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화폐 또는 상품 유통

 

3-1. 가치 척도

 

필자는 이 책에서 설명을 간결하게 하고자 금을 화폐 상품으로 전제한다. 금의 첫째 기능은 상품 세계에서 그 가치 표현의 재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는 상품들의 가치를 질적으로 동일하며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크기, 명칭의 크기로 표현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금은 가치의 일반적 척도로 기능하며, 오직 이 기능으로만 금이라는 특수한 등가 상품이 화폐가 된다. 상품들이 화폐 때문에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그 반대다. 모든 상품이 가치로서 대상화된 인간 노동이며, 그 자체로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상품 가치는 한 개의 특수한 상품에 따라 공동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수한 상품은 모든 상품에서 공통적인 가치 척도, 곧 화폐로 전환된다. 이처럼 가치 척도로 화폐는 상품에 내재된 가치 척도인 노동 시간의 필연적인 현상 형태다.

 

상품 가치를 금으로 표현할 때, ‘상품 AX= 화폐 상품 Y이라 등식은 곧 그 상품의 화폐 형태이자 가격이다. 이제 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형태로 나타내고자 ‘1톤의 철 = 2온스 금이라는 등식으로 하나 만으로 충분하다. 등가 상품인 금이 이미 화폐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등식은 다른 상품들의 가치 등식과 나란히 배열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상품들의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는 다시 최초의 단순한 또는 개별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를 띠게 된다. 동시에, 수많은 상대적 가치 표현이 끝없이 연속되어 전개된 상대적 가치 표현은 이제 화폐 상품에서 고유한 상대적 가치 형태가 된다. 이러한 연속은 이미 상품들의 가격으로 사회에 주어져 있다. 가격표를 거꾸로 읽으면 모든 상품으로 표현된 화폐 가치량, 곧 화폐 구매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화폐 자체는 가격을 가지지 않는다. 이는 다른 상품들의 통일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의 일부가 되고자 그 자신의 등가물로 자신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이는 동어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품 가격, 곧 화폐 형태는 상품의 일반적인 가치 형태와 마찬가지로 실물과는 구별되는 순전히 관념적인 형태다. , 아마포, 밀 등의 가치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물건들 속에 존재한다. 이 가치는 해당 상품들과 금 사이에 동등성, 곧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금과의 관계로부터 표현된다. 그러므로 상품 소유자가 상품 가격을 외부에 알리려면, 직접 가격을 말하거나 정가표를 달아야 한다. 상품 가치를 금으로 표현하는 일은 순전히 관념적인 행위이므로, 이 기능에는 관념 속에 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상품 소유자가 자신의 상품 가치에 가격이라는 형태를 부여하더라도, 그 상품이 실제 금으로 변하는 일은 아니다. 수백만 가지 상품 가치를 금으로 평가하는 데도 현실적인 금은 한 조각도 필요치 않다. 따라서 화폐는 가치 척도 기능에서 오직 관념적인 화폐로만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잘못된 화폐 이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념 속에 화폐가 가치 척도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가격은 전적으로 실제 화폐 재료에 달려 있다. 1톤의 철에 포함된 인간 노동량, 곧 가치는 동일한 노동량을 포함하고 있는 관념 속에 화폐 상품량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금, , 또는 구리 중 어느 것이 가치 척도로 쓰이는가에 따라 1톤 철의 가치는 전혀 다른 양으로 표현된다. 곧 금, , 또는 구리의 다른 양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품, 금과 은이 동시에 가치 척도로 사용된다면, 모든 상품은 금 가격과 은 가격이라는 두 개의 다른 가치 표현을 가지게 된다. 이 가격 표현들은 금과 은의 가치 비율이 일정할 때(: 1:15)만 양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치 비율이 변동하면 상품의 금 가격과 은 가격 사이에 비율이 흔들리는데, 이는 이중의 가치 척도가 가치 척도의 기능과 모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격이 정해진 상품들은 모두 ‘A 상품 a= X’, ‘B 상품 b= Y’, ‘C 상품 c= Z등의 형태로 표시된다. 여기서 a, b, c는 상품에서 일정량을, X, Y, Z는 금에서 일정양을 나타낸다.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는 여러 가지 크기의 관념적인 금량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상품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더라도 금량이라는 동일한 명칭의 양으로 통일됨을 의미한다. 상품들의 가치는 이러한 다양한 금량으로부터 서로 비교되고 특정된다. 기술적인 이유로 특정 금량을 가치들의 도량 단위로 설정할 필요가 생긴다. 이 도량 단위는 다시 세부 단위로 분할되며 도량 표준으로 발전한다. , , 구리는 화폐가 되기 전부터 이미 그 무게에 이러한 도량 표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도량 단위인 1파운드(1b.)는 온스(oz.)로 세분화되거나 젠트너(Zentnar, 100파운드)로 합쳐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금속 유통에서는 무게의 도량 표준에 적용되던 명칭들이 화폐 또는 가격의 도량 표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치 척도와 가격 도량 표준은 화폐의 전혀 다른 두 가지 기능이다. 화폐가 가치 척도로 되는 일은 그것이 인간 노동의 사회적 화신이기 때문이고, 가격의 도량 표준이 되는 일은 고정된 금속 무게를 가졌기 때문이다. 가치 척도로서의 화폐는 다양한 상품 가치를 가격(곧 관념적인 금량)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며, 가격의 도량 표준으로는 이러한 금량을 측정한다. 가치 척도는 상품들을 가치로 측정한다. 반대로, 가격의 도량 표준은 여러 가지 금량을 금의 단위량으로 측정한다. 이는 금의 한 양인 가치를 금의 다른 양인 무게로 측정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가격의 도량 표준이 되려면 금의 일정한 무게가 도량 단위로 고정되어야 한다. (: 1온스 = 1= 100) 이때, 동일한 명칭의 양이 측정되는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량의 고정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일정한 금량을 나타내는 도량 단위가 변하지 않을수록 가격의 도량 표준은 그 기능을 더 잘 수행하게 한다. 그러나 금이 가치 척도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은 금 자체가 노동 생산물이며, 따라서 그 가치가 잠재적으로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금의 가치 변동은 가격의 도량 표준으로 금의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금의 가치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여러 가지 금량 사이에 가치 관계는 언제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의 가치가 1,000% 하락하더라도, 12온스의 금은 여전히 1온스의 금보다 12배의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가격에서는 여러 금량의 상호 관계만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다른 한편으로, 1온스의 금은 그 가치가 증감하더라도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온스를 세분한 각 부분의 무게 역시 변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금은 가치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고정된 가격의 도량 표준으로 계속 기능한다.

 

금의 가치 변동은 금이 가치 척도 기능을 수행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는 금의 가치 변동이 모든 상품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상품들의 가치 간 상호 관계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상품들의 가치가 이전보다 높거나 낮은 금 가격으로 표현될 뿐이다.

 

한 상품의 가치를 다른 상품의 사용 가치로 평가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품들을 금으로 평가할 때도 전제되는 일은, 일정량의 금을 생산하는 데 일정량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품 가격에서 일반적인 변동에는 제1장에서 다룬 단순한 상대적 가치 표현의 법칙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상품 가격의 일반적인 상승은 다음 두 경우에만 발생한다. 첫째, 화폐 가치가 불변일 때 상품 가치가 오르는 경우. 둘째, 상품 가치가 불변일 때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반대로, 상품 가격의 일반적인 하락은 다음 두 경우에만 발생한다. 첫째, 화폐 가치가 불변일 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둘째, 상품 가치가 불변일 때 화폐 가치가 오르는 경우. 따라서 화폐 가치의 상승이 반드시 상품 가격의 비례적 하락을 초래하거나, 화폐 가치의 하락이 반드시 상품 가격의 비례적 상승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이는 가치가 변동하지 않은 상품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어떤 상품의 가치가 화폐 가치와 같은 비율로 동시에 오른다면, 그 상품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한다. 상품 가치의 상승률이 화폐 가치보다 더 완만하거나 급속할 경우, 해당 상품 가격의 하락 또는 상승은 상품의 가치 변동과 화폐 가치 변동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가격 형태에 대한 고찰로 돌아가자. 금속 무게의 화페 명칭은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원래의 무게 명칭과 분리됐다. 이 원인들 중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1. 발전 수준이 낮은 민족들에게 외국 화폐가 유입된 경우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에서는 금화과 은화가 처음에는 외국의 상품처럼 유통됐다. 이 외국 주화의 명칭은 로마의 명칭과 달랐다.

 

2. 부가 발전하면서 저급 금속은 고급 금속으로부터 가치 척도 기능을 상실했다. 구리는 은으로부터, 은은 금으로부터 밀려났다. (시적 기록에서는 이 순서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운드(£)는 원래 현실적인 은 1파운드의 무게를 나타내는 화폐 명칭이었다. 그러나 금이 은을 가치 척도에서 밀어내면서, 이 동일한 명칭은 금과 은의 가치 비율에 따라 대략 금 1/15파운드에 적용됐다. 이로부터 화폐 명칭인 파운드(£)와 금의 관습적인 무게 명칭인 파운드(1b.)는 분리됐다.

 

3. 수백 년에 걸친 군주들의 끊임없는 화폐 변조가 있었다. 이로 인해 금 주화는 원래 중량과는 전혀 무관한 명칭만을 지니게 됐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거쳐, 화폐 명칭과 무게 명칭의 분리는 국민적 관습이 됐다. 화폐의 도량 표준은 관습적이면서도 일반적인 효력을 가져야 하므로, 결국 법률로 규제된다. 귀금속의 특정 무게, 예를 들어 1온스의 금은 공식적으로 더 작은 부분으로 나뉘고, 이 부분에 파운드, 탈러와 같은 법정 명칭이 부여된다. 이 분할된 부분은 현실적인 화폐 단위로 기능하며, 다시 실링, 페니와 같은 같은 법정 명칭을 가진 다른 부분들로 세분된다. 하지만 금속의 특정 무게가 금속 화폐의 도량 표준이 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화폐의 분할 방식과 명칭뿐이다.

 

그래서 가격, 곧 상품 가치가 관념적으로 전환되는 금량은 이제 금의 도량 표준에서 화폐 명칭(또는 법률적으로 유효한 계산 명칭)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1리터 밀이 1온스 금과 가치가 같다고 말하는 대신, 3파운드 17실링 10.5펜스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영국 화폐는 1066년부터 1971215일 화폐 십진화가 단행되기 전까지 £1 = 20실링, 1실링 = 12펜스였으나, 그 이후 £1 = 100펜스로 바뀌었다.) 이처럼 상품들은 자신의 가치를 화폐 명칭으로 표현하며, 화폐는 어떤 물건을 가치로, 곧 화폐 형태로 고정시킬 필요가 있을 때마다 언제나 계산 화폐로 기능한다.

 

사물의 명칭은 그 본질적인 성질과는 무관하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야곱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는 아무것도 없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파운드, 탈러, 프랑, 두카트 같은 화폐 명칭에는 가치 관계의 흔적이 전혀 없다. 이러한 모호한 명칭에 숨겨진 의미를 부여하면서 발생하는 혼란은, 이 명칭들이 상품 가치를 표현하는 동시에 일정한 금속 무게(, 화폐의 도량 표준으로 기능하는 무게)까지도 나타내면서 더욱 심화된다. 다른 한편으로, 가치가 상품 세계의 다양한 물체들과 구별되려면, 이러한 무표정한 물질적 형태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사회적 형태를 띠는 일이 필연적이다.

 

가격은 상품에 대상화된 노동의 화폐 명칭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과 그 상품 가격에 불과한 화폐량이 등가라고 말한다면 동어 반복이다.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 표현은 두 상품의 등가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 가치량의 지표로 가격이 반드시 그 상품과 화폐의 교환 비율 지표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그 교환 비율의 지표(가격)가 반드시 상품의 가치량 지표가 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동일한 양의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 1리터 밀과 £2(1/2온스 금)로 표현된다고 가정하자. £2는 밀 1리터의 가격의 가치량에 대한 화폐적 표현, 곧 가격이다. 이제 수요와 공급 같은 상황 때문에 밀 1리터의 가격이 £3로 오르거나 £1로 내린다고 하자. 이 경우 £1£3는 밀의 실제 가치량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작거나 크다. 하지만 이 금액들은 실제로 밀의 가격이다. 왜냐하면 첫째, 이 금액들은 밀의 가치 형태이자 화폐 형태이며, 둘째, 밀과 화폐의 교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생산 조건이나 노동 생산성이 변하지 않는 한, 가격의 변화 이전이든 이후든 밀 1리터를 재생산하려면, 여전히 동일한 양의 사회적 노동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 상황은 밀 생산자나 다른 상품 소유자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상품의 가치량은 사회적 노동 시간과 필연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는 상품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에 내재되어 있다. 가치량이 가격으로 전환되면, 이 필연적인 관계는 상품과 외부의 화폐 상품 사이에 교환 비율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교환 비율은 상품의 가치량을 표현함과 동시에, 주어진 조건에 따라 상품이 더 많거나 적은 화폐량과 교환될 수 있다는 점도 나타낸다. 따라서 가격과 가치량 사이에 양적인 불일치, 곧 가격이 가치량으로부터 괴리될 수 있는 여지는 가격 형태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가격 형태의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법칙이 끊임없는 불규칙성 속에서 맹목적으로 작용하는 평균으로 자신을 관철하는 생산 양식에 이 가격 형태가 적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가격 형태는 가치량과 가격 사이에 양적 불일치를 허용할 뿐만 아니라, 화폐는 상품의 가치 형태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전혀 가치를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질적 모순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자체로 상품이 아닌 것, 이를테면 양심이나 명예가 판매용으로 제시되면 그 가격으로 상품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물건은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서 가격을 가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가격은 수학의 허수처럼 관념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 노동이 대상화되지 않아 가치가 없는 미개간지의 가격과 같은 관념적인 가격 형태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현실의 가치 관계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특정 양의 등가물(: 1온스의 금)이 어떤 상품(: 1톤의 쇠)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그 상품 가치를 표현한다. 이는 쇠가 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로 쇠의 가치를 표현하는 일과는 반대다. 따라서 상품이 실제로 교환 가치로 기능하려면, 현물 형태를 벗어나 단순한 관념적인 금에서 현실적인 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형태 변화는 헤겔의 개념이 필연성에서 자유로 이행하거나, 가재가 껍질을 벗거나, (Saint) 제롬이 아담의 원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상품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상품은 실제 모습(: )과 나란히 가격 형태에서 관념적인 가치 모습, 곧 관념적인 금 모습을 가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쇠인 동시에 현실적인 금일 수는 없다. 상품에 가격을 부여하려면 관념적인 금을 상품에 등치시키면 되지만, 상품이 소유자에게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려면 실제로 금으로 대체되어야만 한다. 쇠의 소유자가 다른 상품 소유자에게 쇠의 가격을 제시하며 그것이 쇠가 이미 화폐임을 증명한다고 말한다면, 그 상대방은 단테가 사도 신경을 암송할 때 천국에서 성 베드로가 응답하듯이 대답한다.

 

이 돈의 품질과 무게는 이미 검사를 마쳤다.

하지만 말해 보라, 그 돈이 네 주머니에 있는지 없는지.”

 

가격 형태는 상품이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교환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다른 한편으로, 금은 교환 과정에서 이미 화폐 상품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관념적인 가치 척도로 기능한다. 따라서 관념적인 가치 척도 안에는 경화가 숨어 있다.


3-2. 유통 수단

 

. 상품의 전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품 교환은 모순적이고 서로 배타적인 관계를 내포한다. 상품의 발전, 곧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분화하는 과정은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모순이 운동할 수 있는 형태를 제공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현실의 모순이 해결되는 방식과 같다. 예를 들어, 한 물체가 다른 물체로 끊임없이 낙하하면서 동시에 그 물체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는 현상은 모순이다. 타원 운동은 이러한 모순이 실현되면서 동시에 해결되는 운동 형태다.

 

상품 교환 과정은 상품들을 그 생산자의 손에서 최종 소비자의 손으로 이전시키는 사회적 물질대사다. 이 과정에서 한 유용 노동의 생산물은 다른 유용 노동의 생산물로 대체된다. 상품은 사용 가치로의 자리에 도달하면 교환 영역을 벗어나 소비 영역으로 진입한다. 우리는 오직 상품 교환 영역에만 주목하므로, 전체 과정을 그 형태적 측면, 곧 사회적 물질대사를 매개하는 상품들의 전환 또는 형태 변화만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가치 개념이 불명료성과 더불어, 상품의 형태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했던 주된 이유는 그것이 항상 두 가지 종류의 상품, 곧 일반 상품과 화폐 상품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상품과 금의 교환이라는 물질적 요소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진정으로 중요한 상품의 형태적 변화를 간과하기 쉽다. 다시 말해, 단순한 상품으로 금은 아직 화폐가 아니며, 다른 상품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표현하는 화폐적 형태로 금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놓치게 된다.

 

상품은 가공되지 않은 채로 교환 과정에 진입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상품을 상품과 화폐라는 두 요소로 분화시키는데, 이는 상품에 내재한 사용 가치와 가치 간 대립이 외부로 표현된다. 이 대립에서 상품은 사용 가치로, 화폐는 교환 가치로 서로 대립한다. 다른 한편으로, 대립의 양측은 모두 상품이기에 사용 가치와 가치의 통일체다. 그러나 이 통일은 등식의 양쪽 끝에서 상반된 방식으로 나타나며, 이로부터 두 끝 사이에 상호 관계가 드러난다. 등식의 한쪽에는 보통 상품이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사용 가치이며, 그 가치는 가격으로 관념적으로만 존재한다. 이 가격으로 상품은 자신의 현실적 구현물인 금(화폐)과 관계를 맺는다. 반대로 등식의 다른 한쪽에는 금속인 금이 가치의 물질화, 곧 화폐로 자리잡는다. 금은 현실적으로 교환 가치다. 그 사용 가치는 금이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주하고 있는 일련의 상대적 가치 표현들 속에서 관념적으로만 나타나는데, 이 상품들의 총체가 금의 다양한 사용 방식을 이룬다. 이러한 상품들의 대립적 형태들은 교환 과정에서 현실적인 운동 형태들이다. 이제 한 상품 소유자, 아마포 직조공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의 상품인 20미터 아마포는 2원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마포를 2원과 교환하고, 다시 이 2원을 같은 가격의 성경책과 교환한다. 그에게 단순한 상품이자 가치를 지니고 있는 아마포는 가치 형태인 금과 교환되어 양도되고, 이 가치 형태는 다시 다른 상품인 성경책과 교환된다. 이제 성경책은 사용 대상으로 직조공의 집으로 가 신앙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상품 교환 과정은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고 화폐가 다시 상품으로 전환되는, 대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두 개의 탈바꿈으로 이루어진다. 이 탈바꿈의 단계들은 직조공의 서로 다른 거래 행위, 곧 판매(상품을 화폐와 교환)와 구매(화폐를 상품과 교환), 그리고 이 두 행위의 통일인 구매를 위한 판매다.

 

이제 아마포 직조공이 이 거래의 최종 결과를 검토할 때, 그는 아마포 대신 성경책을, 곧 자신의 원래 상품과 가치는 같으나 용도가 다른 별개의 상품을 손에 넣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다른 생활 수단이나 생산 수단도 이러한 방식으로 얻는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의 노동 생산물과 타인의 노동 생산물을 교환하는, 단순한 생산물 교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교환 과정은 다음과 같은 형태 변화를 거치며 이루어진다.

 

상품 교환 과정

 

상품(C) 화폐(M) 상품(C)

 

이 과정 전체의 소재적 결과는 C-C, 곧 상품과 상품의 교환이며, 이는 곧 사회적 노동의 물질대사다. 이 결과에 도달하면 이 과정은 종료된다.

 

 

상품(C)-화폐(M): 상품의 제1탈바꿈, 또는 판매

 

상품 가치가 상품체에서 금체로 건너뛰는 일은, 앞서 언급했듯, 상품의 위험한 도약(salto mortale)이다. 이 도약에서 상품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지만, 그 소유자에게는 분명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분업은 상품 소유자의 노동을 일면적으로 만들고, 그의 욕구는 다면적으로 만든다. 바로 이 때문에 그의 생산물은 오직 교환 가치로서만 기능한다. 그러나 이 생산물은 화폐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반적 등가 형태를 취할 수 못한다. 그런데 그 화폐는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있다. 화폐를 타인의 주머니에서 끌어내려면, 그 상품이 먼저 화폐 소유자에게 사용 가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품에 투입된 노동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형태여야 하며, 이는 곧 사회적 분업의 일부여야 한다. 그러나 분업은 자연 발생적인 생산 조직으로, 그 조직망은 상품 생산자의 배후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거나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교환 대상인 상품은 새로운 종류의 노동 생산물이거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또는 창조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 생산자의 여러 작업 가운데 하나였던 특정 작업이 오늘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그 부분 생산물을 독립된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러한 분리 과정은 주변 환경이 성숙되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생산물이, 내일은 비슷한 다른 생산물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대체될 수 있다. 아마포 직조공의 노동이 사회적 분업의 일부로 인정받았다 해도, 그의 20미터 아마포가 유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마포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이미 경쟁자들로부터 충족됐다면, 그의 생산물은 쓸모없게 된다. 물론 선물이라면 상관없지만, 직조공은 선물을 주려고 시장에 가지는 않는다. 그의 생산물이 사용 가치를 유지하여 화폐와 교환된다고 가정하자. 이제 문제는 얼마만큼의 화폐와 교환되는가로 옮겨진다.

 

상품 가격은 상품 가치량의 지표이므로, 이에 대한 답은 상품 가격에서 예상된다. 상품 소유자의 주관적 오판은 시장에서 즉각 객관적으로 수정된다. 상품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평균 노동 시간만을 투입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상품 가격은 상품에 체화된 사회적 노동량의 화폐적 표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마포 직조업에서 생산 조건이 직조공의 동의 없이 그의 배후에서 급변했다고 가정해보자. 어제까지 1미터 아마포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했던 노동 시간이, 오늘은 더 이상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화폐 소유자가 직조공의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근거로 증명하는 바다. 직조공에게 불행한 점은, 세상에는 동업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아마포 전체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만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총량은 초과 투입된 노동 시간을 포함할 수 있다.

 

시장이 미터당 10원이라는 정상 가격으로 아마포 총량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적 총 노동 시간 가운데 너무 많은 부분이 아마포 직조에 투입됐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각 직조공이 자신의 생산물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 일과 같다. 다시 말해, ‘함께 잡히면 함께 죽는다는 독일 속담처럼, 시장에 있는 모든 아마포는 하나의 거래 품목으로 간주되며, 각 조각은 그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1미터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동질의 인간 노동량의 객관화일 뿐이다.

 

상품은 화폐를 원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사회적 생산 유기체의 분산된 요소들을 분업 체계로 통합하는 양적 구성은 질적 구성과 마찬가지로 자연 발생적이고 우연적이다. 따라서 상품 소유자들은 자신들을 독립적 사적 생산자로 만드는 바로 그 분업이 사회적 생산 과정과 그들의 관계를 그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만든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들 각자의 독립성은 그들의 생산물로부터 비롯된 전면적인 상호 의존 체제로부터 보완된다.

 

분업은 노동 생산물을 상품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화폐로 전환시킨다. 동시에 분업은 이 전환에서 성공 여부를 우연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여기서는 현상을 순수한 상태로 고찰하고자, 전환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전제한다. 상품이 팔리지 않는 상황만 아니라면, 형태 변환은 항상 일어난다. 비록 변환되는 실체 가치량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거나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판매자는 자기 상품을 금으로 바꾸고, 구매자는 자신의 금을 상품으로 바꾼다. 여기에서 주목할 현상은 20미터의 아마포와 2원이라는 금이 소유자의 손을 바꾸어 서로 교환됐다는 사실이다. 상품은 자신의 가치가 취하는 일반적 형태와 교환된다. 반면, 금은 자신의 사용 가치 가운데 특수한 형태와 교환된다. 금이 아마포에 대해 화폐로 대립하는 이유는 아마포 가격(2) 이 이미 화폐인 금과의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상품이 본래의 상품 형태를 벗는 일은 판매로부터 완성된다. 이는 상품의 사용 가치가 가격에서 관념적으로만 표현되던 금을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가져오는 순간에 일어난다. 따라서 상품 가격의 실현, 곧 상품의 관념적인 가치 형태의 실현은 동시에 화폐의 관념적 사용 가치의 실현이다.

 

상품에서 화폐로 전환은 동시에 화폐에서 상품으로 전환이다. 이 하나의 과정은 양면적이다. 상품 소유자 측에서는 판매이고, 화폐 소유자 측에서는 구매다. 다시 말해, 판매는 구매며, 상품(C)-화폐(M)은 동시에 화폐(M)-상품(C)이다.

 

지금까지 고찰한 경제적 관계는 상품 소유자들 사이에 관계, 곧 자신의 노동 생산물을 타인에게 넘겨주어야만 하는 타인의 노동 생산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관계뿐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 소유자에게 다른 사람이 화폐 소유자로 마주 서는 일은, 그 사람의 생산물이 처음부터 화폐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 화폐 재료인 금)이거나, 아니면 그의 상품이 이미 본래의 유용한 물건 형태를 벗어나 화폐가 됐기 때문이다.

 

금이 화폐로 기능하려면 당연히 어느 지점에선가 상품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이 지점은 금의 생산지인며, 거기에서 금은 직접적인 노동 생산물로 동일한 가치를 지닌 다른 노동 생산물과 교환된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금은 어떤 상품의 실현된 가격을 항상 표현하게 된다. 금이 생산지에서 상품과 교환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금은 어떤 상품 소유자의 수중에 있든 그가 양도한 상품의 전환된 형태이며, 판매, 곧 상품의 제1탈바꿈인 상품(C)-화폐(M)의 산물이다.

 

모든 상품이 자신을 본래 모습의 관념적 대립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금이 관념적 화폐 또는 가치 척도로 되었다. 그리고 모든 상품이 자기 자신을 금으로 측정하고, 그로 인해 금을 자신들의 가치 형태이자 본래 모습의 관념적 대립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금이 실제 화폐가 되었다.

 

상품이 완전히 양도되면서 본래의 재화로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금을 자신들의 가치의 현실적인 화신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금이 실제 화폐가 됐다. 가치 형태를 취하면 상품은 그 본래의 사용 가치와 그 상품을 창조한 특수한 유용 노동의 모든 흔적을 벗어버리고, 무차별적인 노동의 균질한 사회적 구현물로 전환된다. 따라서 화폐만 보고서는 그것으로 전환된 상품이 어떤 종류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화폐 형태 아래에서는 모든 상품이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화폐는 쓰레기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쓰레기가 화폐는 아니다. 아마포 직조공이 자신의 상품을 팔아 얻은 두 개 금화가 이전에 100리터 밀이 전환된 형태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아마포 판매, 곧 상품(C)-화폐(M)는 동시에 아마포 구매, 곧 화폐(M)-상품(C). 그러나 이 판매는 성경책의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작하며, 아마포 구매는 밀 판매로부터 시작된 운동을 끝낸다.

