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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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며 기억나는 것들. 반공과 멸공, 일본에게 당한 식민지 시절에 대한 비분강개 등이 아직도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제 강점기가 어떤 시절이었는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데 머무르고 말았다. 내가 당시를 살았다면 소신을 지키고 일본 제국의 황국 신민 정책과 대동아 공영 전쟁에 저항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후타(딱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숨 죽이던 그 시절 소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이어령 교수의 유작 한국인 이야기 완결판인 제4권 ‘너 어디로 가니’를-둘째 꼬부랑길 : 한국어를 쓰지 못하는 교실 풍경- 읽으며 마음이 찔린 부분이다.

이런 생생한 증언은 저자 이어령이 일제 강점기에 유소년기를 보냈기에 가능하다. 본래 소학교에 다니던 그는 어느날 교패가 국민학교로 바뀜을 본다. 어린 시절이라 잘 몰랐던 어른들의 세상-36년에 걸친 일제 강점기-을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12개의 꼬부랑 고개로 풀어낸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여정을 천지현황으로 시작하는 천자문 고개로 출발한다. 천지현황(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이렇게 외웠는데 정작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어령이 이끌어 주는 꼬부랑 고개를 꾸역꾸역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12고개를 넘어 마지막 장 ‘자세히 읽기’에 이르렀다.

왜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고 했을까? 책을 읽다가 과연 나는 이런 질문을 했나 싶었다. 그저 한자말 외우기에 급급했지, 주홍사라는 분이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고심하며 완성한 4글자로 구성된 250개 문장이 무슨 뜻인지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데 없이 저자 이어령은 현관 이야기를 꺼낸다. 거의 모든 건물이나 집에 있는 그 현관이다. 현관에 쓰인 한자말 ‘현’이 어떤 의미인지 또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한국인 시리즈 제4권 ‘너 어디로 가니’는 전작들-제1권 너 어디에서 왔니, 제2권 너 누구니, 제3권 너 어떻게 살래-에 이어 과거 경험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오늘에 적용할 필요를 역설한다. 그저 옛날 이야기로 치부하고 장롱 속에 넣어둘 일이 아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와 방향을 정하려면 축적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적절한 판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36년에 걸친 일제 강점기 식민 통치를 겪었다. 그저 한국사 교과서 몇 쪽에 기술된 내용으로 식민 통치를 이해했다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생생한 증언을 들어야 한다. 세계는 다시금 자국 중심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와 경제가 그렇다. 영토 확장과 이권을 위해 이웃 국가 침공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 또한 만만하지 않다. 군국주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역사는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시리즈 1독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 내년 가을에 재독을 해야겠다. 1독에선 내용을 배우는(학) 것으로 하고 2독 때는 그것을 내것으로 익히는(습) 과정으로 삼으려 한다.

*** ***
이처럼 근대 이전 교육은 획일적인 기준 대신 한 사람씩 맞춤교육을 하였다. 서당이란 작은 공간에서 여섯 살과 스무 살이 함께 배울 수 있었다. 때로 낡은 것이 새롭고 새로운 것이 낡을 수 있다. (79p)

상자와 보자기는 자본주의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금고, 장롱, 창고, 아파트 등은 자본주의가 만든 상자들이다. 아파트도 겹겹이 쌓아올린 상자가 아닌가. 소유한 게 많을수록 상자 크기는 커진다. 게다가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차’도 움직이는 철 상자라고 할 수 있다. (139p)

