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 카툰 - 보이지 않는 영과 혼의 세계를 찾아가는 카툰 라이프
오차원 지음 / 펜타그램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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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UFO, 사후세계와 심령현상, 초 고대 문명의 존재 등은 영원한 미스터리이다.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재 여부가 불명하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이 책은 심령현상에 대한 지은이의 체험담을 카툰으로 엮은 것이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등장하는 전형적인 귀신 이야기에서부터 유체이탈, 빙의, 악몽, 귀접 현상 등 실로 다양한 심령현상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모든 기묘한 현상을 끊임없이 경험하였다는 지은이의 고백이 놀랍다.

지은이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영안(靈眼)이 발달하여 소위 신기(神氣)가 있었다고 한다. 모태 안에서 바깥을 내다본 사실이 기억 나는가 하면, 잠을 자다 깨어 보니 귀신이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반 사람들은 평생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미지의 세계와 맞닥뜨리곤 하였다. 불쑥불쑥 찾아 오는 고통스러운 심령체험 때문에 악화된 몸과 정신의 건강을 회복하고자 현재는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조그만 도시에서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은둔생활을 수 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지은이는 자기의 장기를 살려 본인이 체험한 실화를 카툰으로 표현하였다. 사실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지은이는 결코 이 카툰을 흥미 본위로 과장하여 그린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 심령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 카툰 자체는 간결한 흑백 톤의 일상과 화려한 컬러 톤의 심령 세계가 대비되어 있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그림체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카툰은 원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연재 중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댓 글이 많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별로 영적이지 못하여 심령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지은이의 체험담들이 다른 세상의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지은이가 소개한 여러 가지 체험 중 '가위눌림'은 나도 드물지 않게 경험하곤 한 현상이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이 부분을 아주 유심히 보았다.

나는 가위눌림이 심령현상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단지, 육체적으로 힘들 때나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할 때 꾸는 '악몽'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실, 자면서 가위를 눌리면 정신(또는 감각)은 말짱한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 고통(내지는 공포)가 말도 못하게 심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왔다는 것은 그 만큼 내가 영적인 감수성이 무디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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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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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고향인 '스오'라는 작은 도시를 떠나 도쿄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 온 '요지'는 거의 2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그가 일해온 출판사는 경영부진으로 겉만 벼락부자인 사장이 운영하는 방송국 산하로 편입되면서 대대적인 인사폭풍이 몰아친다. 회사에 남아 뜻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거나 한직으로 쫓겨 가거나 기로에서 그는 사표를 던진다. 그 해 봄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여름에는 대학에 재직 중인 아내가 연구를 위해 1년을 기한으로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홀로 고향집을 지키고 계신 아버지의 곁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 딸 '미나코'와 함께 내려온 것이다.

고향집은 2세대가 함께 살수 있도록 개축되어 있었다. 외동아들인 요지의 귀향을 염두에 둔 어머니의 무언의 압력이었지만 정작 어머니는 그 집에서 한 달을 채 지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쓸쓸해 할 할아버지를 생각했는지 미나코는 엄마와 함께 미국행을 선택하지 않고 다니던 사립학교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까지 불사하며 요지를 따라 내려왔다.

오랜만에 머무는 고향에서 요지는 그 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고교 시절 야구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가 다닌 '슈코'는 지방 소도시에 하나쯤은 있는 소위 전통의 명문고였고 야구부는 졸업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성원까지 한 몸에 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성원만큼 야구 실력은 따라 주지를 않아 '고시엔' 대회 지역 예선 조차 초반에 탈락하기 일쑤였다. 야구부의 에이스였던 요지가 3학년인 해 여름, 슈코는 기적과 같은 승부를 연속해서 펼치며 사상 처음으로 지역예선 결승전까지 진출한다.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꿈에 그리던 '고시엔'의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야구부에 닥친 불의의 사건으로 싸우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 사건의 충격으로 요지는 여지껏 살아온 고향 땅에 환멸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되었고 그 후 줄곧 고향을 멀리하며 살았다.