 

상품(C) - 화폐(M) - 상품(C)(아마포 화폐 성경책)의 첫 단계인 상품(C)-화폐(M)(아마포 화폐)은 동시에, 또 다른 운동인 상품(C) 화폐(M) 상품(C)의 마지막 단계인 화폐(M) 상품(C)(화폐 아마포). 어떤 한 상품에서 제1탈바꿈, 곧 상품 형태에서 화폐로 전환은 언제나 다른 한 상품에서 제2탈바꿈, 곧 화폐 형태로부터 상품으로 재전환이다.

 

화폐(M) 상품(C): 상품에서 제2 또는 최종 탈바꿈, 곧 구매

 

화폐는 다른 모든 상품이 전환된 형태이자, 일반적인 양도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화폐는 제약이나 조건 없이 양도될 수 있는 상품이다. 화폐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반대 방향으로 읽어 낸다. 예를 들어, 2온스(2)20미터 아마포, 1개 저고리, 10그램 차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화폐는 자신을 상품화할 수 있는 모든 상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동시에, 상품 가격은 화폐로 전환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곧 화폐의 양으로 나타낸다. 상품은 화폐로 전환되는 순간 그 본래의 모습을 잃기 때문에, 화폐만으로는 그것이 어떻게 소유자에게 도달했는지, 어떤 상품이 화폐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화폐가 어디에서 왔든, 그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화폐는 한편으로는 판매된 상품을 대표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구매할 상품을 대표한다.

 

화폐(M) - 상품(C)[구매]는 동시에 상품(C) - 화폐(M)[판매]이다. 따라서 한 상품에서 최종 탈바꿈은 다른 상품에서 최초 탈바꿈과 동시에 일어난다.

 

아마포 직조공의 겨우, 그의 상품의 생애는 2원을 성경책으로 전환하며 끝난다. 그러나 성경책 판매자는 아마포 직조공에게 받은 2원을 위스키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하자. 이때 화폐(M) - 상품(C)[구매]라는 최종 단계, 곧 상품(C) - 화폐(M) - 상품(C)[아마포 화폐 - 성경책], 동시에 상품(C) - 화폐(M)[판매]라는 제1단계, 곧 상품(C) - 화폐(M) - 상품(C)[성경책 화폐 - 위스키]가 된다.

 

상품 생산자는 보통 한 가지 생산물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하지만, 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판매로 얻은 화폐를 여러 구매 활동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따라서 한 번의 판매는 여러 상품에 대한 다수 구매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한 상품의 최종 탈바꿈은 다른 여러 상품의 최초 탈바꿈이 합쳐져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성경책 판매자는 위스키뿐만 아니라 쥐포, 땅콩, 과일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나의 상품이 겪는 전체적인 탈바꿈 과정은 서로 보완적인 두 개의 반대 운동, 곧 상품(C) - 화폐(M)[판매]M(화폐)-상품(C)[구매]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두 가지 반대의 탈바꿈은 상품 소유자가 참가하는 두 가지 상반된 사회적 과정이자, 그에게는 두 가지 대립적인 경제적 기능으로 나타난다. 그는 판매 측에서는 판매자가 되고, 구매 측에서는 구매자가 된다. 그러나 상품 탈바꿈에서 상품 형태와 화폐 형태가 서로 대립하는 양쪽에서만 동시에 존재하듯이, 동일한 상품 소유자 또한 그가 판매자일 때, 다른 사람은 구매자로 대립하며, 그가 구매자일 때, 다른 사람은 판매자로 대립하게 된다.

 

하나의 상품이 상품에서 화폐로, 그리고 다시 화폐에서 상품으로 연속적인 두 가지 반대 탈바꿈을 거치듯이, 동일한 상품 소유자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로의 기능을 끊임없이 바꾸게 된다. 따라서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역할은 고정된 기능이 아니라 상품 유통 속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상품의 전체 탈바꿈 과정은 가장 단순한 형태일지라도 네 개의 종점과 세 명의 인물을 필요로 한다. 먼저, 상품은 자신의 가치 형태인 화폐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 화폐는 구매자의 주머니 속에서 실제적인 존재로 자리한다. 이때 상품 소유자는 화폐 소유자와 대립하게 된다.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면, 그 화폐는 상품의 일시적인 등가물로 다른 상품의 사용 가치로부터 가치를 드러낸다.

 

첫 번째 상품 탈바꿈의 종착점인 화폐는 동시에 두 번째 탈바꿈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첫 번째 탈바꿈의 판매자는 두 번째 탈바꿈에서 구매자가 되며, 그에게는 새로운 세 번째 상품 소유자가 판매자로 그에게 대립하게 된다.

 

상품 탈바꿈을 구성하는 두 개의 상반된 운동 국면은 하나의 순환을 이룬다. 이는 상품 형태, 상품 형태의 탈각, 그리고 상품 형태로의 복귀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상품은 모순적인 규정을 갖게 된다. 상품은 소유자에게 출발점에서는 사용 가치는 아니지만, 종점에서는 사용 가치가 된다. 또한 화폐는 첫 번째 국면에서는 상품이 전환된 견고한 가치 결정체로 나타나지만, 두 번째 국면에서는 상품의 순간적인 등가 형태로 사라진다.

 

하나의 상품 순환을 구성하는 두 개의 탈바꿈은 동시에 다른 두 상품의 부분적인 탈바꿈을 반대 방향으로 이끈다. 한 상품(아마포)이 자신의 탈바꿈을 시작하는 동시에 다른 상품()의 탈바꿈을 끝낸다. 아마포는 자신의 첫 번째 탈바꿈인 판매에서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러나 아마포가 일단 금으로 전환된 뒤에는, 아마포는 자신의 두 번째이자 최종적인 탈바꿈을 완료함과 동시에 세 번째 상품의 첫 번째 탈바꿈을 돕는다. 이처럼 각 상품의 탈바꿈 순환은 다른 상품들의 여러 순환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전체 과정이 바로 상품 유통을 구성한다. 상품 유통은 형태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도 직접적인 생산물 교환(물물 교환)과 구별된다.

 

과정을 되짚어보면, 아마포 직조공은 아마포를 성경책과 교환했다. ,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교환하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직조공에게만 해당하는 사실이다. 차가운 책보다는 뜨거운 위스키를 선호하는 성경책 판매자는 아마포를 손에 넣을 의도가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아마포 직조공 역시 자신의 아마포가 밀과 교환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B의 상품이 A의 상품으로 바뀌지만, AB가 직접적으로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지는 않는다. AB가 서로에게 구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특수한 관계는 상품 유통의 일반적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는 아니다.

 

상품 유통에서, 한편으로 상품 교환이 직접적인 생산물 교환에서 개인적, 지방적 한계를 넘어 인간 노동의 물질대사를 발전시키는지를 보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상품 유통은 당사자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자연 발생적인(자생적인)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한다.

 

직조공이 아마포를 파는 일은 농민이 이미 밀을 팔았기 때문이고, 주당(애주가)이 성경책을 파는 일은 직조공이 아마포를 팔았기 때문이며, 위스키 양조업자가 위스키를 파는 일은 다른 사람이 이미 영원한 생명의 물, 곧 성경책을 팔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 유통은 복잡하게 얽힌 관계로부터 이루어진다.

 

따라서 유통 과정은 직접적인 생산물 교환과 달리 사용 가치의 장소나 소유자가 바뀐다고 해서 소멸하지 않는다. 화폐는 한 상품의 탈바꿈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이탈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상품이 비워준 자리에 남는다. 예를 들어, 아마포의 전체 탈바꿈 전체(아마포 화폐 성경책)을 보면, 먼저 아마포가 유통에서 빠지고 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 후 성경책이 유통에서 빠지면, 다시 화폐가 그 자리를 남게 된다. 한 상품이 다른 상품을 대체할 때마다 화폐는 제3자의 손으로 이동한다. 유통은 이처럼 끊임없이 화폐를 만들어낸다.

 

(Say)의 법칙처럼 판매와 구매 사이에 필연적인 균형이 존재한다는 이론은 터무니없다. 현실에서 이루어진 판매의 수가 구매의 수와 동일하다는 주장은 단순한 동어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판매자가 자신의 구매자를 시장에 데려오는 일을 증명하려는 시도이다. 판매와 구매는 상품 소유자와 화폐 소유자 간 교환 관계에서는 동일한 행위이지만, 한 개인의 행동으로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대립적인 행위다. 판매와 구매의 이러한 동일성은, 상품이 유통 과정에 투입된 뒤 화폐 형태로 다시 나오지 못하면, 곧 상품이 판매되거나 구매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이 동일성은 상품의 첫 번째 탈바꿈인 상품(C) - 화폐(M)가 완료되면, 해당 상품이 더 이상의 탈바꿈을 잠시 멈춰 설 수 있다는 사실도 내포하고 있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다. 구매자는 상품을 얻고, 판매자는 언제든 유통할 수 있는 화폐를 얻는다. 다른 누군가가 구매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판매할 수 없지만, 누구나 판매했다고 해서 즉시 구매해야 할 필요는 없다.

 

유통은 물물 교환에 내재된 자신의 생산물을 양도하고 타인 생산물을 취득한다는 직접적인 동일성을 판매와 구매라는 대립적 행위로 분열시키면서, 물물 교환의 시간적, 장소적, 개인적 한계를 극복한다. 이처럼 서로 독립적이고 대립적인 과정인 판매와 구매가 하나의 내적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그 내적 통일이 외적인 대립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두 과정은 서로 보완적이기에 내적으로는 자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두 과정이 외적으로 자립되는 현상이 특정 지점까지 진행되면, 그 내적 통일성은 공황이라는 형태로 폭력적으로 관철된다. 상품에 내재된 대립과 모순, 곧 사용 가치와 가치의 대립, 사적 노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노동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모순, 특수한 구체적 노동이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노동으로 통용된다는 모순, 그리고 물상의 인격화와 인격의 물상화 사이에 대립은 상품 탈바꿈의 대립적인 국면들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그 운동 형태를 전개한다. 이러한 형태들은 공황의 잠재력을 시사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일 뿐이다. 이 잠재력이 현실화되려면, 단순 상품 유통의 맥락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 화폐 유통

 

노동 생산물의 물질대사가 완수되는 형태 변환, 곧 상품(C) - 화폐(M) - 상품(C)은 동일한 가치가 상품의 형태로 과정을 시작하여 과정의 다시 상품의 형태로 돌아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 운동은 순환이다.

 

반면, 이 운동은 화폐를 순환에서 배제한다. 화폐는 그 출발점에서 끊임없이 멀어지며 출발점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 변형된 모습인 화폐를 보유하는 동안, 상품은 여전히 첫 번째 탈바꿈 단계에 있으며 그 유통 과정의 전반부를 경과했을 뿐이다. 판매가 구매로부터 보완되는 순간, 화폐는 본래의 소유자에게서 다시 멀어진다.

 

물론 아마포 직조공이 성경책을 구매하고 다시 아마포를 판매하면 화폐는 그의 수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는 최초의 20미터 아마포 유통으로부터 회수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유통은 이미 화폐를 직조공의 손에서 성경책 판매자의 손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화폐가 직조공에게 돌어오는 이유는 새로운 상품으로 동일한 유통 과정을 다시 시작하거나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이전 과정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상품 유통이 화폐에 직접 부여하는 운동 형태는 화폐가 출발점에서 끊임없이 멀어져 가며, 화폐가 한 상품 소유자의 손에서 다른 상품 소유자의 손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과정이 곧 화폐 유통이다.

 

화폐 유통은 동일한 과정의 끊임없는 단조로운 반복이다. 상품은 언제나 판매자의 측면에 있으며, 화폐는 구매 수단으로 항상 구매자 측에 있다. 화폐는 상품 가격을 실현하면서 구매 수단으로 기능한다. 화폐는 가격을 실현하며 상품을 판매자 손에서 구매자 손으로 이전시키고, 동시에 자신은 구매자 손에서 판매자 손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상품에 대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화폐 운동의 이러한 일면적 형태는 상품 운동의 양면적 형태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 감추어져 있다. 상품 유통의 본질 자체가 바로 이러한 외관을 만들어낸다.

 

상품에서 첫 번째 탈바꿈은 화폐 운동이자 상품 자체 운동으로 보이지만, 두 번째 탈바꿈은 오직 화폐 운동으로만 보인다. 상품은 유통의 전반부에서 화폐와 위치를 바꾸며, 이와 함께 상품의 사용 가치 형태는 유통에서 벗어나 소비로 들어간다. 그 자리를 상품의 가치 형태, 곧 화폐라는 유충이 차지한다. 상품은 유통의 후반부를 더 이상 자신의 본래적 형태가 아닌 화폐 형태로 통과한다. 이로 인해 운동의 연속성은 전적으로 화폐에 의존하게 된다. 동일한 운동이 상품의 입장에서는 두 개의 반대 과정을 포함하지만, 화폐 운동으로는 언제나 동일한 과정, 곧 화폐와 다른 상품 간 끊임없는 교환이다.

 

따라서 상품 유통 결과(한 상품이 다른 상품으로 교체)는 상품 자체 탈바꿈으로 매개되는 일이 아니라, 유통 수단에 따른 화폐 기능으로 매개되듯이 보인다. 화폐는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는 상품을 유통시켜, 상품을 사용 가치가 없는 사람의 손에서 사용 가치가 있는 사람의 손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화폐의 이동 방향은 상품의 이동 방향과 항상 반대다.

 

화폐는 끊임없이 상품이 차지하던 유통 장소를 점유하며, 자신의 출발점에서 더욱 멀어지면서 상품을 계속해서 유통 영역 밖으로 끌어낸다. 그러므로 화폐 운동은 사실상 상품 유통의 표현에 불과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반대로 상품 유통이 화폐 운동의 결과처럼 보인다.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일은 상품 가치가 화폐와 독립적인 형태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 수단으로 화폐 운동은 실질적으로 상품 자체의 형태 변환 운동에 불과하다. 상품의 탈바꿈은 화폐 운동에 명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마포는 먼저 자신의 상품 형태를 화폐 형태로 바꾼다. 이때 아마포에서 첫 번째 탈바꿈(상품(C)-화폐(M)[판매]에서 두 번째 항인 화폐 형태는, 이후 아마포의 최총 탈바꿈(화폐(M)-상품(C)[구매], 곧 성경책으로 재전환하는 과정의 첫 번째 항이 된다.

 

이 두 형태 변환은 모두 상품과 화폐의 교환, 곧 서로 위치를 바꾸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동일한 화폐 조각이 양도된 상품의 형태로 판매자 손에 들어왔다가, 절대적으로 양도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으로 그 손을 떠난다.

 

화폐는 두 번 위치를 바꾼다. 아마포에서 첫 번째 탈바꿈은 이 화폐 조각을 직조공의 주머니에 넣고, 두 번째 탈바꿈은 다시 꺼내게 한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이 겪는 두 개의 대립적인 형태 변환은 동일한 화폐 조각이 겪는 반대 방향의 두 번의 위치 변화에 반영된다.

 

상품의 일면적인 탈바꿈(판매 또는 구매)만 발생하면, 동일한 화폐는 단 한 번만 위치를 바꾼다. 화폐에서 두 번째 위치 변화는 항상 상품에서 두 번째 탈바꿈, 곧 화폐에서 상품으로 재전환을 나타낸다. 동일한 화폐 조각의 빈번한 위치 변화는 단일 상품의 탈바꿈 과정을 반영할 뿐 아니라, 상품 세계 전체에서 무수한 탈바꿈들이 뒤얽힌 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현재 논의되는 단순 상품 유통 형태에만 해당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상품(C) - 화폐(M) - 상품(C)과 화폐(M) - 상품(C) - 화폐(M)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상품이든 유통에 진입하여 첫 번째 형태 변환을 겪고 나면 유통에서 이탈하고, 그 자리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이 들어온다. 이와 달리, 화폐는 유통 수단으로 항상 유통 영역에 머물며 그 안을 순환한다. 따라서 이 유통 영역이 얼마나 많은 화폐를 흡수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한 국가 내에서는 매일 동시적으로, 그러나 공간적으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수많은 일면적 상품 탈바꿈가 발생한다. 곧 한쪽에서는 단순한 판매가, 다른 한쪽에서는 단순한 구매가 이루어진다. 상품은 그 가격으로 이미 특정한 관념적 화폐량과 등치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직접적인 유통 형태(신용 거래는 제외)에서는 상품과 화폐가 항상 물체적으로 대립하므로, 한쪽은 판매라는 끝에 있고, 다른 한쪽은 구매라는 반대 끝에 있다. 필요한 유통 수단의 양은 이미 상품들의 가치 총액으로 결정된다.

 

화폐는 본질적으로 상품들의 가치 총액이 관념적으로 표현된 금의 양을 현실적으로 나타내는 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 두 총액이 동등하다는 점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품 가치가 불변일지라도, 상품 가격은 금(화폐 재료)의 가치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 금의 가치가 하락하면 상품 가격은 비례적으로 상승하고, 금의 가치가 상승하면 상품 가격은 비례적으로 하락한다. 그 결과, 금의 가치 변동으로 상품들의 가격 총액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유통되는 화폐량도 같은 비율로 증감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유통 수단의 양적 변화는 분명히 화폐 자체에서 비롯되지만, 이는 유통 수단으로 화폐 기능이 아닌 가치 척도로 화폐 기능에 기인한다.

 

상품의 가격은 먼저 화폐 가치에 반비례하여 변동하고, 이로 인해 유통 수단의 양이 상품 가격에 비례하여 변동한다. 이와 동일한 현상은, 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 척도인 금이 은으로 대체될 때, 또는 은의 가치가 상승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 척도인 은이 금으로 대체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은이 유통되고, 후자의 경우 이전보다 더 적은 양의 금이 유통된다. 이 두 경우 모두, 먼저 화폐 재료(가치 척도 역할을 하는 상품)의 가치가 변동하고, 그 때문에 상품 가치의 화폐적 표현인 상품 가격이 변하며, 결과적으로 이 가격들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유통 화폐량이 변하게 된다. 이미 논의했듯이, 상품 유통 영역에는 구멍이 있어, (또는 은과 같은 화폐 재료)이 일정한 가치를 가지는 상품으로 유통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화폐가 가치 척도로 기능하고 가격을 결정할 때, 그 화폐 가치는 이미 전제된다. 가치 척도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면, 이는 먼저 귀금속 생산지에서 귀금속과 직접 교환되는 상품들의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특히 부르주아 사회의 발전이 덜한 단계에서는, 대다수 상품이 오랜 기간 동안 가치 척도의 기존 가치(이미 비현실적이 된)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한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공통된 가치 관계로부터 서로 영향을 주므로, 상품들의 금 가격(또는 은 가격)은 점차 그들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규정되는 비율로 고정된다. 결국 모든 상품 가치는 화폐 금속에서 새로운 가치에 따라 평가된다.

 

이러한 조정 과정은 귀금속과 직접 교환되는 상품의 대금으로 유입되면서 귀금속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일을 수반한다. 따라서 상품 가격이 조정되는 속도, 곧 상품 가치가 귀금속의 새로운 가치(이미 하락했거나 계속 하락하는)에 따라 평가되는 속도와 동일하게, 이 새로운 가격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추가 귀금속량도 이미 존재하게 된다.

 

귀금속 생산지 발견 이후 물가 상승 현상을 단면적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에, 17세기와 특히 18세기에는 유통 화폐인 금과 은의 증량이 상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출된다. 화폐 수량설에 대한 비판은 추후에 다뤄진다. 아래 글은 금의 가치가 주어진다고 전제하는데, 이는 특정 상품에서 가격을 평가하는 시점에는 실제로 유효한 가정이다.

 

금의 가치이 주어진다고 가정하면, 유통 수단의 양은 실현되어야 할 총 상품 가치로부터 결정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상품의 가격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총 상품 가치는 유통되는 상품의 양으로 명확히 규정된다. 예를 들어, 1리터 밀의 가치가 2원이라면, 100리터 밀의 가치는 200, 200리터의 밀의 가치는 400원이 된다. 따라서 밀의 양이 증가하여 판매될 때, 이에 상응하는 화폐의 양도 또한 비례하여 증가해야 함은 명백하다.

 

상품의 양이 주어졌다는 전제 아래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은 상품 가격의 변동에 따라 증감한다. 이러한 화폐량의 증감은 각 상품의 가격 변동으로 인해 총 상품 가치가 증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모든 상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거나 내릴 필요는 없다. 일부 주요 상품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만으로도 총 상품 가치를 증감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유통되는 화폐의 양 또한 증감하게 된다.

 

상품 가격 변동이 실제 가치 변화를 반영하든, 단순한 시장 가격 변동이든 관계없이, 이는 유통 수단의 양에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 1리터 밀, 20미터 아마포, 1권 성경책, 4갤런 위스키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판매된다고 가정해보자. 각 상품 가격이 2원이라면, 실현되어야 할 총 가격은 8원이며, 이 경우 8원의 화폐가 유통되어야 한다. 반면, 동일한 상품들이 밀(2), 아마포(2), 성경책(2), 위스키(2) 순으로 하나의 거래 고리를 형성한다면, 2원만으로도 이 네 가지 상품 유통이 이루어진다. 2원은 순차적으로 각 상품 가격을 실현하여 총 8원의 가치를 유통시킨 후, 최종적으로 위스키 판매상의 수중에 머무르게 된다. 2원은 네 번의 유통 행위를 감당하며 네 번 회전했다. 이처럼 동일한 화폐 단위가 반복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은, 상품이 두 개의 상반된 유통 단계를 거치는 운동과 여러 상품의 교환 과정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환 과정에서 상반되고 상호 보완적인 측면들은 동시에 발생할 수 없으며, 연속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은 이 과정의 길이를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 동안 동일한 화폐 단위가 회전하는 횟수가 화폐의 유통 속도를 결정한다. 위 사례에서 네 가지 상품의 유통 과정에 하루가 소요됐다면, 실현되어야 할 총 가격은 8원이고, 동일한 화폐 단위에서 일일 유통 횟수는 4회이며, 유통되는 화폐량은 2원이다. 따라서 특정 기간의 유통 과정은 다음과 관계로 나타낼 수 있다.

 

일정한 기간의 유통 과정식

 

상품의 가격 총액 / 동일한 명칭의 화폐 조각의 회전 횟수 =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

 

이 공식은 보편적으로 타당하다.

 

특정 기간 동안 한 국가의 총 상품 유통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1. 화폐가 한 번만 교환되는 분산적이고 동시적인 판매 및 구매가 다수 발생한다.

 

2. 동일한 화폐가 여러 차례 회전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환 사실이 서로 병행하거나 뒤엉켜 존재한다.

 

각 화폐의 회전 속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유통 중인 화폐의 총 회전 횟수를 알면 개별 화폐의 평균 회전 횟수, 곧 화폐 유통의 평균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유통 과정에 투입되는 화폐량은 물론, 하루를 시작하며 동시에 유통되는 상품들의 총 가격으로부터 결정된다. 그러나 일단 유통이 시작되면 개별 화폐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일부 화폐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 다른 화폐의 유통 속도는 둔화되거나 유통 영역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된다. 이는 유통 영역이 흡수할 수 있는 금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양은 평균 회전 횟수를 곱했을 때 실현되어야 할 총 가격과 동일해진다.

 

따라서 화폐 회전 횟수가 증가하면 유통 중인 화폐 총량은 감소하고, 화폐 횟수가 감소하면 그 양은 증가한다. 평균 유통 속도가 정해져 있다면 유통 수단의 양 또한 결정되므로, 유통에서 일정량의 £1짜리 금화(소브린)을 회수하고자 할 경우, 그만큼 £1짜리 은행권을 투입하면 된다. 이는 모든 은행이 잘 알고 있는 수단이다.

 

화폐 유통은 상품들의 유통 과정, 곧 상호 대립적인 교환으로부터 상품들의 순환을 반영하는 데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화폐 유통 속도는 상품 형태 변환의 속도, 교환 사슬의 연속적인 얽힘, 사회적 물질대사의 속도, 그리고 상품이 유통 분야에서 사라지고 교체되는 속도 등을 반영한다.

 

결국, 화폐 유통이 빨라지는 일은, 상품이 유용한 물건으로 재전환되는 상반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과정들(판매와 구매)이 원활하게 통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화폐 유통이 느려지는 일은 이 두 과정이 분리되고 상호 대립하여 화폐 순환(따라서 물질대사 과정)이 정체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유통 과정 자체는 이러한 정체 원인을 보여주지 않으며, 팔리지 않는 재고 누적과 같은 현상만을 드러낸다. 하지만 통속적 견해는 이러한 현상을 유통 화폐량 부족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는 화폐 유통이 둔화되면서 유통 부문에서 화폐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횟수가 줄어드는 현상만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 총량은 한편으로 유통되는 상품 총 가격으로 결정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통 과정의 대립적 변환 속도로 규정된다. 이 변환 속도는 동일한 화폐 단위가 평균적으로 총 가격에서 몇 분의 일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상품의 총 가격은 각 상품의 양과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이 세 가지 요소(가격, 유통 상품 양, 화폐의 유통 속도)는 각기 다른 조건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동할 수 있다. 따라서 실현되어야 할 가격과 그에 따라 결정되는 유통 수단의 양 또한 이 세 요소의 다양한 조합에 따라 변화한다. 여기서는 이 조합들 가운데 상품 가격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나타나는 점들만을 다룬다. 상품 가격이 일정할 때, 유통 수단의 양이 증가하는 경우는 유통되는 상품의 양이 늘어나거나 화폐의 유통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이다. 반대로 유통되는 상품의 양이 줄거나 화폐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 유통 수단의 양은 감소할 수 있다.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유통 수단의 양이 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유통되는 상품의 양이 가격 상승과 같은 비율로 감소하거나, 상품량은 그대로인 채 화폐의 유통 속도가 가격 상승 속도와 동일하게 증가하는 경우다. 반대로 유통 수단의 양이 감소하는 경우는, 상품량이 가격 상승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거나 유통 속도가 가격 상승보다 더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다.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유통 수단의 양이 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유통 상품의 양이 가격 하락과 같은 비율로 증가하거나, 화폐의 유통 속도가 가격 하락과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경우다. 유통 수단의 양이 증가할 수 있는 경우는 상품량이 상품 하락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거나, 유통 속도가 가격 하락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하는 때이다.

 

다양한 요소들의 변동은 서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더라도 실현되어야 할 총 상품 가격과 그에 따른 유통 화폐량은 불변일 수 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관찰할 때, 각국의 유통 화폐량은(산업 및 상업 공황, 드물게 발생하는 화폐 가치 자체의 변동으로 인한 주기적이고 격렬한 혼란을 제외하면) 예상보다 그 평균 수준에서 편차가 훨씬 작게 나타난다.

