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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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게 맞겠지. 혹시 나만 그런가. 하지만 나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코가 찡해지고 심장이 들썩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꽉 차오르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허전하고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슬프고 서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벅차오르는 감정인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여도, 생명이 있고 유한한 존재는 언젠가는 그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영원히일 수는 없으니까. 붙잡고 싶다고 붙잡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다고 발버둥쳐도 정해진 한계는 다가오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그 끝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나야 할까. 어쩌면 이 그림책이 더 마음을 들썩이게 하면서도 꽉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에 있지 않았나 싶다. 분명 사랑을 듬뿍 주고 또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존재다.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며, 늘 손을 놓지 않고 매 순간 정성을 다한 존재다. 그런 존재를 향한 마음이란 어떤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손 놓아주고 보내줘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 어떤 마음으로 떠나보낼 것인가.

안녕.
잘 가.

뻔한 인삿말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간명하면서도 진심인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더 긴 말이 필요 없어 보인다. 하고 싶은 말 가득, 알려주고 싶은 마음 잔뜩이지만, 이런저런 구구절절의 사연을 모두 입밖에 내놓을 필요도 없다. 이미, 그 마음은 지금껏 존재와 함께 하면서 다 전달되었을 테니까.

다 자라면 달만큼 커져.

그 마음이 전달되었으니 이렇게 커다랗고 환한 빛의, 달만큼 커진 별이 됐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마지막 순간에 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 동안 함께 한 모든 순간에 잘 자라나는 별의 모습으로 확인이 되었다. 조금의 서운함이나 소홀함 없이 매 순간 마음을 다했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떠날 순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을 슬퍼하기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떠난 이후에도 늘 함께 한다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별을 키우며 아이도 함께 컸다. 누가 누굴 키웠다가 무색할 정도로 함께 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통과해 서로 성장하며 커나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성장하며 몸을 키운 것 그 이상으로 마음이 풍성해졌을 것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강하고 단단하게 지탱할 줄 아는 힘을 갖춘,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낼 줄 아는, 그런 별과 같은 힘을 쌓아온 것이다. 서로가 곁을 지키지 않아도 의연하게 혼자서도 충분히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곳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서로를 키운 것이다. 그렇게 키워낸 힘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벅찬 마음으로, 별을 하늘로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별아, 우리 집에 온 첫날 기억나?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환한 빛을 선사해 준 고마운 존재에게, 과연 나는 어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 좋을까, 어떤 마음으로 떠나보내면 좋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벅차고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전하고 또 어떻게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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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
이영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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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함부로 청소기를 돌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뭉실 할아버지와 멍뭉이가 위험해지면 안 되니까. 소파나 침대 밑 구석의 먼지를 굳이 깨끗하게 치우려고 애쓰지 말아야겠다. 적당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눈 감아둬도 괜찮을 듯.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선물처럼 추억의 행복을 문득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런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며, 지금은 잠시 이대로여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게 되는 그림책이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행복하고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한순간에 선물받을 수 있다니, 그림책 한 권이 책 한 권 그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이야기다. 한 번 읽고 난 후에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르던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기분으로 또 읽고싶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알고 읽어도 이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뭉실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꾸 읽으면서도 또 읽고 싶어지는 책, 그게 바로 <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다.

집 안에서 물건을 참 많이 잃어버린다. 집 안이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찾고 또 찾으려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결국 포기하고 넘어간다. 언젠가 찾아지겠지, 집 안 어딘가에 있겠지, 설마 없어지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러다 잊는다.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잊고 한참을 지내게 된다. 그렇게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는다. 신기하지. 찾아지지 않을 때는 아쉽고 속상해서 한참을 끙끙거리지만, 잊고 나면 필요없는 물건이 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없으면 없는대로 또 살아지니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혹은 반드시 해야할 일만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니까. 물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꼭 필요해서만 갖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어서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힘이 되고 사랑이 되니까 품고 있고 싶어지는 것들. 그것이 이런 물건이고 이런 물건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다. 물건에는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기운이 배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것이어도 오래 사용하다보면 그 사람의 체취를 담고 있는 물건이 된다. 그런 물건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법. 그리고 그런 물건은 또한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늘 곁을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물건은 관심이 소홀해지더라도 여전히 체취를 담고 어느 곳에선가 다시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발견되면, 다시 원래의 힘을 발휘하고 사랑을 나누어주고 행복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툭툭 터지기 시작하는 벚꽃잎처럼 벙그러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이 분실물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펼쳐 꺼내보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한참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있어야겠지. 엉덩이가 좀 아플테니 푹신한 방석도 준비하고 말이다. 그렇게 꺼내보는 추억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아무래도 이사는 계획하지 말아야겠다.

