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칭 파이어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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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 명의 청소년들을 한 곳에 몰아 넣어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게임이 있다. 게임의 전 과정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되고, 지배계급은 자기가 찍은 최후의 생존자에게 돈을 배팅하기도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하여도 일단 설정이 충격적이다. 여기에 각지에서 뽑혀 온 소년 소녀들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내면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서로서로 싸우는 과정에 로맨스 코드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슬쩍 버무리면 책 읽는 재미는 극대화된다. 헝거게임 시리즈 3부작이 출간되자 마자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이러한 대중적 코드를 작가가 정확히 간파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켓칭 파이어'도 1부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헝거 게임에 함께 출전했던 '캣니스'와 '피타'는 위험한 고비를 간신히 넘기며 끝내 공동 우승자로 살아 남는다. 캐피톨의 지배층은 캣니스의 기발한 책략 때문에 자기들이 정해 놓은 헝거 게임의 규칙을 깨고 어쩔 수 없이 둘 다 살려야 했다. 이 때문에 캣니스는 캐피톨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다. 한편, 캣니스의 우승에 영향을 받아 다른 구역의 저항세력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캐피톨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한다. 그것은 75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헝거 게임에는 현존하는 우승자들 중에서 '조공인'을 추첨한다는 규칙을 적용하여 '특집 헝거 게임'을 개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캣니스와 피타는 다시 한 번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혈투가 벌어지는 잔혹한 유희에 참가하게 된다.

시리즈 1부 헝거 게임은 주로 게임에 참가한 인물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2부 캣칭 파이어는 캐피톨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저항세력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저변에 계급갈등, 저항정신 같은 요소가 은근히 녹아 있기도 하다. 인간의 삶이란 철저히 불공정한 싸움이고, 그 싸움판에서 누구나 인간은 '유리한 위치에 서느냐, 불리한 위치에 서느냐. 아니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느냐'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시종일관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지다 보면,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너무 궁금해지기 때문에 다른 부분들이 그다지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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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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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자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번에는 하자키에 속한 '네코지마'라는 섬이 배경이다. 외지인들의 눈길을 끌 만한 것이라고는 거의 없는 보잘 것 없고 조그마한 섬이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길 고양이' 사진으로 이름을 날린 유명 카메라맨이 네코지마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이 잡지에 여러 장 실린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섬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서른 명 남짓인데 반해, 고양이는 백 여 마리가 넘게 살고 있는데다가 고양이를 모신 '신사'까지 있다는 소문에 네코지마는 일약 고양이의 낙원으로 부상하여 여름철이면 제법 관광객들이 찾아오곤 하는 섬이 된 것이다.

어느 여름, 모처럼 아내와 메코지마로 놀러온 '고지마' 반장(하자키 시리즈 1부에서 3부까지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의 '후각'을 심하게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섬의 한적한 모래사장에서 마치 실물같이 생긴 고양이 인형의 배를 가르고 칼까지 꽂아 놓은 괴상한 사건이 임시 파출소에 신고된 것이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라면 질색인 고지마 반장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사건에 무슨 이유인지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황당한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한다. 그것은 마린 바이크를 타고 바닷가를 질주하던 바이크족이 섬의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과 충돌하여 둘 다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절벽에서 떨어진 인물은 마약판매에 연루되어 몇 번 감옥 신세까지 진 '구와하라 모헤이'라는 남자였다. 곧이어, 이번에는  모헤이와 관련이 있는 '이소타니 다쿠미'라는 남자가 명백하게 살해되었음이 분명한 사체로 발견된다.

고마지 반장은 넉살 좋은 아줌마 경찰 '후타무라' 경위와 여름철 임시 파출소에 근무하는 애숭이 '나나세' 순경과 함께 황당한 이 사건들 뒤에 숨겨진 비밀을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변인물들의 사연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유쾌한 소동들도 잇따라 일어난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 못할 반전 하나를 맨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에게 보너스로 주 듯이 작가가 툭 던져 놓는 것도 시리즈의 전편들과 동일하다.

이 작품까지하여 하자키 3부작을 모두 읽은 느낌은 아직까지는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이름은 신뢰할 만 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미스터리를 자연스럽게 뒤섞고, 인물 하나 하나에 저마다의 드라마를 풍부하게 담아 내는 이야기 솜씨와 냉소적인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하자키 3부작'은 아래로 갈수록 점점 '코지'는 풍부해지는데 '미스터리'는 점점 빈약해지는 느낌이다. 이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에 대해 '코지'에서 재미를 찾을지 '미스터리'에서 더 재미를 찾을 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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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미궁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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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에 그다지 열광하지도 않으면서 또 한 편을 읽었다. 오로지 미스터리 그 자체로만 보면 그의 작품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트릭, 반전, 복선, 플롯 등에 기계적인 미스터리 장치를 제거하고 나면 너무 허술해진다. 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기가 자연스럽게 납득되기 보다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강해, 읽고 난 후 허탈감이 드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의 출세작인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 만 했는데, 이어 소개된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와 '달의 문'은 동기부분에 대한 납득과 공감이 어려웠다. 이 작품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심야의 수족관에서 남몰래 야근을 하고 있던 '가타야마'라는 남자가 수조 몇 개의 이상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다 불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 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난 기타야마의 기일에 수족관 관장 앞으로 의문의 휴대전화가 배달되어 오고, 누군가가 그것을 통해 협박메일을 보낸다. 수조를 공격할 것을 암시하는 메일에 이어 협박자의 치밀하고도 지능적인 공격으로 수족관은 혼란과 긴장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3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 듯한 또 하나의 죽음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명백한 살인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수족관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자신들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해보려 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작가는 다른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탐정 역할을 평범한 인물에게 맡기고 있다.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일반인이 자기의 논리력과 추리력을 동원하여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선호하여 이를 자기 작품의 특성으로도 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진실에 다가서는 인물은 가타야마의 기일을 맞아 수족관을 찾아온 전기회사 직원인 '후카자와'라는 남자이다.

