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입니다. 비가 갑자기 많이 오네요. 조금씩 나누어오면 좋을 텐데요.
비와 정전과 시스템 문제로 한 회 쉬어가며 간단한 글을 좀 적어봅니다.


오늘은 잠시 지금 이야기 전개와 관련된 낯선 이름들을 정리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종종 독자님들께서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저도 책으로만 봐서 아는 내용들이라 자신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아는 범위
에서 정리해볼게요.

 


1. 잉글랜드와 영국


 

 

 

 


우리가 흔히 쓰는 영국이라는 말은 잉글랜드를 소리나는대로 한자로 옮긴 말이지요.

옛날에는 독일 프랑스도 덕국 법국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영국 미국 말고는 좀처럼 이렇게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머리가
복잡해지는 대목은, 지금 우리가 영국이라고 지칭하는 나라는 엄밀히 말해
잉글랜드가 아니라는 점이지요. 영국 안에는 잉글랜드 말고도 다른 나라들이
몇 개 더 있으니까요.


영국 사람한테 '당신 잉글리시(English, 잉글랜드 사람)입니까'라고 했다가
난처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젠 유명한 이야기지요. 제 지인 한 분도
그랬다가 "이보게 이방인, IRA라고 들어봤나"라는 답변이 돌아와 미안도 하고
당황도 하고 그랬다고 합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만화 <마스터 키튼>을 보신 분들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라는 이름이 낯익으실 거에요.


영국의 정식 명칭은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이래요.
연합왕국을 구성하는 건 네 나라인데요, 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 그리고
잉글랜드입니다. 이 네 가지, 아니 네 나라가 하나의 영국정부로 운영되고요, 실질적으로는
영국 의회가 국가 운영을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국가 원수로  되어 있대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형식적으로나마 국가 원수인 곳은 이 네 나라만이 아니라는군요.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역시 실질적인 국가 운영은 전부 총리와 의회가 하고
있는데요, 형식적으로는 국가 원수가 영국 여왕입니다. 심지어 이 나라들에 '총독'이란
자리도 있어요ㄷㄷㄷ 실권은 없다고 하지만요.)


갈수록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예. 일단 '캐나다 총독의 제도적 지위'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잊어주시고요(저도 전혀 감도 안 옵니다요ㅠㅜㅠㅜ), 잉글랜드는 영국의 일부라는 점만
기억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월드컵이나 유로컵에 잉글랜드 대표팀이 들고 나가는 깃발
이 왜 영국국기와 다른가 궁금하시면 다음 위키백과의 설명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위키백과 설명 보기


 

 

2. 잉글랜드 왕국과 앙주 제국

 

당시 잉글랜드 국왕이었던 헨리 2세는 집안에서 물려받은
프랑스 영역의 땅에다가 엘레오노르가 소유한 아키텐 지방까지 해서 엄청난 영토를 지배
하게 됩니다. 이걸 나중 사람들이 앙주 제국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해요.

 

 

 

 

 

 

사실 엄밀한 이름은 아닙니다. 제국이라뇨, 황제가 아닌 걸요. 헨리 2세는 황제는커녕
심지어 프랑스 왕 루이 7세의 봉신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프랑스 왕이
다스리는 프랑스 땅보다 헨리 2세가 손에 넣은 프랑스 내부의 땅이 더 많았대요. 이게
두고두고 문제가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 좀 지도가 낯설지요. 잉글랜드와 프랑스 일부는 들어가 있는데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부분만 들어가 있습니다. 오히려 프랑스 서쪽 땅이 더 영역이
커보이고요. 사실 그러다보니 리처드 1세는 영국의 영웅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저기서 서남쪽 부분이 아키텐 지방인데요,
아키텐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비슷한 기회 있을 때 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장마철에 건강 조심하고요,

시스템이 생각대로 잘 돌아오면 금요일날 다음 회 만화가 올라올 수 있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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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2012-07-0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감사해요.^^
무식한 저를 위해 이런 친절한 설명까지... 감격임다 ㅋㅎ
십자군이야기 보면서 세계사 지식이 많이 늘어 주변에 잘난척 좀 하고 있어요... ㅋ

나두 2012-07-05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작가님도 정전으로 컴퓨터 날아갔나요?
저도 오늘 비 때문에지 사무실 컴이 갑자기 꺼지면서 오전 내 작업했던 결산자료들이 다 날라갔다능...
불러오기했다가 아무 생각없이 저장안하기를 눌러 완전 다 날려버리고, 허망하게 있다가 십자군이야기 보다 갑니다. 비가오면 사람도 컴도 회로가 나가나봐요...
십자군 이야기에 빠져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서 감사^^

음유시인미스트 2012-07-0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p to RA!!

음유시인미스트 2012-07-0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와 부르고뉴의 마리....
중세 최고의 신부 두 사람인 듯...

??? 2012-07-0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사람들에 의해 부풀려지고, 용맹함을 너무 강조해서 영웅대접을 받고는 있습니다만 사자왕 리처드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무 이익도 없는 전쟁에 종교신념때문에 몰두하다 국고를 탕진한 무식한 지도자라고 하더군요.
 