 

유통 수단의 양은 상품의 총 가격과 화폐 유통의 평균 속도로부터 결정된다는 원리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 상품의 가치 총액과 그 교환의 평균 속도가 주어져 있을 때, 유통되는 화폐량은 화폐 자체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달리, 상품 가격이 유통 수단의 양으로 결정되고, 유통 수단의 양은 한 국가에 존재하는 화폐 재료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통념은 잘못된 가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가정은 상품이 가격 없이 유통 과정에 들어가고, 화폐 또한 가치 없이 유통 과정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상품과 귀금속 더미가 교환된다는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 주화(coin): 가치의 상징

 

화폐는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고자 주화 형태를 취한다. 상품 가격(화폐 명칭)이 관념적으로 나타내는 금의 무게는, 유통 과정에서 그 명칭과 동일한 금 조각 또는 금화로 상품과 직접 마주해야 한다. £1 = 20실링 = 240펜스와 같은 가격 표준을 정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주화 제작 또한 국가 역할이다. 금과 은이 주화로 갖게 되는 다양한 국가별 형태(국민적 제복)는 상품 유통이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금화와 금덩이는 외형만 다를 뿐이며, 금은 언제든지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주화는 조폐소에서 나온 직후에도 녹일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금화는 각기 다른 정도로 마모되면서, 명칭(법정 무게)과 실제 무게가 점차 분리된다. 동일한 명칭의 금화라도 무게가 달라져 가치가 불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유통 수단으로 금의 무게는 가격 표준으로 금의 무게에서 벗어나, 상품의 진정한 등가물이 될 수 없게 된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중세와 근세에서 주화 역사는 이러한 혼란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주화가 금속적 실재에서 단순한 금의 상징물로 변질되는 유통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 경향은, 금속 손실 정도에 따라 금화를 통용 불능으로 폐기하는 현대 법률에서도 확인된다.

 

화폐 유통 자체가 주화의 실질 무게를 법정 무게로부터 분리시키고, 주화 기능을 그 금속 자체로부터 분리시킬 때, 이미 금속 화폐를 다른 재료로 만든 토큰(, 주화 기능을 수행하는 상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내포하게 된다. 은화나 동전 같은 저급 금속의 토큰이 금화를 대체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이나 은처럼 가치가 높은 금소근 매우 작은 무게로 주조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어렵다. 둘째, 역사적으로는 고급 금속 대신 저급 금속(은 대신 구리)이 가치 척도로 사용되다가, 고급 금속으로부터 밀려날 때까지 화폐로 유통됐던 경험이 있다. 은과 구리가 금을 대체하는 현상은 특히 매매가 소규모로 끊임없이 반복되어 금화 유통 속독가 가장 빠르고, 그만큼 마모가 가장 급속하게 일어나는 상품 유통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금의 대리물이 금 자체 지위를 영구적으로 차지하는 일을 막고자, 법률은 이들 대리 금속을 수용할 수 있는 비율을 매우 낮게 규정했다. 물론 여러 종류의 주화가 유통되는 경로는 서로 뒤얽혀 있다. 은제나 동제 토큰은 가장 작은 금화의 몇 분의 일에 해당하는 소액 지불을 위해 금과 나란히 사용된다. 금은 끊임없이 소액 유통에 들어오지만, 은과 동 토큰으로 교체되며 끊임없이 그곳에서 밀려난다.

 

은이나 동 토큰의 금속적 무게는 법률로부터 임의로 정해진다. 이 토큰들은 유통 과정에서 금화보다 더 빨리 마모되므로, 그 주화 기능은 실제 무게(가치)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금이 주화로 기능하는 일은 역시 금 자체 금속적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게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없는 지폐가 금을 대신하여 유통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금속 토큰에서는 어느 정도 가려져 있던 주화의 순수 상징성은 지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러한 첫걸음, 곧 가치 있는 금속 주화에서 가치가 없는 상징으로 전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여기서는 국가가 강제 통용력을 부여한 불환 지폐만을 다룬다. 불환 지폐는 금속 화폐의 유통에서 직접적으로 기원한다. 이에 반해 신용 화폐(어음, 수표, 태환 은행권 등)는 단순 상품 유통의 범위를 넘어선 관계를 전제로 한다. 덧붙여 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지폐가 화폐의 유통 수단 기능에서 발생했다면, 신용 화폐는 화폐의 지불 수단 기능에서 그 자연 발생적 근원을 차을 수 있다. 국가로부터 발행되고 £1, £5 등의 화폐 명칭이 인쇄된 종이 지폐가 외부로부터 유통 과정에 투입된다. 이 지폐가 동일한 양의 금을 실제로 대체하여 유통되는 한, 지폐 운동은 화폐 유통 자체 법칙을 그대로 따른다. 지폐 유통에서 독자적 법칙은 오직 지폐가 금을 대표하는 비율에서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이 법칙은 지폐 발행이 실제로 유통될 금의 양을 지폐가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유통 분야가 흡수할 수 있는 금의 양은 일정 평균 수준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동한다. 하지만 유통 수단의 양은 어떤 국가에서도 경험적으로 확인되는 일정 최소량 아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이 최소량을 구성하는 금조각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조각들로 교체되더라도, 그 최소량의 크기나 끊임없는 유통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최소량은 금의 종이 상징, 곧 지폐로 쉽게 대체된다.

 

지폐로 가득 찬 유통 경로가 최대 한도까지 화폐를 흡수하고 있다면, 상품 유통의 변동에 따라 다음날 범람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격 측정 기준에 혼란이 발생한다. 지폐가 발행량이 실제 유통될 금화의 양이라는 한도를 초과하면, 지폐 신용이 전반적으로 손상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폐는 상품 유통에서 내재적 법칙이 규정하는 금량만을 대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폐 유통액이 한도보다 두 배로 늘어난다면, 사실상 £1 지폐는 더 이상 1/4온스의 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1/8온스의 금에 대한 화폐 명칭이 된다. 이는 금의 가격 표준 기능에 변동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전에는 £1의 가격으로 표현되던 가치가 이제는 £2의 가격으로 표현된다. 지폐는 금, 곧 화폐의 상징이다. 상품 가치와 지폐 관계는, 상품 가치가 특정한 금의 양으로 관념적으로 표현되고, 그 금의 양을 종이쪽지가 상징적으로 대표한다는 점에서 성립한다.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지닌 금을 지폐가 대표하는 한, 지폐는 가치의 상징이 된다.

 

이제 금이 가치 없는 자신의 상징(금속 토큰이나 지폐)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이러한 대체는 금이 오직 주화로, 곧 유통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경우에만 이뤄진다. 화폐는 유통 수단 외에 다른 기능들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금화가 항상 유통 수단으로만 기능하지는 않는다. 닳은 금화가 계속 유통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각 금화는 실제로 유통되는 동안에만 단순한 주화이자 유통 수단이다. 반면 지폐로 대체될 수 있는 최소량의 금은 항상 유통 분야에 머물러 지속적으로 유통 수단의 기능만을 수행하며, 오직 이 기능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금화 운동은 상품(C) - 화폐(M) - 상품(C)이라는 상품 교환의 반복을 나타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상품들은 즉시 사라질 가치 형태인 화폐와 마주한다. 상품의 교환 가치가 독립적 으로 존재하는 일은 순간에 불과하며, 곧바로 다른 상품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를 끊임없이 한 사람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화폐의 단순한 상징적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화폐의 기능적 존재가 물질적 존재를 대신한다. 화폐가 상품 가격의 순간적인 반영물일 경우, 화폐는 단순히 그 자체의 상징으로 기능하므로, 다른 상징으로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화폐의 상징은 객관적인 사회적 정당성을 가져야 하며, 지폐는 이를 국가의 강제 통용력에서 얻는다. 이러한 국가의 강제력은 한 공동체에서 국내 유통 영역에서만 유효하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만 화폐는 오로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금속적 실체와 외적으로 분리된 순수한 기능적 존재 양식을 지폐 형태로 갖게 된다.

 

3-3. 화폐

 

가치 척도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상품이 바로 화폐이며, 금 또는 은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금은 두 가지 방식으로 화폐 기능을 한다. 첫째, 가치 척도 기능과 유통 수단 기능에서처럼 관념적이거나 대리적인 형태가 아니라, 금 자체 덩어리로 나타나 화폐 상품으로 기능하는 경우다. 둘째, 금의 기능이 금 자체든 대리물이든 상관없이,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금을 유일한 가치 형태 또는 교환 가치의 적절한 존재 형식으로 고정시키는 경우다.

 

퇴장 화폐

 

화폐 유통에서 지속적 순환은 판매와 구매라는 두 가지 대립적 상품 변환의 끊임없는 교체를 반영한다. 이 순환이 중단되고 판매에 이은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화폐는 유통을 멈추고 정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부아기유베르 언급처럼 화폐가 움직이는 것(유통 수단)’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퇴장 화폐)’으로 성격이 변모함을 의미한다.

 

상품 유통이 진화하면서 상품을 판매하여 금(화폐)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나타난다. 이때 판매 목적은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상품 형태를 화폐 형태로 바꾸는 행위 그 자체가 된다. 이러한 형태 전환은 유통의 매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결과적으로, 화폐는 절대적 양도성을 잃고 일시적인 형태를 벗어나 퇴장 화폐로 고착된다. 이 과정에서 상품 판매자는 화폐를 유통시키지 않고 쌓아두는 퇴장자가 된다.

 

상품 유통 초기에는 사용 가치의 초과분(잉여분)만이 화폐로 전환되며, 금과 은은 그 자체로 여유분으로 사회적 부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원시적 형태의 화폐 퇴장은 전통적인 자급자족적 생산 방식에 따라 욕구 범위가 제한된 민족들 사이에는서 영속화됐다. 특히 아시아, 그 중에서도 인도가 대표적 사례다.

 

상품 가격이 한 국가에서 금과 은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반더린트는 인도의 저렴한 상품 가격에 대한 원인을 화폐 매장에서 찾았다. 그는 1602년부터 1734년까지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15천만 파운드가 인도 땅속에 묻혔다고 주장했다. 또한, 1856년부터 1866년 사이 10년간 영국이 호주에서 얻은 금으로 인도와 중국에 12천만 파운드(대부분은 인도로 재유입) 역시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상품 유통이 심화되면서 모든 생산자는 사회적 담보인 화폐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자신의 생산과 판매는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하지만, 욕구는 끊임없이 새롭게 발생하고 타인의 상품은 계속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 없는 판매는 자기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귀금속 생산지에서는 다른 상품들이 귀금속과 직접 교환된다. , 귀금속 소유자가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상품 소유자는 판매를 할 수 있다. 이로부터 구매가 뒤따르지 않는 판매 행위가 귀금속을 상품 소유자들 사이로 분배하는 결과가 생긴다.

 

그래서 교환의 각 지점에서 다양한 규모의 금과 은 퇴장이 발생한다. 이는 상품을 교환 가치 형태로 보유하려는 욕망과 더불어 금을 소유하고자 하는 갈망이 생긴다. 상품 유통이 확대되면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사회적 형태의 부인 화폐의 힘이 커진다. 콜롬버스,자메이카로부터 편지에 따르면,

 

금은 놀라운 물질이다. 그것을 소유한 자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 금은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한다.’

 

화폐는 무엇이 화폐로 전환됐는지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상품이든 상품이 아니든 모든 것이 화폐로 전환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매매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 이러한 유통은 모든 것을 금으로 변환시키는 거대한 사회적 용광로와 같다. 그 연금술적 힘 앞에서는 성인조차 견뎌낼 수 없으며, 성스러운 대상들(페니키아 처녀들을 의미)과 같이 연약하고 상업에서 제외됐던 것들도 예외는 아니다. 화폐에서는 모든 질적 차이를 소멸시키듯, 화폐 자체도 철저한 평등주의자로 모든 차이를 제거해버린다. 그러나 화폐는 그 자체로 상품이자 사적 소유가 이뤄지는 외부적 대상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힘은 개인의 사적 권력이 된다. 고대 사회가 화폐를 경제적, 도덕적 질서를 파괴하는 요소로 비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근대 사회는 태어나자마자 부와 저승의 신인 플루톤을 땅속에서 끌어올리며, 황금, 곧 화폐를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쓴 술잔처럼 성스러운 성배나 자신의 가장 내밀한 생활 원리를 찬란하게 구현한 존재로 반기고 있다.

 

상품은 사용 가치로부터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고 물질적 부를 이룬다. 반면, 가치는 그 상품이 다른 물질적 부를 얼마나 지배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이는 곧 소유자에게 사회적 부의 크기를 나타낸다. 원시 사회에서 단순한 상품 소유자나 서유럽의 농민에게 있어, 가치는 곧 화폐 형태와 동일시되었다. 따라서 금과 은의 축적 증가는 가치의 증가로 인식됐다.

 

화폐 가치는 화폐 자체의 변동이나 상품 가치의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200온스의 금이 100온스의 금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며, 금의 물질적 형태가 모든 상품에서 보편적 등가 형태, 곧 모든 인간 노동의 직접적인 사회적인 구현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화폐를 축적하려는 충동은 본질적으로 끝이 없다. 화폐는 모든 상품으로 직접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물질적 부의 보편적 상징으로 질적, 형태적 제약이 없다. 그러나 현실의 화폐는 양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구매력 또한 제한적이다. 이러한 양적 제한성과 질적 무제한성의 모순은 화폐 퇴장자를 끊임없이 축적의 고통스러운 시시포스 같은 노동으로 내몬다. 이는 마치 국토를 아무리 확장해도 늘 새로운 경계에 부딪히는 세계 정복자의 모습과도 같다. 금을 화폐로 축적하려면, 곧 퇴장 화폐를 형성하려면, 금이 유통되거나 향략을 위한 구매 수단으로 쓰이는 일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화폐 퇴장자는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황금이라는 물신에게 희생으로 바친고, 금욕주의를 신봉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유통에 내놓은 상품보다 더 많은 것을 화폐 형태로 회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는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로부터 근면, 절약, 탐욕이 그의 주요 미덕이 되며, ‘많이 팔고 적게 사는 일이 그의 경제학에서 핵심 원리가 된다.

 

직접적인 퇴장 화폐 형태와 함께, 금과 은으로 만든 상품을 소유하는 미적 형태의 퇴장이 발전하고, 이는 시민 사회의 부 증대와 비례한다. 디드로의 말처럼, ‘부자가 되거나, 부자처럼 보이거나.’하는 현상으로 인해 금과 은의 화폐적 기능과 무관한 시장이 끊임없이 확장된다. 이와 동시에, 이 금은 상품들은 잠재적인 화폐 공급원이 되는데, 특히 사회적 격변기에 그 역할을 수행한다. 퇴장 화폐는 금속 유통 경제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상품 유통의 규모와 가격 변동에 따라 화폐 유통량은 끊임없이 증감한다. 따라서 화폐 유통량은 수축과 팽창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시기에는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또 다른 시기에는 유통에서 이탈해야 한다. 유통되는 화폐량이 항상 유통 분야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한 국가에 존재하는 금은의 총량은 유통 수단으로 필요한 양보다 많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화폐가 퇴장 화폐로 전환되면서 충족된다. 퇴장 화폐는 화폐가 유통으로 흘러들어가고 유통에서 빠져나오는 저장소 역할을 하면서, 유통되는 화폐량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한다.

 

. 지불 수단

 

지금까지 논의된 상품 유통의 직접적 형태에서는, 주어진 가치량이 상품과 화폐라는 두 가지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다. 따라서 상품 소유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등가물(상품과 화폐)의 대표자로 만났을 뿐이다. 하지만 상품 유통이 발전하면서 상품의 양도와 가격 실현(대금 지불) 사이에 시간적 분리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단순한 요인은 상품 종류별로 생산에 필요한 시간이나 생산 계절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상품은 생산지에서 바로 유통되지만, 다른 상품은 멀리 떨어진 시장으로 운송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상품 소유자는 다른 상품 소유자가 구매자로 나타나기 이전에 먼저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동일한 거래가 반복되는 경우, 상품의 판매 조건은 생산 조건에 맞춰 조정된다. 다른 한편, 특정 상품(: 가옥)의 경우 이용 기간이 끝난 뒤에야 구매자가 사용 가치를 온전히 얻게 되는 판매(임대)가 발생한다. 따라서 구매자는 대금을 지불하기 전에 상품을 먼저 구매한다. 이때 판매자는 채권자가 되고, 구매자는 채무자가 된다. 이와 같이 상품 변환과 가치 형태 전개가 달라지면서, 화폐는 지불 수단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기능은 단순 상품 유통에서 발생한다. 유통 형태의 변화가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이 기능들을 처음에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역할처럼 일시적이고 동일한 유통 당사자에게 번갈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처음부터 불안정하며 쉽게 고착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인물이 상품 유통과 무관한 방식으로도 등장할 수 있다.

 

고대 세계에서 계급 투쟁은 주로 채권자와 채무자 간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로마에서는, 채무자인 평민들이 몰락하여 노예가 되는 결과가 생겼다. 중세에는 채무자인 영주들이 몰락하며 경제적 기반과 함께 정치 권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 두 시대에 채권자와 채무자 간 화폐 관계는 다만 경제적 생활 조건에 뿌리 깊게 박힌 적대 관계를 반영했을 뿐이다.

 

상품 유통으로 다시 돌아가자. 이제 판매 과정에서 상품과 화폐라는 두 등가물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때 화폐는 첫째, 판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치 척도로 기능한다. 계약으로 확정된 가격은 구매자의 채무액(정해진 기한 내에 지불해야 할 화폐량)을 측정한다. 둘째, 화폐는 관념적인 구매 수단으로 기능한다. 구매자의 지불 약속만으로도 상품 소유권이 이전된다. 이후 지불 기일이 되면 지불 수단으로 화폐는 비로소 유통에 실제 투입되어 구매자 손에서 판매자에게 이동한다.

 

유통 수단이 퇴장 화폐로 전환되는 일은 유통 과정이 첫 단계에서 중단되어, 상품의 변형된 형태인 화폐가 유통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불 수단으로 화폐는 상품이 이미 유통에서 벗어난 뒤에야 비로소 유통에 투입된다. 이 경우, 화폐는 단순히 과정을 매개하는 일이 아니라, 교환 가치에서 절대적 형태로 독자적으로 개입하여 유통 과정을 마무리 짓는다.

 

상품 판매자가 화폐를 얻은 이유는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와 달리, 화폐 퇴장자가 상품을 화폐로 전환하는 이유는 상품을 화폐 형태로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채무를 진 구매자가 상품을 화폐로 전환하는 일은 대금을 지불하기 위함이며, 지불하지 않으면 그의 소유물이 강제로 매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의 가치 형태, 곧 화폐는 유통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필연성으로 인해 판매의 최종 목적이 된다.

 

구매자는 상품을 화폐로 전환하기에 앞서, 먼저 화폐를 상품으로 전환한다. , 1탈바꿈(상품(C) - 화폐(M)[판매])에 선행하여 제2탈바꿈(화폐(M)-상품(C)[구매])을 수행한다. 판매자의 상품은 유통되지만, 그 가격은 법적인 화폐 청구권으로만 실현된다. 따라서 상품은 화폐로 전환되기 전에 먼저 사용 가치로 전환되며, 상품의 제1탈바꿈은 나중에야 비로소 완료된다.

 

유통 과정에서 특정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는 그로 인해 발생한 상품들의 총 가격을 나타낸다. 이 총 가격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화폐량은 지불 수단의 유통 속도에 좌우된다. 이 유통 속도는 첫째, 채권자와 채무자 간 관계 연쇄와, 둘째, 지불 만기일 사이에 시간적 간격으로 결정된다. 채무의 연쇄(지체된 제1탈바꿈의 연쇄)는 이전에 논의된 뒤얽힌 상품 변환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유통 수단의 유통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관계를 단순히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 관계 자체가 화폐 유통 안에서 성립하고, 화폐 유통과 함께 비로소 형성된다. 이와 달리 지불 수단의 움직임은 이미 그 이전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를 나타낸다.

 

동시에 발생하는 수많은 판매는 유통 속도로 화폐량을 보충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한다. 반면에 이는 지불 수단을 절약하려는 새로운 동기가 된다. 여러 지불이 한곳에 집중되면 자연스럽게 지불 결제를 위한 독특한 시설과 방법이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한다. 중세 리옹에서 어음 교환소처럼, AB에 대한 채권, BC에 대한 채권, CA에 대한 채권 등은 서로 마주하여 일정한 금액까지 상계할 수 있다. 그 결과, 남은 차액만 청산하면 되므로, 지불이 집중될수록 상대적으로 필요한 지불 수단 양이 줄어든다.

 

지불 수단으로 화폐 기능에는 본질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여러 지불이 상계될 때, 화폐는 단지 계산 단위나 가치 척도로 관념적인 역할만 수행한다. 그러나 실제 지불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에는 화폐가 단순히 유통을 돕는 매개체가 아닌, 사회적 노동의 개별적 구현체이자, 교환 가치에서는 독립적 존재 형태인 일반적 상품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순은 산업 및 상업 공황 시기, 이른바 화폐 공황 국면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화폐 공황은 지불 연쇄와 인위적 지불 결제 체계가 충분히 발달한 사회에서만 발생한다. 이러한 체계에 전반적인 교란이 생기면, 그 원인과 관계없이 화폐는 계산 단위에 불과했던 관념적인 형태에서 갑자기 경화(실물 화폐)로 변모한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일반적인 상품이 화폐를 대체할 수 없게 된다. 상품의 사용 가치는 무의미해지고, 상품 가치는 그 자체의 가치 형태인 화폐 앞에서 사라진다. (: 상품 가격의 폭락). 부르주아는 호황기에는 도취되어 자신만만하게 상품이 곧 화폐라며 화폐를 관념적 산물로 여겼지만, 이제는 모든 시장에서 오직 화폐만이 상품이라고 외친다. 사슴이 신선한 물을 갈망하듯, 부르주아의 영혼은 유일한 부인 화폐를 갈망한다. 공황기에는 상품과 그 가치 형태인 화폐 간 대립이 극심한 모순으로 치닫는다. 이때는 화폐 형태가 금이든, 은행권 같은 신용 화폐든, 상관없이, 화폐 부족 현상은 완화되지 않는다.

 

일정 기간 동안 유통되는 화폐 총액은 유통 수단과 지불 수단의 회전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실현되어야 할 상품 가격 총액에 만기가 된 지불총액을 더하고, 여기에서 상쇄되는 지불액을 제외한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화폐가 유통 수단과 지불 수단으로 번갈아 기능한 횟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농부가 곡물을 2원에 팔면, 이 화폐는 유통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 후 그 2원으로 이전에 직조공에게 받은 아마포 값을 지불기일에 지불하면, 동일한 2원이 이번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전에 언급한 예시에서, 직조공이 그 2원으로 성경책을 현금으로 구매하면, 이 돈은 다시 유통 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가격, 화폐 유통 속도, 지불 수단 절약이 일정하더라도, 특정 기간(: 1일간) 동안 유통되는 화폐량과 상품량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이미 오래전에 유통을 떠나 상품을 대표하는 화폐가 계속 유통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은 유통되지만 그 등가물인 화폐는 장래에야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새로 맺어지는 채무와 그날 만기가 되는 채무 상환은 서로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 따라서 화폐의 지불 수단 기능으로부터 신용 화폐가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외상 구매로 생긴 채무 증서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면서 신용 화폐가 생성된다. 한편, 신용 제도가 확장되면서 지불 수단으로 화폐 역할도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신용 화폐는 대규모 상거래에 주로 사용되며, 금과 은 주화는 소매업 분야로 밀려난다.

 

상품 생산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화폐의 지불 수단 기능은 상품 유통의 범위를 넘어선다. 화폐는 모든 계약에서 보편적 재료가 되면서, 지대나 조세 또한 현물 납부에서 화폐 지불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가 생산 과정의 본질적 성격에 얼마나 제약을 받는지는, 로마 제국이 모든 공물을 화폐로 징수하려다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루이 14세 치하 프랑스 농민들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 일은 고율의 세금뿐만 아니라 현물 조세가 화폐 조세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부아기유베르나 보방장군 등에게 설득력 있는 비난을 받았다.

 

아시아에서 지대의 현물 형태(국가 조세 수입의 주된 요소)는 변하지 않고 재생산되는 자연 조건과 같은 생산 관계에 기반한다. 이러한 지불 방식은 동시에 낡은 생산 관계를 유지하는 반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터키 제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비밀 중 하나다.

 

유럽으로부터 강제된 대외 무역이 일본에서 현물 지대를 화폐 지대로 전환시키면, 일본에서 모범적 농업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는 협소한 경제적 존립 조건이 붕괴되고 말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에서든 관습적으로 1년 중 특정 날들이 정기적인 지불 결제일로 정해진다. 이러한 지불 기일은 재생산 순환과 무관하게, 계절 변화와 관련된 자연적 생산 조건에 기반을 둔다. 또한 이는 상품 유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조세나 지대 등의 지불 기일도 규정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분산된 지불에 필요한 화폐량이 1년 중 며칠에 집중적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은, 지불 수단 절약에 주기적이면서도 표면적인 교란을 초래한다. 따라서 지불 수단이 유통 수단에 미치는 법칙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모든 주기적 지불에 필요한 화폐의 양은 그 지불의 원인과 무관하게, 지불 주기의 길이에 비례한다. 지불 수단으로 화폐가 발전하면 채무의 지불 기일에 대비하고자, 화폐 축적이 필요해진다. 부르주아 사회가 발전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독립적인 형태로 퇴장 화폐는 사라지지만, 지불 수단 준비금의 형태로 퇴장 화폐는 오히려 증가한다.

 

. 세계 화폐

 

화폐가 국내 유통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가격 척도나 주화, 보조 화폐로의 역할을 넘어선다. 세계 무역에서는 상품이 그 가치를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한다. 이에 따라 상품의 독립적인 가치 형태인 화폐 또한 세계 화폐로 상품과 대립한다. 세계 시장에서 비로소 화폐는 (그 물질적 형태가 추상적인 인간 노동의 직접적인 사회적 구현체인) 상품으로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낸다. 화폐의 존재 양식이 이 개념에 완벽히 부합하게 된다.

 

국내 유통 분야에서는 오직 한 가지 상품이 가치 척도로 기능하며 화폐가 된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는 금과 은이라는 두 가지 가치 척도가 통용된다. 세계 화폐는 일반적 지불 수단, 일반적 구매 수단, 그리고 보편적 부의 절대적 사회적 구현체로 기능한다. 그중에서도 국제 수지 차액을 결제하는 지불 수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중상주의의 구호인 무역 흑자가 비롯됐다. 금과 은이 구매 수단으로 기능하는 일은 주로 여러 국가 간 생산물 교환에서 기존 균형이 급작스럽게 무너질 때이다.

 

세계 화폐가 보편적으로 인정된 부의 사회적 구현체로 기능하는 경우는, 구매나 지불 상황에서가 아니라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부를 이전할 때이다. 이는 상품 시장의 상황이나 이전 목적 자체로 인해 상품 형태의 부 이전이 더 이상 이뤄질 수 없을 때 발생한다.

 

각국은 국내 유통을 위해 준비금을 필요로 하듯, 세계 시장 유통을 위해서도 준비금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퇴장 화폐의 기능은 부분적으로는 국내의 유통 및 지불 수단으로 화폐 기능에서 비롯되고, 부분적으로는 세계 화폐로의 기능에서 발생한다. 후자의 기능에서는 언제나 실물 화폐 상품, 곧 금과 은의 실체가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제임스 스튜어트는 금과 은을 (단순한 지역적 대리물과 구별하고자) ‘세계화폐라 칭했다.

 

금과 은의 흐름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째, 금과 은은 원산지에서 세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각국의 국내 유통에 흡수된다. 이는 닳은 금·은 주화를 보충하고, 사치품의 재료를 제공하며, 퇴장 화폐로 고착된다. 이 흐름은 각국의 상품에 담긴 노동과 금·은 생산국에서 귀금속에 담긴 노동의 직접적인 교환으로부터 매개된다. 둘째, 금과 은은 각국 유통 분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데, 이 흐름은 환율의 지속적인 변동으로부터 발생한다.

