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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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기 다른 다섯 작가가 1873년부터 1932년에 발표한 5편의 중편 추리소설을 묶었다. 수록작품을 발표 순으로 보면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데드 얼라이브"(1873년)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안개 속에서"(1901년)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버클 핸드백"(1914년)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1917년) "프랭크 보스퍼"의 "3층 살인사건"(1932년) 등이다. 이들 중 "윌리엄 윌키 콜린스"와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은 각각 "월장석" 과 "독화살의 집"으로 알고 있었으나 나머지 3명의 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전에 발표한 작품이라 현대의 스피디한 감각과는 약간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추리소설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수수께끼 풀이, 스릴과 서스펜스는 물론 풍자와 유머,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 등 작품 하나하나가 전통 추리소설의 고전다운 품격을 지니고 있다.

에드가 앨렌 포우가 1841년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발표하고 "마리 로제 사건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 후속작을 통해 현대 추리소설의 전범을 제시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추리소설에 뛰어들었으나,  포우의 작품과 견줄 정도의 걸작은 탄생하지 않았다. "콜린스"도 포우의 영향을 받아 추리소설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1860년 최초의 장편 추리소설 "흰 옷을 입은 여인"을 발표하고, 1868년에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월장석"을 발표하여 일부 비평가 사이에서는 포우의 후계자로 "코난 도일"이 아닌 "콜린스"를 꼽는 견해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데드 얼라이브"는 영어권 최초의 법정 스릴러물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콜린스의 치밀한 구성력과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안개 속에서"는 당대의 유명 저널리스트로도 맹활약을 펼쳤던 "데이비스"의 지적 매력이 돋보이고 막판의 반전이 훌륭한 작품으로 "엘러리 퀸"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이기도하다.

"버클 핸드백"는 "힐다 애덤스"시리즈 중 최고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간호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탐정이 등장하고 작가의 여성적인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한 작품 밖에 접해보지 않았지만 웬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시리즈와 같은 느낌이 난다. 후속 시리즈가 소개되면 꼭 읽어야 겠다.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당대의 명탐정 "아노"와 그의 조수 역할을 하는 "리카르도"가 활약하는 정통 탐정소설이다.

"3층 살인사건"은 영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프랭크 보스퍼"가 유일하게 남긴 추리소설로 일반적인 중편보다는 분량이 길어 장편으로 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먼저 연극으로 먼저 공연되고 몇 년후에 소설로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정된 공간에서 밀도있게 진행되는 한 편의 추리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1부를 다 읽은 순간 웬지 작품의 Plot이 예상되었는데 과연 그대로여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라면 이 작품집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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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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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토 다카코"의 1989년 데뷰작으로 "슌", "가나", "고이치" 3명의 10대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예쁜 이야기 4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길지 않는 분량이기도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청량하고 담백하여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정말 술술 읽힌다는 표현 그대로 단순에 끝을 보게 한다. 휴가 때 가져가서 부담없이 읽기에 적당한 소설이다.

첫 번째 단편 "서머타임"은 11세 소년 "슌"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해 여름의 추억이다.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가나"라는 한 살 위 누나랑 같이 살고 있는 "슌"은 평범한 소년이다. 어느 비오는 날 수영장에서 그는 "고이치"라는 소년을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해진다. "고이치"는 자동차 사고로 아빠와 자신의 왼쪽 팔을 잃고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는 13세 소년이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재즈 피아니스트인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아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고이치"는 "슌"에게 "서머타임"이라는 재즈곡을 연주해 주고 "슌"은 그 멜로디에 깊이 끌린다. 어느새 "가나"까지 "고이치"와 친해지게 된다. "가나"도 "고이치"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되고 "고이치"도 왈가닥스럽기도 하지만 숨이 막히게 예쁜 "가나"를 좋아한다. "가나"는 한 손으로 타다가 넘어져 다친 이후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는 "고이치"에게 맹렬히 자전거 연습을 시키지만 이 때문에 둘은 싸우게 되고, 곧 "고이치"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서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이제 19세 대학생이 된 "고이치"가 "슌"과 "가나" 앞에 다시 나타난다.

"5월의 꽃길"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가나"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만나게 된 무렵의 이야기이다.
"가나"가 분홍빛 철쭉으로 곱게 만든 꽃 길을 누나의 뒷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 온 "슌"의 자전거가 짓밟아 버렸다. 아름답고 예쁜 것에 눈을 뜬 누나와 이를 알 수 없는 남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9월의 비"는 17세의 소년으로 성장한 "고이치"가 나온다.
겉으로는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엄마를 빼앗기는 것이 정말 싫은 것이 고이치의 본 마음이다. 그런 그의 앞에 그 동안 등장했던 사라졌던 몇 명의 새아빠 후보자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후보자가 나타났다. 복잡한 심경으로 갈등하지만, 그 "다네다"아저씨에게 자전거 뒤를 잡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화이트 피아노"는 14살이 된 "가나"의 겨울 이야기이다.
친구 아버지의 피아노 전시장에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센다"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쩌면 짧은 편지에 적힌 '다시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이 고이치의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 닿는다.