현재 김태권 십자군 이야기 컬러링 작업을 하고 있는 컴퓨터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연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점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빠른 시일 안에 연재를 속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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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에는 12세기 영국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 <윈체스터 시편(Winchester Psalter)>에
나온 그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엘레오노르와 헨리, 등장하는 기사들의 복장 및 무장과
아울러, 사자 그림도 이 아름다운 채식 수사본을 따랐습니다. 실제로 <윈체스터 시편>이 제작
된 시기는, 헨리 2세와 리처드 왕자의 갈등보다 조금 앞섰다고 추정된대요. 그래도 거의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장소에서 만들어진 귀한 자료입니다. 날이 또 더워진다는데 컨디션 주의하시고
(제가 요즘 상태가 좋지 않거든요ㅠㅜ) 오늘 만화도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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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012-07-0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점점 더 흥미로워지네요. 이 얘기 하나만 해도 5권 다 채우겠어요^^
근데 좀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해요. 이 당시 역사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어서리...
아키텐이라는 지역도 어디인지, 그리고 그 당시 잉글랜드는 어디를 얘기하는지...
항상 재미있게 보고있슴다...^^
 

 

- 김태권의 쉬었다 가는 이야기 -

 

안녕하세요! 이 만화를 그리고 있는 김태권입니다

매주 월, 수, 금 연재를 진행하는 중

한번은 연재 대신 이렇게 근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기회를 가지려고요.

 

 

지난 주에 차례 마이크를 잡을 일이 있었습니다. 

 

1


월요일에는 대한문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거리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윤태호 작가님의 만화 '미생' 즐겨 보는데요,

1부 마지막에 주인공이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들렀지요. 늘 빚진 기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강연 주제는 '만평 그리기'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질문 시간에 제 만화들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어요. 기억 나는 질문 : "역사 이야기를 즐겨 그리는 이유가 있는가?"

"딱히 역사 만화를 그리려 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옛날 사람을 보면서 '평범하고 선량한 

분들이 왜 이런 어이없는 일에 침묵하거나 한몫 거들기까지 했을까?' 황당해 하는 것처럼

나중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나 겁이 나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어요.

 

동영상도 하나 올라왔네요. 저는 눌러서 재생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제 얼굴 보는 일을

무척이나 민망해 하거든요ㅠㅜ. 옛날 노래 제목처럼 <거울도 안 보는 남자>랍니다. 

 

 


일단 링크는 걸었습니다만... 저보다 이분 강연을 봐주세요 :

 

 

 

저보다 앞서서 강연을 해주신 노동자 분이신데, 잘 모르고 있던 3M 사태에 대해,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왕따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금요일에는 교보문고에서 마련해주신 조촐한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 전반부에는 반전 평화 이야기에 대해 말씀을 드렸고요, 후반부에는 

이주노동자 문제, 이민자 문제, 관용과 공존이라는 주제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유럽 사회의 요즘 무시무시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어요. 

SVP(스위스 국민당)의 포스터를 함께 보면서 강연에 와주신 독자님들과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었답니다.


영문 사이트라 좀 그렇긴 하지만, 여기 그 포스터가 나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wiss_People%27s_Party#Immigration

http://en.wikipedia.org/wiki/File:Spp-poster.jpg


포스터 색이 좀 이상하게 나오긴 했지만 한글로 된 관련 기사도 있네요.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234729.html

 

여러가지로 고민이 되는 요즘입니다.


아무튼 이것으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4권이 나온 후 외부일정은 거의 일단락된 셈입니다.

7월 중순에 강연 한 차례 말고는, 한동안 작업에 집중하면서 건강을 챙기려고 합니다

덥고 힘겨운 여름, 독자 여러분께서도 건강 챙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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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헌터리언 시편(Hunterian Psalter)에서 많은 그림을
차용했습니다. 특히 늠름한 사자의 모습은 헌터리언 시편 앞에 실린

별자리 그림에서 짜왔습니다. 12궁도 별자리가 꽤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서

만화를 통해서라도 소개하고 싶네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모습은

파리사람 매튜(Matthew Paris)가 13세기 중반에 쓰고 그린

<대 연대기(Chronica Majora)>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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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012-06-25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 헨리 2세 아들들 정말 멋지네염.
이 당시 관련된 책 아시는 분 있는지요?
연재 기둘리다가 숨넘어갈 것 같아 미리 예습을 좀 해야겠네염...^^

김태권 2012-06-26 14:49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이 만화 그리고 있는 김태권입니다. 한글로 된 알기 쉬운 책은 저도 잘 모르겠고요, <겨울의 라이온>이라는 영화가 헨리 2세의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영화이긴 하지만 배역진이 피터 오툴에 캐서린 햅번(엘레오노르로 나온대요) 등 후덜덜한 것 같아서 추천해드릴만하겠습니다. 저도 한번 구해서 봐야겠어요. 얼마 전에 DVD로도 나왔다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