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집에서 논다며?‘이 말은 참으로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주부는 ‘아니.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내가 놀고 있다고?‘ 라는 자괴감이 들게한다. 자주 듣다보면 자신의 가사노동을 비하하게 되고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주 했던 말이기도 하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게 이런 말을 하는가보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니까 말이다.4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은 가사노동을 정당한 ‘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다.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건 ‘집에서 노는 사람‘이 되지만 남의 아이를 돌보고 돈을 벌게되면 ‘일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저자는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과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분별력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오래도록 남성위주의 경제관념에서 비롯된 전통, 관습, 역사를 자양분 삼아 괴물로 커버린 사회적 문제라고 한다. 이 책은 주부를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게 한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늙어간다는 것‘이제야 말하지만 나는 항상 ‘가난으로 떠밀려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슴에 품어왔다. 그런 나에게 가뜩이나 좁은 차도에서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로 통행에 방해를 하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보인다. 그들은 젊은 날에 노력하지 않은 혹독한 댓가를 치루고 있는걸까? 자신들때문에 도로가 막힌다는 걸 모르는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차로를 다니는 그들은 과연 이기적인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거지? 그들이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닥이 울퉁불퉁한 인도에서 100~200kg이 넘는 리어카를 끌고가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는 더 좁아서....이 책은 가상인물인 윤영자씨의 하루 중 일과와 그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1945년생인 윤영자씨(여)는 재활용품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그의 재활용품 수집 일과를 보면 참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끼리도 먼저 폐지를 줍는 사람이 임자인 경쟁구조다.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늙어가는 것은 재활용품 수집을 강요하는 것인가? 어떤 삶이 기다릴까?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아니면 양질의 일거리라도.... ㅠㅠ
‘영어가 만드는 계급사회‘과도한 영어 숭배는 망국에 이르는 병이다. 또한 영어공부 관련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희대의 사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세상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녀 개인의 노력보다는 자녀 부모의 재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사교육, 좋은 중,고등학교, 어학연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이지 않은가. 저자는 영어를 잘해야 성공하는 사회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에 자녀 나이 7세 이전에 대학이 결정된다는 국회의원의 발언도 있었다. 도대체 7세 이전의 아이모습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길래 대학이 정해진단 말인가. 이 말은 아이의 노력과 능력과는 무관하게 대학이 정해진다는 말이지 않은가. 저 말이 사실이어도 문제다. 사실이 아니면 저런 망발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았다는게 문제다. 결국은 문제구나. 아... 어쩌란 말인가.
‘나와 다른 사람을 왜 증오하는가‘비무장인 사람이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이 찍어누른 무릎에 목이 눌린 상태로 죽어갔습니다. ‘숨을 쉴 수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그의 신음이 계속 귓전을 울리는군요. 그 영상은 제 인생에서 최초로 목도한 살인현장입니다.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이 영상을 찍으며 무릎에 눌린 사람을 살려두라고 외치지만 경찰은 들은 척도 안하는데요. 오히려 비웃듯 ‘원하는게 뭐냐?‘고 합니다. 지난 25일 미국 미네아아폴리스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죽은 사람은 흑인이었고 경찰은 백인이었습니다. 지금 미네아폴리스에서는 시위가 한창 중인데요. 2020년인 현재도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기란 지난한 일입니다. 미국의 내부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군요. 이 책은 1950년대말에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미국 남부를 여행하면서 겪은 인종차별의 결과물입니다. 세상의 모든 차별과 편견에 관한 보고서랄까요. 지금같은 시기에 시의적절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