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집은 제목 그대로 폭풍의 시절을 지나 고요를 향해 나아가는 시인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표지의 미니멀한 흑백 사진처럼 이 시집은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를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시집의 화자들은 폭풍의 시절을 지나 고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소음과 고요 사이 침묵과 지혜 사이 분노와 슬픔 사이에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불법계엄이라는 폭풍의 시절을 겪었다. 분노와 슬픔 그리고 거대한 소음이 우리를 덮쳤다. 이럴 때 도종환 시인이 말하는 고요는 단순한 침묵이나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에 다 가려막힌 어두움 속에서 마음을 쓸어 어루만지고 다독이며 끝내 맑은 낙관의 숨을 고르는 일이다.

시집의 제목처럼 고요로 가야겠다는 다짐은 세상과 타협하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단단하게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의 내면을 지키는 행위다. 세상에 휘둘려 나의 언어를 잃지 않고자 하는 다짐이다.

굶주린 시절 서로에게 따뜻한 선물이 되었던 시인의 언어는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우리에게도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촛불을 들어야 할 때 시인의 고요한 성찰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불법계엄때 생겼던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1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시집이 그 마음을 말해주는 듯 하다. 시인의 고요가 우리에게도 깃들기를 바란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깊은 성찰을 주는 시집이다.

#고요로가야겠다 #도종환시집 #열림원 #서평단 @yolimw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프 먼트(OFF-MENT)
장재열 지음 / 큰숲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일은 내가 더 하는데 결과는 저 사람이 더 좋지. 왜 이토록 애쓰는데도 늘 제자리 걸까." 책 속에 이 질문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쉬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재열저자의 의 '오프 먼트'는 어떻게 쉬지 모르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스스로 스위치를 끄고 켜는 힘이라는 문장인데 사실 우리는 이 단순한 행동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읽으면서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휴식이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전략적 행위라는 점이다. 작가는 열심히 살아도 성과가 나지 않는 사람과 덜 애쓰고도 더 많은 성취를 얻는 사람의 차이를 스위치를 끌 줄 아는가에서 찾는다.

이 말이 크게 다가온 이유는 늘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은 쉬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릿속에서는 다음 할 일을 떠올리고 해야 할 일에 대한 죄책감이 휴식을 끊임없이 방해해왔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잠시나마 오프되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책 속의 3단계 전략적 휴식법은 실천적인 조언이라는 점에서 특히 좋았다. 이 책은 다른 책들처럼 단순히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먹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휴식을 계획하고 휴식의 질을 높이고 나만의 패턴을 만드는 과정은 현실적인 예시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이건 나도 당장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단순히 열심히 하지 마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 잘 살고 싶은 사람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오프 먼트의 감각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치지 않고 오래 가는 사람들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지금까지의 무조건적인 몰입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일에 매달리는 대신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허락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취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무엇보다 쉬어도 괜찮다가 아니라 잘 쉬는 것이 실력이다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오프 먼트는 지금도 열심히 사는 자신이 늘 지쳐 있으며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해 답답했던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 책은 내 생활 리듬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전환점이 되었다.

#오프먼트 #장재열 #오팬하우스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을 보다 -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을 알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이경민의 심리학을 보다는 바로 그 말을 실천하게 돕는 책이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을 담고 있다.

심리학을 단지 어려운 학문으로만 다루지 않는 부분이 장점이다. 프로이트, 융, 에릭슨 같은 고전 이론부터 동기 자기통제 마음챙김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순간에 필요한 심리학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점이 내가 읽은 다른 심리학 책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많은 심리학 책이 어려운 이론을 나열하거나 반대로 막연한 위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학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로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정돈하는 기분이었다. 책은 총 6장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신을 받아들이다 2장 타인과 소통하다 3장 성장을 이끌다 4장 균형과 조화를 이루다 5장 수용하고 성장하다 6장 스스로를 돌보다. 이 목차는 심리학 분야가 아닌 나의 성장 단계를 따라 구성되어 있어 더욱 실용적으로 다가왔다.

작은 변화가 삶을 바꾼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오늘 실천하는 마음에 대해 말한다. 관계와 성장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부제처럼 나의 오늘을 새롭게 하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도록 돕는다. 심리학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게 만드는 훌륭한 안내서다.

#심리학을보다 #이경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서평단 @ono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리 오거스트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또다시'

이 문장은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모든 기억을 가진 채로 죽고 다시 태어나는 삶을 반복하는 남자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이 끝없는 루프에 갇힌 한 시간 여행자의 이야기다.

모든 기억을 안고 영원을 사는 것은 축복일까 혹은 끔찍한 저주일까. 이 책은 단순한 시간 여행 SF를 넘어 존재의 해답을 찾기 위한 철학적 소설이다.

이 지점이 다른 회귀물이나 환생물과는 다르게 만든다. 대부분의 회귀물이 과거로 돌아가 개인의 복수를 하거나 부를 쌓는 데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해리 오거스트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 즉 칼라차크라라는 거대한 비밀 집단의 일원이다. 그들의 반복되는 삶은 개인의 이득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라는 거대한 운명과 연결된다.

해리 오거스트는 삶이 반복되기에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겪다가 인류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마주한다. 해리와 함께 열다섯 번의 삶을 사는 듯한 압도적인 경험을 했다. 기억이 쌓일수록 이야기는 거대해지고 깊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삶이 반복되기에 오히려 더 절박해지는 아이러니다. 지적이고도 회귀물, 환생물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재미있는 스릴러이자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해리오거스트의열다섯번째삶 #오팬하우스 #클레어노스 #회귀물 #환생물 #서평단 @ofanhouse.officia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사피엔스 - 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명재승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타 사피엔스가 온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만연한 시대이다. 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는 기술이 아닌 인간 고유의 감각과 연결을 강조한다. 별을 바라보던 고대 인류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은 별을 바라보는 우리 가족의 모습처럼 고요하고 따뜻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며 앉아 있는 사람처럼 AI 시대의 속도감과 대비되는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프롤로그 별 아래서 볕을 쬐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이 느슨해졌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었다. 영원불멸이라는 제목의 글처럼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깊은 사색이 담긴 에세이 같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따뜻한 감동을 준다.

책은 말한다. 별처럼 빛나기 전에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꺼짐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챗GPT와 AI로 상징되는 빠르고 차가운 기술의 시대 속에서 나의 불완전함과 흔들림이야말로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증거임을 책은 일깨워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스타 사피엔스라는 개념은 화려한 미래 인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 없이는 별이 반짝일 수 없음을 아는 존재를 의미한다. 어둠 속에도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아는 존재였다. 책은 우주라는 먼 곳에서 시작해 결국 우리 내면의 잃어버린 별빛 감수성을 기대하며 끝을 맺는다.

단순한 과학 교양서를 넘어선 깊은 철학적감동이 있는 책이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이 따뜻한 별빛 처럼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별처럼살아가는사람들 #스타사피엔스 #명재승작가 #메이킹북스 #서평단 @_making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