 

부르주아 생산이 어느 정도 발전한 국가에서, 은행 금고에 쌓이는 퇴장 화폐는 고유한 기능에 필요한 최소 한도로 제한된다. 예외는 있지만, 이 퇴장 화폐가 평균치를 크게 초과하는 일은 상품 유통의 정체, 곧 상품 변환 과정에서 중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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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환 과정

 

상품은 스스로 시장에 가거나 자신을 교환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품의 보호자인 상품 소유자를 찾아야만 한다. 상품은 인간에게 맞설 수 없는 물건이기에 인간은 힘을 사용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물건들이 상품으로 서로 관계를 맺으려면, 상품의 보호자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이 물건들에 담고 있는 존재로서 서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따라서 한 상품의 소유자는 다른 상품 소유자의 동의 밑에서만, 자신의 상품을 넘겨주고, 타인의 상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를 사적 소유자로 인정해야만 한다. 계약 형식을 취하는 이 법률적 관계는 발달한 법률 제도의 일부이든 아니든, 경제적 관계를 나타내는 두 의지의 관계이다. 이 법률적 관계 또는 의지 관계의 내용은 경제적 관계 그 자체로부터 주어진다. 사람들은 이 관계에서 상품의 대표자, 곧 소유자로 존재할 뿐이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경제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경제적 관계들의 인격화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은 이 경제적 관계들의 담당자로서 서로 마주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상품 소유자와 상품의 주된 차이는, 상품은 다른 모든 상품을 오직 자신을 드러내는 가치의 한 형태로 여긴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평등주의자이자 냉소주의자인 상품은, 마리기테스처럼 아무리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신뿐 아니라 몸까지도 다른 상품과 기꺼이 교환될 준비가 되어 있다. 상품은 다른 상품의 구체적 속성을 파악할 감각이 없으므로, 상품 소유주가 자신의 감각을 동원하여 그 차이를 보충한다. 상품 소유자에게 자신의 상품은 직접적인 사용 가치가 없다. 사용가치가 있다면, 그는 그것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그의 상품은 다른 사람에게 사용 가치를 지닌다. 상품 소유자에게 상품은 교환 가치를 지니며, 바로 그 교환 수단이라는 점에서만 직접적인 사용 가치를 가진다. 


상품 소유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용 가치를 얻고자 다른 상품을 넘겨주려 한다. 모든 상품은 소유자에게는 사용 가치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사용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모든 상품은 소유자를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소유자를 바꾸는 일이 바로 상품 교환이며, 이 교환으로부터 상품들은 서로 가치를 매개로 관계를 맺고 가치로서 실현한다. 그러므로 상품이 사용 가치로 사용되기 전에 먼저 가치로 실현되어야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상품은 가치로 실현되기 전에 먼저 사용 가치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상품 생산에 투입된 노동이 타인에게 유용한 형태로 사용될 때만 유효하다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품이 타인의 욕구를 실제로 충족시키는지는 오직 상품 교환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상품 소유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다른 상품을 얻을 때만 자기 상품을 넘겨주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환은 그저 개인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자기 상품을 가치로 실현하고자 한다. 이는 그의 상품이 다른 사람에게 사용 가치를 지니는지와 상관없이, 그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환은 일반적 사회적 과정이 된다. 하지만 같은 과정이 모든 상품 소유자에게 오직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오직 일반적인 사회적 과정이 될 수는 없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상품 소유자도 누구나 다른 모든 상품을 자신의 상품에 대한 특수한 등가물로 간주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상품을 다른 모든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 여긴다. 하지만 이 논리가 모든 상품 소유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상품도 실제로 일반적 등가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상품들은 서로 가치로 동등하게 취급되거나 가치량으로 비교되는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를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품들은 서로 마주하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생산물이나 사용 가치로만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난관에 부딪힌 상품 소유주들은 파우스트처럼 ‘태초에 행함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사고에 앞서 이미 행동에 나선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상품 본성의 법칙에 순응한다. 우리는 상품 분석으로 결과를 얻었지만, 상품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일반적인 등가물인 다른 하나의 상품과 비교할 때만 서로를 가치로, 상품으로서 관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만드는 일은 오직 사회의 행동 뿐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상품의 사회적 행동이 자신들의 가치를 모두 나타내는 특수한 상품을 분리해낸다. 이 과정에서 선택된 상품의 구체적인 형태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등가 형태가 된다.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일은 이러한 사회적 과정으로부터 선발된 상품의 독자적인 사회적 기능이며, 이로 인해 그 상품은 화폐가 된다요한계시록, 1713: 1317;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자신들의 힘과 권세를 그 짐승에게 넘겨주었다. 그리하여 그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이 담긴 숫자의 낙인이 찍힌 사람 외에는 아무도 물건을 사고팔 수 없게 되었다.


화폐는 서로 다른 노동 생산물이 실제로 동등하게 취급되며, 상품으로 바뀌는 교환 과정에서 필연적 결과물이다. 교환 현상이 역사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되면서, 상품의 본질에 내재된 사용 가치와 가치 사이에 대립이 발전하게 된다. 원할한 상거래를 위해 이 대립을 밖으로 표현하려는 욕구는 독립적인 가치 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으로 이어졌다. 이 충동은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나뉘어지면서 독립적인 가치 형태를 얻게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 생산물이 상품으로 변하는 일과 동시에 특정 상품은 화폐로 변하게 된다. 


생산물의 직접 교환은 한편으로는단순한 가치 표현의 형태를 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 단순한 가치 표현이 '상품 A의 X량 = 상품 B의 Y량'이었다면, 생산물의 직접 교환은 '사용가치 A의 X = 사용가치 B의 Y량'이라는 형태를 가진다. 여기서 AB라는 물건은 교환 이전에는 상품이 아니며, 교환으로부터 비로소 상품이 된다. 유용한 물건이 교환 가치를 얻게 되는 첫 단계는, 그 물건이 소유자의 직접적 필요량을 초과하여 사용 가치가 아닌 양으로 존재할 때이다. 물건은 그 자체로 인간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양도할 수 있다. 이러한 양도가 상호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사람들은 양도할 수 있는 물건의 사적 소유자로, 서로 독립된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서로를 '타인'으로 여기는 관계는 자연 발생적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가부장적 가족이나 고대 인도 공동체, 또는 페루 잉카 제국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상품 교환은 공동체의 경계선, 곧 다른 공동체나 그 구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일단 물건이 공동체 외부 관계에서 상품이 되면, 그 영향으로 공동체 내부에서도 상품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물건들의 교환 비율은 처음에는 완전히 우연적이다. 소유자들이 서로 물건을 양도하고자 할 때 비로소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이 소유한 유용한 물건에 대한 욕구가 점차 자리 잡게 된다. 교환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정상적인 사회적 과정이 된다. 그러므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노동 생산물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처음부터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직접 소비를 위한 물건의 유용성과 교환에서 물건의 유용성 사이에 확고한 구별이 생긴다. 곧, 물건의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가 분리된다. 또한, 이 물건들이 교환되는 양적 비율은 물건의 생산 자체에 의존하게 되고, 관습은 이 물건들의 가치를 일정한 크기로 고정시킨다.  


직접적인 생산물 교환에서 각 상품은 소유자에게는 교환 수단이 되고, 그것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유용한 등가물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교환되는 물건이 그 자체의 사용 가치나 교환자의 개인적 욕구와 무관한 가치 형태를 아직 갖추지 못한다. 그러나 교환되는 상품 수와 종류가 늘어나면서 가치 형태의 필요성이 커진다. 문제는 곧 해결책과 함께 나타난다. 상품 소유자들이 여러 상품을 교환하고 비교하는 상거래는, 다양한 상품들이 하나의 제3의 상품과 교환되고 비교될 때만 원할하게 이뤄진다. 이 제3의 상품은 다른 여러 상품의 등가물이 되면서,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보편적인 사회적 등가 형태를 갖게 된다. 


이 보편적 등가 형태는 자신을 만들어낸 일시적인 사회적 접촉과 함께 발생하고 또 소멸한다. 때로는 이 상품이, 때로는 저 상품이 일시적으로 보편적 등가 형태가 되다가, 마침내 특정한 상품 종류에 고정되면서 화폐 형태로 굳어진다. 어떤 상품이 화폐 형태를 띠게 되는가는 처음에는 우연에 달려 있지만, 대개 두 가지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는 교환을 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물품(토착 생산물의 교환 가치를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물품)이 화폐 형태를 띠거나, 둘째는 양도할 수 있는 토착 재산의 주된 요소(예: 가축)가 화폐 형태를 띠는 경우이다. 유목 민족이 최초로 화폐 형태를 발전시켰다. 그들의 재산 전체가 이동할 수 있고 직접 양도할 수 있는 형태였으며생활 방식 자체가 다른 공동체와 끊임없이 접촉하며 생산물 교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인간 그 자체를 노예 형태로 원시적인 화폐 재료로 삼겠다는 생각은 오직 발전된 부르주아 사회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17세기 후반 1/3에 나타났고, 이를 국가적 규모로 시도한 일은 그로부터 1세기 뒤인 프랑스 부르주아 혁명기(1789년에 교회 토지를 담보로 발행한 '아시냐(assignats)' 화폐였다.


상품 교환이 좁은 지역적 한계을 벗어나고, 상품 가치가 점차 일반적인 인간 노동, 곧 추상적 인간 노동의 구현체로 발전하면서 화폐 형태는 자연스럽게 귀금속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귀금속이 일반적 등가물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금과 은은 처음부터 화폐가 아니지만, 화폐는 본질적으로 금과 은이다.’ 이 말은 금과 은이 지닌 자연적 속성이 화폐의 다양한 기능에 매우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는 화폐가 상품 가치를 나타내는 형태, 곧 상품의 가치량을 사회적으로 표현하는 재료로서의 기능만을 살펴봤다. 가치를 적절히 나타내려면 그 물질은 추상적이고 동등한 인간 노동을 담을 수 있어야 하며, 어느 부분을 떼어내도 동일하고 균등한 성질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가치량의 차이는 순전히 양적이므로, 화폐로 쓰이는 상품은 양적으로 쉽게 구별되고, 마음대로 분할하거나 다시 합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성질을 금과 은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다. 


화폐로 사용되는 상품의 두 가지 사용 가치를 지닌다. 


1. 상품으로서의 특수한 사용가치이다. 이를테면, 금은 치아를 때우는 데나 사치품의 재료로 쓰일 수 있다. 


2. 화폐의 독특한 사회적 기능에서 비롯되는 형태적 사용 가치이다. 이는 화폐 형태 그 자체가 지니는 유용성을 의미한다.

 

다른 모든 상품이 화폐의 특수한 등가물일 뿐인 반면, 화폐는 다른 모든 상품들의 일반적 등가물이다. 따라서 다른 상품들과 화폐의 관계는 특수한 상품과 일반적 상품의 관계와 같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화폐 형태는 다른 모든 상품들 사이에 관계가 한 상품의 반영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폐를 완성된 형태로 보고 분석하는 사람에게 '화폐가 상품이다'라고 말한다면, 하나의 중요한 발견이다.  


교환 과정은 상품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아니라, 독특한 가치 형태를 제공한다. 이처럼 가치와 가치 형태의 개념을 혼동하면 금과 은의 가치를 상상적인 것이라고 오해하는 오류에 빠지게 쉽다. 또한, 화폐가 유통 수단과 같은 일부 기능에서 자신의 단순한 상징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화폐는 단순한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오류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생각 속에는, 물건의 화폐 형태가 물건 자체와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라, 그 물건 뒤에 숨어 있는 사회적 관계의 표현일 뿐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담겨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는 모든 상품이 일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로서의 상품은 그 안에 투입된 인간 노동의 물리적 껍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생산 방식에서 물건이 가지는 사회적 특성이나 노동의 사회적 성질이 취하는 물리적 형태를 단순한 상징이라고 설명한다면, 그러한 특성들이 인간의 보편적 합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바와 같다. 이러한 방식은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이 즐겨 썼던 수법으로, 그들이 기원을 설명할 수 없었던 인간 관계에서 불가사의한 모습을 일시적으로나마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 상품의 등가 형태는 그 상품의 가치량을 규정하지 않는다. 금이 화폐이며 다른 모든 상품과 바로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10그램의 금이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화폐 역시 자신의 가치량을 다른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표현해야만 한다. 화폐 가치는 화폐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으로 결정되며, 동일한 양의 노동 시간이 담긴 다른 상품의 양으로 표현된다.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그 원산지에서 이루어진 직접적인 물물 교환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화폐 상품이 유통에 들어설 때, 그 가치는 이미 정해져 있다. 17세기 후반에 화폐 분석에서 첫 단계, 곧 '화폐는 상품'이라는 발견이 시작됐지만, 이는 다만 첫걸음에 불과했다. 진정한 어려움은 화폐가 상품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왜, 무엇으로부터 상품이 화폐가 되는지를 밝혀내는 데 있다.  


우리가 상품 A의 X량 = 상품 B의 Y’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 표현에서 이미 보았듯이, 다른 물건의 가치량을 나타내는 물건은 교환 관계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에 속성으로 등가 형태를 갖는듯이 보인다. 이러한 잘못된 착각이 확립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 일반적 등가 형태가 특정 상품의 물리적 형태로 고정되어 화폐 형태로 굳어질 때 완성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다른 모든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특정 상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상품이 화폐가 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 상품이 화폐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그 상품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이끈 운동은 그 결과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상품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자신들의 가치를 자신들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체에서 찾게 된다. 이 상품체, 곧 금이나 은은 지하로부터 나오자마자 모든 인간 노동의 직접적인 구현체가 되듯이 보인다. 바로 여기에 화폐의 신비성이 있다. 상품 생산 사회에서 사람들은 순전히 원자론적으로 서로 관련을 맺는다. 그들의 생산 관계는 개인의 통제나 의식적인 행동과 무관한,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노동 생산물이 일반적으로 상품 형태를 취하는 데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결국, 화폐 물신의 수수께끼는 상품 물신의 수수께끼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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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품

 

1-1. 상품사용 가치와 그 가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 ‘방대한 상품더미로 나타나며개개의 상품은 이 부의 기본 단위를 이룬다. 따라서 이 체제에 대한 분석은 상품 분석에서 시작한다상품은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속성으로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이때 욕구의 성격이나 기원은 중요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상품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 곧 소비재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지 또는 생산적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철이나 종이와 같이 유용한 물건은 질적 및 양적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각각의 물건은 수많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유용성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를 발견하는 일은 인류 역사의 과제다유용한 물건의 양을 측정하는 사회적 척도를 찾아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척도들이 다양한 이유는 측정 대상의 본질적인 성격과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 가치로 만든다. 이 유용성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며,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서 비롯되고 상품 자체와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철, 밀, 금강석 등 상품 자체가 사용 가치이자 유용한 물건이다상품의 이러한 속성은 그 유용성을 얻고자 인간 노동이 얼마나 투입됐는지와는 무관하다. 사용 가치를 논할 때는 항상 일정량(몇 개의 시계몇 톤의 철몇 미터의 아마포)을 전제로 한다상품의 사용 가치는 상품학이라는 특정 학문의 연구 대상이며, 오직 사용이나 소비로만 실현된다사용 가치는 사회적 부의 형태와 관계없이 부의 물질적 내용을 구성한다. 우리가 분석하는 사회에서는 사용 가치가 동시에 교환 가치를 지닌 물건이다교환 가치는 일차적으로 양적 관계곧 특정 종류의 사용 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 가치와 교환되는 비율로 나타난다그런데 이 비율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하므로교환 가치는 우연적이고 순전히 상대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품 자체에 내재된 교환 가치라는 개념은 일종의 형용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더 깊이 고찰해 보도록 하자.

 

밀 1리터 X량의 구두약, Y량의 명주, Z량의 금 등 다양한 상품과 여러 비율로 교환될 때, 이는 밀이 하나가 아닌 수많은 교환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다. 여기서 X량의 구두약, Y량의 명주, Z량의 금은 모두 밀 1리터의 교환 가치를 표현한다따라서 이들은 교환 가치로서 동일한 크기를 지닌 동일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특정 상품의 다양한 교환 가치들은 모두 동일한 '어떤 것'을 표현한다. 둘째교환 가치는 그 자체와는 구별되는 어떤 내재적 내용의 표현 양식이자 현상 상태에 불과하다. 1리터 밀과 X킬로미터 철이 교환되는 등식, '1L 밀 = Xkg' 철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물건, 곧 밀과 철에 공통된 어떤 것이 동일한 양만큼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교환 가치로서 이 두 상품은 각각 이 공통의 제3자로 환원될 수 있다. 

 

간단한 기하학의 실례로부터 이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다각형의 면적을 구하고, 비교하고자 그것들을 삼각형으로 분해한다. 그리고 이 삼각형 자체를 겉모습과 전혀 다른 표현인 밑변과 높이의 곱에서 1/2로 환원한다이와 마찬가지로상품의 교환 가치 역시 공통적인 어떤 양을 표현하며 그 양으로 환원된다상품에 공통된 그 무엇은 기하학적, 물리학적, 화학적 또는 그 밖에 자연적 속성일 수 없다그러한 속성들은 상품의 유용성, 곧 사용가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의 교환 관계는 그들의 사용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특징을 지닌다. 곧, 교환 관계에서 어떤 특정 사용 가치는 그것이 충분히 존재하기만 하면 다른 어떤 사용 가치와 마찬가지로 유용하다또는 노련한 바본이 언급한,더욱 가벼운 신화폐 주조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하나의 상품과 다른 상품은 그 교환 가치가 같다면 차이가 없다. 동일한 크기의 교환 가치를 지닌 물건들 사이에는 어떠한 질적 차이나 구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100원의 가치를 지닌 납이나 철은 100원의 가치를 지닌 금이나 은과 똑같은 크기의 교환 가치를 갖는다.’


사용 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교환 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인 차이만을 지닌다. 따라서 교환 가치에는 사용 가치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상품의 사용 가치를 무시하면, 오직 하나의 속성이 남는다. 곧 노동 생산물이라는 속성뿐이다. 그러나 이 노동 생산물 또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사용 가치를 무시하면서, 노동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만드는 물질적 구성 요소와 형태도 함께 사라진다이제 이 생산물은 책상, 집, 면사 또는 기타 어떤 유용한 물건이 아니다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모든 속성이 사라진다. 그것은 더 이상 가구공, 벽돌공, 방적공의 노동 생산물이 아니며, 그 어떤 특정한 생산적 노동의 결과물도 아니다노동 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 체화된 노동의 유용한 성질도 함께 사라진다. 따라서 노동의 구체적인 다양한 형태도 사라진다이 노동들은 더 이상 서로 구별되지 않는, 동일한 종류의 인간 노동 일반곧 추상적인 인간 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 생산물은 유령 같은 모양을 띠는데, 이는 동질적인 인간 노동이 응고된 형태이다노동 생산물은 인간 노동력이 그 지출 형태와 관계없이 투입되고 응고된 결과물이다생산에 인간 노동력이 지출됐고인간 노동이 그 속에 퇴적되어 있다모든 노동 생산물은 그들에게 공통된 이러한 사회적 실체가 응고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곧 상품 가치를 가진다이미 상품이 교환될 때, 그 교환 가치는 사용 가치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상품의 사용 가치를 무시하면 상품 가치만 남는다. 따라서 상품의 교환 관계 또는 교환 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 인자는 바로 상품 가치다연구로부터 교환 가치야말로 가치의 필연적인 표현 양식이자 현상 형태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당분간은 가치 성질을 그 현상 형태와 관계없이 고찰해야 한다사용 가치 또는 유용한 물건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오직 그 안에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 대상화되거나 체현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가치 크기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이는 물건에 담긴 가치를 형성하는 실체인 노동의 양으로 측정된다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 시간으로 측정되며, 이 지속 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삼아 측정한다.

 

상품 가치가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면, 게으르거나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가치가 더 높아야한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가치 실체를 이루는 노동은 동질적인 인간 노동, 곧 동일한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다상품 세계의 가치로 표현되는 사회의 총노동력은 비록 수많은 개별 노동력으로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하나의 동질적 노동력으로 간주된다각 단위의 노동력은 사회적 평균 단위의 성격을 가지며한 상품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만이 투입된다고 간주된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이란 특정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산 조건, 그리고 지배적인 평균적 노동 숙련도와 노동 강도에서 어떤 사용 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 시간이다. 특히 영국에서 증기 직기기 도입된 뒤로 일정량의 실을 천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증기 직기 도입 이후에도 수직공들이 이전과 동일한 시간을 들여 직조했지만, 그들의 개별 노동 1시간은 이제 사회적 노동에서 1/2시간밖에 대표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생산물 가치는 이전 가치의 절반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의 가치량은 오직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곧 생산에 사회적으로 투입되는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 경우 개개의 상품은 그 종류의 평균적 표본으로 간주된다. 동일한 노동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다상품 간 가치 비율도 이와 같다. 따라서 "가치에서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 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 시간이 변하지 않는 한 일정하다. 그러나 노동 시간은 노동 생산성이 변할 때마다 변화한다노동 생산성은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노동자들의 평균적 숙련도과학 및 기술 발전 정도생산 과정의 사회적 조직생산 수단의 규모와 효율, 자연적 조건이 여기에 포함된다. 동일한 양의 노동을 투입하더라도 풍년에는 밀 8리터를 생산하는 반면, 흉년에는 겨우 4리터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풍부한 광산은 빈약한 광산보다 더 많은 금속을 생산한다. 다이아몬드는 지표면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아, 이를 채굴하는 데 평균적으로 많은 노동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은 양의 다이아몬드가 많은 노동을 대표하게 된다. 제이콥(Jacobs)이 금에 대해 그 완전한 가치가 지불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듯이, 이는 다이아몬드에 더욱 적합한 말이다. 에슈베게(Eschwege)에 따르면, 1823년까지 80년 간 브라질 다이아몬드 광산의 총산출액은 브라질 사탕 또는 커피 농장의 1년 반 분의 평균 생산물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산이 더 풍부해진다면, 동일한 양의 노동은 더 많은 다이아몬드로 체화되며, 따라서 다이아몬드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아주 적은 노동으로 석탄을 다이아몬드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다이아몬드 가치는 벽돌 가치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 생산성이 높을수록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과 응고되는 노동량은 줄어들며, 따라서 상품 가치도 감소한다. 반대로, 노동 생산성이 낮을수록 상품 생산에 걸리는 노동 시간과 상품 가치는 커진다. 따라서 상품 가치는 상품에 체화된 노동량에 정비례하고, 노동 생산성에 반비례한다

   

어떤 물건은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서 사용 가치일 수 있다. 이는 인간에 대한 물건의 유용성이 노동에 따라 매개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공기, 미개간지, 자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한 예다. 어떤 물건, 그리고 인간 노동의 생산물은 상품이 아니면서도 유용할 수 있다. 자신의 노동 생산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 가치를 창출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을 생산하려면 사용 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용 가치, 곧 사회적 사용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타인을 위한 사용 가치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세 농민은 봉건 영주에게 바칠 공납이나 성직자에게 바칠 십일조용 곡물을 생산했지만, 이는 타인을 위해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상품이 되지 않는다. 생산물이 상품이 되려면 그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소비할 사람에게 교환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도 사용 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어떤 물건이 쓸모없다면, 그 안에 투입된 노동 또한 쓸모없게 되어 노동으로 계산되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런 가치도 형성하지 못한다

   

1-2. 상품에 체현된 노동의 이중성

 

상품은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라는 이중성을 가진 물건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노동 또한 이중성을 띠게 된다. 노동이 가치로 표현될 경우 더 이상 사용 가치를 창조하는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 상품에 체현된 노동의 이중성은 필자가 처음으로 지적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했으며, 정치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기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두 상품, 저고리 1벌과 아마포 10미터가 있다고 가정하자. 저고리 가치가 아마포 가치보다 두 배라면, 아마포 10미터 = W일 때, 저고리 1벌 = 2W가 된저고리는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용 가치이며, 이를 생산하고자 특수한 종류의 생산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 활동은 그 목적, 작업 방식, 수단,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의 유용성이 생산물의 사용 가치로 나타나거나, 또는 노동이 그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만들어 스스로 표현하는 노동을 유용 노동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노동의 유용 효과만 고려된다.  


저고리와 아마포가 질적으로 다른 사용 가치이듯이, 이를 만들어낸 노동 또한 질적으로 다른 재봉 노동과 직조 노동이다. 이 두 물건이 질적으로 다른 사용 가치가 아니거나 질적으로 다른 유용 노동의 산물이 아니라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할 수 없다. 저고리가 저고리와 교환되지 않듯, 동일한 사용 가치를 가진 물건은 교환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용 가치들의 총체는 다양한 유용 노동들의 총체, 곧 사회적 분업을 나타낸다. 사회적 분업은 상품 생산의 필수 조건이지만, 상품 생산이 사회적 분업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고대 인도 공동체에서는 노동이 사회적으로 분할됐지만, 그 생산물은 상품이 아니었다. 또한 현대의 어떤 공장에서도 노동은 체계적으로 분할되지만, 이러한 분업은 노동자들이 개별 생산물을 서로 교환하면서 유지되지는 않는다. 오직 독립적으로 행해지는, 곧 상호 의존하지 않는 사적 노동의 생산물만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하게 된다. 각 상품의 사용 가치에는 유용 노동, 곧 일정한 종류의 합목적적인 생산 활동이 담겨 있다. 여러 가지 사용 가치는 질적으로 다른 유용 노동이 담겨 있지 않다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할 수 없다. 생산물이 일반적으로 상품 형태를 취하는 사회, 곧 상품 생산자 사회에서는 개별 생산자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자신의 계산에 따라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용 노동 사이에 질적 차이가 하나의 복잡한 체계인 사회적 분업으로 발전한다


재봉사 자신이 저고리를 입든, 그의 고객이 입든, 저고리는 사용 가치로 기능한다. 마찬가지로, 저고리와 이를 생산하는 노동 사이에 관계는 재봉일이 사회적 분업의 독립적인 한 부분이 됐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옷을 입어야만 했기에 전문 재봉사가 나타나기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재봉일을 해왔다. 그러나 저고리와 아마포는 자연이 미리 제공하지 않는 여타 물적 부와 마찬가지로, 특정 자연 소재를 인간 욕구에 맞게 변형시키는 특수한 합목적적 생산 활동을 거쳐서만 창조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은 사용 가치를 창조하는 유용 노동으로서, 어떠한 사회 형태와도 무관하게 인간 생존의 조건이자 인간과 자연 사이에 물질대사를 매개하는 영원한 자연적 필연성이다


사용 가치인 저고리나 아마포 같은 상품체는 자연 재료와 노동이라는 두 요소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저고리나 아마포 등에 들어 있는 모든 유용 노동을 제거하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이 제공하는 물질적 바탕만 남게 된다. 인간은 생산 과정에서 자연이 그러하듯 물질 형태만을 변경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자연력의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노동은 노동으로 생산되는 사용 가치, 곧 물적 부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윌리엄 페티가 지적했듯이, '노동은 물적인 부의 아버지이며, 토지는 어머니이다.'