그러니까 들어오는 입구를 ‘현관’이라고 하는 것은 입구가 어두워서가 아니다. 가장 성스러운 데로 들어가는 문, 지상에서 정신적인 데로 들어가는 문을 현관이라고 정하는 거다. 도교에서 기를 순환시키는 최초의 장소를 처음 현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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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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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가 머무는 양수의 성분이 바닷물과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실제로 수정된 지 1~2개월 무렵부터 태아는 물고기 처럼 양수 속에서 아가미 호흡을 하며 지낸다. 이처럼 생명의 근원을 찾는 여행에서 깊은 바다는 예전부터 과학자들의 탐구와 탐험의 대상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는 약 4백년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4개 위성을 발견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야를 관찰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여전히 깊은 바다, 심해 탐사는 많은 장애물 때문에 더디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이란 희망어린 책 제목에 이끌려 4백 쪽에 이르는 조금은 난해한 독서를 시작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과학자인 저자 캐빈 피터 핸드는 우주에 있는 깊은 바다에서 생명체를 찾는 여정을 신나게, 담담하게 풀어낸다. 혹자는 그들에게 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는 나사의 우주 탐사 계획을 보다 깐깐하게 심사하는 추세라 한다. 그러나 그간의 경과를 살펴보면 우주 탐사를 위해 많은 인력과 재원을 투자한 결과 인류는 비약적인 기술 발전의 결실을 거뒀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약 11km 정도라고 한다. 최근 연구 결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두꺼운 얼음층 아래 수백 km 깊이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측정이 가능한 것은 탐사선과 고성능의 전파 망원경이 수집한 자기장과 스펙트럼 등의 자료를 분석하고 지구의 그것과 대조한 결과이다. 다만 목성까지 편도로 5년 넘게 탐사선이 이동해야 하고 시료를 채취하여 지구까지 가져 오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를 실은 로켓이 필요한데 현재의 기술력과 예산으로는 어렵다고 한다.

우주선 무게의 85%는 연료라고 한다. 현재까지 인류는 달과 지구 궤도까지 유인우주선을 보냈는데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대기권 밖으로 탈출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탓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이외의 행성 또는 위성에도 생명이나 그 흔적이 남아 있는지 탐사를 해오고 있다. 지구의 심해를 탐사하고 인체를 연구하는 노력 이상으로 말이다.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쉽게 읽어낼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포털 검색과 너튜브 영상 자료를 찾아보며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심해 탐사 잠수정을 타고 열수구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한다. 미지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심해와 머나먼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와 그 흔적을 찾는 지난한 여정은 이들의 열정 때문에 멈춤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우리나라 심해 탐사선이 인도양에서 열수구를 발견했다는 뉴스를 봤다. 분명 존재하고 있는데 이제사 인간의 눈(카메라)에 발견된 것이다. 광활한 우주 어느 곳엔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기에 저자의 부단한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각박한 세속 또한 우주에서 내려다 보면 어릴 적 멍 때리며 관찰하던 개미 떼와 다르지 않다.

*** ***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이견 없는 탄소의 여왕이다. 지표의 호수에서건, 아래의 바다에서건 타이탄은 아마도 생명이 필요한 모든 탄소를 갖고 있을 것이다. 깊은 바다와 탄소가 풍부한 호수의 조합으로 타이탄은 지표의 ‘기이한 생명체’와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이라는 용매에 기반을 둔) 지표 아래의 생명체를 뒤져볼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 (178p)

물론 우리의 보금자리 지구 말고 다른 세상은 생명을 품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바다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쪽이든 저곳에서 생명을 찾아내든 아니든 우리는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원하고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225p)

먼저 지구 너머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려면 적어도 다움 세 가지 사건이 일어났어야 한다. 생명의 씨앗이 뿌려져 생명이 기원하고 , 그 이후 생명체가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수를 불려 한동안 지속하고, 마지막으로 그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함을 알리는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한다. 생명체가 살았던 곳이라고 해서 그 생명체를 발견하거나 탐지할 방법이 확실한 것은 아니다. 지구만 보더라도 지각 활동이 암석을 재활용하면서 수십억 년 전에 존재했던 미생물의 화석 증거 대부분을 지워버렸다.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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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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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은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독자의 성별이 무엇이든 간에 불편한 지점이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되었든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이든 간에. 여성학 연구자인 정희진의 해제는 앤젤라.Y.데이비스와 그의 40년 전 저작을 이해하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 책을 읽기 전에, 그리고 책을 일독한 뒤에 해제를 다시 읽으면 뭔가 맥락이 잡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런 주제는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할 수도, 모두 담아낼 수도 없다. 개인으로서 사람과 사회를 이루는 사람 간의 관계는 다층적이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어떤 성별과 인종으로 필연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특정 계급 또는 계층에 자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해제 22쪽을 보면 흥미로운 글이 있다. 한국은 해방 이후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여성 참정권이 ‘저절로’ 주어졌다는 대목이다. 저절로에 작은 따옴표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여성 참정권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앤젤라. Y.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저절로’ 되지 않은 여러 가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아직도 멀고 먼 진정한 해방에 대해 13개 장에 걸쳐 다소 거친 주장을 한다. 읽다보면 거친 표현이 이해가 된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역사를 배울 때 노예 해방은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의 대표적 치적이요, 그의 결정에 영향을 준 소설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해리엇 비처 스토의 장편 소설로 1852년 발표)이란 정도로 ‘암기’한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책 ‘여성, 인종, 계급’은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자유와 인권을 위해 투쟁을 했는지 담담하게 소개한다. (알량한 지식으로 속단하는 잘못을 저지르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낌). 기득권을 쥐고 있던 백인 대통령이 시혜(은혜)를 베풀 듯 해방 선언을 한 것이 아닌 것은 흑인에 대한 린치가 그 뒤로부터 계속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대적인 약자-성별, 인종,경제, 정치, 문화, 종교 둥-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착취의 역사는 인간 역사에서 계속 발견되고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성별, 세대별 대결 양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자 상대적 박탈을 느낀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늘어나자 인종과 종교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도 표출된다. 이는 단순하게 보면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방어심리가 발동된 것 같다. 도덕을 배운 사람들답게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순리인데 어디 인간이 그러한가.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 군상 아니던가.

