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 초등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귀와 말문트기 영어회화의 획기적인 커리큘럼 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이시원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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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작 후 3년 만에 10만명이 수강하는 등 영어교육 시장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시원스쿨' 영어강의 내용을 고스란히 녹여 낸 책이다. 처음 책을 펼치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간단한 기본 문장들만 쭉 나열되어 있는 책의 구성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처음 이 책을 볼 때 '참 특이한 영어책이구나!'하는 느낌이 들것이다.

'시원스쿨닷컴'의 대표이자 대표강사인 저자는 "영어는 단어의 연결"이라고 시원스럽게 단언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거의 십 년 이상을 공부하여도 영어로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데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영어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단어는 알더라도 그것을 적절하게 연결할 줄 모르거나 연결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고, 셋째는 영어 단어도 알고 단어를 연결시킬 줄도 알지만 빨리빨리 연결이 안 되서 표현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단한 문장조차 재깍재깍 말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고 단어를 연결하는 법을 배워서 그것을 바로 바로 입 밖에 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구성한 책이다. 즉,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어려운 영문법 설명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책 내용의 대부분을 생활에 필요한 기본 문장을 토대로 단순한 접속사의 연결과 긍정과 부정의 연습을 반복하는데 할애하여 입에서 영어가 붙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저히 배울 엄두도 나지 않았다는 영어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는 식의 수강생들의 체험담은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자신의 것이 되어 입에서 1초만에 나오게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지은이의 생각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부록으로 책 속에 수록된 저자의 동영상 영어강의도 재미있다. 저자의 선창에 따라 학생들은 I like, I want, I go, I come, I work, I eat, I drink, I take, I sleep, I take a rest와 같은 문장을 시종 반복하여 따라 하고 있었다. "영어는 아주 쉽고 단순한 언어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의 강의는 쉽고 즐겁게 수강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책 자체가 보통의 영어 학습책과 좀 다르기 때문에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시원스쿨의 1강, 2강 강의를 먼저 들어보고 책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독특한 영어 학습법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무런 도움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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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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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개마을'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지금은 사라진 도쿄의 '가스미초'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청춘과 가족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씌어진 여덟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연작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가스미초 이야기', '굳바이 닥터 해리', '해질 녘 터널', '여우비'는 우정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푸른 불꽃', '평지꽃', '유영', '졸업사진 등에는 잔잔하지만 깊은 가족들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읽는 것도 이 작품집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가령, 어용 사진사로서의 긍지가 높았던 주인공 '이노'의 할아버지와 한 때 최고의 게이샤로 이름 났던 할머니의 관계와 함께 가슴 속 앨범의 한 귀퉁이에 여전히 아픈 사랑으로 남아 있는 노신사와 할머니의 관계가 동시에 등장한다. 끝나지 않은 할머니의 첫사랑까지도 마음으로 품어 주는 할아버지의 넉넉한 사랑과 첫사랑이 준 꽃다발을 눈물 흘리며 강물에 던져 버리는 할머니의 사랑이 애틋하다.

그리고,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스승이자 장인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와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벽을 넘어 누구보다도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친구같은 할아버지와 주인공의 관계도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준다. 스승을 위해 자신의 카메라에 필름을 끼우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손자의 18년 삶 순간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아사다 지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설을 쓸 때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쉽게 그리고 아름답게 쓰는 것이다. 아름다운 소설은 읽는 순간 독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사라지게 한다"