 

가정했던 대로 저고리가 아마포보다 두 배의 가치를 가진다면, 이는 양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지금은 양적 차이보다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1벌의 저고리 가치가 10미터 아마포 가치의 두 배라면, 20미터 아마포는 1벌 저고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저고리와 아마포는 동일한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동질 노동의 객체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재봉 노동과 직조 노동은 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번갈아 재봉과 직조를 하는 사회도 존재한다. 이 경우, 두 가지 다른 노동 방식은 동일한 개인이 행하는 노동의 변형일 뿐이며, 서로 다른 개인에게 고정된 기능은 아니다. 마치 재봉사가 오늘은 저고리를 만들고 내일은 바지를 만들고자 자신의 개인 노동을 바꾸는 일과 같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 수요 변화에 따라 사회적 노동의 일부가 번갈아 재봉 또는 직조의 형태로 공급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 형태의 변화가 마찰 없이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생산 활동의 명확한 질, 곧 노동의 유용한 성격을 무시하면 생산 활동은 단순히 인간 노동력의 지출에 불과하다재봉과 직조가 질적으로 다른 생산 활동일지라도, 둘 다 인간의 두뇌, 근육, 신경, 손 등을 생산적 사용하며, 이 점에서 모두 인간 노동이다. 곧, 재봉과 직조는 인간 노동력이 지출되는 두 가지 다른 형태일 뿐이다. 물론 인간 노동력이 다양한 형태로 지출되려면, 노동력 그 자체가 어느 정도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상품 가치는 순수하고 단순한 인간 노동, 곧 인간 노동력의 일반적인 지출을 나타낸다. 부르주아 사회에서 장군이나 은행가가 위대한 역할을 하지만 평범한 인간은 보잘것없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듯이, 인간 노동도 마찬가지다. 인간 노동은 특수한 방향으로 발달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육체적이고 평균적인 단순 노동력을 지출한다. 물론 단순하고 평균적 노동 자체도 국가나 문화 발전 단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지만, 일정한 사회에서는 이미 그 특성이 잘 알려져 있다. 더 복잡한 노동은 강화되거나 몇 배로 된 단순 노동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적은 양의 복잡 노동은 더 많은 양의 단순 노동과 동등하게 여긴다. 이러한 환산 과정은 끊임없이 일어나며, 이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어떤 상품이 복잡한 노동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에 있어서는 단순 노동의 산물과 동등해지며, 일정한 양의 단순 노동을 대표할 뿐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이 그 측정 단위인 단순 노동으로 환원되는 비율은 생산자들 배후에서 진행되는 하나의 사회적 과정에 따라 결정되며, 따라서 생산자들에게는 관습으로 전해 내려온다. 앞으로의 논의를 단순화하고자, 여기서는 모든 노동력을 단순 노동력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이는 다만 환산의 수고를 덜기 위함이다.  


가치로서 저고리와 아마포를 고찰할 때, 그 사용 가치의 차이를 무시하듯이, 그것들의 가치로 포함된 재봉과 직조라는 노동 의 유용성 형태 차이도 무시하게 된다. 사용 가치로서 저고리와 아마포는 특정 목적의 생산 활동이 천이나 실과 결합하여 만들어지지만, 가치로서 둘은 단순히 동질적인 노동의 응고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그 가치에 내재된 노동 역시 천이나 실에 대한 생산적 작용의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 아니라, 오직 인간 노동력의 지출로만 의미를 갖는다. 재봉과 직조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 가치인 저고리와 아마포를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재봉과 직조의 특수한 질이 무시되고, 둘 다 인간 노동이라는 질을 가지는 한, 이 노동은 저고리와 아마포 가치의 실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저고리와 아마포는 가치일 뿐만 아니라 일정한 크기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의 가정에 따르면, 1벌 저고리는 10미터 아마포보다 두 배 가치를 가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량의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이는 아마포가 저고리에 들어 있는 노동의 절반만을 포함하고, 저고리 생산에 아마포 생산에 드는 시간보다 두 배나 긴 노동력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에 체현된 노동은 상품 가치와 관련해서는 질적으로, 가치와 관련해서는 양적으로 고려된다. 전자의 경우 노동이 어떻게 수행되고 무엇을 생산하는지가 중요하지만, 후자의 경우 노동력이 얼마나 지출되는지, 곧 노동의 지속 시간이 중요해진다. 상품 가치의 크기는 그 상품에 투입된 노동량만을 나타내므로, 상품들은 일정한 비율에 따라 동일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유용 노동의 생산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된 저고리의 가치량은 그 개수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1벌의 저고리가 X일의 노동을 나타낸다면, 2벌의 저고리는 2X일의 노동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이 두 배로 늘거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1벌의 저고리가 이전에 2벌의 저고리와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2벌의 저고리가 이전에 1벌의 저고리와 같은 가치밖에 갖지 못한다. 두 경우 모두 저고리가 제공하는 편의(사용 가치)나 그 안에 담긴 유용 노동은 변함이 없더라도, 저고리 생산에 드는 노동량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치도 변한다


상품의 양적 증가는 그 자체로 물적 부의 증가를 의미한다. 2벌의 저고리는 1벌의 저고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입힐 수 있기에 더 큰 물적 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적 부의 증가는 때때로 가치량 감소를 동반할 수 있는데, 이러한 모순된 현상은 바로 노동의 이중성에서 기인한다. 생산성은 항상 구체적인 유용 노동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이는 주어진 시간 동안 특정 생산 활동이 목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하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유용 노동은 생산성의 변동에 따라 더 많거나 적은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노동이 가치로 표현될 때는 구체적 유용 형태가 무시되기 때문에 생산성과는 무관해진다. 동일한 시간에 투입된 노동은 생산성의 변동과 관계없이 언제나 동일한 가치량을 창조한다. 그럼에도 생산성이 변동하면, 노동은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양의 상품을 생산한다. 곧, 생산성이 오르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성이 떨어지면 더 적은 상품을 생산한다생산성이 상승하여 일정한 시간에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을 증가할 경우, 이 총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총 노동 시간은 단축되므로, 상품 총량의 총 가치는 감소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모든 노동은 생리학적으로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며, 이 동등하고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상품 가치를 형성한다. 반면에, 모든 노동은 특정한 합목적적 형태로 인간 노동력을 지출하며, 이 구체적이고 유용한 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사용 가치를 생산한다

 

1-3. 가치 형태 또는 교환 가치

 

사용 가치 형태를 지닌 철, 아마포, 밀 등은 평범한 평범한 현물로 세상에 나타나는 상품이다. 이러한 상품은 사용 대상임과 동시에 가치를 지닌다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므로, 현물 형태와 가치 형태를 모두 지닐 때 비로소 상품이라는 형태를 갖춘다. 상품 가치가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점은 셰익스피어 희곡헨리 4에 등장하는 과부 퀵클리가 "어느 누구도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와 구분된다. 상품 가치의 실재에는 상품체의 거칠고 감각적인 객관적 실재와 달리 단 한 분자의 물질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상품을 돌려가며 그것이 가치를 지닌 물건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인간 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일 때 비로소 가치로서 객관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러한 가치의 객관적 성격이 순전히 사회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치는 오직 상품과 상품 사이에 사회적 관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사실, 상품의 교환 가치 또는 교환 관계로부터 출발하여 상품 속에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이제 다시 가치의 현상 형태로 돌아가 보자. 


상품들은 다양한 사용 가치 형태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공통의 가치 형태인 화폐 형태를 지닌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폐 형태의 기원을 밝혀야 한다. 이는 부르주아 경제학이 시도하지 못했던 과제다. 그리고 상품 가치 관계에 내재된 가치 표현이 가장 단순하고 미미한 형태에서 출발하여, 찬란한 화폐 형태로 발전해 온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으로부터 화폐의 신비는 비로소 풀린다. 가장 단순한 가치 관계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한 상품과 다른 종류의 한 상품 사이에 가치 관계다. 따라서 두 상품의 가치 사이에 관계는 한 상품의 가치의 가장 단순한 표현을 제공한다


. 1형태: 단순하고 개별적인 가치 형태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 또는 X량의 상품 AY량의 상품 B와 가치가 같다

(예: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20미터 아마포는 1개 저고리와 가치가 같다.)

 

가치 표현의 두가지 형태: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

 

모든 가치 형태의 비밀은 이 단순한 가치 형태 속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이 형태를 분석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여기서 아마포와 저고리라는 두 종류의 상품은 분명히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를 저고리로 표현하고, 저고리는 이러한 가치 표현의 재료가 된다. 곧, 첫 번째 상품(아마포)은 능동적인 기능을 하고, 두 번째 상품(저고리)은 수동적인 기능을 한다. 첫 번째 상품은 자신의 가치를 상대적 가치 형태로 표현하고, 두 번째 상품은 등가 형태로 기능한다.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는 서로 의존하며 제약하는 불가분의 요소들이지만, 동시에 상호 배제하며 대립하는 두 극단, 곧 가치 표현의 양 끝이다. 이 두 끝은 가치 표현으로 상호 연관을 맺는 서로 다른 상품들이 맡는다. 아마포 자체만으로는 아마포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20미터 아마포 = 20미터 아마포'라는 등식은 결코 가치 표현이 아니다. 이 등식이 의미하는 바는 오히려 그 반대로, 20미터의 아마포가 그저 사용 대상으로 고찰한 아마포의 일정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마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곧 다른 상품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어떤 다른 상품이 등가 형태로서 아마포와 마주한다고 전제한다. 다른 한편으로, 등가물 기능을 하는 상품은 동시에 상대적 가치 형태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상품은 자신의 가치 표현이 아닌, 오직 첫 번째 상품 가치를 표현하는 재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표현은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라는 역관계를 내포한다. 그러나 저고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표현하려면 등식을 뒤집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아마포가 등가물이 된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은 하나의 가치 표현에서 동시에 두 가지 형태를 가질 수 없다. 이 두 형태는 정반대로 서로를 배제한다. 어떤 상품이 상대적 가치 형태에 있는지, 아니면 등가 형태에 있는지는 오직 그 상품이 가치 표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곧, 그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지, 아니면 다른 상품의 가치를 표현하는지에 달려 있다.   

 

상대적 가치 형태의 내용 

 

한 상품이 가지는 가치의 단순한 표현이 두 상품의 가치 관계 속에 어떻게 숨어 있는지를 해명하려면, 이 가치 관계를 먼저 양적 측면으로부터 완전히 떠나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이와 정반대의 연구 방법을 취해, 가치 관계에서 두 상품의 일정한 양이 서로 같아지는 비율만 본다. 그들은 이때 상이한 물건들의 크기는 동일한 단위로 환원된 뒤에야 비로소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동일한 단위로 표현했을 때만 물건들의 크기는 공통분모를 가지며, 따라서 서로 비교할 수 있다


20미터의 아마포가 1개, 20개, 또는 X개의 저고리와 같든, 곧 아마포의 양이 많은 적든, 이러한 비율의 존재는 항상 아마포와 저고리가 가치량이라는 동일한 단위로 표현되며, 동일한 성질을 가진 물건들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아마포 = 저고리'라는 사실이 이 등식의 기초다

 

이 등식에서는 두 상품은 질적으로 동일하지만, 동일한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오직 아마포의 가치만이 표현될 뿐이다. 아마포는 자신과 교환될 수 있는 물건인 저고리와의 관계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표현한다. 이 관계에서 저고리는 가치의 존재 형태, 곧 가치의 물리적 모습으로 간주된다. 이는 오직 그럴 때만 저고리가 아마포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관계 속에서 아마포의 가치 실재는 독립적인 표현을 얻는다. 아마포는 오직 가치로서만 저고리와 동등하며, 자신과 교환될 수 있는 물건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화학에서는 부티르산과 프로필포름산은 서로 다른 물질이지만, 둘 다 탄소(C)와 수소(H)와 산소(O)라는 동일한 화학적 실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비율 또한 'C4H8O2'로 같다. 이제 부티르산을 프로필포름산과 같다고 표시하면, 이 관계는 첫째, 프로필포름산은 'C4H8O2'의 존재 형태일 뿐이며, 둘째, 부티르산 역시 'C4H8O2'로 구성됐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부티르산을 프로필포름산과 동일시하면서, 물리적 형태와는 화학적 구성을 표현하게 된다


상품 가치를 논할 때, 상품을 인간 노동의 단순한 응고물로 분석하여 추상적 가치 차원으로 환원하지만, 그 자체로 현물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 형태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상품 가치는 오직 두 번째 상품과 관계로만 표면에 드러난다. 저고리를 아마포의 등가물로 삼으면, 이는 저고리에 담긴 노동이 아마포에 응결된 노동과 동일하다고 표현한다. 재봉과 직조는 분명 종류가 다른 구체적인 노동이지만, 재봉을 직조와 동일시하면서, 사실상 이 두 노동을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된 성격으로 환원하게 된다. 이것은 직조 또한 가치를 창출하는 한에서는 재봉과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추상적 인간 노동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우회적인 방식이다. 서로 다른 상품들 간의 등가 표현만이 그 상품들에 담긴 다양한 노동을 공통적인 인간 노동 일반으로 실제로 환원하며, 이로부터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의 독자적 성격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아마포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의 독특한 성격을 표현하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 노동력은 운동하면서 가치를 창조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는 아니다. 인간 노동은 어떤 대상의 형태로 응고된 상태에서만 가치가 된다. 따라서 아마포 가치를 인간 노동의 응고물로 표현하려면, 그 가치가 아마포 그 자체와는 물질적으로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아마포와 다른 모든 상품에 공통되는 하나의 객관적 실재를 지닌다고 표현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저고리와의 관계 속에서 아마포 가치를 표현할 때, 저고리는 가치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아마포와 같은 종류로 간주된다. 이는 곧 저고리가 가차를 나타내는 물건, 다시 말해 가치를 손으로 만져 느낄 수 있는 현물 형태로 표현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저고리 그 자체는 순수한 사용 가치에 불과하다. 저고리가 스스로 가치를 표현할 수 없는 일은, 임의의 아마포 한 조각이 스스로 가치를 표현할 수 없는 일과 마찬가지다. 상품은 오직 가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저고리가 아마포와 가치 관계 안에 있을 때, 그 관계 밖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의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많은 사람이 금으로 장식된 제복을 입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는 일과도 같다. 


저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 재봉이라는 형태의 인간 노동력이 투입된다. 따라서 저고리에는 인간 노동이 응축되어 있으며, 이 점에서 저고리는 '가치를 지닌 존재'. 물론 이러한 속성은 저고리가 아무리 닳아 얇아진다 해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가치 등식에서 아마포의 등가물로서 저고리는 이러한 자격, 곧 구체적인 형상을 띤 가치 또는 가치체로서 기능한다. 저고리가 비록 단추를 채운 채 나타났을지라도, 아마포는 그 속에 있는 가치라는 동류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저고리가 아마포에게 가치를 대표하려면, 아마포에게 가치는 반드시 저고리의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 이는 개인 A가 개인 B로부터 '국왕'으로 숭배를 받고자, B의 눈에 국왕이 A의 육체를 가지고 나타나야 하는 일과도 같다. 더군다나 A의 용모와 머리털 등은 '국왕'이 바뀔 때마다 변해야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고리가 아마포 등가물이 되는 가치 관계에서, 저고리 형태는 가치 형태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상품인 아마포 가치는 상품인 저고리라는 물체로 표현된다. 이는 한 상품의 가치가 다른 상품의 사용 가치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사용 가치 면에서 아마포는 저고리와 명확히 구별되는 물건이지만,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아마포가 저고리와 같으며, 따라서 저고리처럼 보인다. 이로부터 아마포는 자신의 현물 형태와는 다른 가치 형태를 얻게 된다. 아마포의 가치는 아마포와 저고리의 동등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기독교도의 순한 양과 같은 성질을 '기독교도 = 신의 어린 양'이라고 표현하는 일과 같다


상품 가치에 대한 분석은 아마포가 저고리와 교환되는 순간, 그 모든 과정을 상품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 준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가 추상적인 인간 노동으로 창조됐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저고리가 자신과 동등하게 여겨질 때, 곧 가치일 경우에만 저고리 또한 자신과 동일한 노동을 구성됐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고상한 객관적 실재가 자신의 거친 육체와는 다르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아마포는 저고리 형태로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며, 자신 역시 가치물인 한 저고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상품 언어는 히브리어 외에도 다양한 방언을 가지고 있다. 상품 B를 상품 A와 등치시키는 일이 상품 A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임을 나타낼 때, 독일어인 'Wertsein'(가치가 있다)이라는 표현은 라틴어 계통 동사들인 'valere', 'valer', 'valoir'에 비해 덜 적절하다. 1593 앙리 4세가 "파리는 확실히 미사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이러한 가치 관계로부터 상품 B의 현물 형태는 상품 A의 가치 형태가 된다. 다시 말해, 상품 B의 물체는 상품 A의 가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품 A 가치체이자 인간 노동의 체현물인 상품 B와 관계를 맺으면서, 상품 B의 사용 가치를 자기 가치 표현의 재료로 삼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상품 A 가치는 상품 B의 사용 가치로부터 표현되어 상대적 가치 형태를 얻게 된다


상대적 가치 형태의 양적 규정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야 하는 각 상품은, 15리터 밀이나, 100그램 커피처럼, 일정한 양의 유용한 물건이다. 이 정해진 상품량에는 특정 양의 인간 노동이 일정량이 포함됐다. 따라서 가치 형태는 가치 일반뿐 아니라, 양적으로 규정된 가치인 가치량도 나타내야 한다. 상품 A가 상품 B에 대해 갖는 가치 관계, 곧 아마포가 저고리에 대해 갖는 가치 관계를 보면, 저고리라는 상품 종류가 가치체 일반으로 아마포에 질적으로 등가일 뿐 아니라, 1개 저고리라는 특정량의 가치체 또는 등가물이 20미터 아마포라는 특정량에 등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 20미터 아마포와 1개 저고리 가치는 같다는 등식은 1개 저고리에 20미터 아마포에 들어 있는 것과 동일한 양의 가치 실체가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두 상품량은 같은 양의 노동, 곧 동일한 노동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20미터 아마포나 1개 저고리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노동 시간은 재봉이나 직조의 생산성이 변할 때마다 달라진다. 이제 이런 변동이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1. 아마포 가치는 변동하지만, 저고리 가치는 변동하지 않는 경우

 

아마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이 아마를 재배지에 비옥도 저하로 인해 두 배가 되면, 아마포 가치 역시 두 배로 상승한다. 기존의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이제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로 바뀐다. 이는 1개 저고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이 20미터 아마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에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토지 개량으로 인해 아마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면, 아마포 가치도 절반으로 하락한다. 이에 따라 등식은 '20미터 아마포 = 1/2개 저고리'가 된다. 이처럼 상품 B(저고리)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상품 A(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곧 상품 B로 표현되는 상품 A 가치는 상품 A 가치에 정비례하여 상승하거나 또는 하락한다.


2. 아마포 가치는 변동하지 않고, 저고리 가치가 변동하는 경우

 

양털 흉작으로 인해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기존의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이제 '20미터 아마포 = 1/2개의 저고리'로 바뀐다. 반대로, 저고리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하면, 등식은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가 된다. 따라서 상품 A(아마포) 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상품 B(저고리)로 표현하는 상품 A의 상대적 가치는 상품 B의 가치 변동에 반비례하여 상승하거나 또는 하락한다.


1번2번의 여러 경우를 비교해 보면, 동일한 양의 상대적 가치 변동이 정반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이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로 변하는 경우를 보자. 이는 때로는 아마포 가치가 두 배로 오르기 때문이며, 때로는 저고리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20미터 아마포 = 1/2개 저고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로는 아마포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고, 때로는 저고리 가치가 두 배로 오르기 때문이다. 

 

3. 아마포와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이 동시에 동일한 방향과 비율로 변동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두 상품 가치가 아무리 변동하더라도,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의 가치 변동은 가치가 변하지 않은 제3의 상품과 비교할 때에만 드러난다. 모든 상품 가치가 동시에 같은 비율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면, 그 상품들의 상대적 가치는 변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 상품 가치의 실제 변동은 동일한 노동 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이전보다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로 나타난다.

 

4. 아마포와 저고리 각각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동시에, 동일한 방향이면서 서로 다른 정도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변동하는 경우

 

이러한 다양한 조합이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살펴본 1. 2. 3번의 경우를 응용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가치량의 실제 변동이 상대적 가치 크기에 명확하고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상품에서 상대적 가치는 자신의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변동할 수 있고, 반대로 자신의 가치가 변하더라도 상대적 가치는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상품 가치의 양적 변화와 그 상대적 표현이 동시에 변하더라도, 그 변동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등가 형태

 

상품 A(아마포)는 자신의 가치를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상품 B(저고리)의 사용 가치로 표현하면서, 상품 B등가물이라는 독특한 가치 형태를 부여한다. 아마포는 저고리가 자신의 본래 형태와 구별되는 가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아마포와 등치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가치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드러낸다. 저고리가 아마포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형식 자체가 아마포가 가치로서 자기의 존재를 실질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이 등가 형태로 존재할 때, 그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


특정 상품 종류(저고리)가 다른 상품(아마포)을 위한 등가물로 기능하며 직접 교환될 수 있는 독특한 속성을 획득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둘 사이에 교환 비율이 결정되지 않는다. 이 비율은 아마포의 가치량이 주어질 때, 저고리의 가치량에 따라 정해진다. 저고리가 등가물로, 아마포가 상대적 가치로 표현되든, 또는 그 반대이든, 저고리 가치량은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으로 규정되며, 이는 저고리의 가치 형태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가치는 양적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저고리는 가치 등식에서 다만 사용 가치의 특정량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40미터 아마포는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저고리 2개와 같다. 이 경우, 상품 종류인 저고리는 등가물 기능을 하며, 저고리라는 사용 가치는 아마포에 대해 가치체로 인정된다. 따라서 특정량의 저고리는 아마포의 가치량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2개의 저고리는 40미터의 아마포의 가치량을 나타낼 수 있지만, 결코 자기 자신의 가치량을 표현할 수는 없다. 가치 등식에서 등가물이 항상 어떤 물건, 곧 사용 가치의 양적 형태로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피상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베일리를 비롯한 그의 선행자와 후계자 다수는 가치 표현에서 오직 양적 관계만 보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상품이 등가물로 기능할 때, 그 상품 가치의 양적 크기는 표현되지 않는다.

 

등가 형태를 고찰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사용 가치가 자신의 대립물인 가치 현상의 형태로 된다는 점이다. 곧, 상품의 본래적인 현물 형태가 가치 형태로 전환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전환은 상품 B(저고리, 밀, 철 등)임의의 다른 상품 A(아마포 등)와 가치 관계를 맺을 때에만, 그리고 오직 그 관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상품도 자기 자신에 대해 등가물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자신의 현물 형태를 자기 가치 표현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품은 반드시 다른 상품을 등가물로 삼아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곧, 다른 상품의 현물 형태를 자신의 가치 형태로 삼는다. 

 

덩어리 사탕은 물체이므로 무게가 있지만, 그 무게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고 손으로 감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미리 무게가 정해진 다양한 쇳붙이 조각, 곧 저울추를 사용한다. 저울추의 물체 형태 그 자체는 덩어리 사탕과 마찬가지로 무게의 현상 형태가 아니다. 하지만 덩어리 사탕의 무게로 표현하고자 사탕을 저울추와 중량 관계에 놓으면, 저울추는 무게 외에는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물체로 기능하게 된다. 저울추의 크기는 사탕의 무게를 측정하는 역할을 하며, 덩어리 사탕에 대해 오직 무게의 화신 또는 무게의 현상 형태만을 대표한다. 저울추가 이러한 기능을 하는 일은 무게가 측정되어야 할 사탕 또는 다른 물체와 맺는 관계 안에서 할 수 있다. 이 두 물체가 모두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관계를 맺을 수 없고, 따라서 한 쪽이 다른 쪽의 무게를 표현할 수도 없다. 이 두 물체를 저울 위에 놓을 때, 무게라는 점에서 서로 동일하며, 따라서 일정한 비율을 취하면 동일한 무게를 가졌다고 확인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치 표현에서 저울추라는 물체가 무게 척도로 덩어리 사탕과 관계를 맺으며 오직 무게만을 대표하듯이, 저고리라는 물체는 아마포와의 관계에서 오직 가치만을 대표한다. 


여기에서 유사성은 끝난다. 덩어리 사탕의 무게를 표현할 때 저울추는 두 물체에 공통된 자연적 속성인 무게를 나타낸다. 하지만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할 때, 저고리는 두 물건의 사회적(초자연적) 속성, 곧 가치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상품(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아마포의 가치 존재를 아마포 자체나 그 속성과는 전혀 다르게, 저고리와 같다고 표현한다. 이 표현은 그 뒤에 어떤 사회적 관계가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등가 형태는 이와 반대다. 등가 형태에서 상품(저고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치를 표현하며, 처음부터 가치 형태로 보인다. 물론 이는 저고리가 상품인 아마포에 대해 등가물이 되는 가치 관계 안에서만 성립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물건의 속성은 다른 물건과의 관계로부터 생겨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관계 속에서 단지 증명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고리가 무게가 있고 체온을 보존하는 속성을 지니듯이, 등가 형태를 처음부터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등가 형태의 신비성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 등가 형태가 화폐라는 완성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날 때 비로소 그 신비성에 주목한다. 그때 그들은 금과 은의 신비성을 깨뜨리고자, 금과 은을 덜 화려한 다른 상품들로 대체하며 과거에 등가물로 기능했던 모든 평범한 상품들의 목록을 만족스럽게 나열한다. 하지만 그들은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 표현조차 이미 풀어야 할 등가 형태의 수수께끼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등가물로 기능하는 상품체는 통념상 추상적 인간 노동이 구체적 형태를 띠고 나타나지만, 등가물은 언제나 특정한 유용성을 가진 구체적 노동의 생산물이다. 따라서 구체적 노동이 추상적 인간 노동을 표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저고리가 단순히 추상적 인간 노동의 구체화라면, 저고리 안에 실제로 구현된 재봉 노동은 눈에 보이는 추상적 인간 노동이 되는 셈이다.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하는 맥락에서, 재봉 노동의 유용성은 옷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가치를 지닌 물체(아마포 가치에 객간화된 노동과 구별되지 않는 응고물)을 창조하는 데 있다. 가치의 거울 역할을 하고자, 재봉 노동 그 자체는 인간 노동이라는 추상적 속성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나타내서는 안 된다.

 

인간 노동력은 재봉이라는 형태, 직조라는 형태로 지출된다. 따라서 이 두 형태는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경우(가치 생산)에는 오직 이 관점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신비도 없다. 그러나 상품의 가치 표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직조가 직조라는 구체적 노동이 아닌, 인간 노동이라는 일반적 속성에서 아마초의 가치를 형성한다고 표현하고자, 아마포의 등가물(저고리)을 생산하는 구체적 노동인 재봉과 대비시킨다. 이 순간 재봉은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현실화된다.