여성과 인종, 계급의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산적한 현안과 갈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나 비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증오 같은 원죄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하니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런 책을 시간 내어 읽어가며 이해와 공감을 하는 사람이 늘어가다 보면 이전보다는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해 본다.

*** ***
도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근거로 노예제에 반대하던 가장 급진적인 백인 폐지론자들조차도 급성장중인 북부의 자본주의 역시 억압적인 시스템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은 노예제를 구태의연하게 정의를 거역한, 혐오스럽고 비인도적인 제도로 여겼지만 북부의 백인 노동자들이 누리는 '자유로운'노동자라는 신분 역시 남부의 노예화된 '노동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집단 모두 경제적 착취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114p)

노예제는 채찍에 의지했던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성폭력에 의지했다. 백인 남성 개인에게 실제로 있든 없든, 과도한성욕은 사실상 제도화된 강간과는 전혀 무관했다. 그보다 성적 억압은 노예 소유주와 노예의 사회적 관계에서 본질적인측면이었다. 다시 말해서 노예 소유주가 주장하는 권리, 그리고 여자 노예의 몸에 대한 그들의 권력 행사는 전체 흑인에 대해 그들이 상정하는 재산권의 직접적인 표현이었다. 강간 면허는 노예제의 소름 끼치는 특징인 가혹한 경제적 지배에서 비롯되었고 동시에 그 경제적 지배를 용이하게 했다.(269p)

흑인 여성들은 노예 시절 못지않게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집 밖에서 노동을 수행했기 때문에 그들 삶에서 가사노동이 중심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들은 산업자본주의가 백인 중간계급 주부들에게 가한 심리적 피해를 대체로 면했다.산업자본주의는 백인 중간계급 주부의 미덕이 여성적인 연약함과 아내로서의 복종이라고 설파했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들은 연약해지기 위해 애쓸 수가 없었다. 가족과 공동체를 먹여 살리려면 강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341-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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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셋 - 인생을 변화시키는 독서의 힘
김용태 지음 / 더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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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부모도 어린 자녀들에게는 강권하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화려한 장정의 양장본 전집을 할부로 들이기까지 한다. 좋은 습관을 어려서부터 갖췄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것이고 이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독서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바로 건강을 위한 운동과 바른 식습관이 아닐까 싶다. 둘 다 쉬워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코칭을 받아야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는 분야이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마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과식을 하면 탈이 나듯 그러하다.

독서 습관의 당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근육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몸으로 느낀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도 사고력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니, 그런 상태임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너무나 뻔한 선동에 넘어가기도 한다.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하고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린다. 저자 김용태는 나이 40을 넘어서야 자기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목표가 없는 사람의 삶은 허무하다는 것을 느낀 저자는 바뀐 삶을 새로이 시작한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인생 목표를 세우고서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씩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삶을 살아내는 중이라고. 로또 같은 기적이 아닌 한 땀 한 땀, 삶이라는 거대한 자수를 놓아가는 성실함이 독서의 힘이란 것을 저자의 글을 읽어가며 느꼈다. 우리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책을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독서의 이유를 ‘인간’과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함이라고 정의한다. 수많은 책들은 그러한 고민과 성찰과 연구의 결과물이다. 어떤 책들은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현대인들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자극한다.