최소한 여지껏 내가 읽은 범위 내에서 아사다 지로의 작품 세계를 이 말보다 더 예리하게 집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은 정말 잘 읽힌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탁월한 면이 있는 작가이다. 그런데, 아름답게 씌어진 그의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울림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가 그리는 인간애, 가족간의 사랑, 아련한 노스텔지어, 신파성 멜로 등은 좀처럼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기 때문이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는 아사다 지로의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계로도 작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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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을 부탁해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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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는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근무하였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광고회사라는 게 본시 크리에이트가 중요하고 또한, 어느 정도 문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문단에 데뷰하기 전에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드물지 않다. '오기하라 히로시'와 '오쿠다 히데오'도 광고회사 경력이 있는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소설을 몇 편 읽다 보니, 저마다 작가적 개성은 달랐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슷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경쾌한 유머감각이 소설 전반에 은은하게 배여있다는 점과 세태묘사에 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광고를 다루다 보니 언어를 감각적으로 조탁하는 훈련과 당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눈을 자연스럽게 키웠던 점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일곱 명의 대학생들의 일 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론사 입사시험이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입사가 어려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학생들도 언론계 진출을 선망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 열망에 비례한 만큼 취업도 어려운 모양이다. 작가는 이러한 세태에 착안하여 언론계 입사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이 처한 사회적, 정신적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과 취업 준비과정을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서 흥미롭게 녹여 내고 있다. 한국과는 같은 점이 많으면서도 다른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과정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취업준비를 위한 그룹 스터디, 인턴생활, 입사희망 회사에 재직 중인 선배와의 미팅, 면접 과정 등 취업과 관련된 상황들이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는 대학 3학년생 '미즈코시 치하루'가 언론계 취업을 공동으로 준비하기 위해 결성한 취업 동아리 창립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스커트를 입고 약속 장소로 서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치하루는 매사에 낙천적이면서도 직선적인 성격이고, 그녀의 남자친구 '기쿠타 요시히로'는 동안에다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 출판사나 신문사 입사가 목표이다. '사사키 에리코'는 타고난 미모에 외국어도 능통한 재원이고, '이누야마 노부코'는 여성지를 좋아하여 여성지 편집자를 지망하고 있다. 모임의 리더격인 '도미즈카 게이'는 명석하고 냉정한 기자 지망생이고, 까칠한 성격의 '구라모토 히로시'는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고야나기 신이치로'는 평소에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일단 의견을 냈다 하면 주위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친구이다.

'전원 언론계 진출'이라는 목표로 모인 일곱 명의 청춘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희망은 다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함께 분투한다. 일 년 동안 갖가지 사건들을 뒤로 하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들의 일부는 TV 방송국 아나운서, 신문사 기자,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 등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여 실의에 빠진 친구도 생긴다.

"있잖아, 취직이라는 건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거야. 혹시 떨어진다 해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안 맞는다거나 운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하면 돼. 전혀 자책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자꾸 여기저기 부딪쳐 보면서 자신하고 딱 맞는 곳을 만날 때까지 도전하면 되는 거야"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일들 중의 하나인 '취업'이라는 관문 앞에 선 사람들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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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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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여탐정 '히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두 번째 연작 단편집이다. 전작에서 히무라는 청소전문가, 전화상담원, 자유기고가 등 열 손가락으로도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하세가와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게 보이는 이십대 후반의 아가씨지만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 휘 말린다든지, 난데없이 어이없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든지, 심지어 살해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도 경험한다. 이런 '트러블 메이커'의 면모에다가, '조사하고 확인해서 흑백을 가려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버릇'까지 보태니 히무라의 사건에 '적당히'는 없다.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악의'와 '독', 그리고 '오싹한 뒷맛'이다. 작가가 그리는 '악'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고 악인은 대개 우리 곁에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이러한 면이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서 멀어지는 독자도 존재한다.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기묘한 사건, 악마같은 두뇌를 가진 범인과 천재적인 탐정이 펼치는 전통적인 구조의 미스터리는 마치 판타지와 같아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건을 감상할 수 있지만, 와카타케 나나미가 보여 주는 일상의 '독'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직면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된 4종의 작품이 모두 단편집이기도 하지만, 와카타케 나나미는 미스터리 단편을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의문의 죽음, 수수께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 등 미스터리에 걸 맞는 소재들을 이리저리 재단하여 오밀조밀하게 구성하는 솜씨에 오싹한 뒷맛을 남기는 마무리까지 그다지 흠잡을 것 없이 깔끔한 단편들이 많기 대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연작 단편집의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쉽게 가지 않고 한바탕 기교를 부리고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독자들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처음 국내에 소개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어느 해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월 한 편씩의 이야기를 사보에 싣는 형식으로 구성되다가, 마지막에 전체를 아울러는 대담한 미스터리를 등장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네 탓이야'에서는 딸에게 빌린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사건현장에 달려가는 중년의 경찰 '고바야시 순타로'와 히무라가 각각 한 편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역시 마지막 단편에서 마침내 한 사건으로 둘이 만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이번 작품집 '의뢰인은 죽었다'는 한 계절에 한 편씩 이야기를 배치하고, 첫 번째 단편에 등장하는 짙은 감색양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마지막 단편에도 등장함과 동시에 다른 사건에도 일부 관여한 흔적을 남긴다.