서른 여덟의 남자에게 닥친 세상살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회에 진출하여 시작한 '일'은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 '앞 날'이라든지 '선택'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끊어지지 않는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지고, 이제 연로해지기 시작하는 부모님까지 책임질 준비를 해야만 한다. 지금 요지에게도 이러한 인생의 짐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제 중년으로 진입하려는 한 남자의 일상과 내면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의 저변에 '야구'가 있다. '熱球'라고 씌어진 야구공과 함께 치고 던지고 달렸던 추억 속의 나날들이 요지의 기억 속에서 하나씩 재생된다. 그리고, 이십 년이나 지난 지금의 사연들도 야구를 매개로 이어지고 미래를 기약하기도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옛날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훈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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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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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결혼생활이 권태기로 접어드는 것일까? 연애시절 불꽃같은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사그라져 버리고, 연애관계는 생활관계로 접어들게 된다. 본시 생활이라는 것에는 갈등이 필요적으로 수반되는 법인데, 특히 그것이 고조되는 시기가 있다. 이 고비를 무난히 넘기면 부부로서 함께 해로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도에 부부의 연이 끊어져 버린다. 그런데, 막상 배우자와 헤어진다는 것은 상당한 마음의 결단이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 마저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차라리 배우자가 이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감정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이들은 공동의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이다. 전직은 회사원, 기자, 방송작가, 시인으로 다양하지만 공동작업을 통해 작품을 생산한다. 작품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각자 배경 묘사를 위한 정보 수집이나 취재작업, 스토리 구성작업, 전체적인 집필작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장을 다듬는 작업 등 자기의 장기분야를 하나씩 맡아 분업을 하는 식이다. 삼사십대 중반인 네 남자의 공동창작은 비교적 성공적인 궤도에 올라선 상태이지만, 다들 결혼생활에 다소간에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사내는 아내에게 꼼짝도 못하는 전형적인 공처가 스타일이다. 돈 관리를 비롯한 가정생활의 온갖 대소사가 모두 아내의 독단에 의해 정해질 만큼 아내의 기세에 눌려 살고 있는 처지이다. 물론 이혼도 아내의 거부로 절대 불가능한 상태이다. 두 번째 사내는 부부관계가 권태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혼을 생각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아내보다 훨씬 어린 애인이 생겨 버렸다. 세 번째 사내는 오랜 독신생활을 청산하고 어여쁜 여자를 아내로 맞아 신혼생활을 구가중이지만 나이 어린 아내의 육탄공세에 조금씩 질려가고 있다. 네 번째 사내는 살림에 열심인 참한 여자를 아내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렇게 문제없는 가정생활이 자신의 시인으로서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막연하게 나마 아내의 부재를 바라는 네 명은 '마누라 죽이기'를 소재로 신작을 구상하면서 이번에는 작업 스타일을 바꾸어 각자 한 편씩 이야기를 만드는 옴니버스 형태를 시도하기로 한다. 평범한 스토리텔링 형식, 인터뷰 형식의 구성, 시나리오 스타일 등 다양한 형식에 각자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처지를 투영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소설로 구상한 이야기와 비슷한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기 시작한다.

1976년 등단이후 500편이나 되는 작품을 생산하여 일본에서도 다작 작가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가 198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유머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별다른 묘사없이 스토리텔링이 쭉 이어지므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 가독성은 좋지만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유머 소설에 있으면 금상첨화인 페이소스 같은 것도 별로 찾아볼 수 없고, 스토리 전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다만, 두 번째 사내의 애인이 이별을 선택하는 과정과 네 번째 사내의 아내가 손에 들어 온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 정도가 생각이 난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네 사내의 아내들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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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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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길은 어디나 있잖아? 땅을 벗어나서 이번엔 바람으로 가는 돛단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가는 거 어때? 서해에서 남해를 돌아 국토의 막내, 독도까지"
"파도와 싸우며 바람을 타고 독도까지... 야, 그거 좋은데요"


대개 남자들의 일탈은 술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 '허패'들의 바다 모험담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알코올이 끌어올린 허 화백의 호기를 때마침 곁에 있는 누군가가 거들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모험'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날마다 책상에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던, 하루종일 남의 이빨만 쳐다보고 일하든, 평생 남에게 월급만 받는 월급쟁이 인생을 살든 관계없이 말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것을 끝내고 끼리끼리 모여 술잔을 나누는 시간이면 현실의 비루함은 잠시 잊고 남자들의 꿈과 로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간밤의 숙취가 가실 때면 어제의 호기도 로망도 슬며시 사라져 버리는 법이다.