등가 형태의 두 번째 특징은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 노동의 현상 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이 구체적 노동(재봉)이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표현으로 인정받게 되므로, 이 노동은 다른 노동(아마포에 들어 있는 노동)과 동일하다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노동은 다른 모든 상품 생산 노동과 마찬가지로 사적 노동이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으로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노동은 다른 상품들과 직접 교환될 수 있는 생산물, 곧 저고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의 노동으로 변하는 일은 바로 등가 형태의 셋 번째 특징이다. 등가 형태의 마지막 두 특징은 사고 형태, 사회 형태, 자연 형태와 함께 가치 형태를 처음으로 분석한 저 위대한 학자,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로부터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상품의 화폐 형태가 단순한 가치 형태(어떤 상품의 가치를 임의의 다른 상품으로 표현한 것)가 발전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이는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5개의 침대 = 한 채의 가옥이라고 말한다면‘5개의 침대 = 얼마의 화폐라고 말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가치 표현을 할 수 있는 가치 관계는 집과 침대가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꿰뚫었다. 그는 감각적으로 서로 다른 이 물건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면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환은 동일성 없이는 있을 수 없으며, 동일성은 측량의 공통성 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난관에 부딪혔고, 가치 형태에 대한 추가 분석을 포기했다. 그는 ‘그러나 종류가 서로 다른 물건들이 같은 단위로 측정된다면, 곧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말은, 실제로는 이뤄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이러한 등식은 물건들의 진정한 성질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적인 필요를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이상 분석할 수 없었던 일은 바로 가치 개념의 부재 때문이었다. 침대의 가치를 표현할 때, 집이 침대를 위해 나타내는 그 동일한 공통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집이 침대와 집 모두가 가진, 진정으로 똑같은 무엇을 대표하는 한, 집은 침대에 대해 어떤 동일한 것을 표현하게 된다. 바로 인간 노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상품 가치 형태에서 모든 노동이 동등한 인간 노동, 곧 동일한 질의 노동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가치 형태 분석에서 밝혀내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리스 사회는 노예 노동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동등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노동력 또한 같지 않다는 점을 사회의 자연적 토대로 삼고 있었다. 모든 노동이 인간 노동 일반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직 그런 경우에만 동등하며 동일하다는 가치 표현의 비밀은, 인간들이 서로 동등하다는 개념이 대중적 선입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상품 형태가 노동 생산물의 일반적 형태가 되고, 인간들이 상품 소유자로 맺는 관계가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가 되는 사회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성은 바로 그가 상품의 가치 표현에서 하나의 동등 관계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훌륭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가 살던 사회의 역사적 한계 때문에 바로 이 동등 관계가 실제로 무엇인지를 규명할 수 없었다. 

   

전체로 본 단순한 가치 형태

 

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다른 종류의 상품과 맺는 가치 관계, 곧 교환 관계에 포함된다. 상품 A의 가치는 상품 B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질적으로 표현되며, 일정햔 양의 상품 B가 주어진 양의 상품 A와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양적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한 상품의 가치는 그 교환 가치가 주어져야만 비로소 독립적인 표현을 얻게 된다. 이 장의 첫 부분에서 '상품은 사용가치이자 동시에 교환 가치'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정확하지 않다. 상품은 유용한 물체인 사용 가치이면서 동시에 가치다. 상품은 자신의 가치가 본래의 현물 형태와는 다른 독특한 표현 형태, 곧 교환 가치를 가질 때 비로소 그 이중성을 드러낸다. 상품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교환 가치라는 형태를 띠지 않으며, 자신과 종류가 다른 상품에 대한 가치 관계나 교환 관계에서만 이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 상품은 사용 가치이면서 동시에 교환가치다’라는 표현은 부정확하더라도 간편한 표현이 될 수 있다. 


분석에서 증명했듯이, 상품의 가치 형태와 가치 표현은 상품 가치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가치와 가치량이 상품 교환 가치의 표현 방식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후자의 사고방식은 근대적 추종자인 페리에, 가닐 같은 중상주의자들이 가졌던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정반대 입장에 있던 바스티아와 그의 동료들 같은 근대 자유무역론자들 역시 이와 같은 착각을 지니고 있었다. 중상주의자들은 가치 표현의 질적인 측면, 곧 화폐를 그 완성 형태로 하는 상품의 등가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어떤 가격에서든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하는 근대 자유무역 상인들은 상대적 가치 형태의 양적인 측면에 중시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상품의 가치나 가치량은 오직 교환 관계의 표현, 곧 매일의 상품 시세표에만 존재할 뿐이다. 런던에서 금융가의 혼란스러운 관념들을 그럴듯하게 정리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던 스코틀랜드 사람, 맥클라우드는 미신을 숭배하는 중상주의자와 개화된 자유 무역 상인에 훌륭한 혼혈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 AB의 가치 관계에 포함된 상품 A의 가치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관계 안에서 상품 A의 본래 형태는 오직 사용 가치로만 나타나고, 상품 B의 본래 형태는 오직 가치 형태 또는 가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상품 내부에 숨어 있는 사용 가치와 가치 사이에 내적 대립은 두 상품 간 외적 대립으로 표출된다, 곧, 자신의 가치를 표현해야 하는 한쪽 상품은 직접적으로는 사용 가치로만 여겨지고, 그 가치를 표현하는 다른 쪽 상품은 직접적으로는 교환 가치로만 여겨진다. 따라서 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그 상품 내부에 존재하는 사용 가치와 가치 사이에 대립이 단순하게 외부에 나타난 형태다.


노동 생산물은 어떤 사회 제도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대상이지만, 그 생산에 투입된 노동이 물건의 객관적 속성, 곧 가치로 나타나는 일은 오직 역사적으로 특수한 발전 단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바로 이 단계에서 노동 생산물은 상품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동시에 노동 생산물의 단순한 상품 형태이며, 상품 형태의 발전은 가치 형태의 발전과 함께 진행된다.


단순한 가치 형태가 불충분하다는 점은 첫눈에도 명백하다. 그것은 상품 가치를 화페량으로 표현하는 가격 형태로 성숙하기 전, 하나의 싹에 불과하다. 상품 A의 가치를 다른 어떤 상품 B로 표현한다면, 다만 상품 A의 가치를 그것의 사용 가치와 구별하는 데 그친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상품 A를 오직 한 가지 상품 종류(B)와 교환 관계에 놓을 뿐이며, 다른 모든 상품들과 상품 A 사이에 질적인 동등성이나 양적인 비율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상품(아마포)에 대한 단순한 상대적 가치 형태에는 다른 하나의 상품(저고리)에 대한 개별적인 등가 형태가 대응한다. 따라서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표현에서 저고리는 이 하나의 상품 종류, 곧 아마포에 대해서만 등가 형태, 직접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한다.

 

단순한 가치 형태는 스스로 더 완전한 형태로 나아간다. 물론 단순한 가치 형태는 한 상품 A의 가치를 다만 한 종류의 다른 상품으로만 표현한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상품이 저고리이든, 쇠이든, 밀이든, 그 무엇이든 전혀 상관없다. 따라서 상품 A가 어떤 다른 상품 종류와 가치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상품 A의 단순한 가치 표현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가치 표현 의 수는 상품 A를 제외한 다른 상품 종류의 수로부터만 제한된다. 그러므로 상품 A의 개별적인 가치 표현은 무한히 연속되는 다양하고 단순한 가치 표현들로 전환된다.


. 2형태: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

 

z량의 상품

 = u량의 상품 B

 = v량의 상품 C

 = w량의 상품 D

 = x량의 상품 E

 = 기타 등등

 

20미터의 아마포 

 = 1개의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2온스 금

 = 1/2톤 철

 = 기타 등등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

 

이제 한 상품인 아마포 가치는 상품 세계에 있는 무수한 다른 상품들로 표현된다. 이로써 다른 모든 상품체는 아마포 가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러한 형태는 아마포 가치 자체가 진정으로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응고물임을 보여준다. 아마포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은 이제 다른 어떤 형태의 인간 노동(저고리, 밀, 쇠, 금 등 어떤 현물 형태로 대상화된)과도 동일한 노동으로 명확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 형태로부터 단 하나의 다른 상품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상품 세계 전체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아마포는 상품으로 세계의 한 시민이 된다. 동시에, 아마포 가치를 무한히 표현하는 이러한 연속적인 관계로부터, 아마포 가치는 그것을 드러내는 사용 가치의 특수한 형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1형태에서 두 상품이 일정한 양적 비율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은 우연적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2형태에서는 이러한 우연적 현상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교환 비율을 규정하는 배경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마포 가치는 그것이 저고리, 커피, 철 등 수많은 다른 소유자들의 상품으로 표현될 때마다 그 크기가 항상 동일하다. 이는 두 개인적 상품 소유자 사이에 우연적 관계를 제거한다. 이제 상품 교환이 상품 가치량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상품 가치량이 상품 교환 비율을 명백하게 규제한다.


특수한 등가 형태

 

저고리, 커피, 철, 차, 밀 등의 상품은 아마포 가치를 표현할 때 등가물로, 곧 가치체로 기능한다. 이 상품들 각각의 현물 형태는 다른 여러 상품과 함께 하나의 특수한 등가 형태가 된다. 마찬가지로, 여러 상품체에 포함된 다양한 구체적 유용 노동들은 이제 인간 노동 일반의 특수한 실현 형태 또는 현상 형태로 간주된다.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의 결함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에는 여러 결함이 있다. 첫째로, 상품의 상대적 가치 표현은 미완성이다. 상품 가치를 나타내는 연속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가치 등식의 사슬은 새로운 상품 종류가 등장할 때마다 연장된다. 둘째, 이 사슬은 조각조각 끊어진 잡다한 가치 표현들의 다채로운 조각무늬를 이룬다. 끝으로, 각 상품의 상대적 가치가 이러한 전개된 형태로 표현되면, 모든 상품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서로 다른 무한한 가치 표현들의 연속으로 된다.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의 결함은 그에 대응하는 등가 형태에도 나타난다. 각 상품 종류의 현물 형태는 수많은 등가 형태 가운데 하나가 되며, 각각의 등가 형태는 서로를 배제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오직 파편적 등가 형태만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특수한 등가물 상품에 포함된 특정한 구체적 유용 노동은 인간 노동의 특수한 종류일 뿐이므로, 인간 노동 일반의 포괄적 현상 형태가 될 수 없다. 물론 인간 노동의 완전한 또는 전체적인 현상 형태는 그 특수한 현상 형태들의 총체로 구성되는 일은 사실이지만, 이 경우 인간 노동은 하나의 통일적인 현상 형태를 가지지 못한다.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는 단순한 상대적 가치 표현들의 합계, 곧 제1형태에 속하는 여러 등식들의 합계에 불과하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20미터 아마포 = 10그램 차 등

 

그러나 이 등식들은 각각 좌변과 우변을 바꾸어 놓은 다음과 같은 등식 또한 내포한다.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

10그램 차 = 20미터 아마포 등등

 

사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마포를 여러 다른 많은 상품들과 교환하고, 그로 인해 아마포 가치를 일련의 다른 상품들로 표현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상품 소유자들도 자신의 상품을 아마포와 교환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여러 상품 가치를 동일한 제3의 상품, 곧 아마포로 표현하게 된다. 여기서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 10그램 차', 등과 같은 연속을 거꾸로 뒤집어, 이미 내포된 역관계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나타난다. 


. 3형태: 일반적 가치 형태

 

· 1개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2온스 금

· 1/2톤 철

· X량의 상품 A

· 기타 등등 상품

 

 = 20미터 아마포 

 

가치 형태의 변화한 성격

 

이제 여러 가지 상품들은 자신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1). 간단하게 표현한다: 단 하나의 상품으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2). 통일적으로 표현한다: 왜냐하면 동일한 상품으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 형태는 간단하고, 공통적이며, 일반적이다.


1형태와 제2형태는 한 상품의 가치를 자신의 사용 가치(상품체)와 구별되는 다른 것으로 표현하는 데 불과했다. 1형태는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 '10그램 차 = 1/2톤 철' 과 같은 가치 등식을 제공했다. 그러나 저고리의 가치 표현(아마포와 동등함)과 차의 가치 표현(철과 동등함)은 아마포와 철이 서로 다르듯이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다. 이러한 형태는 노동 생산물이 우발적이고 간헐적인 교환 행위로부터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 초기 단계에서만 실제로 나타난다.


2형태는 제1형태보다 한 상품의 가치를 자신의 상품 가치와 더 완전하게 구별한다. 자기의 사용 가치와 구별한다이제 아마포 가치는 저고리, 쇠, 차 등 아마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물건과 동등하게 되어 아마포의 본래적인 현물 형태와 대립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형태는 모든 상품의 공통된 가치 표현을 직접적으로 배제된다. 각 상품의 가치 표현에 다른 모든 상품들이 등가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된 등가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전개된 가치 형태는 특정 노동 생산물, 가축이 예외적이 아닌 관습적으로 다양한 상품들과 교환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실제로 나타난다.

 

새로 얻은 제3형태는 상품 세계의 가치를 그 안에서 선별된 한 종류의 상품, 곧 아마포로 표현한다. 이 형태로부터 모든 상품은 아마포와 동등해지면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한다. 이제 어떤 상품의 가치도 자신의 사용 가치뿐만 아니라 모든 사용 가치로부터 구별된다.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상품 가치가 아마포라는 공통의 매개체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 형태로부터 비로소 상품들은 실제 가치로 서로 관계를 맺거나 상호 간 교환 가치로 나타나게 된다.


이전에 두 가치 형태는 각 상품 가치를 단 하나의 다른 상품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그 상품과 다른 여러 상품들로 표현한다. 어느 경우든, 개별 상품이 가치 형태를 얻는 일은, 그 상품만의 개인적인 일로 보이며다른 상품들의 협력 없이 달성된다다른 상품들은 그저 등가물이라는 수동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일반적 가치 형태는 오직 상품 세계 전체의 공동 사업으로만 완성될 수 있다. 한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모든 상품들이 동일한 등가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새로 등장하는 상품 종류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품이 가치로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일은 순전히 이 물건들의 사회적 존재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객관적 실재는 상품들의 전면적인 사회적 관계로부터만 표현될 수 있으며, 따라서 상품의 가치 형태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형태여야 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모든 상품이 아마포와 동등해지는 이러한 형태에서, 모든 상품은 이제 질적으로 서로 동등한 가치 일반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가치량으로 나타난다. 이는 모든 상품의 가치량이 동일한 재료인 아마포로 표현되기 때문에 서로 비교된다. 10그램의 차 = 20미터 아마포와 같고, 40그램 커피 = 20미터 아마포와 같다면,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와 같다. 이는 1그램 커피에는 1그램 차에 들어 있는 가치 실체(노동)의 1/4만 들어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는 상품 세계에서 분리된 아마포에 일반적 등가물의 성격을 부여한다. 아마포의 현물 형태는 이제 모든 상품의 가치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형태가 되며, 따라서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형태에서 아마포의 생산(직조)은 모든 인간 노동의 눈에 보이는 화신, 곧 모든 인간 노동의 사회적 현상 형태로 간주된다. 곧, 사적 노동인 직조는 다른 모든 종류의 노동과 동등하다는 일반적인 사회 형태를 획득한다. 일반적 가치 형태를 구성하는 수많은 등식은 아마포에 구현된 노동을 다른 상품에 포함된 다양한 노동과 차례로 동등하게 만들어, 직조를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일반적 현상 형태로 만든다. 이처럼 상품 가치에 객관화된 노동은 현실적 노동의 모든 구체적 형태와 유용한 속성을 제거하는 소극적 표현과 동시에, 모든 종류의 현실적 노동을 인간 노동력 지출이라는 공통된 성질로 환원시키는 적극적 표현을 갖게 된다. 따라서 모든 노동 생산물을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단순한 응고물로 표현하는 일반적 가치 형태는 그 구조 자체로 상품 세계의 사회적 표현임을 보여준다. 이로써 상품 세계 안에서는 노동의 일반적 인간적 성격이 그 노동의 독자적인 사회적 성격을 형성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의 상호의존적 발전

 

상대적 가치 형태의 발전 정도와 등가 형태의 발전 정도는 서로 대응한다. 그러나 등가 형태의 발전은 상대적 가치 형태 발전의 단순한 표현이자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단순한 가치 형태한 상품에서 가치를 다른 한 상품으로 표현하는 단순한 상대적 가치 형태는 그 다른 상품을 개별적 등가물로 만든다


· 전개된 가치 형태: 한 상품에서 가치를 다른 모든 상품들로 표현하는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는 다른 모든 상품들에게 각기 다른 종류의 특수한 등가물 형태를 부여한다. 


· 일반적 가치 형태: 기타 모든 상품들이 한 가지 특수한 상품을 자신들의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가치 표현의 재료로 삼기 때문에, 그 특수한 상품은 일반적 등가물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가치 형태가 발전함에 따라, 그 두 끝인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 사이에 대립 또한 발전한다.


이미 제1형태인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에도 이러한 대립은 내포되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는 등식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지, 또는 그 반대로 읽는지에 따라 아마포와 저고리라는 두 상품이 각각 상대적 가치 형태가 되기도 하고, 등가 형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두 극의 대립성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2형태에서는 한 번에 단 한 가지 상품만이 자신의 상대적 가치를 완전히 전개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모든 상품이 그 한 가지 상품에 대한 등가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그 상품이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형태에서는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 10그램 차'와 같은 가치 등식의 좌우를 바꾸어 놓을 수 없다. 등식을 바꾸면, 그 전체적인 성격이 변경되어 전개된 가치 형태가 일반적 가치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3형태는 상품 세계에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를 부여한다. 이것은 오직 하나의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등가 형태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성립한다. 따라서 아마포라는 단 하나의 상품만이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할 수 있는 직접적 사회 형태를 얻게 된다. 이는 다른 모든 상품들이 이러한 형태를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에만 성립하는 특수한 조건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는 상품은 통일적이고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로부터 제외된다. 아마포(일반적 등가물)가 동시에 상대적 가치 형태에도 포함된다면, 아마포는 자기 자신의 등가물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20미터 아마포 = 20미터 아마포'라는 동어 반복이 발생하며, 이는 가치나 가치량을 표현하지 못한다. 일반적 등가물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려면 오히려 제3형태를 역으로 적용해야 한다. 곧, 일반적 등가물은 다른 상품들과 공통된 상대적 가치 형태를 가지지 않으며, 그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체의 무한한 연속으로 상대적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2형태)가 바로 등가물 상품의 독자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 가치 형태가 화폐 형태로 이행

 

일반적 등가 형태는 가치 일반의 한 가지 형태이므로, 어떤 상품이든 이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3형태에서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일은 오직 다른 모든 상품이 그 상품을 자신들의 등가물로 선택하고 배제할 때에만 성립한다. 이러한 배제 과정이 최종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상품 종류에 한정되는 순간, 상품 세계의 통일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는 비로소 객관적인 고정성과 일반적인 사회적 타당성을 획득한다. 


자신의 본래 형태가 사회적 등가물로 간주되는 특수한 상품 종류는 이제 화폐 상품이 된다. 곧, 화폐로 기능하게 된다. 이 상품은 상품 세게에서 일반적 등가물로 작용하며, 이 역할은 그 상품만의 독점적인 사회적 기능이 된다. 역사적으로, 2형태에서 개별 등가물로 기능했고 제3형태에서 공통적으로 상대적 가치를 표현했던 여러 상품들 가운데, 금이라는 특정 상품이 이러한 특권적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3형태에서 아마포 자리에 금을 놓으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 4형태: 화폐 형태

 

· 2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1/2톤 철

· X량의 상품 A

 

 = 20미터 아마포


1형태에서 2형태로, 그리고 다시 제2형태에서 제3형태로의 이행 과정에서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4형태는 제3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마포 대신 금이 이제 일반적 등가 형태를 취한다는 점만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제4형태에서 금은 3형태의 아마포와 마찬가지로 일반적 등가물의 기능을 수행한다. 발전한 점은, 직접적으로 보편적인 교환 형태, 곧 일반적 등가 형태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금이라는 특수한 현물 형태와 최종적으로 동일시됐다는 점뿐이다. 금이 다른 여러 상품에 대해 화폐로 기능하는 점은, 이미 그 전부터 금이 그들과 상품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도 개별적인 교환에서는 개별적 등가물로, 전개된 교환에서는 여러 다른 등가물 상품과 함께 특수한 등가물로 기능했다. 그러다가 점차 때로는 좁은 범위에서, 때로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게 된다. 금이 상품 세계의 가치 표현에서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독점하자마자, 비로소 화폐 상품이 된다. 금이 화폐 상품이 됐을 때, 4형태는 이전 형태들과 구별된다. 곧, 일반적 가치 형태가 화폐 형태로 전환된다. 한 상품(아마포)의 상대적 가치를 화폐 상품(금)으로 표현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가격 형태라고 한다. 따라서 아마포의 가격 형태는 다음과 같다.

 

20미터 아마포 = 2온스 금

 

또는 금 2온스 주화의 명칭이 2원이라면,

 

20미터 아마포 = 2


화폐 형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일반적 등가 형태, 곧 일반적 가치 형태(3형태)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제3형태(일반적 가치 형태)를 역으로 되돌리면, 2형태(전개된 가치 형태)로 환원된다. 


· 이 제2형태의 구성 요소는 제1형태(단순한 가치 형태)인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와 같은 개별적인 가치 등식이다.  


따라서 가장 단순한 형태인 단순한 상품 형태(단순한 가치 형태)가 바로 화폐 형태의 싹이다. 


1-4.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상품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당연한 물건이다. 그러나 분석하면, 그것은 형이상학적 궤변과 신학적 잔소리로 가득한 기묘한 물건임이 드러난다. 상품이 사용 가치인 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속성을 지니든, 인간 노동의 산물로 그 속성을 얻게 되든, 그 안에 신비한 요소는 전혀 없다. 인간이 자신의 활동으로부터 자연 재료의 형태를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꾸는 일은 자명하다. 나무로 책상을 만들면 나무의 형태가 변할 뿐, 책상은 여전히 나무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물건이다. 그러나 이 책상이 상품으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초감각적인 물건으로 변모한다. 책상은 자기 발로 마룻바닥 위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과 역관계를 맺으며, 책상이 스스로 춤을 추는 일보다 훨씬 더 기이한 환상을 그 나무 머리에서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상품의 신비한 성격은 그 사용 가치에서 비롯되지 않고, 상품 가치를 규정하는 요소들의 성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첫째, 유용 노동이나 생산 활동은 그 종류가 다양하더라도 언제나 인간 유기체의 기능이며, 그 성격과 형태가 어떠하든 본질적으로 인간의 뇌, 신경, 근육, 감각 기관 등을 소모하는 생리학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치의 양을 규정하는 토대인 노동력 지출의 지속 시간, 곧 노동량은 노동의 질과는 명확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생활 수단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은 사람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비록 발전 단계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지라도). 끝으로,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하게 되면, 그들의 노동 역시 사회적 형태를 띠게 된다. 그렇다면 노동 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는 순간 생기는 이 수수께끼 같은 성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분명히 이 형태 자체에서 온다. 왜냐하면 다양한 인간 노동이 동등하다는 점은 노동 생산물이 가치로서 동등한 객관성을 가진다는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며, 인간 노동력 지출을 그 지속 시간으로 측정하는 일은 노동 생산물의 가치량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생산자들 사이에 관계(그들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증명되는)는 노동 생산물 사이에 사회적 관계라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상품 형태의 신비함은, 그것이 인간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노동 생산물 자체의 물리적 특성처럼 보이도록 하며,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를 그들 밖에 존재하는 물건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처럼 보이게 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처럼 변형된 노동 생산물은 상품이 되며,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초감각적(사회적)인 물건이 된다. 이는 물건에서 나오는 빛이 시신경을 자극해 물건을 보게 된다고 여기지 않고, 그 빛을 눈 밖에 존재하는 물건의 객관적 형태로 간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물론 사물을 볼 때 빛은 실제로 한 물건(외부 대상)에서 다른 물건()으로 던져지는, 물리적 대상들 간 물리적 관계이다. 그러나 상품의 경우는 다르다. 노동 생산물이 상품으로 존재하고, 노동 생산물 사이에 가치 관계(상품이라는 표식을 부여하는)가 형성되는 일은 생산물의 물리적 속성이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물질적 관계와는 무관하다. 이는 인간들의 눈에는 물건들 사이에 관계로 보이는 환상적인 형태일 뿐, 실제로는 인간들 간 특정한 사회적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슷한 예를 찾으려면 몽롱한 종교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인간 두뇌의 산물들은 스스로 생명을 가진 자립적인 인물로 등장하여 그들 상호 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상품 세계에서는 인간 손의 산물들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이를 필자는 물신 숭배라 부르는데, 이는 노동 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는 순간 상품에 들러붙고, 따라서 상품 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상품 세계의 이러한 물신 숭배는 앞선 분석이 보여주듯,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 특유의 사회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유용한 물건이 상품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사적 개인들의 노동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적 개인들의 노동 총합이 곧 사회의 총노동을 이룬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노동 생산물을 교환하면서 비로소 사회적으로 접촉하게 되며, 그들의 사적 노동에 내재된 독특한 사회적 성격은 오직 이 교환 과정에서만 드러난다. 곧, 교환 행위가 노동 생산자들 사이에, 그리고 노동 생산물을 매개로 생산자들 사이에 맺어주는 관계에서만, 사적 개인의 노동은 비로소 사회 총노동의 한 요소로 나타난다. 따라서 생산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적 노동 간 사회적 관계가, 개개인이 작업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맺는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실제로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물건으로부터 개인들이 맺는 관계, 그리고 물건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로 나타난다.

