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 동연총서 209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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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만난 여성성 she와 시리즈이다.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여성이라 그런지 술술 읽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나의 내면의 한 귀퉁이와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다.  

그런데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는 신화 자체도 친숙한 이야기가 아니며, 남성으로 살아본 적도 없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정말 그런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몰랐던 남성의 내면, 성격, 행동패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여성심리를 다루지는 않지만 여성도 성배신화에 담긴 비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의 내면에도 남성성이 있고 여성도 직접 남성성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신화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은 우리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여성도 아버지와 남편, 아들등 남성과 함께 살아기 때문이다.

파르시팔은 예수가 그렇듯 이름없는 지방에서 태어난다. 파르시팔은 아버지와 두 형이 기사가 되어 죽임을 당한 후에 태어나 어머니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피르시팔은 가난하고 외로운 환경에서 자라났다. 파르시팔은 집에서 짠 천으로 옷을 지어 입고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어떤 형태의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다.  

사춘기를 막 들어선 어느 날 그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있는 기사 다섯 명과 마주친다. 기사들의 멋진 모습에 감격한 파르시팔은 집을 떠나 다섯 기사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아더왕의 기사가 되어 모험과 시련으로 가득한 성배의 성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성배의 성은 비전이며 내면의 실체이다. 모든 남성은 15살 무렵에 이 비전을 얼핏 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이 부분이 정말 궁금하다. 주변의 남자들의 그 경험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고 다니고 싶어졌다) 그리고 남성들은 평생에 걸쳐 이 성배의 성을 찾아헤맨다.           

<융은 '일생이란 자아에서 참 나로 심리의 구심점을 옮겨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다. 융은 이 과정을 인간이 일생토록 해야할 과업이자 또 인간이 하는 모든 노력의 중심에 존재하는 의미로 보았다.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신 혹은 성배를 섬기는 것이다. 우리가 이 진실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가 개인의 행복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린다면 잡기 어려운 성배가 바로 우리 손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라고 저자는 책의 말미에 말하고 있다.  

좀 어렵게 들리기도 하는데 남성들의 심리와 남성들이 일생도록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의 남자들, 특히 아들 녀석을 이해하기 위해 더 자주 이 책을 꺼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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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 동연총서 208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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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과 심리를 공부할 때, 신화를  접목시킨다?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고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는  동양신화에 비해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신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신들의 모습은 질투하고 미워하고 벌을 내린다. 여성신들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의 여성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신은 모성이 가득하고 감성적인데 반해 서양의 여성신들은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여성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이 인간의 원형이며,  그 원형을 앎으로써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통해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프시케의 특성은 순수하고 숭고하고 천상적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숭배 대상이 되지만, 반면 아무도 그녀에게 구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프시케의 두언니는 이미 이웃나라 왕들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프시케에게는 청혼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왕은 신탁을 한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질투를 느껴 프시케가 죽음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리스인들은 신탁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는 딸의 결혼행렬을 준비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장례행렬이다. 프시케를 산꼭대기로 데려가 바위에 묶어둔다. 곧 다가올 남편이 바로 죽음이다. 이것은 바로 모든 신부는 결혼식 날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신부들이 결혼식날 눈물을 흘린다.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결혼과 동시에 자기 내면의 처녀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결혼이란 것을 모든 것이핑크빛이고 기쁨만으로 가득찬 것으로 꾸미려고 애쓰지만 사실 어느 곳에선가 죽어가는 부분을 나타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정으로 결혼의 기쁨을 누리려면 결혼에 담긴 희생적요소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며 사랑의 신이다.아프로디테는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도록 명령한다. 프시케가 죽음과 사랑에 빠져서, 더 이상 자신의 아름다움과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말이다. 에로스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려다 프시케를 본 순간 실수를 저지른다. 에로스는 자신의 화살에 손가락을 베어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프시케를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한 에로스는 프시케를 낙원의 골짜기에 데려다 놓고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남편 에로스는 매일 밤 그녀와 함께 보낸다. 그러나 절대로 자신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것과 그가 어디에 가든지 절대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금기사항으로 준다.  

