으로 취직한 유인실은, 똑똑하고 강인한 여성의 표본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만난 오가타 지로- 그는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조선인들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 를 사랑하지만 애국심 때문에 그와 맺어지지 못한다. 

일본 여자와 결혼한 조찬하와 달리, 일본 남자와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유인실은 많은 뒷담화를 감당해야 했다. 이같은 불균형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부장제 문명은 여자에게 순결을 강요했다. 남자에게는 성욕을 채우도록 다소 공공연하게 그 권리를 인정했지만, 여자는 결혼 속에 갇혀 있게 된다. 그녀에게 육체적 행위는 법이나 의식에 의해 신성화되지 않으면 과실이고 타락이며, 패배이자 약점이다. 그녀는 자기의 정조와 명예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그녀가 '몸을 허락'하거나 '타락'하면 그녀는 멸시당하게 된다. 그녀를 정복한 남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에는 찬탄도 들어 있다. (...) 남자가 열등한 존재들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일을 금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녀와의 정사는 언제나 허용됐지만, 운전기사나 정원사에게 자기를 내맡기는 부르주아 여자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박탈당한다. 그토록 맹렬한 인종주의자인 남부 미국인들은 남북전쟁 이전이나 오늘날이나 변함없이 관습에 의해 흑인 여자들과 동침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권리를 귀족처럼 위풍당당한 교만함으로 행사한다.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와 성관계를 하면 노예 시대에는 살해당했을 것이고, 오늘날에는 집단폭행을 당할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와 동침했다고 말하는 대신에 그녀를 '소유했다'거나 '가졌다'고 말한다.   

 - <제2의 성> 514쪽  * 없는 것 없는 제2의성..*



보부아르가 지적하였든, 이것은 여성과 남성 각각의 육체적 행위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르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유인실과 오가타 지로가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온 후, 육체관계를 의심하고 분노를 표시하는 조찬하의 태도는 정말이지 모순적이다. 피지배민족으로서 일본여자를 취하는 것은 일종의 승리고, 반대로 일본남자가 조선여자를 취하는 것은 패배, 수치, 타락이 된다. 


오가타 지로와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고 헤어진 유인실.. 그녀가 자기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길 바랐건만, 운명이 그녀의 발을 붙잡는다. 바로.. 임신이다!! ㅠㅠㅠㅠㅠ 그녀는 오가타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가타는 알지 못한다. 피임도 안 했으면서 임신한 건 아닌지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니니..? 오가타도 나름대로 인실을 찾다니지만 아이가 태어나 다른 곳에 맡겨질 때까지 전혀 모른다. 인실은 아이를 낳고,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로 떠난다. 아마도 중국으로. 

하.. 결국 명희와 비슷한 상태에 이르러버린 인실 ㅠㅠ 두 여자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까지 쓰고 며칠 묵혀 두었는데, <토지> 15권에서 유인실이 변신하여 돌아온다!! 따단~ 

유인실은 진정, 여성조건에서 벗어나 본질적 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한 여성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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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4-12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독서괭님 쩐다!!!!!!! 😫😫😫😫😫😫😫 근데 토지 진짜 대작이네요!!!
그나 저나 초월은 한 번 하면 끝없이 초월이라 ㅋㅋㅋㅋ 저도 유인실님의 미래가 기대 됩니다 ㅋㅋㅋㅋㅋ 어제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에서 메데이아 편이 생각 나요. 자유의 고통. 흥미진진하고 나도 토지!!! 읽어야지 ㅋㅋㅋㅋㅋ(언제?ㅋㅋ)

독서괭 2023-04-12 13:06   좋아요 1 | URL
토지 정~말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대하소설 중의 대하소설이랄까.. 너무 멋져요. 쟝쟝님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 저도 오디오북 아니었음 도전 못했을 듯요!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 재밌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3-04-12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글 쓰고 이달의 페이퍼를 남기고 간 괭......