 

노동 생산물은 교환으로부터 비로소 유용한 물건이라는 감각적이고 다양한 물체와 구별되는 사회적으로 동등한 객관적 실재, 곧 가치를 얻는다. 노동 생산물이 유용한 물건과 가치 있는 물건으로 분리되는 현상은, 교환이 이미 충분히 보편화되어 유용한 물건이 교환을 위해 생산되고, 그 물건 가치로서의 성격이 이미 생산 단계에서부터 고려될 때 비로소 실제로 나타난다. 이 순간부터 개별 생산자의 사적 노동은 이중적인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적 노동이 특정한 유용 노동으로서 일정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러면서 자연 발생적인 사회적 분업의 한 부분으로 사회 총노동의 한 요소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적 노동이 개별 생산자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은, 각각의 특수한 유용하고 사적 노동들이 서로 교환되고, 서로 동등하다고 인정될 때뿐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을 완전히 동등하게 만드는 일은, 그 현실적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노동을 인간 노동력 지출(추상적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적 성격으로 환원할 때만 성립한다. 사적 생산자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사적 노동이 지닌 이러한 이중적인 사회적 성격은 생산물 교환이라는 실제 거래 형태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사적 노동의 사회적 유용성은 노동 생산물이 타인에게 유용해야 한다는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노동의 동등성이라는 사회적 성격은 물질적으로 서로 다른 노동 생산물이 모두 하나의 공통된 성질(가치)을 가지고 있다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동 생산물이 단순히 동질의 인간 노동을 품고 있는 물질적 겉껍데기이기 때문에 서로 가치로서 관계를 맺는다고 보지 않으며, 그 반대로 생각한다. 곧, 사람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생산물을 교환 과정에서 서로 가치로서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그들의 서로 다른 노동을 인간 노동으로 동등하게 만든다. 그들은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가치는 자신의 이마에 가치라고 써 붙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가치는 각각의 노동 생산물을 하나의 사회적 상형 문자로 바꾸어 놓는다. 이후에 사람들은 이 상형 문자의 의미를 해독하여 자신들의 사회적 산물(가치)의 비밀을 해명하려고 노력한다유용한 물건이 가치라는 성격을 갖게 된 일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물이 가치인 한, 그것은 생산에 투여된 인간 노동의 물질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후대의 과학적 발견은 인류 발전사에 획기적인 일이지만,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생산물 자체의 객관적 성격으로 보이게 하는 환상을 결코 없애지는 못한다. 상품 생산이라는 특수한 생산 형태에 속한 사람들은, 위에 과학적 발견 이전에든 이후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절대적 타당성으로 여긴다. 곧, 서로 독립적인 사적 노동의 독특한 사회적 성격이 인간 노동으로 동등하다는 점에 있고, 그 사회적 성격이 노동 생산물에서 가치라는 존재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공기의 구성 성분이 과학적으로 발견된 뒤에도 공기 그 자체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마찬가지의 절대적 타당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생산자들이 교환을 할 때, 그들이 가장 먼저 실제로 관심을 갖는 일은 자신의 생산물이 타인의 생산물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 곧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다. 이 비율이 관습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 비율은 노동 생산물의 본질에서 나오듯이 보인다. 그래서 '1톤 쇠와 2온스 금이 가치가 같다'는 말은 '1그램 금과 1그램 쇠가 물리적, 화학적 속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사실처럼 자연스럽게 생각된다. 노동 생산물의 가치 성격은 생산물들이 가치량으로 상호 작용할 때 비로소 명확해진다. 왜냐하면 이 가치량은 교환하는 사람들의 의지, 예견, 행동과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이다. 사회 안에서 교환자들 자신의 행동은 그들에게 물건들의 운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들은 이 운동을 통제하기는커녕 도리어 그 운동으로부터 통제당하고 있다.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되면서도 사회적 분업의 자연 발생적 일환로서 전면적으로 상호 의존는 모든 종류의 사적 노동이 사회가 요구하는 양적 비율로 끊임없이 조정된다는 과학적 인식은, 경험 자체로부터 생겨나려면 상품 생산이 완전히 발전해야만 한다. 이러한 조정이 이뤄지는 이유는, 생산물들 사이에 우연적이고 끊임없이 변동하는 교환 관계 속에서 생산물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이 중력 법칙과 같이 규제적인 자연 법칙으로 자신을 관철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 시간에 따른 가치량의 결정은 상품의 상대적 가치 현상 뒤에 숨어 있는 하나의 비밀이다. 이 비밀을 찾아내더라도, 노동 생산물의 가치 크기가 순전히 우연적으로 결정되는 일 같은 겉모습을 없앨 수는 있어도, 가치 크기가 결정되는 형태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사회 생활 형태들에 대한 고찰, 곧 이 형태들의 과학적 분석은 그것들의 실제 역사적 발전 경로와는 반대로 이루어진다. 분석은 잔치가 끝난 뒤에, 곧 발전 과정의 결과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물에 상품이라는 표식을 찍고, 따라서 상품 유통의 전제 조건이 되는 형태들은, 사람들이 그 형태들의 역사적 성격을 파악하기도 전에(왜냐하면 그 형태들은 역사적으로 변하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 생활의 자연적 형태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그래서 오직 상품 가격을 분석할 때만 가치량 결정의 문제가 제기됐고, 모든 상품이 공통적으로 화폐로 표현된다는 사실로부터만 상품 = 가치라는 성격이 확정됐다. 그러나 바로 상품 세계의 이 완성된 형태, 곧 화폐 형태는 사적 노동의 사회적 성격과 개별 노동자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를 숨김없이 폭로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 관계를 물건들 사이에 관계로 나타내며 은폐하고 있다. 아마포가 추상적 인간 노동의 일반적 화신이기 때문에 저고리나 장화와 관계를 맺는다는 올바른 주장은 명백히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저고리와 장화 생산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인 아마포나 금, 은과 비교할 때, 이 비교가 사회의 총노동과 그들의 사적 노동 사이에 관계를 표현한다는 올바른 인식 또한 생산자들에게는 똑같이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경제학의 범주들은 이와 같은 형태들로 구성됐다. 이러한 범주들은 역사적으로 규정된 특정한 사회적 생산양식(상품생산)의 생산 관계에서는 사회적으로 타당하고 객관적인 사고 형태이다. 그러므로 상품의 모든 신비(상품 생산의 토대로 노동 생산물을 둘러싼 모든 환상과 황당함)는 다른 생산 형태로 이행하는 순간 사라진다. 정치경제학자가 자주 언급하는 로빈슨 크루소를 예로 들어보자. 크루소는 검소한 성격이지만 다양한 욕구를 충족해야 하므로 도구를 만들고, 가구를 제작하며, 염소를 기르고, 물고리를 잡는 등 여러 유용 노동을 해야 한다. 기도를 하거나 이와 비슷한 행위는 여기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크루소는 이 모든 활동을 즐기고 위안거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의 다양한 생산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여러 기능들이 모두 자신의 다양한 활동 형태, 곧 인간 노동의 여러 방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는 절실한 필요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여러 기능에 정확하게 배분한다. 어떤 활동이 자신의 전체 활동에서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할지는, 목적하는 유용한 효과를 얻는 데 부딪치는 어려움의 크기에 달려 있음을 그는 경험으로 이를 안다. 난파선에서 시계, 장부, 잉크, 펜을 구해낸 크루소는 훌륭한 영국인답게 자신의 일들을 장부에 적기 시작한다. 그의 장부에는 그가 소유한 유용한 물건들과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작업, 그리고 일정량의 생산물을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걸리는 노동 시간이 상세히 기록됐다. 로빈슨 크루소와 그 자신의 손으로 만든 부를 구성하는 물건들 사이에 모든 관계는 너무나 간단명료하여 누구라도 특별히 머리를 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관계들은 이미 가치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 로빈슨 크루소의 밝은 섬에서 벗어나, 음울한 중세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곳에는 독립적인 개인이 아닌,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적인 농노와 영주, 가신과 제후, 평민과 성직자가 존재한다. 인격적 예속이 물질적 생산의 사회적 관계와 그에 기반한 삶의 여러 부문을 규정한다. 그러나 바로 이 인격적 예속 관계가 사회 기반을 이루기 때문에, 노동과 노동 생산물은 그들의 실제 모습과는 다른 환상적인 모습을 띨 필요가 없다. 노동과 생산물은 사회 거래에서 부역과 공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품 생산 사회와 같이 노동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이곳에서는 노동의 특수하고 자연적인 형태가 노동의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이다. 부역은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과 마찬가지로 시간으로 측정되지만, 어떤 농노도 자신이 영주에게 바치는 노동이 자신의 노동력 가운데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가 교회에 내야 하는 십일조는 성직자로부터 받는 축복보다 훨씬 더 명확하다. 중세 사람들의 서로에 다양한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든, 노동을 하면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가 그들 자신 사이에 인격적 관계로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물건들(노동생산물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로 위장되지 않는다.

  

공동 노동, 또는 직접적으로 연합한 노동의 예를 찾고자 모든 문화 민족의 역사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가까운 예로 가족의 필요를 위해 밀, 가축, 천, 아마포, 의복 등을 생산하는 농민 가족의 가부장적 생산이 있다. 이런 물건들은 그들 가족의 공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생산물이지만, 상품으로 서로 마주하지는 않는다. 이 생산물을 만드는 여러 종류의 노동(농경, 목축, 방적, 직조, 재봉 등)은 있는 그대로 사회적 기능이다. 이는 상품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체의 자연 발생적인 분업 체계를 가진 가족 기능이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의 성별, 나이 차이와 계절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노동의 자연적 조건이 가족 구성원 사이에 노동 배분이나 각자의 노동 시간을 규제한다. 이 경우, 각 개인의 노동력은 처음부터 가족 전체 노동력의 한 부분으로 간주되므로, 개별 노동력 소모를 그 지속 시간으로 측정하는 일은 이미 노동 자체의 사회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공동 생산 수단을 사용하며, 다양한 개인들의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노동이 지녔던 모든 특징이 다시 나타나지만, 개인적 노동이 아닌 사회적 노동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로빈슨이 생산한 모든 것은 전적으로 그 자신의 개인적 노동의 결과였으며, 따라서 그가 사용할 물건이었다. 이 자유로운 개인들 연합의 총생산물은 사회적 생산물이다. 이 생산물의 일부는 다시 생산 수단으로 쓰이고자 사회에 남고, 다른 일부는 연합의 구성원들이 생활 수단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구성원들 사이에 분배되어야 한다. 이 분배 방식은 공동체 생산 조직과 생산자들의 역사적 발전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상품 생산과 대조하고자, 각 개별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생활 수단의 분배 몫이 각자의 노동 시간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노동 시간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정확한 사회적 계획에 따른 노동 시간 배분은 연합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한 작업들 사이에 적절한 비율을 설정하고 유지한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 시간은 각 개인이 공동 노동에 참가한 정도를 재는 척도로 기능하며, 따라서 총생산물 가운데 개인적으로 소비되는 부분에 대한 그의 분배 몫의 척도가 된다. 개별 생산자들이 노동이나 노동 생산물에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는 생산뿐만 아니라 분배에서도 단순하고 투명하다.


종교 세계는 현실 세계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자 일반이 자신의 생산물을 상품과 가치로 취급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사적 노동을 동질적인 인간 노동으로 환원하며 서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상품 생산 사회에서는, 추상적 인간을 숭배하는 기독교, 특히 그 부르주아적 발전 형태인 프로테스탄트교나 이신론이 가장 적합한 종교 형태이다. 고대 아시아적, 그리고 다른 고대적 생산 양식에서는 생산물이 상품으로, 인간이 상품 생산자로 전환되는 일이 종속적인 위치를 차지했는데, 원시 공동체가 붕괴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 중요성이 커졌다. 진정한 상업 민족은 고대 세계에서는 오직 틈새에만 존재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두 세계에 사는 신처럼, 또는 폴란드 사회의 틈새에 끼여 사는 유대인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고대 사회의 생산 유기체는  부르주아 사회에 비해 매우 단순하고 투명했다. 그러나 고대 생산 유기체는 인간의 미성숙한 발달(원시 부족 공동체에서는 개인이 자신과 동료들 사이에 탯줄을 아직 끊지 못했다는 점)이나 직접적인 지배와 종속 관계에 기반을 두었다. 이러한 생산 유기체는 노동 생산력이 낮은 단계를 넘지 못하고, 따라서 물질적 생활 영역 안에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사회적 관계가 좁을 때만 생겨나고 존속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좁음은 고대에 자연 숭배와 민간 신앙의 다른 요소들에 반영됐다. 현실 세계에서 종교적 반영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관계가 완전히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나타날 때에만 비로소 소멸될 수 있다.

   

사회적 생활 과정, 곧 물질적 생산 과정은 자유로운 연합들의 생산이 되고, 그들의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통제 아래 놓일 때에 야 비로소 신비의 베일이 벗겨진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는 특정한 물질적 토대와 생존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조건들 자체도 길고 힘든 발전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 산물이다. 정치경제학은 가치와 가치량을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분석하고, 이러한 형태들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은 왜 이 내용이 그런 형태를 취했는지, 곧 왜 노동이 가치로 표현되고 노동 시간으로 노동의 측정이 노동 생산물의 가치량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다. 생산 과정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이 아직 생산 과정을 지배하지 않는 사회 구성체에 속해 있다는 명확한 표식이 찍힌 이러한 형태들도 정치경제학자의 부르주아적 의식에서는 생산적 노동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자연적 필연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치경제학이 부르주아 이전에 사회적 생산 조직 형태들을 다루는 태도는, 대체로 성직자들이 기독교 이전에 종교를 다루는 태도와 비슷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상품 세계에서 나타나는 물신성이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객관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현상으로 인해 얼마나 혼란에 빠지는지는, 특히 교환 가치 형성에 대한 자연의 기여를 둘러싼 지루하고 무의미한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교환 가치는 어떤 물건에 투입된 노동을 표현하는 사회적 방식이므로, 환율과 마찬가지로 자연 소재를 포함할 수가 없다. 상품 형태는(이것은 화폐 형태와 자본 형태로 발전한다부르주아적 생산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 가장 미발달된 형태이다. 따라서 상품 형태는 비록 오늘날처럼 지배적이고 특징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일찍부터 나타났고, 그렇기 때문에 그 물신적 성격이 비교적 쉽게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발달한 형태에서는 이러한 단순성이라는 겉모습마저 사라진다. 중금주의자들의 환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들은 금과 은이 사회적 생산 관계인 화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금과 은이라는 자연 물질이 독특한 사회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경제학은 거만한 태도로 중금주의를 비웃고 있지만, 자본을 다루게 되면 그들 자신의 물신 숭배성이 아주 뚜렷해지지 않는가. 지대는 토지에서 생기지 사회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중농주의자들의 환상이 사라진 일도 최근이 아닌가.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지는 않고자, 여기에서는 상품 형태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예시를 드는 데 그치려 한다. 상품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사용 가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모르지만, 그것은 물건인 우리에게 속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속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가치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상품으로 교환된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오직 교환 가치로서만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상품의 심정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들어보자.

 

가치(교환 가치)는 물건의 속성이고, (, 사용 가치)는 인간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가치는 필연적으로 교환을 전제로 하지만, 부는 그렇지 않다. 부는 인간의 속성인 반면, 가치는 상품의 속성이다. 인간 사회는 부유하며, 진주나 다이아몬드는 가치 있는 물건이다. 따라서 진주나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진주나 다이아몬드만큼 가치를 가진다.’

 

진주나 다이아몬드 안에서 교환 가치를 발견한 화학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이 이 화학적 실체를 발견했다고 자부하며, 물건의 사용 가치는 물건의 물질적 속성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물건의 가치는 그 물건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엉터리 견해를 확증해주는 것은, 물건의 사용 가치가 교환 없이 물건과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반면, 물건의 가치는 오직 교환, 곧 사회적 과정에서만 실현된다는 기묘한 사정이다. 이쯤 되면 셰익스피어의헛소동에서, 저 선량한 독베리가 경비원 시콜에게 가르쳐 준 충고,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조언이 떠오른다.


인기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은 운명의 덕택이지만, 읽고 쓰는 일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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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대한 정리 작업


아무래도『러시아 자본주의 발전』을 마치고 나면, 『자본』정리로 곧바로 들어가고자 한다. 미숙한 언어 사용의 관계로, 처음에는 번역기를 참고해서 정리했기 때문에 문장이 어색하거나 전달에 있어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도 보였기 때문이다. 아래부터 차근차근 글을 다듬어 가고 있지만, 『자본』정리로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 같다. 그동안 '장'(章)으로 늘려진 분류를 한 '부'(部)로 잘 묶어내어 되도록 내용에도 손상이 없게 만들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는 도표 통계나, 주석 등 부수적인 내용들은 될 수 있는 한 제외한다.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도움도 받고자 한다.『자본』을 먼저 정리했을 때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도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서문에 관한 인용은 수 차례 여러 자료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크게 다루지는 않겠다. 다음에는『자본』에서 강연을 듣거나, 간접적인 지식으로 단편적인 시각을 제공하여 국내『자본』의 번역은 충분히 이뤄졌음에도 몇 가지 이론화에 대한 작업이 매우 미흡했다는 점이 다시금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파가 현재에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자본』의 해석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본』의 요구


이론에 대한 해석을 늘릴 수 있지만, 정리를 시도하지 않고는 본래 말하고자 하는 바도 적절한 논리를 파악할 수 없게 되며 이내 맥락과 갈피를 놓쳐버릴 수 있다. 『자본』을 남용하거나, 잘못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수정'을 줄이고, 올바르게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용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미리 밝히지만, 본래 작은 계획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한국 경제에 대한 준비된 마르크스주의 비판을 행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이론적 계획에 힘입어, 연구 수행에 있어 관련된 정치적 저작들도 정리해서, 정치적·경제적 투쟁, 그리고 사회적 투쟁까지 다뤄보고 싶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료 수행 과정에서도 먼저 그동안의 이전 저작 자료들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연구 풍토가 이뤄질 수 있는 노력도 선행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많은 전문적인 투쟁의 요구라도 걸맞은 정확하고 체계적인 이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자본』은 먼지만 쌓여 잠깐 소비되고 마는 고전 서적 취급만 받을 뿐이다. 


잘 알려진 대로,『자본』의Ⅰ권은 마르크스, 당신께서 직접 수기로 작성했다. 이후로 그의 자녀들과 엥겔스의 도움으로 소위 Ⅱ,Ⅲ권이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잉여 가치 학설사』라고 불리는 Ⅳ권의 여부도 따로 있지만, 먼저『자본』은 가장 중요한 저작이기 때문에 여러 번역서 가운데 김수행 본을 기준으로 참고했다. 그렇다고 해당 본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번역하는 일도 아니며 다만 정리 작업이 목적이기 때문에 따로 흥미가 생긴다면 직접 해당 자료를 찾아보시기를 추천한다. 번역 자료들이 충분히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이 작업을 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보람을 더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잔여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이 작업은 꾸준하게 이어가겠다. 국내에서도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잘 세우고 이러한 뜻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날까지,   


『자본』의 중요성


전에는 늘 새로운 주장을 모색하거나, 자료를 읽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자료 조사가 아닌 독서의 한계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무료 열람이 가능한 전문 도서관을 자주 방문한다. 그곳에서는 많은 자료들이 모아져 있지만, 가까운 동네 도서관에서는 비록 최신 자료들이지만 전문적인 자료 하나 없이 흩어져 있다. 새로운 주장을 하려면, 많은 근거 자료와 통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떤 연구자들은 전문적인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시설과 관련 인물들에게 기대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럴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 연구자들은 이미 자신들의 한정된 시각에만 머물고 말았기 때문에 더 이상 연구의 진척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손쉬운 출판의 요구에 더 손을 들어주고 만다. 자본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실감하고 있는 연구자가 드물다는 점은 단순히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 문제를 올바로 파악할 줄 아는 연구자들이 드물다는 말이다. 특히 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진단이나 분석에서는 이론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본질을 놓치고 만다. 더군다나 무산자들이 더욱 중요해짐에도, 사회적 인식이 더욱 계급적인 시각을 기르는 걸 막고 있다. 전부 권리 · 차별적인 논쟁이나 권력 논의로만 일소하고 만다면, 실제로 계급에 대한 논쟁을 다뤄볼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현실은 계급에 대한 시각이 직업 선택에 있어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자료 정리 작업을 다시 하면서 배운 점은 기존에 있는 자료를 잘 활용해서도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들이나 연구진들은 늘 새로운 주장에 목을 맨다. 최신 연구와 유행을 좇는 현상은 지금도 많은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주장들이 아무리 비과학적이더라도, 몇 년 동안이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이론적 기반이 비교적 명료한 혁명 저작을 읽으면서 보람을 얻게 된 강력한 동기가 하나 있다. 바로 말을 올바로 배우고 글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수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모두 전문적이거나,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따른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선배 연구자들을 충분한 근거로 비판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한계를 진단하는 기준에 있어 혁명에 기울인 노력을 연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앞선 연구자들의 지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생겨난다. 따라서 여기서 다루고 있는 저작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론들은 더 많은 교훈과 시사하는 바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전 생애를 걸쳐 연구의 길에 매진하고, 혁명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학습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연구에 있어 자료의 정리와 올바른 번역은 필수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필요한 자료로부터 그것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본인에게 있어 꼭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저절로 가지게 된다. 더 많이 가진 자들이 소수의 발언권을 얻는 세상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 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를 제기하고 진정한 길을 제시하는 일이 더 큰 보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없이는 아무리 재미 삼은 지식이더라도 무용지물이다. 한 현상에 있어 단편적인 시각은 분명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그 수준을 드러낸다. 이는 국내에서도 연구의 선행에 있어 앞으로는 단순한 흥미보다 깊은 시각을 체계적으로 기를 필요가 더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자본』연구와 그 적용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깊게 분석하고, 그 한계를 전반적으로 내다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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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품


'자본가에게 상품의 부는 상품의 집적인 표식이고상품은 부의 기초이다.'

 

마르크스,『자본』에서 생산물들은 대부분 상품이다노동의 형태장소에 따라 새로운 효용을 증대시키고효용을 탄생시킨 물품이 바로 생산물이다곧 상품은 생산물이며생산자 자신은 다른 생산물과 교환될 목적을 지닌 물건이어야만 한다그러므로 상품은 인간의 효용에 도움이 되며교환할 수 있따는 조건에서만 필요하다상품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망 역시나 충족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상품은 사용가치도 가진다사용가치는 상품의 내용을 가지지만원시공산사회의 생산물 등은 사용가치는 있지만 상품은 아니다자연물과 별개로 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은 교환가치이다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되어도상품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갖지만교환가치는 외견 상 아무리 달라도내용 상으로는 동일하다물건의 중량과도 같기 때문이다상품의 교환에서 가치는 어떻게 구성될까그것은 인간 노동의 결과이며자본주의 생산 방법의 모순 구조가 바로 가치이다상품은 사용가치에 따라 많은 자연적 성질을 갖지만단지 공통의 자연적 성질 때문만은 아니며상품에서 사용가치가 교환 비율을 결정하지는 아니하며상품의 사용가치라는 자연적 성질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성질만이 남는다생산물은 인간 노동에서 축적의 산물이고생산물은 곧 가치이다그러므로 상품은 인간의 노동을 대상화함에 따라 가치를 가진다상품 가치의 대소 비교는 인간 노동의 분량을 조사하면 된다노동의 분량은 노동 시간의 장단을 기준으로 계산하며생산품에서도 장시간의 노동이 투여한 상품일수록 가치는 더 커지고짧은 시간일 때는 보다 저렴해지기 때문이다상품의 재료는 자연이 공급하며가치는 노동이 만든다노동력이란 일정한 형태를 가진 인간의 행위이다사용가치는 인간의 생산 활동이며노동력은 생산 활동이 상이함에 다라 다르게 나타난다인간 노동력의 지출은 노동만이 가치를 만들도록 한다각종 노동으로 말하자면모두 단순 평균 노동이며복잡한 노동은 단순 노동에서 배가된다가치는 역사적인 개념이지마상품을 생산하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로 묶여진다부는 물질적인 개념이고많은 사용가치의 합성물이다경제적 부란어떠한 생산 방법 아래에서도 산출되며자연 공급된 그대로의 경제적 부도 있다반대로 인간에게는 노동 활동으로만 생기는 부란 없다노동 생산력의 증진과 한 나라에서 재료적인 부도 증대하고노동생산력의 감소와 더불어 부 역시나 감소한다지출된 노동 분량에도 증감이 없다면한 나라에 존재하는 가치 총량 역시나 변하지는 않는다


부란 생산에서 지출된 사회에서 필요한 노동 분량에서 변화가 없다면전년도의 부의 가치와 동일하기 때문에 상품 가격 연구에서는 가치량이 큰 상품일수록 가격이 높고가치량이 작을수록 가격은 낮다그렇다고 가치가 꼭 가격의 원인은 아니다금과 다이아몬드가 가치 그대로 가격을 가진 일이 없기 때문이다마르크스도 지적했지만 사용가치란 필요 노동시간에 따른 분량에서 나올 뿐이다상품 가치 크기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되며가치 크기를 노동 시간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상품 교환이 행해지려면빈번한 거래로부터 다른 상품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다른 상품의 가치마저 표현하는 유일한 상품이다상품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면,

 

1. 상품 교환이 행해지려면비소유자에게는 사용가치이며 소유자에게는 비사용가치여야 한다.


2. 교환자는 상호 교환하는 상품 소유자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생산의 교환 비율이 처음에는 우연적이지만나중에는 정확하게 규칙적으로 사회적 과정으로 형성된다초과가치의 교환만이 아니라교환을 목적으로 사용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사용가치에서 교환 비율은 생산 조건에 따라 좌우되며상품 가치량마저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에 따른 크기로 결정된다따라서 상품 교환에 따른 등가가 필요해진다재단사가 목수에게 가구를 필요로 하거나목수가 재단사에게 양복을 필요로 할 때는 등가가 성립하지만정육점과 거래할 때는 목수와 재단사에게는 빵과 고기를 필요로 하므로필수적인 가치가 필요 가치로 등가함에 따라사정에 따라서도 정해지지만등가의 역할을 독점해서 화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품은 것은 금과 은이다.

 

2. 화폐

 

금과 은이 화폐의 지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자연적인 성질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불변적 성질이었고장식 재료 및 편리함을 지녔기 때문이다또한 다른 상품에 비하면 독점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갖고화폐 역할도 가능하다상품으로 금과 음은 교환 과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따른 화폐 상품이다화폐가 되려면 상품의 가치 척도 역할을 해야하고모든 상품은 동질이며상호 간 비교할 수 있어야만 한다따라서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다상품은 일정한 표준 상품으로 잴 수 있으며일정한 상품이란 다른 모든 상품의 공통적인 가치 척도이다이렇듯 화폐는 가치 척도이며노동 시간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화폐 상품에서 상품의 가치란 화폐 형태 또는 가격이다상품의 가격에서 자연적인 성질과는 다르게 판매자가 구매자에 따라 정해진다따라서 가격 표시에 있어 각 상품은 일정량 금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다른 분량의 금을 잼에 따라제반 가격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따라서 많은 나라에서는 가격 표준의 단위를 이름으로 금속 중량 명을 사용한다영국의 파운드도 있으며화폐는 가치 척도와 가격 표준의 기능을 가진다인간의 노동 역시나 화폐로 교환된다또한 상품의 효력이 있다면 구매하고자 팔 수도 있다화폐를 얻는 거래는 매우 곤란하다상품 생산 사회에서 화폐는 상품 소유자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사회적 분업에 따라 생산자의 노동은 더욱 전문적이며욕망만큼 점점 더 다방면으로 퍼져가기 때문이다상품을 화폐로 변환하려면 사용가치가 있어야만 한다화폐 소유자들이 갑에서 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도판매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무수한 교환의 순환으로부터 총체적인 운동들은 상품에서 유통을 구성해간다그러나 상품 유통이란 물물 교환과 같은 일반적인 성질과는 다르다상품의 수취에 대한 제한을 철폐시켜버렸기 때문이다화폐를 취득하고자교환이 성행하고상품 유통의 발달은 사회의 생활 상태마저 더욱 복잡하게 꼬아버렸고원시적인 공산 사회만큼 사회적 연락망마저 자유롭게 지배할 수조차 없도록 만들었다사회적 힘에 따른 질서를 교란시키고공황을 일으키고는 만다화폐는 농부로부터 출발했지만상품 순환의 진척으로부터상품 소유자로 옮겨가고다른 상품 소유자들에게로 넓혀갔으며화폐의 유통을 진행하도록 했다그리고 화폐의 유통 속도는 상품 순화의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상품은 유통에서 구매로 들어가고화폐의 유통마저 신속해진다속도에 따라 완만해질 경우유통부 내부로 출장하는 화페마저 감소하므로상품 유통이 정체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므로각국 정부는 국가에서 정한 금속 주화를 만든다일정한 주화로부터 보증을 받는다따라서 주화도 유통 도구로 동일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보조 화폐가 있으며더군다나 금화만큼 지폐를 동일한 가치로 부상시키곤 한다지폐가 남발함에 따라상품의 가치가 하락해버리고는 하는데한 나라에 따라서는 가치가 전혀 없어진 경우도 생긴다인간의 화폐 욕구는 상품 유통에 수반한다더욱 발달한 사회에서는 화폐 축적은 욕망만이 아니라필요가 된다생활에서도 화폐를 소유할 필요마저 증가하며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물건을 구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사려면 물건을 팔아야만 하기 때문이다퇴장 화폐란 유통 화폐의 크기에 따라 물가상품의 분량과 순환 속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화폐의 저장은 유통 정체를 완화시키는 데 필요하다화폐는 일정량의 가치를 인도하며계약과 의무를 이행하고자 도구로 쓰인다상품을 받고대금을 지불하는 경우 판매자는 채권자로구매자는 채무자가 된다신용화폐에서 어음과 수표로부터 채권자는 약속한 현금 대신 증서를 지불하기도 한다따라서 환전은행이나수표교환소와 같은 특수한 시설도 만들어진다신용 제도가 발달할수록 대부가 가능해지며채무만기일까지 지불에 사용되는 화폐액을 축적할 수도 있게 된다또한 금융 공황마저 일어나기란 매우 쉽다그러나 채무자 장기간 지급불능에 빠질수록 신용 증권의 가치는 더욱 상실하며현금을 더욱 요구하므로금융대공황이 발생한다생산 및 상업 상 거래에서도 상품생산제도 아래에서 화폐는 신용증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세계 시장은 금융 거래를 주로하며국내 시장에서는 주로 단일한 주화와 지폐로부터 투자 거래를 유도한다그리고 세계 화폐마저 수출입 과부족에 따른 국제 무역차액으로 지불되고 있기 때문이다상품 소유자는 새로운 상품을 팔고자 유통에서 벗어나서 화폐로 지출된다마지막 화폐액은 처음 화폐액보다 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화폐액의 증식은 화폐 순환의 원동력이며보다 값 비싸게 팔고자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지출한 화폐액에서 부가된 화폐액은 화폐 순환 운동에서 초과가치라는 이윤으로 구체화된다초과가치에서 이윤·이자·지대는 모두 초과 가치의 현상이다화폐는 자본의 순환 형태에서도 운동 가치를 부여한다자본이란 초과가치를 생기도록 하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자본의 운동에 따라서도 화폐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초과가치는 물물교환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화폐로부터 매개되는 상품 유통에서 발생한다는 사실과초과가치는 또한 넘쳐나는 화폐로 나타난다더욱 값을 올리고자상품 유통에서 물물 교환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상품 교환이 이뤄진다면초과 가치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초과 가치의 점유란 약탈에서 역사적인 기원을 둔다상업 자본으로부터 타인이 소유한 가치를 점유하는가아니면 고리대 자본으로 직접 타인의 가치를 점유하는가그러나 둘 모두 등액의 가치만으로 교환된다는 원칙을 깨뜨리지는 않기 때문이다보다 고급스러운 자본일수록 상업 자본과 금리 자본을 상품 유통과 일치시키는 많은 중간 매개가 생겨나며자본들은 사기와 약탈 등에서 성질을 상실하도록 만든다자본 공식이란 구매와 판매로부터 성립하지만상품 유통에서 화폐와 상품은 가치는 동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상품 구매로부터 본래 가진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서증대시킬 수 있는 상품인 경우에만 해당한다또한 상품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노동 뿐이다상품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으로 전제되는 경우로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초과 가치란 인간의 노동에서 생겨난다.


