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필통 속의 꽁쥐 - 행복한 우리동화 01
이미애 지음, 백정석 그림 / 행복한아이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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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교문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가 종종 계셨다. 아이들은 삐약거리고 노란 병아리를 보면서 너무너무 귀엽다고 했고, 단돈 100원에 병아리를 한 마리씩 사 갔다. 그 병아리들은 부화장에서 나온 숫병아리로, 몸이 약해서 일주일 안에 거의 죽었다. 병아리가 원체 약하기도 했지만 병아리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는지 몰라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동찬이는 다르다. 친구 지훈이의 햄스터를 보고서 고 귀여운 모습에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엄마는 바로 사 주시지 않았다. 아마 바로 갖게 되었다면 햄스터가 소중한 줄 모르고 책임감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햄스터를 가지고 싶어서 애태우는 기간이 있었고, 지훈이의 햄스터 꽁쥐를 대신 맡아 주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제 가지게 된 동찬이의 햄스터는 아마 행복하게 잘 클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책 내용도 밝고 따뜻하며 행복했지만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순 토종 한국인처럼 생긴 동찬이는 착하거나 멋지게 생기지 않은 악동 스타일이다. '3일에 한번씩 선생님께 혼나고 교감 선생님의 느릿한 꾸중을 일삼아 듣게' 생겼다. 그렇지만 어둡게 생긴 아이가 아니고 밝게 웃을 때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나나 필통 속의 꽁쥐'는 아이들이 읽어볼 만한 좋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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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1
바바라 파크 지음, 김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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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가 병으로 인정받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전까지는 늙으면 정신이 흐려져서 망령을 부린다는 뜻의 '노망'이라는 말이 이 증상에 주로 쓰였고, 이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행동은 망령 부리는 것, 괜히 트집잡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노망이 심하게 들면 뒷방에다 모신다든지 아예 전문 병원에 모신다든지 했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노망들기 전에 죽어야겠다는 거짓말을 하셨다. 

뇌 의학이 발달하면서 뇌의 신경 세포에 독성 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기억을 잃어가는 질환이라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정의되면서 이제는 이들을 환자로서 바라보게 되었고, 치료제와 예방 백신도 연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인공인 제이크 문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누구보다도 엄격했고 동시에 자상했던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어제까지 할 수 있던 일도 오늘은 할 수 없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제이크는 많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 한다. 한편으로는 방과 후에 개인 시간을 쓸 수 없고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면서 화도 내고 반항도 한다. 그렇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엄마 대신 할아버지를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제이크였다.

서로 생활이 힘들다 보니 짜증만 늘어가던 한 때 할아버지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건강과 행복은 잃은 후에야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의 부재는 할아버지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졸업식 때 자신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할아버지를 구하는 제이크의 모습에 박수를 치게 된다. 물론 할아버지의 증상은 아직은 가볍고, 제이크는 또래보다 어른스럽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제이크의 저런 행동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솔직히 나는 제이크처럼 할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제이크의 시선에서 사춘기 소년의 심정과 주변을 보는 관점을 잘 묘사하고 있다. 눈물을 찔끔 흘리도록 감정이 과잉된 것도 아니고 아주 차분하다. 표지에서 할아버지의 발을 아이의 발이 다가가 만지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든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많아질 알츠하이머 환자들에 대해 좀더 넓은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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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단점은 있다
간바 와타루 지음, 김성기 옮김 / 더난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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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9가지 단점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면서 이런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그 단점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살리는 방법,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성격을 살리는 방법, 자신이 없거나 나약한 성격을 살리는 방법, 이기적이고 거만한 성격을 살리는 방법, 요령 없고 고지식한 성격을 살리는 방법, 변덕스럽거나 우유부단한 성격을 살리는 방법의 여섯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세부적으로 6~9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여러 가지 단점을 알아보고 고치고자 하였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적 생명력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내향성과 외향성인 성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람의 성격은 두 가지의 비율 차이로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주로 내향적인 성격의 단점에 대한 관점 변화와 장점으로의 변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내향적인 성격으로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성격, 자신이 없거나 나약한 성격, 요령 없고 고지식한 성격, 변덕스럽거나 우유부단한 성격 등이 포함된다고 본다.
이를 살리는 방법은 우선 자기 모델링을 통해 객관적인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기준에 따라 적당한 거리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다면 이런 단점은 장점으로 바뀔 것이다.