거의 모든 남성은 아내에게 이런 것을 바란다. 아내가 자신의 의식발전을 위한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순종하기만을 바라는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이다. 에로스는 이런 방식으로 프시케를 통제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프시케는 짧은 시기나마 이렇듯 남성에게 완전히 복종한다. 이것은 원형적인 차원이라 피할 수가 없다.

기쁨만으로 가득찬 낙원은 반드시 사라진다. 프시케의 언니들이 바로 낙원을 사라지게 한 뱀같은 존재가 된다.  프시케의 언니들은 프시케의 집에 방문하여 프시케를 자극한다. 프시케의 남편이 흉측한 구렁이이며( 이부분은 우리 신화 구렁덩덩신선비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프시케와 아기를 잡아먹을 거라고 모함한다. 언니들은 침실에 등불을 준비하고 날카로운 칼을 준비해서 구렁이의 머리를 잘라버리라고 한다. 프시케는 언니들의 음모에 넘어가 모든 준비를 한다. 밤에 프시케는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을 거머쥐고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남편은 뜻밖에도 신이었다. 놀라고 당황환 프시케는 죄책감으로 자살하려다 칼을 떨어뜨리고 이때  실수로 에로스의 화살을 건드려 상처를 입는다. 프시케는 이 순간 사랑에 빠진다. 등불을 치우려다 그만 기름 한방울을 에로스의 오른 쪽 어깨 위로 떨어뜨린다. 통증에 잠을 깬 에로스는 곧 모든 일을 알게 되고 에로스는 어딘가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프시케는 에로스의 몸에 절박하게 매달린다. 에로스는 프시케가 출산할 아기가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고(신이 아닌), 자신은 프시케를 혼자 버려두고 떠나겠다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여기에서 프시케의 언니들은 여성내면에 있는 불평과 잔소리를 늘어놓는 존재들이다. 프시케의 그림자(shadow)로 볼 수도 있다. 융은 심리적으로 개인이 개발할 수 있는 완전한 가능성 중에서 억압되거나 살아내지 않는 측면을 그림자라고 한다. 억압된 측면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원시적 상태로 남아 있거나 점점 어두워져서 위협적으로 변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두 언니에 의해 프시케의 의식이 일깨워진다. 남편은 사랑의 신이자 동시에 산정에서의 죽음이다. 남편은 낙원에 있지만 불확실한 존재이고, 아내가 의식 성장을 원할 때 검열관 역할을 한다. 여성은 일생에서 일정시간 동안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 혹은 아니무스의 지배하에 살아간다. 에로스가 만든 낙원에서 내면에 존재하는 의식적 깨달음에 대한 욕구는 침묵한다. 남성의 보이지않는 통제에 완전히 굴복하고 산다.  

두 언니는 '완전한 무의식 상태에 있는' 프시케를 일깨운다. 두 언니가 제안한 '등불'과 '칼'은 프시케의 진화를 위해 유용한 도구이다. 여성이 결혼생활 중 어려운 시기에 등불을 먼저 비추어보고난 후, 칼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이 쏟아 붓는 말도 칼에 해당한다. 파괴적인 말은 남성을 일그러지게 만든다.......등불은 자신의 의식의 등불로 남성의 가치를 비추어 드러내 주는 능력이다....여성이 등불을 켜서 그 남성 내면에 살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보여줄 때 남성은 자기 안에 신적인 부분을 살려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성은 아무리 용기를 잃게 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여성이 있다면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 남성은 가족을 인도할 빛을 많은 부분 여성에게 의존한다. 누군가 남성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남성의 삶은 메마르고 건조해진다. 

다시 신화로 넘어가서.. 프시케는 희생을 시도한다. 평정심 혹은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여성성의 기본 특질은 바로 희생이다. 죽을 결심을 하고 강물로 들어간다. 그리스 신 판이 프시케를 설득하여 구해낸다. 프시케는 에로스 대신 수많은 다른 여신들의 재단에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모두 거절당한다. 아프로디테를 두려워하는 다른 여신들이 프시케를 도와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시케는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한다.  

드디어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에게 간다. 아프로로디테는 프시케에게 독설을 쏟아내며 프시케를 이 난관에서 해방시켜 주는 조건으로 네가지 과제를 준다. 

