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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곁에 있던 누군가를 떠나 보내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이 가슴이 시리도록 절실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첫사랑이 그러할 때가 많다.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몰랐던 서툴기만 한 첫사랑은 상대를 향한 감정과 몸짓이 서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는 소설 속 인물 '시즈루'의 마음은 가장 순정한 형태의 사랑 방식이다.
이 소설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손에 잡기 보다는 놓쳐 버린다. 그래서, 첫사랑의 기억은 영원한 노스탤지어로 남겨진 채, 가끔 한 번씩 가슴 속으로 서늘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 개인적으로 연애소설은 그다지 잘 읽지 않는다. 특히, 베스트셀러가 된 연애소설은 더욱 손이 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호응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 이야기는 신파에 가까울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치카와 다쿠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대형 베스트셀러를 생산한 바 있는 작가이고, 이 소설 역시 이치카와 다쿠지식 정통 연애소설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나와 인연이 없을 책인데 한 가지 우연한 사건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어느 모임이 있었는 카페에서 일본영화 한 편을 틀어 주었다. 조금씩 지루해지는 의례적인 대화대신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제목의 그 영화로 눈길을 주다 보니, 군데군데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고 불과 30여분 정도만 보았지만 의외로 여운이 남았다. 아마도 현재로부터 과거의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구조가 전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작이라는 이 소설을 구해 읽었다.
이 소설은 영화와 관계가 깊다. 2007년에 '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마키 히로시' 주연으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고, 이 소설 자체도 작가가 2003년에 나온 '히로시에 료코'와 '마츠다 유헤이'가 주연한 영화 '연애사진'에 대한 오마쥬로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영화 속의 주요 설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영화와는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열 여덟 살의 봄, 대학 신입생 마코토는 캠퍼스 뒤편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처음 시즈루를 만난다. 통행인은 생각하지 않고 씽씽 달려 버리는 차들 때문에 길을 건너기 어려운 횡단보도에서 한참동안을 손을 치켜들고 있었을 그녀에게 마코토는 100미터쯤 앞에 신호가 있는 건널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며 처음 말을 건넨다.
마코토는 가려움증 연고 때문에 항상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하는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여자와는 손조차 잡아 본적이 없는 짝사랑 베테랑이다. 그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시즈루는 아동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자른 짧은 머리에 초콜릿 색 안경을 쓴 아직 소녀같은 겉모습에 작은 도넛 비스킷을 주식으로 먹는 독특한 스타일의 여대생이다.
마코토와 시즈루는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둘만의 추억을 쌓아 가고, 시즈루는 순수하고 친절한 마코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마코토에게 시즈루는 언제까지나 친구일 뿐이다. 사진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은 날, 둘이 같이 자주 가던 '천국'이라 불렀던 숲에서 두 사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첫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시즈루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시즈루가 보낸 엽서 한 장이 마코토에게 날아온다. "마코토, 지금 뉴욕으로 와주겠어?" 마코토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