공쟝쟝 2023-04-12 11:16   좋아요 3 | URL
자주 막 쓰는 저랑 다르죠?

잠자냥 2023-04-12 11:55   좋아요 2 | URL

공쟝쟝 2023-04-12 12:39   좋아요 3 | URL
😷

책읽는나무 2023-04-12 12:42   좋아요 1 | URL
단호한 자냥님ㅋㅋ

공쟝쟝 2023-04-12 12:55   좋아요 4 | URL
무척 기분이 상했으므로 두달동안 땡투 하지 않도록 하갰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12 13:00   좋아요 3 | URL
앗! 안 돼...삐지지 말아요.
전 쟝님 글도 좋아합니다^^

넘 늦었나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3:02   좋아요 3 | URL
쟝님 댓글에만 금방 좋아요! 눌렀어요.
제가 쟝님 글도 이렇게 좋아합니다^^

공쟝쟝 2023-04-12 13:05   좋아요 4 | URL
아닠ㅋㅋ 나무님 ㅇ 잠자냥한테 상함ㅋㅋㅋㅋㅋ 나무님 무질이 땡투 갑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3-04-12 13:08   좋아요 2 | URL
잠자냥/ 2,3월 못 썼더니 이달의 리뷰,페이퍼 당첨금을 못 받았는데 ㅋㅋ 감사합니다 ㅋ
공쟝쟝/ 자주 막 쓰지만 양질의 글이죠! 폰으로 막 써도 말야~ 부럽습니다.
책나무/ 쟝쟝님은 나무님에게 삐지지 않았다니 안심하십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3:08   좋아요 2 | URL
자냥님 바쁘신 거 같아 제가 대신 달래야 할 것 같았어요ㅋㅋㅋ
무질이는 읽는 그 순간 구입하시길^^

잠자냥 2023-04-12 13: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쟝 놀리는 맛 세상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
ㅇ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12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임명희는 시대의 한계도 있지만 좀 약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이상현에게 실연당한 충격도 있었겠지만. 제인 에어는 임명희 같지는 않을듯요… 일단 로체스터도 기가 꺾인 상태라서.

유인실의 미래가… 읽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기억나도 말 하면 안되겠지요 :)

독서괭 2023-04-12 13: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수하님^^
전 임명희 캐릭터가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상현에 대해서도 약간 밍숭맹숭 하다가 나중에서야.. 그 시대 많았을 여성캐릭터 아닐까 싶습니다. 로체스터 기가 살아나는 와중에 제인이 아주 확 꺾어버렸쥬 ㅋㅋㅋ
유인실 따단 나타나는데 넘 흥분됐어요 ㅎㅎ 앞으로 잘 지켜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4-12 1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인에어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여성의 입장에서 완전한 판타지로 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느낌이었어요. 토지의 현실성 지극히 공감합니다! 읽으면서 분통터질 때도 많지만 그래서 저는 더 읽는 맛도 있는 것 같아요. 15권 다시 열청중입니다. 기다린 만큼 멋진 분석 글 감사합니다. 역시 괭님 최고!!!*^^*

독서괭 2023-04-12 13:12   좋아요 2 | URL
맞아요. 화가님. 해설에서 로체스터가 눈과 팔을 다치면서 남성성을 거세당하는데, 그 상태에서 제인과 이상적인 사랑을 이룬다는 것이 현실에서 있기 힘든 일이라고 했던 듯요.. 공감..
화가님과 토지 함께 듣고 있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약한 역사 부분 정리해주셔서 더 좋아요!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3-04-12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독서괭 2023-04-12 13: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햇살님~^^

망고 2023-04-12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지에서 신여성들을 보는 먹물든 남성들의 시선이 참 적나라하게 나오죠 유인실에대한 수근덕거림도 그렇고 남녀평등에 대한 칼럼 좀 썼다고 강선혜를 왕따시키는 것도 그렇고...근데 유인실의 미래는 정확하게 끝맺음해주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요ㅎㅎㅎ제가 기억을 못 하는걸지도ㅜㅜ

