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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생님 -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의 치유 기록
손미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9월
평점 :
“그래도, 선생님.” 수많은 어려움과 무력감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서는 모든 선생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손미주 작가의 '그래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술이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 입은 마음을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해나간 한 교사의 진실된 에세이다.
교사로서 교육의 이상을 말하기보다 현실 속 교사의 감정과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켜켜이 쌓인 무력감’과 ‘상처 입은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작지만 반짝이는 세계가 어떻게 한 인간의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눈빛에 담긴 신뢰와 기대, 때로는 오해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모습은, 완벽하지 않은 교사가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 교육의 본질이 사랑과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라는 책의 문구는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무너져도 괜찮다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표지의 그림처럼 교사는 아이들이라는 수많은 가지를 품어주는 커다란 나무와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나무 역시 아이들로부터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함께 자라나고 상처가 아물어간다는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행·감·바(행동·감정·바람)’와 ‘인·사·약(인정하기·사과하기·약속하기)’ 교육 방식은 아이들이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능력을 기르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라 느껴졌다.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는 훈육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어떤 감정을 불러왔는지 인식하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배우며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스스로 다짐하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책임감을 배우는 중요한 사회적 학습의 기회로 작용한다.
또한 ‘인·사·약’은 문제 상황에서의 회복적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아이가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과정은 단순히 처벌로 끝나는 갈등보다 훨씬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감 능력과 자기조절력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교사에게는 시간이 많이 들고 인내를 요구하지만 결국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다. ‘행·감·바’와 ‘인·사·약’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인성 교육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선생님'은 교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지쳤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가다. 교단에 서 본 사람이라면, 혹은 교사라는 이름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진실되고 절실하게 기록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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