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이 책은 잔혹한 범죄에만 주목하는 사회에서 사람으로 시선을 옮기기 위한 시도를 담았다.
사건이 벌어지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건에 주목하고 있을 때,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았던 분의 이야기이다.
-
작가, 김태경 교수님은 국내 최고 트라우마 상담가이자 임상수사심리학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 화제몰이를 했다는데 나는 두 프로 모두 잘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ㅎㅎ;
범죄는 범인이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아 범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폭행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든 범인이 상대를 때려도 되는 사람으로 판단해 때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어도 상대방이 때려서는 안 되는 사람, 즉 때렸을 때 보복이나 법적 처벌을 받을 만하거나 자신이 후회하리라고 자각되면 폭력 충동은 좀 더 잘 억제된다. 많은 사건에서 범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곤 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범죄는 그저 범인이 충동을 억제하지 않았기에 일어난다.
p. 82
이 부분을 읽고 연상된 밈이 하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마동석을 마주쳤을 때에도 똑같이 때리고 싶고 때렸을 때 적용되는 거라고. 그리고 그 말이 등장한 영상 하나를 가져왔다.
https://youtu.be/1eVJxrrlvpw
이 영상인데,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쉬운 비유라 더 기억에 잘 남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듯 범죄의 이유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다르니까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을 만들지 말자. 그건, 그냥 피해자를 두 번 피해 입히는 일이다. 두 번 죽이는 일이고, 사회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용서는 상대가 청한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위해 용서를 결심한다고 해서 마음속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너무도 빈번하게 피해자에게 때 이른 용서를 구하는 것 같다. 심지어 법원조차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넉넉히 주고자 애를 쓰는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권한다.
p. 96
-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럼 언론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까?
여러 사건이 증명해 주듯, 언론은 대부분 '범죄의 잔혹성', '범인의 범행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는 여러 차례 2차 가해를 마주한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 사회의 문제를 누구보다 피해자와 유족의 주변인이고 상담가로서 오랜 기간 바라본 김태경 교수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따르면, 피해자를 바라보는 적정한 시선과 태도는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하는 데 있다. 사회는'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며 피해자에게 범인을 용서할 것은 강요한다. 또한 가해자에게는 ‘묵비권’을 주면서, 피해자에게는 범죄를 당한 이유를 찾으며 사생활까지 낱낱이 말하기를 바란다. 누구나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 잔혹성에만 주목한다. 이런 시각은 피해자를 궁지로 몰 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만든다.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괜찮다고 답하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고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에게 힘 내라는 말을 하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마음. 이 또한 결국 힘든 사람에게 책임을 더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의 경우에도 많은 어른들은 피해 학생에게 '장난이라잖아',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한다.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지 모를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피해 학생을 성심성의껏 도와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알리려고 할 때 말리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그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왔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 불안을 느끼더라도, 두렵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한 채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해줘야 할 것이다.
-
부제에는 피해자를 위한 인문 에세이라고 써 놓았지만, 사실 이 책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모두는 방관자이자 가해자이자, 피해자였을 것이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