3. 노동력

 

상품 형태에서 노동력은 시장으로 나타난다노동력은 상품으로 존속하며상품 교환 조건에서 상품 소유자는 상품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갖는다상대방의 요구로부터 일정한 시간을 들여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상품의 소유자는 자신의 노예가 되어 상품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상품이 시장으로 출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필요하며 노동력도 상품이며상품의 가치란 다른 모든 상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량에 따라서 결정된다노동력이란 말 그대로노동자의 신체를 필요로 하며의식주를 비롯한 생활비가 필요하므로의식주의 가치에 따라서 노동력의 가치는 결정된다따라서 임금이란 주어진 노동력에 대해서 지불한 대가이다노동력 유징서 요구되는 생활비 속에는 가족 부양도 필요하다그리고 교육비도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노동력은 상품 소유자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여야만 하고노동 시장에서 상품 소유자인 노동자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닌 상품이어야만 한다노동 시장에서 화폐 소유자에게는 화폐를 자본으로 교환할 수 있는 하나의 예비 조건이다그렇다고 같은 조건이라고 해서 모든 사회 형태에서도 고유하지는 않는다그와 같은 조건의 결과는 자연적 결과가 아니고역사적 결과이기 때문이다임금의 지불이 자본가에서 노동자에게로 생산물을 판매하기 전에는 임금 지불을 끝낼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을 해석했지만실제로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을 미리 제공해서 지불한다그러면 노동자는 임금이 지급되는 날짜와는 무관하게임금에 대한 위험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생활비를 줄여서라도 구매를 줄이기 때문이다노동자는 추상적인 노동력으로 자본가에게 독점되는 초과 가치와 여러 가치를 창출하고구체적인 노동력으로 지출된 생산 수단의 가치를 다른 생산물로 이전시킨다이로부터 자본가는 착취를 정당화한다자본가는 생산 기관과 노동력을 구매해서 사업에 이용한다또한 생산 과정에 따른 전대 이상의 자본 외에 일정한 초과 가치를 획득한다가진 자본금에서 생산기관 구입에 지출한 불변 자본과 노동력을 구매한 가변 자본으로 충당한 사업의 결과는 초과가치를 생겨나도록 하며초과가치와 가변자본에 투입한 창출 가치가 생기지만자본가에게는 불변자본만으로는 산출된 초과가치 크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생산물의 가치는 노동 가치와 관계한다전대 자본은 가변 자본의 비례적 가치 증식이다초과 가치와 비례하는 크기는 초과가치율이다하지만 초과가치율이 곧 이윤은 아니고비록 이윤 가치에서 파생했지만 하루 노동량에 따른 필요노동시간과 가변 자본이라는 동등한 가치가 필요하므로초과노동시간에서 발생한 노동량을 두고 초과가치라고 불렀다따라서 초과가치에 따른 필요노동에 대한 비율은 가변 가치에 대한 비율과 동등하며 일정량 생산물로도 생산되므로 초과 생산물이라고 부른다.

 

4. 생산력

 

노동자는 임금 교환으로부터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상품으로 판매한다반대로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으로 상품을 만들고구매한 노동력을 지불한다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동 생산으로 사용가치와 상품가치를 만든다사용가치 노동은 상품 생산에는 따로 해당되지 않지만인간의 생존 상으로는 인간 활동노동 생산물노동 도구가 필요하다인간은 자신의 사용에 맞게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자연물을 이용한다노동자는 노동 도구를 사용해서노동 대상을 가공하고노동 생산물을 생산한다여기서 생산 기관이란 노동 도구와 노동대상을 총칭한다이를테면 목수가 물건을 제작하는 경우로는 목재라는 재료와 마감 원료톱과 대패와 같은 노동 도구를 필요로 하며물건은 생산물이다이와 같은 생산 과정 속에서 드는 동일한 사용 가치는 목수에게는 노동력으로 작용한다생산 기관이 모인 생산 양식들은 노동 도구에 따라 결정되고각 생산법들은 다시금 사회 관계를 결정해서법률적종교적철학적에술적으로 상응하는 상위 개념을 만든다상품 생산자에게 상품 생산은 사용가치의 생산 과정이면서도상품 가치의 생산 과정이기 때문이다이를테면 기계 생산물을 소유한 지조공은 자신의 생활비를 위해 자본가에게 고용된다고용된 직조공은 자본가에게 끊임없이 감시를 당하며직조공은 자신이 아닌 자본가를 위해 노동한다직조공이 하루에 생산한 생산물들은 자본가의 소유이므로자본가는 생산 과정을 지배하고통제한다자본가는 하루 동안에 드는 노동력을 노동자로부터 구매한다자본가는 노동력의 사용가치를 단 하루 분만을 샀더라도정직하게 임금을 지불했다그러나 노동의 사용가치를 이용할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6시간 뿐만 아니라, 8시간을 초과한 12시간을 일을 더 시킨다그리고 하루의 끝에 다시 정산할수록, 6시간만큼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한다자본가에게 정상적인 수익의 창출로는 상품 교환의 법칙을 깨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법칙을 작용해서자본가는 노동자로부터 초과 가치를 생산한다직접적인 생산자인 노동자는 초과 가치를 소유할 수 없으며자본가는 초과 가치를 단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초과 가치를 다른 곳에 팔아서 이익을 창출해서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따라서 장기간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장시간의 노동을 강요해야만 한다또한 구매한 노동 가치를 생산물의 가치로 회수하는 시점에서 생산 과정을 늘려야만 하기 때문이다물론 소규모 공업자들도 지불한 생산비 회수에 필요한 초과 노동 시간을 요구하므로가치 증식 과정이 발생한다다음으로 다른 곳에서 구입한 노동력으로 운영할 때 비로소 자본주의 생산 과정이며내용 상으로는 가치 증식 과정이 된다.


5. 불변 자본 가변 자본

 

노동은 중첩 작용을 한다노동은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종래의 유용 가치를 이전한다노동 생산력은 증감하더라도가치 분량이 증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일정한 시간 안에서 생산되는 사용가치 분량은 노동 생산력을 따른다생산 기관이 없으면 생산할 수 없으므로상품 생산에서 노동이란 단순히 가치를 만들 뿐만이 아니라가치를 보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지불되는 생산 기관의 가치를 생산물로 이전할 뿐만이 아니라생산기관의 가치를 소멸시키지 않고자 가치를 보존하기 때문이다시간에 따라 생산기관의 가치는 상품 가치와 함께 소멸한다기계가 시간이 들어 마멸되면 다른 생산물로 이전해가기 때문이다생산 기관에서 재료와 원료노동 도구 등 자본 부분은 생산 과정에서 가치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불변 자본이다한편 노동력으로 변화시킨 자본 부분은 초과 가치를 생산하므로초과 가치도 변화하기 때문에 가변 자본이다.

 

6. 노동일

 

노동일은 필요노동시간과 초과노동시간을 합한 값이다자본가는 초과가치율을 늘리고자노동일을 연장하고자 한다노동자의 소모되는 순시간은 자본가의 관점에서는 절도나 약탈이다초과가치 증식에는 노동시간 연장 또는 단축 등이 있다유럽 각국에서는 14세기 말-17세기 말에 걸쳐 자본가 쪽에서 시간 연장을 위해 정부에게 간섭했던 일이 있었다노동 시간 단축을 위한 운동이 노동 계급에게도 일어났고따라서 19세기에는 각국에서는 공장법으로 노동 시간 단축을 보았다자본 계급과 노동 계급 간 투쟁에서 노동 운동은 정치 운동으로까지 늘어나고국가가 가진 힘으로부터 노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7. 초과 가치의 생산 및 자본화

 

필요노동시간은 일정한 크기를 가지며초과 가치 비율은 노동 시간에 따라 증가한다아무리 자본가가 노력할수록국가와 노동자로부터 노동일은 제한되기 때문이다초과가치란 필요노동시간으로부터 얻을 수 있으며 초과가치는 상대적·절대적 초과가치로 구분된다반대로임금을 인하한다면 필요노동시간 단축으로초과 가치를 증대시킨다노동력의 가격을 가치 이하로 내려버리기 때문이다노동생산력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생산 방법그러니까 노동 도구노동 방법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상대적 초과가치는 노동 방법을 개혁하는 조건으로 증대한다노동력 가치의 절감에 따른 필요 수량의 상품 생산에서는 자본주의에 따른 생산 방버븡로 더욱 혁신하고자 하지만 상대적 초과가치를 증대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따라서 노동 생산력이 증대할수록 상대적인 초과가치도 증진하므로상품 가치가 저렴해진다자본주의 생산 방법에서는 노동 생산력이 증진할수록 노동자의 초과 노동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이유이다반대로 절대적 초과가치는 노동 시간 연장으로 생산되며상대적 초과가치는 노동 시간은 일정하더라도필요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 생산된다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초과 가치 생산을 기초로 하고생산력이 증가할수록생산물 단위 당 가치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되며지출되는 생활비의 가치는 하락한다따라서 적은 화폐로 이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필요노동 시간 단축으로도 상대적인 초과가치 생산은 할 수 있다축적된 초과 가치는 자본으로 탈바꿈한다초과가치가 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상품에서 화폐로다시 상품으로 거쳐야만 한다초과 가치 총액을 계산하려면초과가치물이 생산기관 및 노동자가 지불해야만 하는 생산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자본으로 바뀌지는 않는다자본가가 지불하는 초과가치는 역사적으로 정해진 크기가 있으며생활 표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자본가와 노동자 모두 자본으로 예속된다자본가는 다른 자본가와 경쟁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에서 자본주의 생산 방법의 온갖 수단을 다하고자 힘을 쏟는다방종하거나또 지나치게 인색하면 신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자본가는 일정 시기와 사회 범위에 따른 정해진 부분만 지불해야만 한다초과 가치의 크기 만큼 축적 점위를 증대시키기 때문이다노동자에 대한 지불이 작을수록 초과가치율은 커진다자본가의 지불 수준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축적되는 초과가치도 역시나 커진다노동력의 가치와 임금을 하락시키는 요인들은 자본 축적을 조장한다불변자본을 영업자본으로 투자했다면 동일한 비율로 늘리지 않아도 추가적으로 가변자본의 생산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 제조업자가 더 많은 생산을 원한다면노동 시간을 연장시키면금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원료와 조성 비용만 늘리면 된다자본은 토지노동과학마저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었으며과학의 발전은 노동 생산력을 촉진시켰고생겨난 모든 이익을 자본의 수중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8. 기계

 

현재에는 자본주의적인 대규모 공업이 성행했으므로예전과 같은 가내 수공업은 공장 노동자에 비하면 훨씬 더 비참하다공장 제도 비교적 이른 곳일수록 노동자 처지는 더욱 악화되며공장 이외의 노동자 처지는 한층 더 열악해진다.또한 공장 노동자의 모든 괴로움과 결핍을 두 배로 가중시키며가내 노동자를 더욱 괴롭힌다기계와 염가 경쟁에 지쳐 빈곤한 영양 상태의복환기휴식 등 기본적인 요구마저 절약하게 되므로기계 농업의 성장으로 농민은 몰락한다자본에 따라 농경지에서 착취된 도시 영양분은 농경지가 아니라 거름과 먼지라는 성분으로 도시를 오염시킨다농민들에게는 토지에 부과되는 것들이 많아지고수공업자들과 동일한 처지에도 놓이게 된다그러나 거대한 노동자 집단의 출현은 전통적인 모든 생산 방식과 선입관에 따른 편견은 파괴된다다량의 자본으로부터, 남녀 노소어린 아이 가릴 것 없이 공장에서 노동하는 직업노동 주부가 되어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대규모 공업은 가족 형태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이 자란 뒤에는 아무런 미련 없이 부모를 떠나지만자본주의 착취 방법으로는 미성숙한 노동력마저 착취하기 때문이다자본주의 내부에서 기존의 가족제도 해체에 따른 대규모 공업으로 조직된 생산 과정에서는 보다 세련된 가족 형태가 출현하여 경제적 기초를 생산하게 된다태생부터 야만적인 자본주의 제도 아래에서 기계마저 부패와 노예 상태에 원천이기는 하지만성숙한 발전으로 거듭나는 원천이기도 하므로수 많은 무산 계급들의 시체로 비옥해진 땅에서는 더욱 새로운 종자들로부터세련된 사회로새로운 인류로 도약하고자 한다기계 생산에서 인류는 가내 수공업 제도에서 벗어나며더 이상 원시공산주의사회와 같은 자연 노예도 아닌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난다.

 

9. 단순 재생산

 

초과 가치가 생산 과정에서 영향을 끼친다면생산 과정이 반복되는 재생산일 때 뿐이다이와 같은 사회 상태에서도 일정한 주기로 생산을 반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지출 형태 아래에서는 지출액 이외에도소비 자료에 따른 생산 기관도 끊임 없이 생산되어야만 한다초과 가치 생산을 반복하는 것은 자본이 존속하는 필요 조건이다초과 가치 산출 운동으로 자본가의 수입도 생겨난다자본가의 지출은 재생산으로초과 가치 전부나 일부를추가 자본으로 자본 축적으로 이뤄져야만 재생산 규모도 확대된다단순 재생산에서는 생산 과정도 동일한 규모로 반복된다노동 기관으로 지출한 불변 자본과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출한 가변 자본은 임금으로 지출한다생산 과정에서 지불된 임금은 자본가 자신의 노동이 아닌이전 노동자가 생산한 노동 가치이며노동 기관이라는 불변 자본의 가치를 생산물로 이전 시킬 뿐만 아니라임금은 자본가에게 선불된다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노동력의 가치와 초과 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자본주의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는 임금을 지급 받는 형태는실제로는 이전 생산 기간에 제조되어판매를 마친 생산물에서 얻어진다자본가는 촉과 가치를 지출하므로줄어들지 않는 자본 가치는 초과 가치에서 발생하므로모든 자본은 어떤 원천이 발생하든일정 기간 경과한 뒤에는 단순 재상산에 따른 자본화한 초과가치로부터 타인인 노동자의 초과 노동으로부터 축적된 자본으로 전화되는 과정이다자본주의 생산 과정은 노동자가 생산 기관에서 분리되어 무산 노동으로 축적되고생활 자료와 생산 기관이 축적된다또한 자본 및 임금 노동자를 생산하고 보존한다자본가는 노동력을 필수로 구매해야만 하며생활 자료와 생산 기관을 소유한다노동자가 복종과 곤궁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노동력을 지출하여 자본주의 생산 과정을 갱신하며노동 시간 이외에도 자본 계급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이다자본가가 임금으로 노동자에게 노동력을 지불하는 것은 노동 계급을 보존시키는 수단이다노동자는 임금으로 생활 자료로부터 생활비를 지출하고스스로 노동력마저 매물로 내놓는다아무리 자유로운 시간마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서만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더불어 자본 계급을 위해 노동력을 보존해야만 하기 때문에 늘 어디서든 자본과 맞닥뜨린다.

 

10. 산업 예비군

 

노동자는 경박한 생활 습관 탓에 생활비를 늘리고인구를 증식시키기도 한다많은 수의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고용되고자자본가 밑에서 직업을 구한다그러므로 노동자의 증식을 제한하지 않는 한 노동계급의 실업기아 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자본의 신장과 수축은 자본주의 생산 방법이 더욱 발전할수록 크기가 자유로우며격렬하고방대해진다. 대공업도 특수한 순환 운동을 하며영업 상태에서 활기를 띠던 경제 상 호경기에도 생산력은 확장하지만다음에는 공황이 발생하여영업도 침체로 접어든다시장이 활기를 띨수록초과 생산물을 흡수해서 더 큰 규모로 동일한 운동을 한다주기적으로 자본이 신장할수록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증대하고임금은 오른다노동 인구는 자본 기회로 편승할 수 있는 충분한 증식을 가진다고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진단하지만단기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며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으로는 인위적·작위적으로 초과 노동 인구를 만들며더 이상 자본이 요구하는 추가 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는 예비군이 된다인구 증가는 자본 요구에 맞춰서 비례해 노동 인구도 맞춰야만 하기 때문이다이전에 초과 인구는 생산 자료에 따른 초과 생산으로 주로 미국·호주·인도 등지에서 식육·빵 경쟁에서부터 나타났다노동자는 자본의 부속물에 불과했으며생산 과정에서는 생산 기관이 노동자를 사용하는 일도 벌어진다노동자는 생활을 유지하고자 생산물을 구매하면서 힘겨운 생존 투쟁을 벌인다노동자는 생산물에 종속되며자신의 노동력으로 생산물에 종속되며그 자신의 노동력으로 생산물에 봉사하여길들여지고복종하고 만다따라서 실업의 누적에 따른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 됨에 따라 초과 노동 인구상대적인 인구가 생기므로산업 예비군으로자본가는 초과 이윤을 더욱 획득하고자노동 생산력보다는 발전된 기술을 채용하므로자본의 기술적 측면에서 생산 수단의 크기는 늘리고노동 크기는 줄인다자본 구성에 따라 불변 자본을 고의적으로 감소시키므로노동 수요는 총 자본에 견주어 커짐에 따라가속도는 감소하게 된다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서 노동 인구의 절대적 증가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서 특수한 상대적인 초과 인구는 불가피하다.

 

11. 자본주의 생산 방법

 

공업 상 자본 역시나 농노제부역제 등 어떤 관계 아래에 선 적 없는 노동자가 없으면 일어날 수 없다자본주의 투쟁은 강제와 특권 속에서 자유·평등을 부르짖으며 등장했으며대체로는 유산 계급들이 이를 반복해서 언급했다자본으로 마주치는 큰 장애물은 길드 조직과 촌락 공동체의 토지 공유였지만봉건 귀족들은 막았다상업 및 상품 생산이 십자군 이후로 더욱 발전했다도시 상공업자는 화폐를 목적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했었지만봉건 귀족의 부는 예속된 농민의 물적 또는 인적 제공 및 급부에 토대를 두기에화폐는 극히 적었다따라서 봉건 귀족들은 물건을 훔치고자 했고국가 권력도 더욱 부상했다그렇다고 대놓고 약탈은 할 수 없었기에농민들에게 화폐와 재물을 과도하게 징수해갔다봉건 귀족들은 도시민이 되어 상품 생산자로 판매를 수단으로 화폐를 입수할 수 있게 됐다농업 경업과 대리 관리인 등을 고용하고관리해서 이전시킬 수도 있었다농업 확대는 자작 농민 희생으로 이뤄졌다자작농은 농노로 전락하여토지는 영주의 경영로 병합되어 토지에서 쫓겨나고과거에 있던 촌락 공유는 영주 사유지에 속해버려서 자작농은 경제 상으로도 자멸했다.


12. 무산 계급

 

양모 생산의 확대로부터 농경지는 양목장으로 바뀌게 됐고도시 비중으로 보자면 직물 제조업과 시골 자작농 수가 동일한 비율로 증가했다봉건 귀족과 같은 높은 벼슬아치들은 많은 가신들을 해고했다종교 개혁은 이러한 봉건 귀족 때문에 일어났으며재정을 축내는 데 가신들이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투기꾼들은 소작인을 몰아냈다무산 게급은 인위적인 초과 인구자본 요구에 따른 노동력이 뒷따르는 무산 계급이 탄생했다봉건 군주는 자본으로 도로 정비 사업교회농촌 프롤레타리아를 공급하며 활동 범위를 부여했다대규모 토지 소유제 아래에서 농업도 자본주의적 성질을 띠었다여러 유랑자들이 있었다는 역사적인 기록으로도자작농을 정말로 많이 수탈해갔다특히 공장제 수공업 시대에는 숙련공을 얻으려면여러 해가 소요되기도 했으므로초기 자본주의 생산 방법에서는 노동자 공급이 자본 수요에 맞지 않는 경우도 생겨났으며가변 자본이 불변 자본보다 더 커졌다따라서 자본 축적에 따른 임금 노동 수요는 증대했었지만정작 노동력은 증가하지 않았다숙련된 수공업 · 기술자들은 고용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는 포부를 가졌으며아직은 수공업의 전통이 남아 있었다임금 노동자들은 슬슬 자각하기 시작했다영구적이고단순하기만 한 자본주의적인 공업 훈련을 따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따라서 더욱 순종적인 노동자를 얻고자자본에 따른 국가는 법규로도 임금의 최고 한도를 정하여노동 시간을 더욱 연장했고노동자 단결을 금지시켰다자본 시장은 무산 계급 발생과 나란히 등장했고공업 지방에서 생활 자료는 이전 공유지와 자작농 소유지가 결합되어대규모 소유지에서 상품으로 생산되어 판매되고농가 생활 자료와 가내 공업물은 공업 및 대소유지에서 자본주의적 공업 생산물은 임금 노동자농민들 사이에서 판매처가 되었다자작농과 가내 공업이 쇠퇴했고자본가 · 상인은 이들을 대신하여 무산 계급과 인위적인 초과 인구로 자본주의적 생산 방법을 발전시켰고대량으로 재생산했다부의 집중은 고리대 자본과 상업 자본으로 형성했으며그렇다고 공업 자본으로 곧바로 전화된 화폐엑에 따른 근거는 아니었다금은광 발견토착민 멸망과 노예화동인도 정복과 약탈 등으로 자본주의의 서막을 알렸고자본 축적의 원인이 됐다유럽 각국에서는 상업 전쟁 · 무역 전쟁이 일어났고,식민 · 국채 · 조세법을 조직하고모두 봉건적인 생산 방법에서 변화하도록 조장했다또한 모든 구 사회에 대한 동력이자국가 권력으로 이용하도록 만들었다따라서 단순 상품 생산에서도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 방법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하면서자작농 및 소규모 수공업은 파괴 · 축출되어 자본주의적 대규모 경영에게 빼앗기게 됐다원시적 생산 방법은 개혁적 · 계량적으로 조직된 사회적인 노동에 뿌리를 둔다생산 기관 및 생산물의 사회적 소유는 생산 방법 아래에서 생산물은 분배되고사람의 사용 대상인 한에서 생산물은 개인적인 소유가 된다사회적 노동에서 생산물은 먼저 사회적 소유가 되어야만 한다단순 상품 생산은 독립적인 노동자가 경영하고노동자는 자신의 생산 기관을 가지고 생산물을 만든다생산물은 곧바로 자신의 사유물이다자본주의적인 상품 생산은 서로 독립적인 노동자를 대신해서 대규모적인 노동 경영이 출현했다계량화된 사회 생산으로 조직됐기 때문이다자본주의적인 대규모 경영은 상품 생산자가 서로 대립하기에상품 교환 및 생산 기관생산물에 대한 사유화가 퍼진다자본주의적인 생산에서 노동자는 생산물의 소유자가 되지 못한다일반적인 생산이 사회적인 생산으로 대체되면서 모든 부의 소유자는 노동자가 아닌 사람에게로기존의 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되어간다자본주의적 상품 생산 아래에서 노동력은 하나의 상품이다모든 상품의 가치는 노동 생산력의 증진과 동일하게 떨어졌다노동 생산력이 커질수록 노동자가 노동력 가치로부터 순 이익에 의존할 수 있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자본주의적인 생산 방법이 지배적일수록 임금 노동자가 되는 사람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왜냐하면 대부분 증가된 노동 생산력의 분배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모든 대립은 자연적이고당연하게도 필연적으로 자본 계급과 노동 게급의 충돌이 생겨난다노동자는 계급 의식을 더욱 가지게 되며정치적으로도 진출해서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노동 정당이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노동의 사회적 성질과 생산 기관 및 생산물에 대한 전해진 점유 사이에서 자본주의적 생산 방법의 모순은 노동의 사회적인 성질을 철폐하고 단순 상품 생산 상태로수공업 및 자작농으로 하여금 대규모 경영을 대신하도록 하거나생산 기관 및 생산물 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한다단지 사회적인 사정을 가부장제적인 단순한 사정으로 되돌리는 일이 무효하다는 것만이 아니라사회의 꾸준한 발전에서 남겨진 유일한 과정이기 때문이다기존의 점유 형태를 생산 방법과 일치하고생산 기관을 사회 소유로 속하도록 하고자본으로 인해 절반 밖에 수행하지 못했던 개별적인 생산 이전을 따로 다시 도모하지 않고도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무정부 · 무방비한 상품 생산을 대신해서 계획적인 사회 생산 조직이 등장한다생산자에 따른 생산력 지배는 종말을 고하며여태까지 인류는 자연력의 지배자였지만 이제는 사회력의 지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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