독서괭 2023-04-12 13:13   좋아요 2 | URL
오 망고님 완독자이시군요. 맞아요 강선혜 따돌리는 것도 참 보기 그렇더라고요. 강선혜도 그리 호감형 인물은 아니지만요. 유인실 미래가 끝맺음이 안 된다고요?? 그래도 유인실이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 상태로 떠났는데, 몇년 후에 따단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끝까지 듣고 알려드리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4-12 1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인실이, 그 대사 하는 인물 아니던가요? 사랑했던 남자에게 ‘당신을 잊는 것은 나의 의지이지 마음이 아니지 않아요?‘ 이런 뉘앙스의 대사였는데. 제가 그 대사에 완전 치여가지고 박경리 님 천재.. 그랬었는데 말입니다. 유인실의 대사 같은데 기억이 불분명 합니다. 하도 오래전의 일이어서요.

아 그나저나 독서괭 님, 진짜 명품 페이퍼 쓰셨네요. 제2의 성을 뭐랄까 아주 맞춤한 시기에 똭- 읽고 또 맞춤한 문장들을 똭- 가져오고, 소설속 인물들을 비교하여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다니.. 독서괭 님 짱입니다. 투비라면 응원 500원 놓고갔을 겁니다. 독서괭 님, 만세!

계속 읽고 쓰셔야겠어요, 독서괭 님. ㅋ ㅑ -

독서괭 2023-04-12 13:15   좋아요 1 | URL
오옷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나지만 유인실이 오가타에게 했던 말 같은데요?? 유인실이 참 멋있어서 좋아하다가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안타까웠는데.. 변신하여 너무 좋습니다.
명품 페이퍼라니 과찬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제2의 성>을 계속 읽다보니 이런저런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관련시키게 되더라구요. 1도 모르는 실존주의에 대해서도 아는 척- ㅋㅋ 500원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3-04-12 14:04   좋아요 2 | URL
괭님 저라면 괭님 투비에 응원 5000 포인트 놓고 갔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12 15:02   좋아요 2 | URL
저 투비 안 한다고 막 던지시는 거 아닌가요 자냥님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12 1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지 읽어야 하나? 괭님 후기 읽으면 늘 왔다 갔다 하던데, 오늘은 읽어! 뭐해? 이런 느낌이랄까요?^^
같이 읽은 책들과 연관성! 그것도 토지랑 보부아르 책이랑 제인 에어랑 찰떡궁합이라니?
사고의 폭이 무한정이시군요^^
이쁜 알라디너들 넘 많다!!!

독서괭 2023-04-12 13:18   좋아요 2 | URL
오늘은 읽어! 뭐해? ㅋㅋㅋㅋ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은 들으시라고요^^ 진짜 <토지> 오디오북 연기자들 연기도 명품이예요. 사투리도 얼마나 잘 하시는지~ 감정연기도 최고~ 강추입니다.
명희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 제인에어 도망간 게 얼마나 잘한 일인가 새삼 생각했어요 ㅎㅎ 명희는 자기자신을 너무 존중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4-12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토지괭님~!
토지가 대작이긴 대작이나 봅니다. 찾아보니 22권짜리 이군요 ㅋ

독서괭 2023-04-18 14:25   좋아요 1 | URL
대작이죠..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는데 자리를 너무 차지해서 본가에서 못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4-1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좋네요! <제2의 성>이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니 역시 명작이고, 그런 명작을 빛나게 하는 독서괭님표 명페이퍼입니다.
저, 토지 다시 읽어야겠어요. 정말 1도 기억이 안 나는데 독서괭님 따라 읽으니 너무 궁금한 거 있죠!!