4편의 단편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있다. 각 단편의 화자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에 주인공 각자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4편의 이야기가 각각 여름 봄 가을 겨울 사계가 배경이지만 계절이 한결같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피아노"와 "자전거"가 각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이다.
"상투적이야~"하면서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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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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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인 "오쿠다 히데오"는 마흔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로 소설가로 데뷰하였다. 대개 데뷰작은 작가가 가장 쓰고 싶었던 이야기일 경우가 많아, 대부분 작가는 자신의 데뷰작에 대해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오쿠다 히데오"에게도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작가의 이력과 오버랩되어 반쯤은 자전적 소설로 읽히는 "스무 살, 도쿄"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면서도 보물과 같은 LP를 백여 장이나 챙겨 떠날 정도로 팝 음악에 심취한 세대이다. 그는 존 레넌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다.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 존 레넌이 죽었구나......,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코를 한 번 훌쩍 들이켰다. 1980년 12월9일을 나는 아마 잊지 못하리라. '이메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영어가사는 고등학교 때 외웠다. 하지만, 뭔가 같잖은 짓인 것 같아 중간에 관뒀다."

그룹 "비틀즈"는 1962년 정식으로 데뷔한 이후 "폴 메카트니"가 공식적인 비틀즈 탈퇴를 선언한 1970년까지 8년 가량 1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했다. 그들은 공식적인 활동기간 보다 훨씬 오랫동안 같이 지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존 레넌"은 두 살 어린 "폴 매카트니"와 연주했고 바로 1년 뒤에는 "조지 해리슨"이 밴드에 합류했다. 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비틀스는 음악가로서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성공, 돈, 명성, 여자까지 모든 것을 얻었다. 하지만, 이와 반비례하여, 그들은 점차 지쳐 갔다.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팬들과, 똑같은 히트곡들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힘겨워 하던 그들은 스스로 휴식기를 가졌고, 그 휴식기 후 녹음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서 그들은 각자의 음악적 관심사가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고,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사망으로 팀내 균열은 더욱 심해졌다.

이와 함께, 존 레넌은 1966년 11월 영국의 한 갤러리에서 "오노 요코"라는 일본 출신의 행위예술가와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요코와 만날 당시 존 레넌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한다. 존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개척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강했는데, 그 즈음 그는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졌음을 깨닫고 이를 매우 괴로워하여 새로운 예술의 길로 뛰어들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존은 요코의 예술관에 매혹되어 부인과 이혼하고 1969년 여덟 살 연상의 요코와 결혼하여 그녀와 같이 전위예술가의 길로 나선다. 하지만, 그들의 결합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차가웠다. 비틀즈의 숭배자들은 팬들을 배신하고 해괴한 짓을 일삼는 요코를 선택한 존에 대한 분노를 몽땅 요코에게 투영하였고, 언론들도 비틀즈 해체의 주요원인을 모두 요코의 탓으로 돌렸다. 이후 요코는 "존 레넌을 유혹한 요부, 비틀즈를 망친 마녀, 존 레넌을 출세의 도구로 이용한 악녀"라는 평판이 따라 다녔다.

하지만, 존 레넌과 오노 요코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 소설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창공에서 유유히 빛나는 세계적인 수퍼스타가 어쩌면 나의 손이 닿을지도 모르는 가까운 곳에서 숨 쉬고있다는 상상이 이 소설의 주요한 창작동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존은 1976년부터 1979년까지 매년 여름을 일본에서 보내었다고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잘 알려지지 않는 일본에서의 존의 생활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그려 내었다.

이제 막 중년으로 접어들려는 한 남자에게 닥친 삶의 근원적인 슬픔과 고뇌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아이와 아내의 힘으로 함께 극복해가는 과정을 슈퍼스타가 "변비"에 걸렸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끌어가고 있고 "오봉" 등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과 일본식 생사관, 사고방식을 소설의 근저에 은근하게 깔아 놓고 있다.

후기에서 작가는 말한다.
"올해는 그의 탄생 60주년이다. 살아 있으면 그도 환갑이라 생각하니 다소 감개가 무량하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가 죽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존 레논에 바치는 오쿠다 히데요식 헌정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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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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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된 때가 언제부터였는지?
한글을 깨치고 난 후 나는 구슬치기, 딱지놀이보다 책 속의 인물들과 그들 앞에 닥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훨씬 재미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곧 바로 책 속의 세계에 매혹되었다. 70~8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내고 책 읽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 속에 있을 “계몽사” “금성출판사” “계림문고”와 가까워졌다. 때론 친구들과 “홈즈”냐 “뤼팽”이냐로 실랑이 하기도 하고, “쿠오레”에 나오는 아이들과 나의 학교생활을 비교하며 나름의 도덕관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 시절 그토록 나를 매료시켰던 책들이 “완역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십오소년 표류기”등 쥘 베른의 작품이 나오고, “걸리버 여행기” “홈즈시리즈” “뤼팽 시리즈” “아라비안 나이트” “서유기” 등이 아동용 축약본이 아니라 온전한 모습 그대로 출간되었고, 추억을 다시 읽듯 빠짐없이 새로 읽고 있다.