이기적이고 거만한 성격으로 나타난 외향적인 성격은 인간 관계에서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을 지키며 자신감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운다면 창조적이며 밝은 성격으로 거듭날 것이다.
독일의 시인 실러의 말처럼 사람은 스스로 값을 매기고 자신이 매긴 가격대로 대접받으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위대해지기도 하고 초라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내게 해당되는 성격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고슴도치 지수 설명에 나오는, 고독을 사랑하는 D양의 경우는 정확히 나의 이야기였다.
회사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내 성격에 대해서, 대인관계가 서투르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성격이라 생각하면서 고쳐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면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정도라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와지면서 서로에게 무례하고 끝내 상처를 주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단점으로 생각되는 성격에 대하여 발상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면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장점을 발견하여 장점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후의 생활을 바꾼다면 자기 암시에 의하여 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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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자폐인의 내면 세계에 관한 모든 것
템플 그랜딘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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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브라운관에 나타난 백색 화면을 하염없이 본 적이 있는가? 사이키 조명이 번쩍거리며 돌아가고 음악 소리가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있는가? 신경이 곤두서서 조그만 소리에도 몸이 아파본 경험이 있는가?
이런 일들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폐인들이 느끼는 그런 감각들이라고 한다. 시각과 청각, 후각이 과민해져서 일반인들은 감당할 만한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온 자폐증이란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세계에 파묻혀 있는 정신질환’이고, 이 책에 의하면 자폐증은 뇌 이상이 나타나는 신경성 장애로서, 소뇌와 변연계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자폐증은 정도와 유형에 따라 크게 저기능 자폐인과 고기능 자폐인으로 나뉘는데, 고기능 자폐인은 대개 말을 잘 하게 되고 학습 능력이 좋은 반면 저기능 자폐인은 아예 말을 하지 못하거나 몇 마디밖에 못 하고, 혼자서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렵다.
고기능 자폐인 중에서는 계산, 기억력, 그림 그리기 등에 있어서 불가사의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savant, 사방)도 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소와 가축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을 가진 저자 템플 그랜딘이다.
저자는 자폐인의 입장에서 자폐증의 진단과 감각, 감정, 재능 계발, 약물 치료와 치료법, 인간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로 자신의 예와 고기능, 저기능 자폐인의 예를 들며 설명하였다. 그리고 저자의 전문 분야인 동물과의 유대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서문에 나온 것처럼 이 책 이전에 저자가 펴낸 ‘어느 자폐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폐인은 내적인 삶이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접근하거나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과 동물의 중간적 입장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책으로 인해 이 정설이 타파되었고, 자폐인이 느끼는 감정과 인식에 대해 세상에 알리는 통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빠른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와 행동, 언어치료를 통하면 많은 수의 자폐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심어주었다.
게다가 이전 책인 '어느 자폐인 이야기'를 집필하고 10년이 지나 펴낸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에서 정신적으로 훌쩍 발전된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자폐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증대시키고, 자폐인의 발전 가능성을 확신시킬 수 있었던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생각한다.
책 뒤쪽에 나열된 수많은 참고문헌들을 통해 궁금한 사항은 좀더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자폐인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치료의 근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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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높이 8,848 미터 - 16세 소년의 에베레스트 등반기
마크 페처.잭 갤빈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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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어느 하나라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능과 하고 싶은 일들을 고려하여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선택과,
선택된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집중이 필요하다.
나는 고등학교 말년에 대학 전공학과를 고를 때가 되어서야 인생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한 각오를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 마크는 다르다.
열 세살이라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인 등산을 발견하고 이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선택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육체적으로는 1000가지 레퍼토리의 운동과 수직 마라톤을 하고
물질적으로는 후원자를 찾아 편지와 전화를 하였으며
정신적으로는 학업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산에 등반할 때에도 교과서를 들고 가는 책임감과 열정을 보였다.

동네 뒷동산을 오르는 것도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굳이 산 하나를 완전히 정복했다는 결과보다도 그에 이르는 과정에 들인 노력들과 나이에 굴하지 않는 그의 정신력이 너무 가상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마크를 따라 높은 산들을 오르내리며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아쉬워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겨울에 TV에서 보았던 '초모랑마 휴먼원정대'가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다. 산에서 생을 마친 사람들과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등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음이 훈훈해졌던 기억이 난다.
마크도 정상 정복의 희열과 기쁨 뿐만아니라 생사를 같이 하는 동지애를 느끼기 때문에 등반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열세 살 아이들 - 어른들도 포함해서- 은 마크와 같은 경험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꿈을 이루어가는 그의 모습과 노력을 옆에서 보면서 동기와 자신감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동기와 자신감은 아이들 뿐만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항상 필요하고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표지에도 나와 있는 마크의 기본 생각을 옮겨 적어본다.

"목적이나 방향성 없는 열세 살은 의미 없는 시간이 된다.
모든 아이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있다. 그러나 우리들 중 너무 많은 아이들이 우리 앞에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현재를 소모해 버린다.
그들은 정지신호에 서 있는 자동차처럼 빈둥거린다.
가스를 계속 쓰고 있지만 멈춰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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