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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평점 :

요즘 서점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물론 대형서점들은 각 도시별로 한 두개 씩은 있지만 동네서점말이다. 내가 어릴 때는 동네 중고등학교 학교앞에는 두 세 개씩 있었고 그 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헌책방도 있었다. 이제는 헌 책방 거리를 따로 가지 않는다면 거의 동네에서 헌책방도 동네서점도 구경하기 힘든 현실이다.
동네서점과 동네 문방구, 어릴 적 나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었는데 요즘은 정말 찾아보기 드물고 역사가 싶은 서점들도 하나둘씩 경영난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추세라 안타깝다.
이 책의 작가는 서점에서 일하는 분이다. 서점에서 일한다고하면 늘 좋아하는 책이 있고 손님이 오면 책이나 문구류를 계산해주고 그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서점에서 일하려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분류법, 재고정리 등 알아야할 것이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총 3부분으로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편에는 서점에 방문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속에는 흐뭇했던 일, 보람있었던 일, 즐거웠던 일, 그리고 다소 불쾌했던 일 등등 정말 다양한 나이, 직업에 사람들이 서점을 방문하는 목적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번째 부분 [서점을 읽다]에서는 내가 몰랐던 지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바코드의 비밀이라는 부분은 그렇게 자주 책을 보면서도 책표지 뒷면의 숫자들의 의미를 생각해볼 기회가 적었는데 도서분류에 중요함을 느꼈고,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평소 공공도서관을 방문해보면 열람실 입구에 [이번달의 추천도서]등 계절과 시사적인 요소를 포괄하여 선정된 도서들을 전시해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큐레이션이 어떻게 선정, 진행되는 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세 부분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마지막 [서점 밖 책방]. 서점일기인데 서점 밖의 이야기가 가장 무직하게 다가온다니.
서점 밖 책방이라지만 결국 그것도 서점, 책방에 관한 이야기였다.
함께 읽는 힘에서는 역시 독서의 힘을 강조하셨는데 나도 올해 상반기에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난생처음으로 참여하였다. 평소 혼자서 틈틈히 아니면 시간에 쫒기듯이 책을 읽곤 하였는데 독서모임을 하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서모임회원들과 같은 책을 읽고 느낀점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니 정말 또다른 세계가 거기에 있는 느낌 이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몇가지를 추려보았다. 이 책은 수필집처럼 보인다. 술술 무리없이 읽히고 빠져들게 한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읽는 순간순간 뼈를 때리는 느낌도 들게 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또는 혼자 근처 서점을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이왕이면 동네서점으로 ~~ 대형서점과는 또다른 그냥 푸근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나들이로 헌책방 거리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새책 냄새~손때묻은 헌책에서 오는 느낌은 각기 다르지만 종이 책이 주는 평온함은 어느쪽이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님의 여운체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덮었다.
[밑줄 쫙~생각해보게 되는 부분]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그냥 단순한 일이 아닌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귀찬다는 듯이 마지못해 컴퓨터 앞에서 검색만 해보고 "없어요."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철나의 순간이지만 길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길라잡이가 되는 일이다.
디지털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읽는'행위 자체가 위기일지도 모른다.
책과 사람, 서점이라는 공간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독서로는 뇌 속 시냅스가 형성되고, 독서 모임으로는 삶 속에 관계가 형성된다. 머릿속에 지식을 쌓는 것에 머물지 않고, 책으로 배운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다채롭고 생생한 경험으로 이어져 삶이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지식에 공감이나 배려 같은 것이 더해져 삶의 지혜가 되는 과정이 더없이 좋다. 사람을 통해 경험으로 깨달은 지식이야말로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림챍은 말 그대로 그림으로 그린 책이다. 글자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도 있다. 글이 없어도, 글을 몰라도, 그러니까 굳이 파헤치고 분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그림책을 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야 또 그림책답다. 그러려면 천천히 보아야 한다. 오래 보아야 한다. 천천히 오래보도록 보아야 어여쁜 것은 풀꽃이나 사람만이 아니다. 그림책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