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지하를 달린다.주민등록증 오십여장이 타고 내린다.즉석복권 칠백여장이 타고 내린다.약속 날짜를 이틀 어긴 채무가 놀란 듯 잠에서 깬다.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눈을 붙인다.어제 사장실 문 앞에서 끝내 돌아선 사표가 전처에게 문자를 보낸다 아이들은 잘 지내지? - P105
어떻게 하면 듣고 싶은 말을 계속 들을 수 있을까. 그때부터 시를 썼어요. 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 시는 짧고 밤이 끝나가고, 깨끗한 물도 오래 만지면 상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거기서 시를 썼습니다. 냄새나는 몸으로요. 익숙한 자세로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아프다고 말합니다. 이런 건 시가 아닐 거라고도 말합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은 시 속에만 있어요. 이런 말도 다 시에서 들었어요. - P98
아버지의 의심스러운 사업이 아들 마그리트가 미래에 선보일 말과 이미지의 잠재적인 속임수에 대한 예술적 분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추측해볼 수도 있겠다. - P19
출근지하철에서 미친 사람을 봤어. E가 동료들에게 말했다.미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b가 말했다.미친것들, c가 중얼거렸다.미친 사람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하하. d가 말했다.미친 사람은 어디에나 있던가. E가 생각해 보았고, 맞는 말인 것 같았다.어디에선가, a는 미친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 P73
브루크너는 거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를 위해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예술에서 영원만을 생각했고 영원을 위해 창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위대한 음악가 중에서 가장크게 오해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P119
예술은 사랑과 비슷합니다. 사랑이 클수록 앎도 깊어진다는 말은 바로 예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왜 예술에서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배척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