수록된 9편의 단편 중 특히 좋았던 작품은 표제작인 '의뢰인은 죽었다'와 '여탐정의 여름휴가', 그리고 서술트릭이 구사된 제목을 밝힐 수 없는 단편이다. 검사조차 받은 적이 없는 난소암 통지서에 당황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의뢰인은 죽었다'는 단편이 가져야 할 미덕을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잘 구비한 웰메이드 단편이고, '여탐정의 여름휴가'는 읽을수록 어딘지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에서 볼 수 있었던 정취가 느껴지는 깔끔한 소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단편에서도 효과적으로 서술트릭을 구사한 한 작품도 나름 나의 취향에 맞아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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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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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서른 넷,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감행한 전직 잡지사 기자는 요리학교 졸업 후 현장 실습의 일터로 남들이 가기를 꺼리는 '씨칠리아'하고도 시골 마을인 '모디까'에 있는 '파또리아 델레 또리'라는 레스토랑을 택한다. 여름 한 철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으로 한 해를 먹고 산다는 그 곳에 마침 지은이가 도착한 때가 바로 그 시즌이라 신출내기 요리사는 도착 첫 날부터 밀려드는 엄청난 주문에 시달린다.

대개 레스토랑 주방은 온전히 남자들만의 영역이다. 마치 냄비를 집어 삼키려는 기세로 붉은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는 화기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기름보다도 더 뜨거운 남성 호르몬으로 충만한 곳이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실력과 실력의 충돌, 권력을 향한 암투, 심지어 폭력까지도...

이 책은 1년간 '로베르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탈리아 요리와 씨름했던 지은이가 경험한 요리학교에서의 추억, 씨칠리아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 그 곳에서 겪은 일상사,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엮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기자로 일했던 지은이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의 글은 프로페셔널하다. 책 전반에 녹아있는 재기발랄한 문체와 자연스러운 유머감각은 책읽기를 쉽게 만들고 집중력을 유지시킨다. 또한, 글은 재미 뿐 아니라 만만찮은 사유의 깊이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도 많다. 단지, 이국의 풍광과 문화에 대한 경험담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의 편견과 상식을 전복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꺼리들을 발견하여 이를 경쾌한 어법으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또한 빠뜨리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부분은 요리에 지은이의 철학이다. 요리사는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올바르게 유지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무엇인가 거창한 것을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나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라"라는 말 속에는 그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요리와 삶의 스승으로 생각하는 씨칠리아의 주방장 '주제뻬 바로네'는 좋은 재료를 직접 자신이 구하지 않고, 그저 전화로 배달만 받는 '미슐랭'에 나오는 스타 요리사를 경멸하고, 멀리서 수입한 고급 재료를 자랑하는 요리사에게 호통을 쳤다. 공장화, 기계화로 생산되는 식재료의 역사를 안타까워하고, 돼지나 닭이 항생제와 호르몬의 늪에서 신음하는 걸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사료가 되고 있는 현실을 분노했으며, 항상 지역 어린이들이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머리를 싸맸다. 그건 영양학자나 교육자가 할 수 없는 일이고, 요리사는 아이들의 어머니처럼 먹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세상은 속도전과 산업화에 길들여져 이처럼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지은이는 '시장'과 '들판'을 아는 '진짜' 요리사를 꿈꾸고, 이러한 관점에서 '슬로우 푸드', '로컬 푸드', '유기농'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오랜만에 읽은 유쾌하고도 여운이 남는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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