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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일본이란 나라는 **파, **계, **류 등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추리소설계도 이른바 '신본격파' 라는 불리는 일군의 작가군이 있는데 이들의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관 시리즈'- 십각관, 미로관, 수차관, 시계관, 인형관, 흑묘관 (아야쓰지 유키토)
웃지 않는 수학자 (모리 히로시) 등은 이미 절판되어 미스터리 매니아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된 적이 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일본에서는 당시 주류를 형성했던
'사회파 류' (마쓰모토 세이초의 계승자들)에 싫증이 나고
기타 '스릴러류' '하드 보일드류' '범죄소설류' 에 만족하지 못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반다인 등 20~30년대 추리소설 황금시대
고전 본격추리소설의 향기가 그리웠던 미스터리 매니아들은
신본격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한다.
신본격파 작가는 대개 어려서부터 추리소설을 접하고,
대학 추리소설 동호회를 거친 추리소설 매니아들로
궁극의 퍼즐 풀기, 수수께끼의 극한 등을 추구하기 때문에
'트릭', '밀실', '반전', '의외의 결말' 등 듣기만 하여도 추리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단어와 무지 친하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이른바 '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이 작품은
이러한 신본격파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수작이다.
약간은 아마츄어적인 면모가 노출된(이러한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함)
'십각관의 살인'에서 진일보하여 '시계관의 살인'은
능수능란하게 이어지는 전개와 세심한 완급조절, 치밀한 구성과 드라마틱한 결말을 두루 갖춘
관시리즈 최고의 걸작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이다.
이 작품으로 아야츠지 유키토는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기묘한 형태의 건물,
'시계관'(108개의 시계들로 가득 찬 시계 모양의 건물)의 '구관'에 사흘 동안 9명이 갇히게 되고,
이들 중 한 명이 어딘가로 사라지면서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한편 시계관 외부(신관)에는 탐정 역할의 시마다가 머무르며
시계관에 얽힌 과거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식의 이중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의 압권은 잔혹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시계관 구관에서 고조되는 서스펜스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압권'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한 '트릭'과 '결말'이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접하여 읽다보면 대략 트릭과 반전의 요소가 보이는 법인데
이 작품은 정말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책읽기의 즐거움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였다.
1997년에 '학산문화사'라는 출판사에서 소리없이 처음 출간되었다가 곧 절판되어
한 때 '관시리즈' 구하기 열풍(소수의 매니아 사이에서)이 일기도 한 이 작품이
한스 미디어에서 재출간 되어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읽어 보아도
개인적인 평가 (최근에 출간된 추리소설 중 이를 능가하는 작품은 드물다)는 변함이 없다.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분들께 꼭 일독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