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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레시피 Slow Recipe - 천천히 걷고 싶은 당신에게
휘황 글.그림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슬로레시피
이 책은 표지와 제목만으로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즘 들어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그래도 열심히를 외치는 나에게 항상 빨리 뛰지 않아도 때론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줄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의 겉표지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천천히 걷고 있는 사진과 ‘천천히 걷고 싶은 당신에게’ 라는 부제목과 함께 실려 있다. 나도 천천히 걷고 싶다. 그러나 숨이 차도 빨리 뛰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은 조바심에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비단 이런 행동은 나만 해당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고용이 불안한 시기에 20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야근까지 한 다음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도 어학 책이나 업무관련 자격증공부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하니까.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재미교포3세라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사고방식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운 것 같다. 물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부모님의 영향도 클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지금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올해가 서른이 되는 해이지만.
휘황이라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그는 우연힌 기회에 모델로 캐스팅이 되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유명한 패션쇼나 화보작업을 하게 되는 프로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모델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DJing에도 관심을 보여 집에서 DJing기계를 구입하여 연습하다가 작은 클럽을 시작으로 DJ활동도 하게 된다. 이 책까지 출판했으니 그는 이제 작가로의 영역까지 자신의 능력을 펼친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전문작가가 아니라서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휘황이라는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호기심이 가득 찬 일이 아닌가.
책 곳곳마다 인간다운(?) 사진들이 속속 들어있고,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계신 요리사 엄마를 둔 휘황답게 멋진 요리 실력도 선보이며 요리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흰 피부에 여자처럼 긴 머리, 큰 키. 그는 책속의 사진으로만 보이도 일반인보다는 연예인이나 예술인의 분위기가 풍긴다. 게다가 여행을 자주 다닌 것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둔 덕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며 살아서인지 나처럼 남들에 비해서 어떠하다는 것을 핑계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며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지 남들이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건지.
사람마다 지문과 외모가 다르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도 다를 뿐인데 왜 다르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안절부절 하지 못할까?
이 책에서는 휘황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다. 모델로서 일하는 모습, 친구들과 하우스파티를 즐기며 요리하고 DJing하는 모습, 새로 이사한 집의 인테리어를 스스로 하며 기뻐하는 모습. 그런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나만의 삶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내가 가졌던 선입관은 모델은 젊을 때밖에 못하는데 불안한 직업을 하면서 반년을 일해서 번 돈으로 반년을 여행을 다니는 휘황이 철모르는 부잣집 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의 나의 선입관, 나의 시계대로 그의 삶을 본 것이다. 그는 충분히 휘황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따름이다.
요즘 입술 양가가 헐고 터지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게 내 자신 스스로에게 불만이며 불안해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우리집에 작은 화분하나 사서 기르려는 생각도 못하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스포츠 댄스처럼 슬로우, 슬로우, 퀵퀵. 나의 삶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휘황도 휘황의 시계로 삶을 살 듯. 나도 나만의 시계로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 삶을 즐기며 사랑하며 느끼고 살아가야겠다.
P.S : 책과 함께 동봉한 음악시디도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