첫번 째 과제는 온갖 종류의 씨앗이 산처럼 뒤섞여 있는 알곡더미를 주고 알갱이 하나하나 가려서 종류별로 분류하라고 시킨다. 이것의 상징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문제들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해결해가야 한다. 이것을 '분별'이라고 한다. 

두번 째 과제는 강건녀편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숫양의 황금빛 털을 가져오는 것이다. 프시케가 숫양의 황금털을 가져오는 과정은 여성이 남성들처럼 힘의 게임을 하지 않고도 자신에게 필요한 남성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번 째는 프시케에게 크리스탈 잔을 주며 그 잔에 스틱스 강의 물을 가득 채워오라고 명령한다.거대한 생명의 강을 크리스탈 잔에 담는 것은 거칠고 험난한 삶의 강에서 자아를 다룰 때는 크리스탈 잔을 다루는 것처럼 주의해서 아름답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아의 잔은 산산이 부서져 버릴 수도 있다.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하나씩만 선택하여 한번에 크리스탈 한 잔을 들고 그 잔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잔을 잘 채워야 한다. 그런 다음 다른 것으로 옮겨가야 한다. 

네번 째 과제는 프시케는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묘약이 든 상자를 가져오는 것이다. 네번 째 과제는 그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네 과제를 수행하며 온갖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고 지혜롭고 용감해진 프시케는 마지막 과제의 실수 때 다시 에로스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이야기하여 프시케를 여신으로 만든다. 그리고 모든 신들과 여신들이 동의하에 프시케와 에로스는 결혼을 한다. 

그 동안 자세히 몰랐던 프시케와 에로스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프시케와 에로스의 모습을 보며 여성성의 성격과 행동패턴, 결혼생활을 분석하며 비교하고 비유하는 해석이 몹시 흥미로웠다.  우리 신화나 옛날 이야기로도 이러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언니 이야기와 프시케가 겪는 네가지 통과의례를 보며 구렁덩덩 신선비에서 언니들이 구렁덩덩신선비를 보고 흉측하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신선비가 떠났을 때 신선비를 찾으러가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인 험난한 시련과 어려움은 비슷한 면이 너무도 많다. 전 세계의 신화와 옛이야기는 비슷한가 보다.  

여성으로서 나의 내면과 나의 결혼생활도 돌이켜보게 하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다. 끝없는 성장과 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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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머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 사고와 창의력을 키워주는 40가지 비결
김진배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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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내공이 떨어진다 싶을 땐 -아이에게 자제심을 발휘할 수 없다.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는 나를 발견한다- 

육아서적을 읽으며 반성에 반성을 하고 내공을 다시 채우곤 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에게 끼칠 심리학적 영향에 전율하며 다시 좋은 엄마가 되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좀 컸다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며 집에서 부대끼는 시간이 적어지니 육아책이나 교육관련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내공을 키울 주사를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내 삶에, 나의 양육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 

서점에서 찾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언젠가 부터 유머는 커녕 하루 하루의 일상에 지쳐 잘 웃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에겐 잔소리와 혼냄, 강요만을 늘어놓는 엄마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한 유머가 아이들과 사람들의 감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올바른 양육태도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책머리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유머도 제시하고 

또 유머 뿐만 아니라 올바른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총체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일상생활에서 자주 웃으려고 하고  

농담은 잘 못하지만  

상황을 유머로 넘기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은 살짝만 비틀고 오버해도 바로 뒤로 넘어가게 웃는다. 

이 것이 바로 아이들의 천성일 것이다.

이 기운이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겠다. 내공이 떨어졌다 싶으면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글쓴이 같은 분이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라면 참 좋겠다. 부러운지고..^^:; 

안되면 나라도 변해야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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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이유정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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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동화의 매력은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질질 짜지 않고 '쿨'하게 풀어간다는 것이다.  

'쿨'하기만 하면 매력이 없을텐데  

거기에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엔 항상 코끝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마법사가 와서 도움을 주지도 않는, 화려한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서 멋진 활약을 하는 아이들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이들의 주인공이다.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오라는 숙제를 해야하는 경수. 할아버지가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이길 기대하지만 할아버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술주정뱅이, 노름도 하는 할아버지다. 경수는 처음에는 많이 실망하지만 평범한 우리 이웃인 할아버지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낼 줄 알게 된다. 