덧-
주의사항에 '금토일 통행금지'가 있다. 우아~ 한참 웃었다. 이런 깨알같은 요소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마음에 쏙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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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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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초콜릿경성에오다 #박현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식민지 시대에 대한 감이 사실, 잘 없다. 역사 시간에 배운 이야기대로라면 일제의 강압, 폭력 등에 조선인은 핍박받고 힘들게 살기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며 향유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이렇다 저렇다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버리지 않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은 매한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느끼고 바라고 즐기려는 것은 어느 때에는 가능했을 것이니까. 너무 역사책에서의 암울했던 당시의 현실만을 생각하니 이런 디저트의 세상이 당시에 펼쳐졌을 것이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질 않으니, 그런 생각을 살짝 접어두고 디저트의 세계에만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커피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디저트. '끽다부'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를 생각하면 당시의 사람들이 커피를 생각했던 것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슨 맛인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마시니 따라 마시는 것으로 시작. 이렇게 맛없고 쓴 물을 왜 먹을까, 싶으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면서 커피에 서서히 중독되는 듯한 과정. 이제는 커피를 마시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라 그런 커피를 어떤 분위기의 장소에서 마실 것인가를 고르고 찾게 되는 경지까지. 단순히 커피는 커피라는 식품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분위기를 느끼는 등 음식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다방이든 제과든 카페든, 결국 사람이 모이고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 거기에 커피의 맛과 향까지 알아가고 시작하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호떡의 '호'가 오랑캐였다. 중국의 대표 음식 후빙. 그런 중국 음식이 우리의 호떡이 될 때 오랑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포함되어 있었다니. 어린 시절 시장 따라가 손에 하나씩 쥐어주던, 줄줄 흐르던 뜨거운 설탕물을 연신 핥아 먹으며 조금이라도 흘리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호호 불려 먹었던 추억의 음식인데, 이런 역사는 또 생각해보지 못했다. 팥이 들었을 호떡도 상상이 잘 안 간다. 배고파서 호떡집에 들어가 먹었다는 말도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호떡과 크기며 형태가 달랐겠구나 싶다. 삽화 그림을 봐도 그래 보이기도 하고. 하나 먹으면 배가 볼록해질 정도로 포만감이 있었던 것이 호떡인가보다 싶다. 어쩌면 지금의 형태보다는 떡이나 빵, 혹은 빈대떡과 더 비슷했으려나. 하지만 그 속을 채워 사람들의 시선과 입맛을 잡아끌었다는 것만은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집가 가기 전 들러 먹고 싶어지는 뜨끈하고도 달큰한 맛의 호떡. 비 오는 날 밤, 생각나는 맛이다.
초콜릿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초콜릿의 달콤함은 단순한 설탕의 달콤한 그 이상을 선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달콤함은 연인의 감정과 닮아 있으니 더 거부할 수 없다. 지금은 당연히 초콜릿 과자의 형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당시에는 음료로 보다 더 이용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차의 형태로 이용되었다는 문화는 커피를 소비하던 당시의 문화와 비슷한 맥락이겠구나 싶다.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지고, 그런 공간을 찾아 차를 향유하는. 그때 커피도, 초콜릿 음료도 함께 했겠구나 싶다.

당시의 문화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또 즐기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떤 식으로 펼쳐졌는가는 시대적 이해를 돕는 유용한 정보이다. 특히 당시 사람들에게 무엇이 인기였고 어떤 것을 주로 향유했는가는 지금의 우리의 향유 문화와 비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가 무척 다양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즐거움과 풍류가 분명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눈이 반짝여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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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기쁨 기쁨 시리즈 3
사니 지음 / 달로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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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기쁨 #기쁨시리즈 #전비기 #달로와 #서평단 #서평 #책추천

<넘어지는 기쁨>이란 제목은 역설이다. 넘어지는 게 기쁨일 수가 없다. 넘어지면, 아프고 상처나고 속상하고, 창피하다. 넘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자책이 심해진다. 넘어지 않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나 자신이 넘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에 한없이 자신을 닦아세운다. 넘어진 것이 마치 모든 것에서 무너지는 경험이라도 되는 듯 좌절한다. 그래서 그 다음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진다. 넘어진 행위 하나가 생각까지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려 허둥대게 된다. 그래서 또 다시 넘어지기도.
그런데 그렇게 넘어지는 것이 기쁨이라니. 그런 넘어지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 책을 유심히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든 넘어져서 기쁜 사람은 없다. 당연히 넘어지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넘어지는 것에서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가만히 읽어나가며, 과연 저자가 말하는 넘어지는 기쁨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 저자는 앞으로 다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넘어짐을 다시 자신의 인생을 넘어갈 또 하나의 단계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러니 넘어짐을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구나.