휴대전화 메일로 도착한 단서는 수족관의 직원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살인사건 역시 직원전용 출입공간에서 벌어졌다. 범인은 과연 수족관의 내부에 있는 인물인가? 후카자와는 뛰어난 관찰력과 논리적인 사고로 차근차근 수족관으로 상징되는 물의 미궁 속에서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나 '달의 문'을 읽고 많이 실망을 했다면 이 작품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읽고 말았다. '물의 미궁'이라는 지극히 추리소설적인 제목에 이끌렸고 작가의 특성상 우직하게 미스터리에만 집중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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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의 맛있는 인생 -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김용철 글 사진 / 청림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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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배를 채우지는 못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둔 그리움을 채울 수는 있다. 이번 주말 문득 그 때 그 시절 맛이 그리워진다면 이 책을 들고 망설임 없이 떠나라! 푸근하고 따뜻한 인심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맛객의 책은 음식에 담겨 있는 추억을 고스란히 끄집어내 감수성이 메말라 버린 우리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이 책은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담박한 맛에 담긴 향수와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금 불러 일으킨다"

누구의 추천 글인지는 몰라도 책 뒷 표지에 있는 이 글에 끌려 선택한 책이다. 지은이는 만화가라는데 이름이 낯설었다. 주로 어린이용 만화를 그려왔기에 그런 듯하다. 그이는 맛으로 유명한 남도 땅에서 자라나 만화가의 꿈을 품고 상경하였다. 넉넉하지 않는 살림이라 만화를 배우는 시간 외에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고 한다. 일식집만 빼고 한식, 중식, 양식, 분식집을 망라하며 다양한 곳에서 식당 일을 하였고, 어깨너머로 요리를 익히기도 했는데 한 번 보면 대충 따라 했다고 하니 요리에도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만화가로 유명해지면서 작업량은 많아짐과 반비례하여 생활의 여유라든지 정신적 행복 같은 것들이 작아져만 갈 때, 그는 '맛객'이 되었다. "앞으로는 요리일기를 써볼까 생각 중이다. 특별한 건 없고 아침저녁으로 내가 만들어 먹는 요리를 기록으로 남기는 정도로..." 어느 날의 일기처럼 요리와 맛에 관심이 많았던 지은이가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블로그는 요리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과 따뜻하고 소박한 그의 글이 잘 조화되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곧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음식에 천착했던 자신의 자화상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나간 삶의 자취와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의 철학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그는 궁극의 미각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데 있고 진정한 맛이란 형식이나 과시, 탐식에 있지 않다고 한다. 소소하고 담백하지만 진실한 마음이 담긴 음식, 추억이나 정취, 사람냄새가 담긴 맛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가령 가장 먼저 소개되는 '국수집'에서 지은이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은 친절을 느끼고는 큰 감동을 받는다. 음식을 단지 돈 버는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매개로 여기는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를 들려주는 지은이의 글은 어느새 독자의 마음을 따뜻한 곳으로 보내어주다. 이 국수집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난 5년여 동안 지은이가 맛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여 발견한 서른 네 곳의 맛 집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곳은 다른 맛 집 가이드와는 조금 다르다. 맛에 대한 그의 지론대로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소박하지만 특색 있는 음식을 주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의 글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독자의 감성을 일깨우는 다른 '이야기'도 풍부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의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책 속에는 사진도 충분히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는데 심심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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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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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라 이치'는 '서술트릭'에 천작하는 작가이다. 서술트릭 기법은 작가의 서술 그 자체가 트릭으로 작용한다. 즉, 등장인물, 플롯, 서술 방식 등에 독자들을 빗나간 해석으로 유도하는 교묘한 미스디렉션(misdirection) 장치를 설치하여 감쪽같이 독자들을 속인다. 서술트릭 작품은 대개 마지막 책장에 가까워졌을 때에 이르러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트릭이 밝혀지고 독자들은 경악한다.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부분들이 의미가 있었음을 확인한다. 서술트릭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기만하는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공정한 추리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별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서술트릭의 걸작은 마지막 한 문장에 그 때까지 독자들이 구축해 놓은 세계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지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집요할 정도로 서술트릭을 추구하는 그의 미스터리는 '오리하라 월드'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 두 작품이 소개된 '도착 시리즈'로 그의 소설을 처음 만났다. 도발적으로 독자들과 한판대결을 선언하는 듯한 도착 시리즈는 미스터리는 지적인 게임이라는 공식에 충실한 재기발랄한 작품이었다. 묵직한 맛은 없지만 유쾌한 소품이었기 때문에 후속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者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여전히 서술트릭이 구사되어 있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이는 이 시리즈가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실종자는 '고베 소년 살인' 혹은 '사카키바라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1997년 고베시의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절단된 초등학생의 머리가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엽기적인 사건을 일컫는다. 그 사건의 범인은 당시 나이로 14살 밖에 안 되는 소년이었다. 그는 미성년자인 탓에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그저 '소년 A'로만 알려졌을 뿐, 신상에 관한 정보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소년 범죄의 경우 인권 보호 차원에서 범인의 신상이 철저하게 보호되기 때문에 이제 이십대의 청년으로 성장했을 소년 A는 일본의 어느 곳에서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서술트릭의 특성상 책을 읽기 전에 리뷰나 책 소개를 유심히 읽지 않기를 권하고 싶다. 스포일러는 서술트릭의 최대 '적'이다. 개인적인 평가를 말하면 나는 이 소설이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시리즈의 다른 작품인 행방불명자, 원죄자, 도망자를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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