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 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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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요가를 접하게 되고, 한 1년 정도 꾸준히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한다는 명목으로, 나를 위한 1년의 시간을 갖기로 했던 그 해, 요가 1년 회원권을 끊었다. 그리고 주 3회 이상 출석하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고 혜택을 준다는 말에 도장을 받기 위한 출석에 열심히였다. 당시 생존수영이란 말이 나오면서 그동안 물 공포증으로 가까이 갈 생각조차 못 했던 수영도 시작했다. 1년의 시간을 요가와 수영으로 보내고나니 마치 체육인이 된 듯 몸을 움직이는 것에 어색함이 없어졌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10년 정도가 지났다. 당연히 그 사이에 운동을 꾸준히 했느냐? 답은 '아니오'다(이 답을 쓰기가 참 싫다). 물론 때때로 걷기나 달리기를 했을 때도 있었고,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수영을 배운 경험이 꽤 쓸모가 있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세상이 되면서는 홈트로 이런 저런 동작을 가끔 해보기도 했지만, 꾸준히라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 10년 전 가졌던 운동에 대한 열정이 참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일주일에 1시간 중1 아이들과 운동을 해야하는 수업이 생겼고, 겁도 없이 과거의 기억으로 '요가'반을 개설하고 말았다. 처음엔 단순히 요가 동영상을 보여주며 따라할 수 있도록 하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여건상 처음의 계획은 모두 실행 불가능, 직접 아이들에게 동작을 보여주며 1시간을 채워야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덕분에, 일주일에 1시간씩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아침 아홉시 반이면 어김없이 요가원으로 가는 것을 루틴으로 삼은 작가의 심정을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혼자 집에서 하는 것보다 요가원에서 함께 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이해가 가는 마음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몸을 움직이고 동작을 준비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같을지 모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동작과 자신의 동작에 집중하는 시간이 주는 놀라운 변화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작가는 낯선 공간에서도 함께할 공간을 찾아다녔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 정도의 노력이 동반되었을 때만이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힘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참 멀었다.
마흔이 넘어 시작한 요가라는 작가의 말에, 길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싶은 동기가 있었다는 말에 나도 다시 용기를 내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된다. 무언가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기 위해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맞는 이야기. 나 또한 오래도록 읽고 쓰는 일을 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으로, 이제 다시 몸을 움직이는 것에 어색함을 없애야 할 때이지 않나 싶다. 더 늦기 전에.

후퇴해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얻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시작해도 나는 앞으로 점점 더 요가 실력이 후퇴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를 계속하기로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것들이 남겨놓을 무늬들을 끌어안기로 한다.(205-6쪽)

뭐든 꾸준히 하고 시간을 들이면 더 나아지고 다 좋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복은 익숙함이 되고 그 익숙함이 곧 실력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함을 다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그 당연함이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순간이 왔고, 그때 나는 그동안의 노력을 한순간에 폄하하고 허물어뜨리려는 마음을 먹었었다. 결국 실력이 후퇴함으로써 그동안 시간들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시간도 모두 삭제하려는 마음. 작가의 요가에 대한 마음을 읽으며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충분히 다시 시작해도 좋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아무래도 동네 요가원을 찾아봐야겠다. 내가 10년 전 다니던 요가원이 아직 있으려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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