저자의 이야기는 모두 넘어지는 이야기였다. 때론 삐끗, 혹은 꽈당, 내지는 미끌 넘어지는 이야기.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겠지만, 또한 자신의 넘어진 이야기를 이토록 콕콕 꼬집어 말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과거와 상처와 아픔과 슬픔을 모두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매 순간의 삶이 다양한 측면으로의 넘어짐을 연속이었던 것이다. 물론, 넘어질 때는 모른다. 지나고 나면 아, 나 그때 넘어졌었구나, 하고 알아채게 되는 것.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신을 다시 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나고 난 후 자신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어린시절, 할머니와의 추억,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 이모와 친구와의 이별 등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쌓여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기고백일 수도 있다. 나는 그랬어요,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치 일기 한 토막씩을 소개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진솔하다는 뜻. 애써 포장하거나 꾸미려고 애쓰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날것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만큼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삶도 날것 그대로 보여도 좋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할머니의 콩물처럼 풋내가 가득 나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런 면이 저자의 틈을 보게 되는 면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선 뒤로 숨기고 있던 내 흠을 꺼내. 마구 긁어대면서 대체 언제 사라지는 거냐고 떼를 쓰고 상처를 내. 앞에 놓인 사람의 마음을 그럴싸하게 털어주는 동안, 나는 곪아가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숨기고 기어코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긴 해.(...)
이젠 대놓고 넘어지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땅바닥 대신, 누군가 건넨 손을 믿어보라고.(226-227쪽)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자신의 흠을 꺼내 마구 할퀴는 마음을, 이제는 사람들에게 모두 보이고 대놓고 떼를 쓰는 모습. 오히려 지금까지처럼 말고 더 잘 넘어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 이게 저자의 넘어지는 기쁨이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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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의 동시로 첫 읽기 세트 - 전3권 박성우의 동시로 첫 읽기
박성우 지음, 최미란 그림 / 창비교육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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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없는동동시 #박성우 #최미란 #창비교육 #서평단 #서평 #책추천

박성우의 동시로 첫 읽기1
받침 없는 동동시. 박성우 동시/최미란 그림. 창비교육. 2025.

책을 몇 장 넘기면서 생각했다. 아, 이거 아이들한테 시켜봐야지. 받침 없는 동시를 써보라고 활동을 시켜야겠다, 하는 마음이 단박에 들었다. 그리고 어떤 기발하고 재채있는 아이디어들이 속속 나올까, 기대도 되고 생각만으로도 벌써 재밌어졌다. 이런 책을 접하면 자꾸 이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싶어진다. 나만 재밌으면 곤란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런 발상의 전환을 즐긴다. 그렇게 즐기면서 동시에, 시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내가 꼭 바라는 일이다.

<다리미>

다가오지 마
다가서지 마
나, 다리미야!

얼마나 간단명료하면서도 재밌는 발상인지. 이건 생활 경고까지 함께 겸하고 있으니 일상생활에서도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혼자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시를 지으면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어떤 말장난이 가능할까, 어떤 언어유희를 써주면 좋을까, 궁리하게 됐다. 특히 받침이 없는 글자들로만 구성해서 시를 지어야한다고 하니, 자꾸만 더 받침 있는 글자들만 떠오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근데, 동시로 아니고 '동동시'는 또 뭘까? 찾아보니,

'동동시'는 어린이다운 언어 감각과 상상력, 놀이가 만나는 유년 동시를 말합니다. 아이들의 눈과 입으로 동동 들어와 동동 놀고 싶게 하는 재미난 동시입니다.

라고 설명이 달려 있다. 아, 그런 거구나. 그렇다. '동동'이라고 하면 뭔가 더 톡톡 튀고 귀엽고 사랑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뭔가 동동 튕겨지기도 할 것 같고, 동동 구를 것 같기도 하다. 동동 달려나갈 것 같기도 하고 동동 동그렇게 둥글둥글 어우러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느낌을 담은 거구나, 참 잘 어울린다, 싶다. 동동시. 동시의 더 귀여운 버전이 동동시 같다.
그런 동동시의 첫 번째 시리즈가 <받침 없는 동동시>인 것은 찰떡인 것 같다. 아직 받침에 대한 감각이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받침 없이도 얼마든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렇게 시가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것이니까. 그래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자꾸 눈에 더 띈다.

<개미>

개미야,

오니까

허리
펴고
쉬어!

그리고 어쩜, 잃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냥 단순히 받침 없는 시만이 아니라, 이 시 안에 따뜻함과 포근함을 모두 갖고 있는 느낌이다. 비가 오니까 개미 잠시 허리 펴고 쉬라니, 이런 마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시인의 능력에 놀라고, 이런 시를 읽게 될 아이들의 해맑음이 사랑스럽다.

난 아이도 아닌데 이런 시들에 자꾸 감동을 받는다. 물론, 꼭 아이만 감동하란 시는 아니니까. 어른인 나도 이런 시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낀다. 잘 모르는 사이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 때문에 동시를, 동동시를 읽는 것이겠지. 이 동동시의 다음 시리즈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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