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운명은, 몇 가지 단서만 눈여겨보면 술술 풀리는 단순한 추리소설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 P336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그렇게 운명적인 사물이 있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자꾸 눈에 띄는 풍경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숫자일 수도 있다-우리에게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려고 신들이 공들여 고른 것들이다. 그래서 존은 여기만 가면 엎어지고 제인은 저기만 가면 슬픈 일을 겪는 것이다. - P337

그녀는 테니스보다 수영을, 수영보다 연극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단언하건대 - 그때는 나도 몰랐지만! - 만약 내가 돌리의 내면에 감춰진 무엇인가를 망가뜨리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완벽한 자세와 더불어 이기려는 의지까지 갖췄을 테고, 실제로 여자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다. - P370

어째서 나는 국외로 나가면 우리도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을까? 환경 변화란 파경을 앞둔 연인들과 죽음을 앞둔 폐병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전통적 오류에 불과한 것을. - P382

이런저런 유명한 등장인물이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 사이에서 어떻게 변모하든 간에 우리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친구들도 우리가 정해놓은 이런저런 논리적, 상투적 유형에 맞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늘 별 볼 일 없는 교향곡만 작곡하던 X가 느닷없이 불멸의 명곡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Y는 절대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Z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정해두고 어떤 사람이 그대로 고분고분 행동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만족감도 커진다. 반면에 우리가 판단한 운명에서 벗어나버린 경우는 파격을 넘어 파렴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령 핫도그 노점상을 하다가 은퇴한 이웃집 남자가 최근에 당대 최고의시집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차라리 그 사람을 모르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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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매번 돈으로 그녀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굳어지는 바람에 내 감정도 그녀의 도덕관념도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 P237

사랑받는 아이는 누구보다 모질고 잔인해진다. - P265

우리가 아무리 말다툼을 해도,그녀가 심통늘 부려도, 온갖 소란을 피우고 오만상을 찡그려도, 천박하게 굴어도,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위험하고 지독하게 절망적일지라도 나는 스스로 선택한 낙원에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었다. 비록 하늘마저 지옥불의 빛깔을 닮았지만 그래도 낙원은 낙원이었다. - P266

마지막 장면의 입맞춤은 이 연극의 심오한 메시지를 역설하는데, 요컨대 사랑을 통하여 환상과 현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로 앞에서는 이 연극을 비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했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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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았고 이내 이상할 정도로 행복해졌다. 플로가 뒤로 물러나고 웨스트핸래티가 날아가듯 멀어지며 그녀 자신의 피곤한 자아도 다른 모든 것처럼 쉽사리 버려지는 느낌이었다. 갈수록 낯설어지는 타운들이 너무나 좋았다. - P112

세상에는 일견 결백해 보이지만 언제라도 그 미끈거리고 협조적인 정체를 선언할 준비가 된 사물들이 널려있다. - P120

그 정도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멋진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엄두를 낸다는 것, 그러고도 들키지 않는다는 것, 이름만 바꿨을 뿐 자기 모습 그대로 그런 엄청난 모험을 감행한다는 것은.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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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일도, 내가 감히 하려는 일도, 저렇게 하찮은 일이 아닐까…………… - P204

나는 베란다를 떠났다. 그럭저럭 반 시간은 거뜬히 지나갔다. 술 한 모금만 달라고 부탁해볼걸. 긴장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고통을 느끼는 바이올린 줄이 있다면 내가 바로 그 줄이었다. 그러나 허둥대는 모습은 꼴사납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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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측과 근심보다 더욱더 불안한 점은 유럽인으로 태어나 이제 막 미국 시민이 된 험버트 험버트가 죽은 아내가 남긴 (생후 12년 7개월 된) 딸의 합법적 보호자가 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감히 그런 절차를 밟아도 될까?
관습법의 온갖 신비로운 규범과 냉정한 시선 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오싹한 전율을 억누를 수 없었다. - P170

욕정의 얼굴은 늘 우울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한시도, 심지어 벨벳처럼 보들보들한 희생양을 감옥에 잘 가둬둔 경우에도 안심하지못하고 혹시 경쟁관계의 다른 악마나 유력한 신이 목전의 승리를 무산시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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