나는 “행복한 왕자”가 싫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한 왕자”가 그려낸 그 비극적 세계가 싫었다. 세상은 착은 사람과 악한 사람만이 있고 착한 사람은 결국 행복해야 한다는 동화적 세계관에 익숙했던 아이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씩 내어 놓고 자신을 도와주던 “제비”까지 죽음으로 이끈 그의 세계가 두려웠다. 단지 선생님과 엄마에게 꾸중 듣는 것이 “비극”의 전부였던 아이에게 행복한 왕자에서 그려낸 실제와 같은 생생한 비극의 세계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다. “이봐, 소년! 인생은 결코 동화가 아니라네”라는 나지막한 속삭임에 귀를 막고 한사코 듣지 않으려 한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고 널리 사랑받는다는 영국 작가이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 극작가로 이름을 떨쳤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단 한 편의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존재로 남은 사람이다. 청년시절부터 사교계의 타고난 재담꾼으로도 이름 높았고 “유행어 제조기”라 할 정도로 재기발락하고 촌철살인의 경구를 구사한 인물이다.

다시 나온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동화”를 읽었다.
그는 “환상동화”에서 권선징악 구조를 가진 기존 아동용 “동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청교도적 질서와 기독교적 세계관에 갇혀있던 “개인”을 끌어내고 있으며, 그의 사회철학과 예술철학을 동화 속에 투영하고 있다.

먼저 “유미주의”이다. “별아이” “왕녀의 생일” “어부와 그의 영혼” “젊은 왕”의 주인공들은 모두 아름다운 것은 무조건 찬양하고, 추한 것은 혐오하며 짓밟는 유미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유미적 취향은 이야기 속에서 결코 완전하게 충족되지 못하고, 오히려 주인공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환상동화들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동성애”적 결속감이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이기적인 거인”에는 한쪽 캐릭터가 “제비” “나이팅게일”로 의인화되거나, “천사”라는 설정이기 하지만 주인공의 유대 관계는 점차 친밀함을 넘어 애정으로 발전한다.

이 책이 이미 나온 다른 “완역본” 기획들과 다른 점은 독특한 책의 “비쥬얼”이다.
스타일이 다른 4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각기 다른 해석으로 9편의 이야기에 그림을 입혀내었다. 책 속에 삽입된 일러스트는 원작의 이미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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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 러브 -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첫 장편소설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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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8월30일부터 12월 초순까지 어느 한 남자의 일상과 내면을 잔잔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그 남자, "시치로"는 "사랑받지 못한 것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 남자이다. 한 때는 베스트셀러 게임을 창작한 게임 디자이너이지만 지금은 일을 그만 둔 상태이고, 그 해 1월에 "아내"와 이혼한 상태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츠다"는 "시치로"의 대학동창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현재는 벤쳐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숱한 여자들과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또 금방 관계를 정리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독신남이다. 친구에게도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이는 시치로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소설은 장의 구분이 "8월30일 낮" "8월31일 오후 7시" "9월1일 오전 2시" 등과 같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일상의 묘사로 진행되다가, 별안간 "2년 전, 12월 중순 오후 10시" "91년" "2년 전 크리스마스"식으로 특정 시간대로 시점이 비약한다. 이러한 기법에 대해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5년 전'이라고 까만 바탕에 흰색 글씨가 나오면 회상하는 듯한 느낌 없이 곧바로 현재 진행형에서 5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또 화면이 까맣게 바뀌면 이번에는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에 살인청부업자가 있는 장면으로 돌아옵니다. 그 장치는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 5년 전,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 때는 그랬다'라는 말은 하지 않고 쓰고 싶었습니다." - 나가시마 유(本の話, 나카무라 코우와의 좌담회에서) -

이 소설은 사건과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하여 이야기가 심화되는 그런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시종 "시치로"와 "츠다"의 일상(주로 술자리)이 담담하고 무심한 듯한 문체로 묘사된다. 의미없게 보이는 대화들 속에서 어떤 의미나 이미지를 포착해 내어야 하는 책 읽기라 녹녹하지는 않았지만 지루한 소설은 아니다. 두 남자와 이 둘과 엮인 여자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중심이므로, 인물들의 쓸쓸한 내면이 "사랑"이란 당의정이 씌워져서 묘사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이지만, 누구나 쉽게 달려들 수 있는 문제이므로 독자들은 "이까지 것 쯤이야"하며 가볍게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달려들 수 있다.

"시치로"는 헤어진 아내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쿨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인연의 끈을 다시 잇지도 과감하게 놓지도 못한다. "츠다"는 "결혼은 문화"임을 강조하고 "문화"를 꿈 꾸지만 문화적 관계에서 철저히 소외당한다. 이 소설의 원제 "Parallel"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한 인간관계라는 것도 결국은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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