독서 리셋을 읽으면서 느낀 점. 독서에는 지름길이나 비법이 없다는 것. 다양한 기술은 있을 수 있지만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은 없다. 저자가 인고의 시간을 고뇌하며 활자로 옮긴 지혜는 독자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에 비례하여 전달된다. 그럼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이것이 이 책과 같은 길라잡이를 서가에 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을 이유다. 제3장 ‘독서에도 기법이 있다’ 파트에서 실전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수들이 검증한 것이니 자신의 폼에 맞게 수용하고 응용하면 될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제6장에서 ‘독서에서 글쓰기로’ 진보할 것을 제안한다. 최고의 자기계발은 바로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쓰는 것이라면서. 460쪽이 넘는 ‘독서 리셋’을 읽다 보면 저자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작심3일을 매주 2번씩 하라는. 아무래도 저자 스스로의 인생이 독서를 통해서 바뀐 생생한 경험이 있으니 이런 권면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 전반에 걸쳐 그간 저자가 섭렵한 수많은 명저와 작가들,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를 인용하는데 조금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독서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는 이 또한 유용한 자료일 것이니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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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고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한다. 남의 의견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은 가치관이 실종된 사람이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심하게 말하면 동물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안된다.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고 진리를 탐구하는 한편, 적절한 비판능력도 있어야 한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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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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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백만이 넘는 사람이 관람한 최민식 주연의 ‘명량’의 뒤를 이은 대작이 순항을 하고 있다. 박해일 주연의 ‘한산’이 그것이다. 예전에 배우 김명민이 마치 이순신의 현생처럼 실감나게 연기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영향인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의 23연승을 분석한 수많은 책들을 섭렵했다. 반면 서애 유성룡이 지은 ‘징비록’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한 줄 기사 이상을 더 찾아 읽지 않음을 고백한다. 어디 징비록 뿐인가. 수많은 실학자들과 그들의 대표 저작의 이름만 암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차에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이 장준호 교수의 정갈한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세상에 나왔다. 역자의 논문 중에 2011년에 쓴 ‘징비록의 저술 배경과 이순신, 원균에 대한 서술’이 눈에 띤다. 또 ‘징비록이 후대에 끼친 영향(2018년)’도 있다. 단지 한문으로 기록된 징비록을 직역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방대한 배경 지식을 이 책에 풀어냈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눠져 있다. 징비록 권1과 권2에 이어 ‘녹후잡기’를 소개하고 마지막에 해설을 덧붙인다. 이 책의 백미는 해설 부분이 아닌가 싶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전격 방문으로 촉발된 동북 아시아의 긴장 고조는 16세기 말 일본의 조선 침략과 삼백년뒤 일본 제국의 정한론이 여전히 휴화산처럼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자 장준호 교수는 해설 부분 제4장 ‘왜 지금 징비록일까’에서 현대 한국의 독자들이 4백년 전에 기록된 뼈아픈 반성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를 살펴보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유추할 수 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국난 극복을 위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그의 개인사는 영욕이 교차했음을 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파트에서 알 수 있다. 전후 파직을 당하고-아마도 이순신을 천거한 것도 한 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서 은거하면서 징비록을 저술할 수 있었으니 후손들 입장에선 다행(?) 아닐까? 어느덧 반백의 인생 전환점을 넘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지난 반세기를 무엇을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이순신은 말할 것 없고, 서애 선생, 수많은 의병들의 삶의 족적을 생생하게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사족. 징비록 곳곳에 인물평이 비수처럼 날이 서 있다. 예전에 읽는 난중일기에도 그러하다. 세상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기록될까? 아니 기록이나 남겨질까?

*** ***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가? 질서정연하고 안정된 모습인가 아니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가? 만약 당신이 혼란스럽고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앞으로 도래할 미래가 새로운 혼돈을 머금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물러서야 하는가 아니면 다가올 미래를 향해 헤쳐나가야 할 의지를 다져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후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후략, 3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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