독서괭 2023-04-18 14:26   좋아요 0 | URL
명페이퍼라니 과찬 감사합니다 단발님 ㅎㅎ
토지 재독하시려면 오디오북을 강추 드립니다. 성우님들 목소리며 연기며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 2023-04-13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 읽고 싶어지는!!!!!! 그동안 잘 외면(?)했는데요!!!! ㅎㅎㅎㅎ
조용히 기다린 보람 저도 느낍니다~~~~~^^
👏👏👏

독서괭 2023-04-18 14:2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왜 외면해 오셨나요? ㅋㅋㅋ 난티나무님도 한번 다시 도전해보시는 겁니다! 오디오북 강추예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책 산 자랑. 이번 책들은 이런 책들은 사줘야지 하는 기준에 의해 골랐다.
세월호 생존 학생이 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곧 세월호 참사 9주기라니.. 시간 빠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세대가 이만큼 자랐는데도 아직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런 일들을 계속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걸 막기 위해 왜 남겨진 사람들만 몸부림쳐야 하는 걸까요.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 뜨고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거예요.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9쪽


<청소년을 위한 제주 4.3> - 제주4.3 사건을 처음 자세히 접한 건 강준만의 현대사 책에서였다. 지난해 청소년을 위한 5.18 책이 좋았기에 다른 책도 봐야지 했었는데, 4월을 맞아 샀다.

누군가 말했다. 제주 43은 3만여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하나 소중한 사람이 희생당한 3만 개의 사건이라고. 나는 그 하나하나의 이름을 다 말하고 싶었다. 3만 개의 이름을 ...... 이제 내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불 러줄 것이고, 이름이 불린 이들은 평화의 꽃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채 피지도 못한 채 잠들어야 했던 우리 마을의 오 아기가 이제 영면하기를 .
-<청소년을 위한 제주4.3>, 7쪽


오늘도 50분의 자유시간, 선택한 책은 <토니오 크뢰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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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08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번달에 안사셨으니 이번달에는 4권 사셔도 되는거 아닌가요? ㅋ 열린책들 시리즈 읽고 계시는군요 ^^ 빵도 맛나보입니다~!!

독서괭 2023-04-12 10:09   좋아요 1 | URL
ㅎㅎ 역시 새파랑님의 구매 촉진 댓글. 하지만 저의 올해 목표는 월 2권 사기가 아니라 안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달 실패!! 새파랑님은 열린책들 진작에 다 읽으셨지요? / 저거 비스코티라는 건데 엄청 맛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08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책 사진입니다^^

독서괭 2023-04-12 10:10   좋아요 1 | URL
그때의 생존자 학생이 이만큼 어른이 되어 책을 펴내다니, 대견하더라고요^^
 

요즘 애들이 같이 가는 학원이 생겨서 토요일 50분의 자유가 허락되었다. 소듕해…♥️ 근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 함께할 책으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이 선택되었다(올해 안에 끝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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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시간 ❤️❤️

페넬로페 2023-03-1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듕해❤️❤️❤️☕️☕️

햇살과함께 2023-03-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분 너무 짧지만 소중합니다!!
2시간으로 늘릴 수 없나요 ㅎㅎ

단발머리 2023-03-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듕해요, 소듕해!! 💕💕💕

책읽는나무 2023-03-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기다리는 50분은 정말 금방 가던데...
넘나 소중한 시간이라 짜릿하겠습니다^^

새파랑 2023-03-18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50분이면 저 책들 둘다 읽으실거 같습니다 ㅋ

scott 2023-03-19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커피 냠냠이에 눈이 💖ㅅ💖

그레이스 2023-03-1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시간이 소중해요
이상하게 더 집중도 잘 되고 ㅎㅎ
 


<제2의 성> 제1권 사실과 신화 중 제3부 신화를 읽고 있다. 

2장에서 보부아르는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다. 

그중 첫번째, 몽테를랑에 관해 쓴 글을 보자.


