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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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한 고기국수보다 깔끔한 맛을 지닌 멸치국수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멸치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다. 멸치를 다듬는 일부터 그러하다. 책에 나온것처럼 머리따고 똥빼고 해야 국물이 깔끔해진다. 귀찮다고 통째로 넣어버리면 국물에서 쓴맛이 난다. 이렇듯 깔끔한 국물을 내기 위해서는 귀찮음도 감수해야한다.

삶도 그런것 같다. 귀찮다고 일을 대충 처리하거나, 힘들다고 대충 해버리면 일을 끝낸 홀가분과 성취감이 아닌 씁쓸함이 남는다. 맛있는 멸치 육수를 내려면 머리와 똥을 잘 다듬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무언가 해내기를 원한다면 꾸준히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반자를 만나 여정을 같이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림책속의 아빠와 아이처럼~~

아빠와 아이는 친구처럼 멸치 다듬기를 하고 있다. 단순한 일을 하다 보니 가끔은 실수도 하지만 그것도 같이 하니까 빨리 정리가 된다. 생각치 못하게 일이 더해져도 둘이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멸치 국수를 같이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먹지 않아도 몸이 따스해진다.

그런데 점점 멸치 똥따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멸치육수를 편하게 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나 다른 복잡한 일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수고스러워도 예전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내손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과정을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자. 맛있는 멸치국수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다 의미가 있으니까~~~

<문학동네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2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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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지음, 뱅상 그림, 윤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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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날을 시작할때 우리 가족 모두 편안하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어나자 본 엄마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다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평소와 다른 엄마를 본다. 엄마의 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위해 여러 이야기를 지어내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자신의 슈퍼 망토를 건네주며 위로한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다.

어른의 생각보다 아이는 예민하다. 그리고 어른처럼 머리를 굴려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대로 말을 한다. 그래서 그 말이 더 아플때도 있고 어른보다 현명할 때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도 그러했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큰 아픔이다. 부모는 아이가 받을 상처를 걱정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쩔때는 그냥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는게 더 좋을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슬픔을 감추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야 우리는 그 슬픔을 견딜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슬픔을 같이 견디고 위로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우리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수 있을 것이다.

#문학동네_그림책서포터즈
#뭉끄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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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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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했던 바람이 다시금 차가워진다. 아직 1월이니 당연하겠지. 그래도 봄을 기다리는 건 이런저런 이유로 맘이 시려서인가보다.

작은새는 봄을 찾아가다가 무리에서 떨어져버리고 만다. 홀로 헤메는 작은새에게 손을 내밀어준 아이와 함께 봄을 찾아 나선다. 아이는 원래 자신이 있던 집에 그냥 머물러 있었어도 되는데 망설임없이 길을 나선다.

아이와 작은새가 봄을 만나기 위해 나선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길도 모르고 추위도 이들의 여정을 방해한다. 하지만 숨은 봄을 찾는 이들과 만난 동물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봄에 대해 알려주고 맘을 모아주고 그들의 작은 숨을 보태어준다. 숨어있는 봄을 찾아가는 걸까? 모두의 숨이 모여 봄이 오는 걸까?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봄이라는 계절보다 봄이 주는 따스한 이미지 때문은 아닐까? 지금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봄이 오면 뭐든게 다 좋아질것 같은 희망이 봄을 기다리게 하는건 아닐까?

따스한 집에서 나와 용기있게 봄을 찾아나서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저 기다리기만 했던 지난날의 내모습이 생각난다. 숨은 봄을 찾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하고 작은 것을 소중하게 볼 줄도 알아야하고 목적있는 기다림도 필요하다. 그리고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도 필요할 것이다. 확실한건 무언가를 끊임없이 쉬지않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씨앗을 싹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것처럼…

《문학동네 그림책서포터즈 1기 마지막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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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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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좋아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막막할때도 있지만 구석을 돌때마다 나오는 색다른 정경을 좋아한다. 어디선가 파랗고 빨간 문이 나올것 같은 그런 골목… 하지만 나는 그런 골목길에 있던 어릴때의 집을 기억하지 못한다. 내 유년시절 기억속의 집은 아파트이니까. 그나마 그 아파트도 지금은 재건축되어 더 높은 아파트로 변해있다. 그렇게 그 시절의 기억도 저 깊숙히 묻어두었다.

그런데 “파란 대문을 열면”을 열었더니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둘씩 생각난다. 차가 없던 주차장에서 했던 놀이,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던 놀이터에서 했던 물놀이, 남동생 친구들과 했던 오징어게임, 일요일마다 갔던 목욕탕에서 남자로 오인받았었던 기억…엄마들이 간식을 만들면 옆집, 윗집, 아랫집과 나누어 먹었고, 어지간한 층간소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이웃들…
내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따스한 기억들을 “파란 대문을 열면"을 통해 전해주고 싶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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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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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뒷편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있다.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어른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른들이 위험하거나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어떠한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안해하고 못하게 막는다. 구덩이가 있으면 구덩이를 극복하고 이용할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피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아이들을 우물안에 가두어버린다. 그래서 어쩌다가 상처가 나면 그 상처가 아무리 작아도 견딜수 있는 힘이 없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그림책인 "내 딱지 이야기를 하자면" 에 나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상처가 생겼을때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어떻게 상처를 이겨낼수 있는지 보여준다. 상처가 생겼다고 혼내고 탓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해주고 치료해주고 직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혹자는 아이의 무릎딱지 하나에 뭐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냐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상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변할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가 구덩이에서 놀겠다고 했다고 구덩이를 메워버릴수는 없다. 그 구덩이로 어떻게 노는지 지켜봐주면서 그 구덩이에서 떨어져 상처가 났을때 위로해주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상처가 아물어서 딱지가 날 때까지 기다려줄뿐… 딱지가 떨어지면 아이는 조금 더 성장해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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