허 화백을 비롯한 '허패'들이 참 대단하다는 것은 그들은 '행동파'라는 점이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남자들의 꿈, 특히 인생의 한 자락을 넘긴 중년 남자들의 로망을 말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경제력으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정신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과 용기, 그리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동료들의 존재 일 것이다.

이미 책으로도 나온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이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과 달리 '허패'들의 이번 모험은 여행지가 국내이고 거의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이다. 서해에서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한반도 바닷길을 무동력 배로 일주하기로 결의한 14명의 중년 남자들은 건조 후 15년이 지난 중고 요트를 마련하고 여섯 달에 걸쳐 수리를 끝낸 후 마침내, 2009년 6월에 경기도 전곡항에서 첫 항해의 닻을 올린다. 그리고 다음해 5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친 항해 끝에 독도를 찍고 삼척항에 이르는 대장정을 무사히 끝낸다.

눈부신 햇살아래 신비한 에머랄드 빛 바다위로 둥실 떠 있는 순백의 요트, 바다에 순응하지만 때로 거센 파도와 맞서는 뱃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로맨스...
요트여행에서 연상되는 이러한 로맨틱한 환상들은 실제 항해에서는 참을 수 없는 배 멀미의 고통과 깔따구 모기떼의 무자비한 공습 앞에 일찌감치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모두 12차례나 항해를 했지만 바다는 여전히 그 깊이와 크기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세계였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여행을 통해 그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해안과 섬들의 풍광을 여한 없이 가슴 속에 담았고 서로간에 더욱 깊어진 신뢰와 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돛을 올리고 로프를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마에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다친 줄도 몰랐다" 는 허 화백의 술회가 인상적이었고, '허패'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그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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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 - 화가 이인경의 고대 도시 여행기
이인경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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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책 제목을 잘못 정한 것 같다. 차라리 '화가 이인경의 고대도시 여행기'라는 부제가 제목으로는 좀 무미건조하긴 하지만 이 책의 성격을 정확히 말해준다. 생물학적 나이로 보면 분명 아줌마로 편입되긴 하겠지만, '아줌마'라는 단어에 내재된 사회, 문화적인 의미와 지은이의 이력이나 글 속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쉽게 겹쳐지지 않는다. '지중해'도 지은이가 여행한 3개국 중 주로 그리이스에만 해당되는 것이니, '지중해에 빠지다'도 별로 적당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지은이가 올드 월드라고 명명한 그리이스, 이스라엘, 이집트를 혼자서 여행하고 돌아와 쓴 여행 에세이다. 요즘 TV 방송을 점령한 '걸 그룹'마냥 예쁘장한 이미지들만 잔뜩 모아 놓았지만 알맹이는 좀 허술한 그런 여행기는 아니다. 사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글이 중심이다. 그런데, 그 글이라는 것이 여행 그 자체의 이야기는 별로 없으므로 재미있는 여행 에피소드가 연방 튀어나오는 가벼운 글을 기대한다면 무척 실망할 것이다.

홀로 여행지를 걸으며 스쳐 갔던 온갖 생각과 감정, 느낌과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다 담고 있다. 지은이의 표현을 빌면 '50년을 살아온 일들을 두서 없이 떠드는 아줌마의 수다'라고도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여행 초반에는 단순히 길을 나서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자고 시작했다는데 점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50대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온갖 갈등과 고민이 혼자만의 여행을 계기로 표출되고 해소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일기장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젊고 가벼운 여행기와는 달라 보이는 이 책을 골랐다. "2008년, 나는 쉰 살이 되었다. 이제 정말로 내 인생의 반을 넘었다는 실감이 났다"는 첫 문장도 좋았다. 그런데, 처음의 기대와 달리 읽는 내내 그다지 감흥이 오질 않았다.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지중해의 바다 빛깔, 뜨겁게 이글거리는 이집트의 태양도 실감있게 표현되어 있을 뿐아니라 그리이스 신화와 예술에 대한 소개나 성경 속 인물 이야기도 나름 유익하다. 문장이 나쁘지도 않다.

그런데, 돈으로 내면의 빈곤을 덮는 해외'관광'이 아니라 자아를 탐색하는 의미있는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쓴 지은이의 모범적인 글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온하게도 나는 지은이의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상위 중산층 내지는 지식인들의 내면에 잠재된 견고한 '의식'을 읽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줌마'를 그렇게 내세우지만 않았어도 덜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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