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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도쿄 -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
이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은 회사 출장으로 오사카와 코베 지역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외국어를 못하기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일 텐데 유독 일본여행은 만만하게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는 '한자'가 익숙했기 때문도 있고, 말문만 닫고 군중 속에 숨으면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심적인 안정감에서 기인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여간, 처음 밟아 본 일본 땅은 다시 한 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지은이가 붙였는지 출판사에서 붙였는지 책 표지의 맨 위에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라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 있다. 수백 차례 일본을 방문하였다는 지은이는 '도쿄, 여우비'라는 드라마를 찍은 영화감독이다. 지은이는 말하길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난 히피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자유가 도쿄 구석구석에 숨어 있기 때문에 도쿄에 빠지면 자유를 갈망하는 남자의 로망을 느낄 수가 있단다. 게다가, 도쿄는 아트 지향적인 '히피'들의 삶에 적합할 뿐 아니라, '모던 보이'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럭셔리함을 제공하고 '마초'에게는 극한의 남성성을 부여하는 폭 넓은 도시란다.
책의 구성은 아홉 개의 테마로 도쿄의 매력을 말하고 있다. 첫째 편은 영원한 남자들의 오아시스인 술집 순례이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아가는 뒷 골목 술집들을 소개하고 이어서 맛 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 순례가 이어진다. 확실히 아기자기한 여성 취향이 아니라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편은 '숨은 장난감 찾기'로 책, 장난감, 카메라, 전자제품, 빈티지 등 다양한 어른들이 취미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을 소개한다. 다섯 째는 '에로 도쿄 나이트'라는 부제에서 무엇을 다루려고 하는지 바로 감이 오는 테마이다. 그런데, 변죽만 올리고 마는 정도로만 다루고 있다. 다음 편은 피크닉 추천 장소, 패션샵, 숙소 소개 등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편은 작업을 위해 감추어 두었던 비밀 병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남자라면 '히피'이든지 '모던보이'든지 '마초'인지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만족시킨다니 도쿄는 멋진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은이가 펼쳐 보이는 도쿄의 모습은 과연 이 정도의 극찬을 받을 만큼 매력으로 충만한 곳이지 잘 와 닿지 않는다. 도쿄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의욕이 지나쳐서 도리어 마음을 확 끌어 당기는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 이는 주제를 다루는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 듯 하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차라리 부제처럼 '마초'에 초점을 맞추어 고독한 남자들이 술 한잔 기울이고, 밤을 보내는 도시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