여자는 단지 결핍이고 빈곤이며 부정성일 뿐이고 여자의 마법은 헛되다고 하면서,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몽테를랑은 그것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단지 "사자가 모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오만하게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명백하다. 혼자 있을 때 자기가 최고라고 믿으며, 어떤 짐도 지지 않으려고 표 나지 않게 거절하면서 자기가 힘이 세다고 믿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몽테를랑은 쉬운 길을 택했다. 그는 쉽지 않은 가치들을 몹시 중하게 여긴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들에 손쉽게 도달하려고 한다. (...) 몽테를랑은 자기 이마에 과중한 것을 쓰고 자줏빛 의상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왕관이 색종이로 만들어졌고,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왕처럼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 하나면 족할 것이다. 꿈속에서 물 위를 걷기, 그것은 실제로 지상의 길에서 걷는 것보다 덜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사자 몽테를랑이 심하게 겁을 먹고 여자인 모기를 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그는 현실의 시련을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 303쪽 


여기서 인용하는 몽테를랑의 작품 내용들을 보면 여성혐오가 엄청난데, 또 작품은 엄청 많은 듯. 이 사람 언제 사람이지? 하고 보니 1986~1972 라고 적혀 있다. 보부아르, 동시대 작가를 아주 대차게 깐 것이다. 아 시원하다 ㅋㅋㅋ

몽테를랑 책이 번역된 게 있나, 찾아보니 <소년들>이 있다. 작가 소개에는 "코르네유와 라신에 비견되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라고. 

엉 그런데 <소년들> 어디서 좋다고 했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서친님의 추천글이 있었다! 보부아르가 까는 여러 작품들에 이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여성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다른 작품으로 <젊은 처녀들>, <카스티유의 왕녀>, 심지어 <여성론>이 있다.. 



 














자, 계속 열심히 읽어 보자! 함께 읽는 분들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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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5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이 <소년들> 좋다고 했대요. 근데 이 작품도 보부아르가 언급은 안 했어도 여성주의 관점으론 대차게 깔 게 많기는 합니다. 소년들의 로맨스 혹은 우정 그 무엇 중심의 책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엄마(모성) 혐오 같은 게 엿보였던 거 같음.

페넬로페 2023-02-15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조금씩 읽자고 했지만 결국 다른 책에 밀리네요.
그냥 주욱 읽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왜 이리 새롭죠?ㅎㅎㅎ 몽테를랑 1896년생이고 1972년 돌아가셨군요. 동시대 작가를 깔 수 있다는 건 또 그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보고 분석한 것이겠죠? 괭님 읽기 계속 화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2-15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따라갈게요~!! 먼저 가세요!!

은오 2023-02-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빨리 2권 읽고싶더라고요. 2권이 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ㅋㅋㅋㅋ 부지런히 읽어야지... ㅠㅠ

건수하 2023-02-16 09:47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 1권이 잘 안 읽히면 2권부터 읽는 것도 괜찮다 라고 써 있었습니다 :)

은오 2023-02-16 12:11   좋아요 2 | URL
오오 정말요?! 역시 2권이 더 잘읽히는구나 ㅋㅋㅋ 하지만 어차피 둘 다 읽어야 할 거! 그냥 순서대로 읽겠습니다 😀 (맛없는 반찬 먼저 먹는 편)

책먼지 2023-02-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에 분명 이 책 읽었는데 왜 인용해주신 문장 처음 보는 것 같죠?(동공지진) 이 책 함께 읽기 하고 계시군요.. 중간중간 페이퍼들 올려주시면 날로 먹어야겠어요(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 안 되어 있음..)

바람돌이 2023-02-16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주경야독하는 기분입니다. 밤 9시쯤 돼야 책 펴고 있어요.
일단 먼저 가세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ㅠ.ㅠ
당대의 작가도 가차없이 까버리는 보부아르 멋지다입니다. ^^

단발머리 2023-02-27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찬걸로 하자면 역시 보부아르님 따라갈 사람이 없겠죠. 이제 <제2의 성> 리뷰도 속속 올라오는군요 ㅎㅎㅎ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from 리뷰 읽는 재미 들린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