4학년인데도 오른쪽과 왼쪽을 잘 구별 못하는, 그래서 집을 혼자 찾아가기도 힘든 '길치'인 유정이. 동생이 먼저 집에 가버려서 혼자 집을 찾아가는 여정.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길을 찾는데에서는 멀쩡하지 않은 유정이. 엄마와 함께 오른 손과 왼손 구별하는 노래도 지어 부르고 오른 쪽과 왼쪽을 구별하는 방법도 알아내고..나름대로 극복하기 힘든 단점이고, 어쩌면 '머리 나쁜' 아이로 취급받기 쉽상인 문제인데, 유정이는 그런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갖지 않고 아이다운 긍정성으로 이겨내며 집을 찾아가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유정이 같은 아이들이 이 동화를 보며 자신을 긍정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동화는 '새우가 없는 마을'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손자. 자장라면 말고 진짜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하는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는 빈병을 모아 드디어 진짜 자장면집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간다. 압권은 진짜 자장면 집에 가기 위해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입는 장면. 

< "음...짜장면 먹을 때는 이렇게 편하게 입는 거야."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한테 옷이 많은 것 같았다. 꼭 좋은 옷을 많이 두고 평범한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보리차를 먹을 때의 장면, 할아버지와 손자가 자장면을 더 먹으려고 하는 장면은  

묘사와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다가 또 코끝이 찡해진다. 이런 면이 바로 유은실 작가의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다.   

할아버지는 또 어떤가. 가난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느긋하고 온화한, 말 하나하나에 손자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할아버지.  이런 할어버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유은실 작가의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라고 하면 쿨한 유은실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은 표현이 되려나.

엄마가 동생을 낳게 되어서 고모네 집에서 열흘 간 지내게 된 진이 이야기. 

아빠가 죽고 엄마랑 살면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는 영지 이야기. 

다섯 편의 단편이 마음을 울린다... 

아들 녀석에게 새우가 있는 마을을 먼저 읽어주었다. 

주인공이 진짜 자장면을 못 먹어봤다는 이야기에 아들 녀석 무진장 신기해한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할아버지도 많고, 아이들도 많다는 말에 또 놀란다.  

아들 녀석 왈  

"아프리카 아이들만 굶는 줄 알았는데..."

"가난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알아요. 그런데 자장면도 못먹어 봤을 줄은...."  

요즘 아이들은 이런 가난은 없는 줄 안다.  상황을 알아야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도 생길 것이다.

아들 녀석은 나머지 단편도 다 읽어 달라고 한다. 유은실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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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왜 하지? - 수업으로 읽는 우리 교육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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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아이들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도대체 어떤 수업이기에... 

이 책은 현직교사였던 저자가  

교육현장에 직접가서 여러가지 수업을 관찰하고 그 수업의 부족한 점과 우리가 수업에서 지향해야 할 점을 나열한 책이다. 

자신의 수업을 공개해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학의 강사이고 카메라 기자까지 와서 촬영을 하는 수업이라니... 

그런데 이 책의 선생님들은 수업을 공개하고 자신의 실명까지 책에 담도록 허락했다. 

그것만으로도 선생님들의 용기가 대단하고 선생님들의 수업은 80퍼센트 이상은 개선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1장에서는 수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외적 환경에 대해 파악했다.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경우, 복식학급이 아니어도 한 수업안에 있는 각기 다른 수준의 학생들에 맞춰 수업을 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업무가 수업보다 중시되고 업무능력이 수업능력보다 우선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아프게 들여다본다.

2장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는 이유와 진도에 쫒기에 이해보다는 확인만하고 넘어가는 수업등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고 행동주의 수업의 문제점에 대해 기술했다. 

3장에서는 좋은 수업이라 생각되는 수업장면을 기술하였다. 교사로서 이런 수업은  꼭 읽어보고 참고로 했으면 한다. 

4장에서는 저자가 학교현장에서 교사로 있을 때의 경험이다. 아이들을 변화의 대상(object)이 아니라 이해(object)의 상대로 봐야 한다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뼈아프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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